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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무엘에 관한 잡담(II) - 납량특집, 무당이 불러낸 사무엘의 혼령
    성서와 UFO 2019. 6. 20. 23:05


    아직 본격적인 더위는 찾아오지 않았지만 올해는 확실히 예년보다 덜 덥다.(작년, 재작년은 정말 찜통이었어. ㅜㅜ;;) 하지만 여름은 여름인지라 잡담으로 납량특집을 하나 준비했다. 일전에도 말한대로 납량(納凉)이란 문자의 뜻은 '서늘함을 드린다'는 뜻이니 비단 '공포'에만 국한되지는 않는다. 그래도 어찌됐든 납량에는 역시 호러물이 최고일 터, 이번에는 성서 속의 호러물 하나를 소개할까 하는데, 그에 앞서 내가 본 재미있었던 영화 호러물들을 소개하자면.....

     

    나름 영화광인지라 얼마전 개봉한 리메이크작 '서스페리아'를 기대를 가지고 봤는데, 생각에 크게 못 미쳤다. 과거 국도극장에서 개봉했던 같은 제목의 영화를 꽤 무섭게 보았던 기억이 있는지라(내가 본 공포영화 중 최고였던 작품이다) 이번에도 기대감이 있었지만 영화 자체의 작품성이 떨어졌다.(공포영화란 모름지기 무서워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는 말씀)



    2019 '서스페리아' 포스터



    리메이크작 2019 '서스페리아'.

    근데 이게 무슨 공포영화냐, 예술영화지....



    그 다음으로 무서웠던 영화는 '헬 나이트' 첫번 째 에디션이다. 주인공으로는 린다 블레어가 나왔는데, 우리가 잘 아는 호러 명작 '엑소시스트'에서 귀신들린 꼬마 역을 기가 막히게 연기해낸 바로 그 소녀이다.('헬 나이트'에서는 제법 숙녀가 돼 있었다) '헬 나이트'가 무서웠던 건 영화의 무대가 된 별장 안에 예상치 못한 무엇이 있었기 때문으로, 나중에 알고 보니 괴물이 두 마리였다.(아버지와 아들인지, 형제인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것들이 두 마리인지 내가 어떻게 알았겠냐고 )




    '헬 나이트' 이후 짜임새 있는 슬래셔 무비가 '13일의 금요일', '스크림' 시리즈까지 이어졌다.


    4편까지 무난히 흥행한 '스크림'



    개인적으로 호러물 중에서는 오컬트 무비(귀신 영화)보다는 슬래셔 무비(난도질 영화)를 더 선호한다. 오컬트 무비가 주는 답답한 공포가 싫어서이다. 무슨 말인고 하니, 슬래셔 영화는 잔인하기는 하나 말이 되는 공포를 선사하는데, 오컬트 무비는 악령, 유령, 귀신 등의 초자연적 존재와 싸워야 하니 늘 한 수 지고 들어가야 하고, 끝날 때까지 향배를 알 수 없는 답답함을 지녀야 한다. 말하자면 인간이 이길 수 없는 존재와 싸우는 것이니 보는 동안에도 시종 개운치 않고 답답함을 느낄 수밖에 없는 것인데, 혹 이기더라도 운좋게 이기거나 아니면 신부와 같은 엑소시스트들이 해결한다.(이 역시 말이 안 되기는 마찬가지다)




    2013 '컨저링'은 오컬트 무비 마니아에게는 최고의 선물이었겠지만..... 어찌됐든 이 영화는 오컬트 무비 중에서는 최고였다. 동양계 감독(말레이지아 출신의 제임스 완)의 영화로서는 드물게 대박을 쳤다.


    1976년 '오멘'은 악마가 성직자를 이긴 최초의 영화로, 결론도 악이 승리한다.


    이후 '오멘' 시리즈가 이어졌지만 1편 만한 것은 없었다. 확실히 1편은 명작이었음. 


    브레넌 신부는 주영미국대사 로버트 쏜에게

    "당신의 아들은 인류를 파멸시키기 위해 온 악마의 자식"이라는 말을 전해 주지만,


    그 말을 마치고 나서 곧 목숨을 잃는데.....


    교회 첨탑에서 떨어진 피뢰침에 몸이 관통돼 죽는 장면이 대단이 충격적이었다.(2006년 리메이크 판에서는 더 리얼하다)


    1976년 '오멘'과 2006년 리메이크작의 포스터.

    안 보신 분께 강추하고픈데 1976년 판을 구하기 어려우면 2006년 판도 상관없다.(싱크로율 거의 100%임) 나머지 2, 3편은 별로다.



