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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순 생명체를 찾아서 (유로파)
    거꾸로 읽는 천문학개론 2018. 4. 4. 17:39

     

    지난 2010년 말, 천체에 관심 있는 네티즌이 크게 술렁인 사건이 있었다. NASA(미국항공우주국)에서 곧 중대발표를 하겠다는 예고를 했기 때문인데, 그때까지(2010년 11월 29일) 우리에 들린 소식은 다음과 같은 것이었다.


    NASA는 현지 시각으로 다음달 3일 오후 2시 우주생물학적 중대 발견에 대한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으로, 세계 언론들에게 그 시각까지의 보도자제를 당부했다. 


    이렇듯 NASA가 엠바고까지 요청한 만큼 관심은 증폭되었고, 천체에 별 관심이 없는 일반인들까지 '대체 뭔가'하는 기대에 찬 분위기가 형성됐다. 당시는 요즘처럼 NASA가 알맹이 없는 중대발표를 남발하던 시절이 아니었던지라 이에 대한 갖가지 추측성 댓글들도 뜨거웠다.(영국의 The Sun지가 당부를 어기도 먼저 보도를 하는 바람에 조금 김이 새긴 했지만) 


    하지만 예상과 달리 그해 12월 3일의 NASA 발표는 싱거운 것이었고, 아울러 문자그대로의 '별 볼 일 없는' 내용이었다. 우선은 그것이 천체에 관한 내용이 아니었기 때문인데, 그 내용도 미국 캘리포니아의 모노 호수에서 비소를 이용해 생존하는 박테리아를 발견했다는 것이 전부였다. 





         

      캘리포니아 모노 호의 전경과 위치



    이같은 NASA의 기자회견 내용은 잔뜩 기대에 부풀었던 네티즌들을 충분히 실망시켰던 바, '낚였다'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나를 비롯한) 대다수의 사람들은 외계 생명체에 대한 어떤 발표가 있지 않겠느냐 하는 기대 일색이었고, 조심스러운 쪽도 최소한 태양계나 태양계 외 운석에서의 박테리아 발견 쯤을 기대한 까닭이었다. 


    그 발표 내용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위 모노 호수는 인근 네바다 광산에서 유입된 광물성 물질로 인해 인(P)이 거의 없고 맹독성 물질인 비소(As)가 가득해 생명체가 살 수 없는데,(인은 질소, 산소, 탄소, 수소, 황 등과 함께 지구 생명체를 구성하는 6대 필수 원소이다) 그 맹독성 호수에서 인산 대신 비산을 이용해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GFAJ-1'이라는 미생물을 발견했다는 것이었다. 


    NASA의 의도인즉슨 그와 같은 극악한 환경에서도 생물이 서식하는 만큼 우주에서도 생물의 발견 가능성은 얼마든지 열려 있다는 것이었겠는데, 우리의 기대가 워낙 컸기 때문이지 따지고 보면 NASA가 나름대로의 중대발표를 했다고도 볼 수 있는 일이었다.(당시 흥분감에 잠을 도둑질당한 것이 좀 억울하긴 했지만) 그리고 사실 그전에 이를 뒷받침하는 물질이 남극대륙에서 발견된 적도 있었으니, 1984년 남극대륙 남단 엘런 힐스 지역에서 수습된 화성 운석에서였다




     화성 운석 ALH84001



    발견자인 NSP(미국국립과학재단) 소속 연구진으로부터 'ALH84001'으로 명명된(발견장소인 엘런 힐스와 발견년도를 표시) 1.9kg의 운석에서는 APHs(다환식방향족탄화수소)라는 물질이 추출되었다. 연구진들은 탄소와 수소가 결합된 이 방향족 물질이 박테리아와 같은 미생물이 오랜 시간에 걸쳐 분화되어 화석화된 것으로 보았다. 즉 화성에서도 과거 미생물이 살았었거나 혹은 지금도 살고 있다는 방증이 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참고로 화성의 평균온도는 섭씨 영하 62도이며 이산화탄소가 대기의 주류를 이룬다)





     화성 운석 ALH84001에서 발견된 APHs


     ALH84001이 발견된 엘런 힐스의 위치



    화성 탐사선 바이킹 호가 찍은 화성과 화성의 표면



    지난 2011년 7월에는 이와 같은 화성 운석이 아프리카 모로코 사막 지역에 무더기로 낙하되는 광경이 목격되었는데, 소행성과의 충돌로 화성에서 떨어져나간 돌덩이가 우주공간을 떠돌다 지구의 중력에 끌려 떨어진 것이었다. 그 낙하 장소의 이름을 따 '티신트(Tissint)'로 명명된 이 화성암(火成岩) 운석을 스위스 로잔 연방 공대에서 면밀 조사한 결과 여기에서도 생물의 기원 가능성이 매우 높은 탄소 흔적이 발견되었다. 


