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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들여다보기 I - 수니파와 시아파, 그리고 이브라힘의 번제성서와 UFO 2021. 1. 10. 11:54
앞서도 말했지만 세계 최대의 이슬람 국가는 뜻밖에도 인도네시아다. 인도네시아의 국토면적은 190만㎢로 우리나라의 19배나 되며, 인구는 약 2억7천만 명으로 세계에서 4번째로 많은데, 이중 86%가 이슬람교 신자인 무슬림이다. 이슬람 종주국인 사우디 아라비아 인구수 3,370만 명을 훨씬 상회하는 수치이다. 하지만 인도네시아가 이슬람교를 국교로 하는 나라는 아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이슬람교 외에도 개신교와 천주교, 힌두교, 불교 및 유교가 공식 종교로 인정되며, 인도네시아 달력에는 이들 6개 종교를 기념하는 공휴일이 표시돼 있다.(따라서 초면의 인도네시아인을 이슬람교도로 간주하면 실례가 될 수도 있다)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의 이슬람화는 13세기 초 아랍 상인들이 수마트라 섬 북부의 아체 지역에 이슬람을 처음 전파하며 시작되었다. 까닭에 예언자 무함마드와 그의 후예들이 만든 이슬람 공동체 사라센제국의 적극적 확장기간(622~750년)에 정복된 땅과 달리 자유로운 포교 하에 이슬람화되었는데, 이로 인해 지금껏 타종교에 대해 관대하다.(말레이시아는 인구의 절반 정도가 무슬림이며 인도네시아와와 마찬가지로 종교의 자유가 있다) 또한 이들 나라는 이상의 이유와 함께 이슬람 국가가 밀집돼 있는 중동지방과 지리적으로 독립돼 있는 까닭에 이슬람 양대 종파인 수니파와 시아파의 분쟁으로부터도 자유로울 수 있었다.
전개가 조금 급작스럽기는 하지만 여기서 수니파와 시아파에 대해 먼저 이해하고 넘어가기로 하자. 이슬람이 수니파와 시아파로 갈라진 시기는 서기 632년(추정)으로, 이슬람 공동체를 이끌었던 예언자 무함마드가 후계자를 정하지 않은 채 사망을 하면서부터이다. 이때 무함마드에게 아들이 있었다면 별 문제가 없었겠으나 그렇지가 못하였다. 이에 이슬람 공동체는 자체적으로 후계자를 뽑아야 했는데, 공동체 합의를 통해 적임자를 뽑아야 한다는 수니파와, 무함마드의 혈육으로 후계자를 이어야 한다는 시아파로 의견이 나뉘었다.(수니는 '올바른 관행을 따르는 사람들'이라는 뜻의 'Ahl al-Sunna'에서, 시아는 '알리를 따르는 사람들'이라는 뜻의 'Shiat Ali'에서 비롯됐다)
수니파는 무함마드의 친구이자 장인인 아부 바크르를 추대했고, 시아파는 무함마드의 사촌 동생(또는 조카)이자 사위인 알리 이븐 아비 탈리브(이하 알리)를 후계자인 칼리프로 추대했다. 여기서 수니파가 추대한 아부 바크르가 초대 칼리프가 되었던 바, 시아파의 불만이 잉태되는 계기가 되었다. 그런데 불행히도 아부 바크르는 곧 병으로 죽었고, 쪽수가 많았던 수니파에서 계속 후계자가 이어져 우마르와 우스만이 2대와 3대 칼리프가 되었다.(이들은 23년이라는 긴 세월을 통치하며 이슬람의 세력을 크게 신장시켰으나 암살로 생을 마감하였다) 그리고 4대에 이르러 비로소 시아파에서 나온 알리가 칼리프로 선출됨으로써 두 종파 사이의 화평이 이루어지게 되었다.
그러나 평화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던 바, 즉위 5년 후 알리가 암살되며 다시 갈등이 표면화됐다. 이때 알리에게는 무함마드의 외손자 뻘 되는 장남 하산과 차남 후세인이 있었는데, 하산은 수니파 꾐에 넘어간 그의 아내에게 독살당하고, 차남 후세인도 수니파와의 전투에서 패해 잔혹히 처형되며 두 종파는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게 되었다. 그들의 원한 관계는 이후 1,400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어져 오며 분쟁의 악순환을 되풀이하고 있는데, 2011년부터 지속된 시리아 내전은 시아파 알아사드 정권과 수니파 반군, 2015년부터 지속되고 있는 예멘 내전은 근본적으로 수니파 정권 대 시아파 반군의 대결 구도이다.(여기에 IS와 알카에다 같은 반군이 끼어들고,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터키 등이 개입하며 싸움이 복잡해졌다)
현재 수니파는 전체 무슬림의 85%로 사우디아라비아가 맹주이고 대다수의 이슬람 국가가 수니파에 속해 있다. 시아파는 15% 정도로 이란이 맹주이며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예멘 등에 신봉자가 분포한다. 다만 이 모든 이슬람 사람들의 중심에는 메카(Mecca)가 있다.
