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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장 오래된 가상화폐 '라이'
    잘 알려지지 않은 흥미로운 역사 이야기 2020. 6. 23. 22:31

     

    말로만 듣던 가상화폐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의 위력을 체감한 건 역설적이게도 조주빈이라는 악마를 통해서였다. '박사' 조주빈이란 놈과 그 일당의 비인간적 행위에 대해서는 여기서 새삼 거론할 필요도 없겠거니와 알면 알수록 깊어지는 악마성에 이제는 뉴스조차 듣고 싶지 않은데, 그 악마들의 거래수단과 부의 축적 수단이 가상화폐 비트코인을 통해서였다는 말을 들으니 그 가상화폐에마저 거부감이 들고 혐오스러워진다.

     

    그런데 앞서 말했지만, 그간 잘 몰랐고 관심도 없던 가상화폐에 관해 알게 된 건 역설적이기도 이번 '박사방 사건'을 통해서였다. 그래서 조금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 본 결과 지금은 가상화폐(Virtual Currency)와 암호화폐(Cryptocurrency)의 구별 정도가 가능하게 됐고 아래 책의 부제도 어느 정도 해득되지만, 아직까지는 이해부족인지 어쩐지 '폭탄 돌리기'의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러면서 저 폭탄이 터지는 날에는 그 위력이 히로시마 원폭에 비할 바가 아니겠구나 하는 기분도 늘 뒤따른다. 특히 거기에 많은 돈과 공력을 투자하고 있는 젊은 층의 피해가 어마어마할 듯싶다.

     

     

    디지털 화폐의 미래를 다룬 책

    나카지마 마사시 저 <애프터 비트코인>

     

     

    그런데 이런 형식의 가상화폐는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이 최초가 아니라 그보다 훨씬 오래 전에 존재했고 그 실물도 지금껏 존재한다. 실물이 존재하니 실물화폐처럼 여겨지지만 거래 형식은 가상화폐와 같았다. 우선 그 실물을 보자면 아래와 같은데, 우리가 미국 애니메이션 '프리스톤 가족'이나 박수동의 '고인돌 가족' 같은 만화에서 보아 온 원시인들이 사용했던 구멍 뚫린 돌화폐 모양이다.(단 여기서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어디서 비롯된 발상인지 모르겠지만 선사시대에 이와 같은 구멍 뚫린 돌이 화폐로 쓰였다는 흔적이나 기록 따위는 전혀 없다)   

     

     

     

     

     

     

    이것들은 서태평양 미크로네시아 연방에 속한 야프(Yap)섬의 돌화폐 라이(Rai)다. 페이(Fei)로 불리기도 하는 이 석회암 돌화폐는 원형의 형태에 우리나라의 엽전처럼 가운데 구멍이 뚫려 있어 정말이지 돈의 느낌을 주는데, 야프섬에서 생산되지 않는 석회암을 인근 팔라우섬에서 채굴한 뒤 야프 섬으로 실어 나르는 과정에서 어깨에 짊어질 막대를 넣기 위해서라고 한다. 야프섬에는 금속류가 없었던 바, 섬 밖에서 들여온 희귀암석이 화폐의 역할을 한 것이었다. 역사는 한 1500년 쯤 된다고 한다. 

     

     

     

    야프 섬의 위치(출처: 주간동아)

     

    미국의 유명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이 쓴 <Money Mischief>(1992년)

    '화폐의 장난' 쯤의 제목에 '화폐 역사의 에피소드'라는 부제가 달렸다. 라이가 유명하게 된 것은  밀턴 프리드먼이 이 책에 라이를 언급하면서부터다.

     

    위 책의 번역서 <화폐경제학>

    거창하게 붙여진 번역서 제목과 달리 이 책은 화폐제도에 대한 오해와 억측이 빚은 역사적 사례를 모아 소개한 책이다. 

     

     

    이 돌화폐의 가치, 즉 화폐 단위는 당연히 그 크기와 무게로 매겨졌다. 지금 남아 있는 것을 보면 지름 7cm에서부터 3.6m까지 다양하며 가장 큰 것은 무게가 4톤에 이른다. 크기가 이렇듯 거대해진 것은 아마도 통화 인플레이션 때문으로 여겨지는데, 문제는 이렇게 되면 라이가 거래통화로써의 가치를 상실하게 된다는 점이다. 4톤 정도가 되면 그것을 굴려 시장에 가지고 가는 것이 불가능하다. 이럴 경우, 이 고액권 화폐의 기능은 가상화폐처럼 된다.

     

    즉 그들은 이것을 가지고 다닌 것이 아니라 일종의 은행이라 부를 수 있는 구역에다가 맡겨놓고 소유권만을 사용했다. 인구가 적은 마당이라 거래가 성사되면, 공증인과 주변사람들을 통해 물건과 돈의 소유권이 당사자 간에 교환되었음을 알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구전을 통해 그 돌화폐는 소유권이 인정되었고 까닭에 돌화폐는 실물 화폐지만, 일종의 신용화폐 역할을 했다. 공증과 구전 전승으로 사람들이 같은 정보를 공유하게 되어 인정받는다는 구조는 지금의 블록체인의 화폐로서의 응용 구조와 전적으로 동일한 셈이다.

     

     

    설마하니 아직도 비트코인을 이와 같은 코인으로 착각하는 사람은 없겠지?

     


    비트코인은 유저들의 채굴활동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광석에 비견되곤 한다. 그 광석의 쓰임새는 위와 같다. 하지만 위험스럽게도 화폐의 기본 조건인 '가치의 안정성'은 상실된 느낌이다. 물론 실물화폐도 안정성이 담보된 것이 아니지만 적어도 각국의 중앙은행이 조절능력을 견지한다. 가상화폐는 그러한 조절력을 갖추고 있지 못한 바,(가상화폐 옹호론자들은 그것이 수학적으로 스스로 조절된다고 하는데 나는 수학을 못해서인지 그것이 못내 이해되지 않는다) 만일 주변의 여타 환경에 의해 가치가 요동치게 되면 화폐로서의 기능이 급전직하하지 않을까 염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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