    운석에 포함된 탄소 동위원소 C-13과  C-12의 비율이 그것으로, 이 비율은 지구의 생물 자원에서 유래된 석탄 속 탄소 동위원소 비율과 정확히 일치했던 바, 연구를 담당했던 로잔 공대 연구팀은 (화성에 생물이 존재했었다는) 이보다 더 설득력 있는 가설은 제기하기 힘들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티신트 운석과 탄소 동위 원소가 채취된 지점


    연구를 위해 절단된 티신트 운석



    즈음하여 미국 일리노이 주립수자원센터에서는 100년 이상 철광석으로 오염돼 버려진 시카고의 한 호수에서 철광 폐기물의 부식과정에서 발생하는 산소를 먹고 사는 극한의 박테리아를 발견하였고, 그밖에도 지난 2003년에는 미국 메사추세츠 공대 팀에 의해 섭씨 121도에서도 생육이 가능한 극한의 미생물이 발견되었다.(이 미생물은 '스트레인 121'이라는 예비 이름이 붙여졌다)




    '스트레인 121'과 이를 발견한 카젬 카쉐피 박사



    극한의 미생물 '스트레인 121'은 목성의 달 유로파를 말할 때 자주 거론된다. 과학자들은 '스트레인 121'과 같은 미생물이 유로파의 얼음 껍질 속의 바다에서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 말하고 있다. 천체과학자들이 말하는 유로파에는 아래 그림과 같은 얼음 껍질 속에 따뜻한 바다가 존재할 것이라 생각하고 있는데, 이는 막연한 추측이 아닌 허블 망원경으로부터의 관측의 결과였다. 2013년 2월, 나사는 유로파의 지각을 뚫고 나오는 수증기 기둥이 관측됐다고 발표한 바 있다. 



    목성의 달 유로파. 목성에서 두 번째로 가까운 위성으로 지구의 달보다 약간 작다. 


    유로파와 (지구의)달 크기 비교


      유로파의 내부 도해


    NASA의 유로파 상상도. 오른쪽 보이는 것이 목성이고 왼쪽 멀리 반짝이는 것이 목성의 또 다른 위성 가니메데이다. 



    유로파의 지각 위로 분출되는 해저 수증기 상상도



    아울러 목성의 최대 위성인 가니메데와 칼리스토에도 바다가 있을 것으로 짐작되고 있는데, 특히 가니메데에서 나타나는 오로라는 내부의 바다가 자기장을 형성, 자기 마찰(magnetic friction)을 일으킴으로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이해되고 있다. 가니메데는 태양계의 위성 중 가장 큰 규모로, 행성인 수성보다도 크다. 목성의 4개 위성에 대한 비교는 아래와 같다. 

     


    목성의 달 크기 비교


    목성의 달 내부 도해. 유로파, 가니메데, 칼리스토에는 바다가 존재한다. 


    가니메데의 오로라 현상



    가니메데의 표면과 지각 상상도(보이는 행성은 목성이다)


    각 위성의 위치(가운데 큰 행성이 목성이다)



    특히 유로파는 물과 함께 위에서 언급한 생명체 구성의 6대 요소(황, 인, 질소, 산소, 탄소, 수소)가 갖춰져 있을 것이 조심스럽게 예측되고 있는 바, 일찍부터 아래와 같은 생각이 자리 잡았으나 유로파에 미생물 외 다른 고등생물이 존재할 가능성은 0%다. 





    유로파보다 생물 존재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는 천체가 바로 토성의 위성 엔셀라두스인데, 다음 장에서는 엔셀라두스를 집중적으로 다뤄보도록 하겠다. 


    * '단순 생명체를 찾아서 (엔셀라두스)'로 이어짐.

     

    * 사진 및 그림의 출처: Google. j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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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스페르츠의 단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