젊은 시절, 천사 가브리엘을 통해 알라의 계시를 받은 무함마드는 "라 일라하 일랄라"(La illaha illa'llah, 알라 외에는 존경받을 대상이 없다)를 외치며 고향 메카에서 새로운 신앙을 포교했는데, 민간에서의 지지와는 반대로 귀족들에게는 배척받았다. 이에 622년 메디나로 도망갔던 무함마드는 짧은 기간 동안 도시를 장악한 후, 630년 메카를 침공해 점령한다. 이후 메카는 이슬람의 제1 성지로 자리 잡게 되는 바, 이슬람교도들은 매일 5번씩 메카를 향해 기도하고 일생에 1번은 이곳을 순례해야 하는 의무와 전통이 마련되었다.
그런데 근자에 들어 수니파와 시아파의 맹주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종교·정치적 갈등이 심화되며 메카 순례, 이른바 하즈(Hajj)에도 이상이 생겼다. 이란은 2016년 9월 이슬람 성지인 사우디의 메카 순례, 즉 하즈를 허용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고, 이에 사우디 측은 "이란 정부는 이란 국민이 하즈 행사에 참가할 수 없게 된 것에 대한 책임을 전능하신 알라와 모든 무슬림 앞에 져야 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하지 순례 때 메카에 모인 무슬림들
이란이 하즈 불허가의 이유로 든 것은 2015년 9월 24일 하지 기간 중 메카에서 발생한 성지순례객 압사(壓死) 사고였다. 하즈에 간 무슬림은 메카 5km 외각에 위치한 미나(Mina)에서 이른바 '악마의 기둥'에 돌을 던지는 자마라트라는 관습적 종교의식을 진행하는데, 이를 위한 순례자들이 몰리며 769명이 압사하는 참사가 일어났다.(AFP통신이 전한 부상자 수는 934명, 사상자 수 합계는 1703명으로 1990년 1426명의 목숨을 앗아간 압사 사고 이후 두 번째로 인명 피해가 컸다. 이란은 이때 자국민 464명이 숨졌다고 발표했다)
성지순례 중 가장 핵심적인 과정인 자마라트는 '미나의 돌던지기'라고도 불린다. 미나에서 '악마의 기둥'에 돌을 던지기 때문인데, 이브라힘(아브라함)이 아들 이스마엘을 제물로 바치려 할 때 사탄을 쫓았던 방식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자마라트는 카바 신전을 도는 행위와 함께 순례자들이 꼭 거쳐야 하는 성스러운 의식이다. 그러한 만큼 이 의식에는 순식간에 많은 인파가 몰릴 수밖에 없는 바, 압사사고는 필연적인 것이 됐다. 순례자들은 기둥에 돌을 맞추기 위해 최대한 가까이 다가서게 되고 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몰리며 넘어지게 되는 것이다. 그러함에도 돌 던지기를 하려는 사람들은 뒤에서 계속 밀려들고...... 한마디로 난리도 아니다. (그러나 무슬림들은 하지 도중 숨지면 죽어서 좋은 곳에 간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어 압사에 대한 두려움이 없다고 한다)
그런데 그들이 찾는 메카에는 대체 무엇이 있길래 순례의 목표가 되며 목숨을 건 행동까지 하는 걸까? 기독교에서는 아브라함이 여호와 앞에 아들 이삭을 번제물로 바친 행위를 의로운 행위로 여긴다. 제 자식을 불에 구워 하나님에게 제물로 바치려는 행위를 훌륭하다 칭찬하고 있는 것이다. <꾸란>에서도 이와 같은 어처구니없는 행동이 적혀 있는데, 다만 번제물로 삼으려 했던 것은 이삭이 아니라 장자 이스마엘이며, 그 장소는 (기독교에서 말하는) 예루살렘의 모리아 산이 아닌 메카의 인근의 아라파트 산이다.
그리고 여기서는 다음과 같은 질문에 대한 답이 필요하다. 자식을 제물로 바치려는 아버지의 생각은 옳은 것일까? 그보다 그런 생각을 제 정신을 가진 사람이 할 수 있을까? 아니 그보다 인간의 충성심을 시험하기 위해 그런 명령을 내리는 신은 대체 어떤 사고방식을 지닌 절대자일까? 그리고 이와 같은 번제를 막으려는 사탄은 과연 돌을 맞아야 할 존재일까? 그 사탄과 메카 카바신전의 돌은 무슨 상관관계가 있는 걸까? 이상의 질문에 대한 답을 다음 장에 적으려 한다.
하즈에 아라파트 산을 찾은 무슬림
하이데르 알리 유튜브의 자마라트 광경
CNN이 찍은 '하즈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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