    오늘 다루려는 성서의 이야기는 구약성서 사무엘기에 등장하는 귀신으로, 영화로 말하자면 오컬트 쪽이다. 설마 그런 일이....? 라고 생각하실 분을 위해 우선 그 내용을 옮겨보도록 하겠다.


    그 때에 블레셋 사람들이 이스라엘과 싸우려고 군대를 모집한지라. 아기스가 다윗에게 이르되, 너는 밝히 알라. 너와 네 사람들이 나와 함께 나가서 군대에 참가할 것이니라. 다윗이 아기스에게 이르되, 그러면 당신의 종이 행할 바를 아시리이다 하니 아기스가 다윗에게 이르되, 그러면 내가 너를 영원히 내 머리 지키는 자를 삼으리라 하니라. 사무엘이 죽었으므로 온 이스라엘이 그를 두고 슬피 울며 그의 고향 라마에 장사하였고 사울은 신접한 자와 박수를 그 땅에서 쫓아내었더라.


    블레셋 사람들이 모여 수넴에 이르러 진 치매 사울이 온 이스라엘을 모아 길보아에 진 쳤더니 사울이 블레셋 사람들의 군대를 보고 두려워서 그의 마음이 크게 떨린지라. 사울이 여호와께 묻자오되, 여호와께서 꿈으로도 우림으로도, 선지자로도 그에게 대답하지 아니하시므로 사울이 그의 신하들에게 이르되, 나를 위하여 신접한 여인을 찾으라. 내가 그리로 가서 그에게 물으리라 하니 그의 신하들이 그에게 이르되, 보소서. 엔돌에 신접한 여인이 있나이다.


    사울이 다른 옷을 입어 변장하고 두 사람과 함께 갈새 그들이 밤에 그 여인에게 이르러서는 사울이 이르되, 청하노니 나를 위하여 신접한 술법으로 내가 네게 말하는 사람을 불러 올리라 하니 여인이 그에게 이르되, 네가 사울이 행한 일 곧 그가 신접한 자와 박수를 이 땅에서 멸절시켰음을 아나니 네가 어찌하여 내 생명에 올무를 놓아 나를 죽게 하려느냐 하는지라. 사울이 여호와의 이름으로 그에게 맹세하여 이르되, 여호와께서 살아 계심을 두고 맹세하노니 네가 이 일로는 벌을 당하지 아니하리라 하니


    여인이 이르되, 내가 누구를 네게로 불러 올리랴 하니 사울이 이르되, 사무엘을 불러 올리라 하는지라. 여인이 사무엘을 보고 큰 소리로 외치며 사울에게 말하여 이르되, 당신이 어찌하여 나를 속이셨나이까. 당신이 사울이시니이다. 왕이 그에게 이르되, 두려워하지 말라. 네가 무엇을 보았느냐 하니 여인이 사울에게 이르되, 내가 영이 땅에서 올라 오는 것을 보았나이다 하는지라.


    사울이 그에게 이르되, 그의 모양이 어떠하냐 하니 그가 이르되, 한 노인이 올라오는데 그가 겉옷을 입었나이다 하더라. 사울이 그가 사무엘인 줄 알고 그의 얼굴을 땅에 대고 절하니라. 사무엘이 사울에게 이르되, 네가 어찌하여 나를 불러 올려서 나를 성가시게 하느냐 하니 사울이 대답하되, 나는 심히 다급하니이다. 블레셋 사람들은 나를 향하여 군대를 일으켰고 하나님은 나를 떠나서 다시는 선지자로도, 꿈으로도 내게 대답하지 아니하시기로 내가 행할 일을 알아보려고 당신을 불러 올렸나이다 하더라.


    사무엘이 이르되, 여호와께서 너를 떠나 네 대적이 되셨거늘 네가 어찌하여 내게 묻느냐. 여호와께서 나를 통하여 말씀하신 대로 네게 행하사 나라를 네 손에서 떼어 네 이웃 다윗에게 주셨느니라. 네가 여호와의 목소리를 순종하지 아니하고 그의 진노를 아말렉에게 쏟지 아니하였으므로 여호와께서 오늘 이 일을 네게 행하셨고 여호와께서 이스라엘을 너와 함께 블레셋 사람들의 손에 넘기시리니 내일 너와 네 아들들이 나와 함께 있으리라. 여호와께서 또 이스라엘 군대를 블레셋 사람들의 손에 넘기시리라 하는지라.


