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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에 들어온 근본(원리)주의 미국 기독교의 폐단
    신 신통기(新 神統記) 2021. 1. 28. 05:21


    최근 국내 여러 종교학자가 '종교 근본주의'에 대해 피력한 쓴 글을 모은 <종교 근본주의, 비판과 대안>이라는 책을 읽었다. 논문 형식의 학술적 내용이라 약간 어려웠는데 우선은 '종교 근본주의'란 말이 낯설다. 하긴 그것이 금세기 들어 생겨난 말이라 생경할 만하다. 좀 더 친숙한 낱말을 찾자면 '원리주의'가 되겠으니 '기독교 원리주의'니 '이슬람 원리주의'니 하는 말이 그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근본주의'란 말을 채택했는데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그리 중요한 건 아니지만 이 책은 '문체부 우수학술도서'이다)


    근본주의는 우리말로 '원리주의'라고 번역하는 경우가 있지만, 영어로는 똑같이 fundamentalism이다. 이 글에는 취지에 맞게 근본주의라는 용어를 사용하고자 한다. 이때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은 '근본주의'라는 용어와 흐름은 미국 기독교 문화권에서 생겨났으며,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이슬람 근본주의 혹은 원리주의라는 말도 이슬람 안에서 발생한 것이 아니라, 비이슬람권, 즉 서구 기독교 문화권에서 붙여준 용어라는 사실이다. 


    그렇지만 우리에게 종교 근본주의는 이슬람 원리주의자로부터 시작됐다. 탈레반과 같은 급진 이슬람교도들이 이슬람 원리주의를 외치며 테러를 자행하는 통에 원리주의(근본주의)란 말이 친숙해진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지난 2004년 김선일이라는 크리스천이 '유일신과 성전'이라고 불리는 알카에다 휘하 조직에게 납치돼 살해되며 알려지게 되었는데, 그 알카에다가 바로 원리주의를 표방하는 이슬람 무장세력이었다.


     

    그래서인지 열 체크하는 것도 무써워 보임. 



    그렇다고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이 다 테러리스트는 아니며 전부 과격한 것 또한 절대 아니다. 그들은 다만 이슬람 원리에 충실하자는 것 뿐이다.  기독교 근본주의도 마찬가지로 그 근본에 충실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무척이나 얼척없다. 그래서 만일 이런 근본주의 종교가 설친다면  정통 프로테스탄트나 가톨릭은 피해가 막심할 것이라는 생각도 드는데 책에서 말하는 기독교 근본주의는,


    진화론을 위시한 과학주의에 대한 반작용이고, 과학적 이성에 힙입은 유럽식 자유주의 신학에 대한 미국 내 기독교적 대응이며, 새로운 여성해방운동에 대한 기존 남성문화중심적 사고방식의 고수로 요약된다. 여기서 과학적 이성은 신에 대한 도전이고, 자유주의 신학은 세속적 시류에 물든 신학이며, 여성해방 역시 전통 문화에 대한 도전이라고 간주하고 있다.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면 아래 미국의 신학자 데이빗 비일(David O. Beale)의 설명을 들으면 그 속성이 확실히 파악된다. 


    근본주의는 기독교의 어떤 철학도 아니고 본질적으로 성경에 대한 어떤 해석도 아니다. 그것은 심지어 성경의 단순한 문자적 해석도 아니다. 근본주의의 본질은 그보다 훨씬 더 깊이 나아가는 것, 즉 무조건적으로 성경을 수용하고 성경에 복종하는 것이다.

    (<In Pursuit of Purity: A History of American Fundamentalism since 1850>)


    즉 그래서 그들은 지금껏 축자영감설(逐字靈感說)*과 성서무오설(聖書無汚說)** 같은 것을 믿고, 성서의 초자연적 기적을 강조하고, 동정녀에 의한 그리스도의 탄생과 신성(神性), 대리 속죄, 예수의 기적 등을 "신성하고 불가침적인 것으로 신봉"하는 것이다. 이렇게 초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특별한 역사에 대한 신념을 유지하면서, 역사의 변화에 휩쓸리지 않으려는 것이 종교적 근본주의의 핵심이다.***  

     

    * 성서의 모든 기록은 하나님의 영감을 받아 기록됐다는 기독교 이론 


    ** 성서에는 어떤 오류도 있을 수 없다는 기독교 이론 


    ***  놀랍게도 한국 평신도의 92.3%, 목회자의 84.9%가 이에 동의하고 있으며, 예수의 동정녀 탄생설에 대해서는 평신도의 96.3%, 목회자의 98.3%가 '그렇다'고 응답했다.(감신대 이원규 교수 '한국교회 100년 종합조사 연구') 아마도 이 결과에 대해서는 미국사람들도 놀랄 것 같다.  

