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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근교의 최고 비경(秘景) 삼천사 계곡잘 알려지지 않은 흥미로운 역사 이야기 2024. 5. 8. 18:10
서울시 은평구 진관동의 삼천사는 서기 661년(신라 문무왕1) 원효대사가 창건한 것으로 알려진 절로, 흔히 진관사·흥국사와 더불어 북한산 3대 사찰로 불린다. 이 절을 정말로 원효대사가 창건했는 지는 확인할 길 없으나 이 절의 산령각 앞에 위치한 높이 3미터의 마애여래입상은 형식으로 볼 때 최소한 고려 초에 만들어졌다. 그래서 그 시대적 가치와 조형미를 인정받아 1979년 보물 제657호로 지정됐다.하지만 삼천사에서 눈이 가는 유적은 그것이 전부다. 물론 절 자체가 옛 자리가 아닌 새 터에 지어진 새 절인 까닭에 옛 당우가 전혀 없기도 하지만, 너무도 화려하게만 꾸며진 탓에 그저 볼수록 정신 사나울 뿐이다. 물론, 뽀샵 지나친 절들을 혐오하는 개인적 성향이 반영된 결과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이 절에는 다른 곳에서는 하나도 귀한 석가모니 진신사리를 모신 불탑이 2기인데 하나같이 화려함이 지나치다.
1482년(성종12)에 편찬된 <동국여지승람>에 따르면 이 절은 임진왜란 당시 승병들의 집결지로 이용되었다고 하는데, 옛 절이 소실된 것은 필시 그 전란의 영향이었으리라 여겨진다. 같은 기록에는 한때 3,000여 명의 승려가 수도할 정도로 번창했다고 하는데, 현실적으로는 말이 안 되는 숫자지만 한때의 은성했던 기억을 옛 절터가 품고 있다. 옛 절터는 마애불 뒤에서부터 시작되는 2.1 Km 삼천리골을 따라가면 만날 수 있으나 아무런 표지가 없으므로 목적지를 찾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고생을 해야 한다.하지만 일단 찾으면 앞서와는 전혀 다른 그야말로 별유천지비인간(別有天地非人間)이다. 여기서는 북한산 영봉(靈峰)이 더욱 빛을 발하며, 현 국립중앙박물관에 비편(碑片)으로 전시 중인 대지국사비(大知國師碑)의 거북돌 받침대, 정방형(正方形) 석조, 대형 석불대좌, 석탑기단석 등이 산재된 찬란한 폐허가 전개되는데, 감히 말하거니와 폐허의 비감함을 느끼고 싶다면 옛 삼천사지로 가라. 금강산 장안사가 아니라도 산중의 흥망과 비감을 느끼기 충분하다. 그리고 또 감히 말하거니와 그곳에 이르까지 펼쳐지는 계곡의 비경은 금강산 만폭동을 뺨친다.
* 2편 '삼천사지'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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