    사울이 갑자기 땅에 완전히 엎드러지니 이는 사무엘의 말로 말미암아 심히 두려워함이요, 또 그의 기력이 다하였으니 이는 그가 하루 밤낮을 음식을 먹지 못하였음이니라.(사무엘상 28:1-20)


    사무엘과 사울의 껄끄러운 관계에 대해서는 앞서 I 편에서 충분히 설명했다. 그래서 솔직히 사무엘은 사울이 죽는 꼴을 보고 싶었을 것이나 나이가 많은 관계로 먼저 죽고 만다. 이후 사울 왕에게 번번히 당했던 블레셋인들이 다시 세력을 모아 이스라엘과 한판 붙으려 북상하는데, 그 기세에 겁을 먹은 사울 왕이 여호와에게 도움을 청했지만, 여호와는 꿈으로도 우림(점)으로도, 선지자로도 그에게 대답하지 아니한다. 이 역시 앞서 설명한대로 여호와는 사무엘보다도 더 사울을 미워한 까닭이다.


    전황을 분석해보면 사울은 길보아 산보다도 므깃도 요새를 전장(戰場)으로 삼으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블레셋 군은 아벡에서 먼저 북쪽으로 진군하여 므깃도 요새를 선점하고 수뎀에 진을 쳤던 바, 사울은 차선책으로 이즈르엘 평원의 길보아 산에 진을 친 것 같다. 그렇지만 길보아 산은 므깃도에 비해 요새로서의 기능이 떨어지고 블레셋 군이 생각 외로 대군이었던 바, 여호와에게 도음을 청하지만 응답이 있을 리 없을 터였다. 이에 어쩔 수 없이 자신이 타파한 무당들을 불러 죽은 사무엘의 영혼에게라도 조언을 얻으려 든 것이었다.


    극심한 불안감에 사로잡힌 사울은(그도 이제 늙어 예전의 그 사울이 아니었다) 변장을 해 적의 눈을 피한 채 수뎀 북쪽 엔돌에 있는 여자 영매를 만나러 간다. 그리고 결국 그녀가 불러낸 사무엘의 영혼을 만나는데, 사무엘이 사울에게 좋은 말을 해줄 리 없을 터, 비관적인 예언만을 잔뜩 늘어놓는다. 결론인즉슨 네가 예전에 아말렉에서 남녀노소, 가축을 가리지 말고 싸그리 죽여버리라 한 여호와의 명령을 듣지 않았으므로 네가 내일 전투에서 아들과 함께 죽으리라는 것이었다.(진짜로 뒤끝 작렬이다. 뿜뿜!! ☞ '사무엘에 관한 잡담 I')



    길보아 산 전투 전황도



    '사울이 호출한 사무엘의 영혼'

    왼쪽이 영매인 엔돌의 무당, 가운데가 현현한 사무엘의 영혼, 오른쪽이 사무엘의 말에 절망하는 사울 왕이다. 네덜란드 화가 드미트리 마티노프(1826-1882)가 그린 그림이다.



    벤자민 웨스트(1738-1820) 작  '사울과 엔돌의 무당'


    "어찌하여 나를 불러 올려 성가시게 하느냐?"

    왕짜증을 내는 사무엘의 영혼.(사무엘상 28:15) 사진은 영화 컨저링의 스틸컷.


     
    앞서 I 편에서 말했듯 사울 왕은 다음날의 길보아 산 전투에서 대패해 세 아들과 함께 죽음을 당하는 바, 사무엘의 혼령이 말한 예언은 정확히 들어맞게 된다. 그런데 여기서 사람들이 예언의 정확성보다도 더 시선이 꽂히는 쪽은 당연히 무당이 불러낸 사무엘 혼령이다. 나 역시 예전부터 이 유령의 정체를 궁금히 여겨 여기저기 물어도 보고 책도 찾아보고 했지만 이에 대한 명확한 답은 여지껏 찾지 못했다. 솔직히 성서학자들은 이에 대해 말하기를 꺼려하는 분위기이니, 어느 쪽을 답해도 성서의 본질과는 벗어나기 때문이다. 그 어느 쪽이란 것을 정리하면 대강 다음의 3가지로 대별된다.


    1. 이때 나타난 유령은 영매의 초혼(招魂)에 의해 나타난 사무엘의 진짜 혼령이다.


    2. 이때 나타난 유령은 사무엘의 혼령이 아니라 무당이 복화술 같은 속임수를 이용해 사무엘의 혼령이 나타난 양 꾸민 것이다.


    3. 이때 나타난 유령은 무당과는 별개로 여호와께서 하데스(Hades, 영계)에서 불러 올린 사무엘의 진짜 혼령이다.  


    과연 이 가운데 답이 있을까? 그리고 그 답은 성서의 본질과 맞는 것일까?


    * 3편으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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