     

    앞서 말했듯 미국식 근본주의는 유럽의 근대주의에 대한 반작용인데 비해, 우리나라의 기독교 근본주의는 근대주의를 제대로 경험하지 못한 채 미국으로부터 거의 일방적으로 주입되다시피한 현상이다. 유럽에도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이 있지만 한국의 개신교는 아펜젤러와 언더우드의 선교 이래 거의 미국식 근본주의 기독교에 영향을 받으며 성립돼 왔다. 미국의 선교 정책을 민족주의와 정치운동의 확장으로 본 제럴드 엔더슨(Gerald H. Enderson)의 시각은 한국의 개신교와 매우 부합된다. 


    1890년 미국이 현재의 영토를 차지했을 때, 자신들의 영토를 미국 이상으로 확대하려는 욕구가 있었다. 미국은 하나님에 의해서 선택된 나라이며 또한 역사에 있어서 하나님께서 의도하시는 방향으로 끌고 나갈 중대한 사명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들의 운명적 교리는 앵글로색슨족의 민족적 우수성에 기대고 있으며, 미국은 서쪽으로 행하는 문명의 중심에 서 있고, 미국의 정치 도구는 탁월하고, 미국 개신교는 순수하고, 영어는 모든 인류가 배우기 원하는 언어라는 것이다.(<American Protestants in Pursuit of Mission:1886~1986>)



    아펜젤러(1895-1902)의 흉상

     


    그렇게 서진(西進)한 미국의 기독교는 구한말 고종 임금이 미국에 거는 기대에 힙입어 (과거의 가톨릭과는 다르게) 여타의 제약이나 압제 없이 순탄하게 전파되었다. 미국 북장로회 선교사 빈턴(C. C. Vinton)은 기독교에 반(反)하는 한국의 무속을 '잘못된 종교'로 폄하하며 그와 같은 잘못된 종교를 믿음으로써 미국과 같은 근대화를 겪지 못하고 백성이 도탄에 빠지게 된 것이라 단정했고, 그리피스는 그것을 '한국의 악마들'이라 부르며 '정복'에 들어갔다. 


    아펜젤러는 배재학당을 세우기 위해 마을의 수호신 격인 나무를 베었지만 무사했고, 오히려 왕실의 지원 속에 학교를 세우고 선교사업을 하였다. 개화와 근대교육이 중요한 시절이기는 했지만 그들이 종교적으로 외치는 기치는 다른 것이었다. 당시 선교사들이 자주 인용하던 구절은 갈라디아서 1장 9절 '우리가 전에 말하였거니와 내가 지금 다시 말하노니 만일 누구든지 너희가 받은 것 외에 다른 복음을 전하면 저주를 받을지어다'였다고 한다. 


    일제시대에는 신사참배에 앞장서는 등의 배교 행위를 함으로써 압제를 피힐 수 있었고, 건국 후에는 미군정과 이승만 정권 하에서 순풍에 돛을 달았으며, 박정희 전두환 정권 하에서는 독재에 영합함으로써 더욱 발전할 수 있었다. 원하든 않든 간에 당시의 '반공'이라고 하는 거대 담론은 독재정권과 교회와 미국이 공유하고 있는 화합의 공통분모였다. 한마디로 한국의 기독교 근본주의는 미국이라는 온실 속에서 비바람 없이 성장한 화초 같은 것이다. 


    1980년 8월, 22명의 저명한 목사들이 전두환을 위한 조찬기도회에 참석, 악마에게 면죄부를 주었다. 이들은 전두환에 대해 나라를 구한 여호수아 같은 장군이라고 칭송했다. 5.18의 피가 채 씻기지도 않은 때였다. 지금까지 이들 중 어느 누구도 잘못을 뉘우친 사람이 없다.



    그래서 원리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없다. 성서의 내용에 대해서도 선택적이다. 또한 그래서 그 많은 금과옥조를 뒤로 하고 사도행전 2장의 '저희가 사도의 가르침을 받아 서로 교제하며 떡을 떼며 기도하기를 전혀 힘쓰니라. 사람마다 두려워하는데 사도들로 인하여 기사와 표적이 많이 나타나니 믿는 사람이 다 함께 있어 모든 물건을 서로 통용하고 또 재산과 소유를 팔아 각 사람의 필요를 따라 나눠 주고 날마다 마음을 같이 하여 성전에 모이기를 힘쓰고 집에서 떡을 떼며 기쁨과 순전한 마음으로 음식을 먹고 하나님을 찬미하며 또 온 백성에게 칭송을 받으니 주께서 구원 받는 사람을 날마다 더하게 하시니라'와 같은 저들에게만 필요한 문장을 외운다. 그리고 앞뒤 없이 그대로 행하다가 코로나 19에 집단감염이 된다. 




     폭발한 시민들의 분노 

    코로나 확진자가 집단발생한 광주의 기독교 관련 학교에 시민들이 항의해 계란을 투척했다.  


    도로 안전 고깔을 확성기 삼아 항의 하는 시민.

    네티즌들은 "주 예수를 믿으면 나와 네 집이 코로나에 감염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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