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슈퍼 블러드문과 종말론신 신통기(新 神統記) 2021. 5. 29. 06:38
엊그제 일기가 나빠 3년 만의 슈퍼 블러드문을 보지 못한 아쉬움에 분개(?)하며, 대신 세계인이 열광했다는 지구촌 각지의 슈퍼 블러드문을 게재했는데 ♥와는 무관했지만 조회수는 엄청났다.(그래서 조금 놀랐다 ^^)
남들도 그게 아쉬웠던 것일까? 혹 늑대인간의 출현이라도 기대한 걸까? 아니면 신약성서에 실려 있는 아래와 같은 인류의 종말을 기대했던 것일까?
내가 보니 여섯번 째 봉인이 열렸을 때 지구가 흔들리며 태양은 검은색 상복 같이 검어지고 달은 피같이 붉게 물들며 하늘의 별들이 무화과나무가 강한 바람에 흔들려 설 익은 열매가 떨어지는 것 같이 땅에 떨어지며 하늘은 두루마리가 말아올려지듯 움직이고 산과 섬이 제자리에서 멀어진다.(요한계시록 6:12-14)
기독교에서는 인류 종말의 날, 예수가 살아 있는 자와 죽은 자를 심판하러 온다고 한다. 앞서 '주기도문과 사도신경, 새 번역의 경우'에서 새 버전을 게재했지만, 사도신경 새 버전에는 과거의 '산 자와 죽은 자' 대신 '살아 있는 자와 죽은 자'라고 고쳐 썼다. 그런데 아직도 좀 미흡하다. 심판의 날에는 '살 자'와 '죽을 자'를 심사하는 게 맞지 않을까? 부관참시도 아니고, '죽은 자'를 굳이 또 심판할 필요가 있을까?*
* '살아 있는 자와 죽은 자'는 라틴어 원문의 '비보룸 엣 모르투오룸'(vivorum et mortuorum 혹은 vivos et mortuos)을 킹 제임스 성서에서 '더 퀵 엔 데드'(The quick and the dead)로 번역하는 바람에 일종의 관용구가 되어 지금까지 쓰이는 것인데, 사실 라틴어 원문에서의 표현이 확실한 시제를 담고 있다고 하기는 곤란하다. '산 자와 죽은 자'인지 '살 자와 죽을 자'인지 불명확하다는 얘기다.
더 이상한 건 구약성서에서는 심판의 날에 현현하는 신은 예수가 아니라 여호와라는 사실이다. 구약시절에는 예수가 없었으니 여호와가 나타나는 걸까?
위 글에서도 말했지만 사도신경은 예수의 정체를 두고 싸운 오랜 종교회의의 초기 쟁점(예수가 신성과 인성을 함께 지닌 인간이냐, 아버지 성부와 동격의 신성을 지닌 신이냐)이 예수의 신성을 주장하는 아타나시우스파의 승리로 귀결된 325년 니케아 종교회의의 최종보고서 같은 것이다. 그럼에도 종말론에 있어서도 다음과 같은 상충이 발생하는 바, 삼위일체의 모순을 극복하지 못하는 한계를 보여준다.
그때에 내가 또 내 남자 종과 여자 하녀들에게 내 영혼을 부어줄 것이며 내가 기적을 하늘과 땅에 베풀리니 곧 피와 불과 연기 기둥이라. 여호와의 크고 두려운 날이 이르기 전에 해가 어두어지고 달이 핏빛 같이 변하려니와 누구든지 여호와의 이름을 부르는 자는 구원을 얻으리니 이는 나 여호와의 말대로 시온 산과 예루살렘에서 피할 자가 있을 것임이요 남은 자 중에서 여호와의 부름을 받을 자가 있을 것임이라.(요엘 2:29-32)
아무튼 엊그제 피빛 달은 무탈하게 지나갔는데, 다음 개기월식은 내년 11월 8일이라고 하니 다시 블러드 문이 기대되며, 엊그제 같은 슈퍼 블러드문은 2037년 1월 31일로 아직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 그런데 조금은 으스스한 것은 예전에는 이와 같은 슈퍼 블러드문이 평균 100년에 한 번 꼴로 희귀하게 나타났는데 지금은 그 기간이 매우 짧아졌다는 점!
내친김에 2018년 7월 28일에 있었던 슈퍼 블러드문도 모아보았다. 물론 장소에 따라서는 7월 27일에 관찰된 것도 있다.
'신 신통기(新 神統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도양단의 빌라도(역사)와 우유부단한 빌라도(성서) (0) 2021.06.05 국역 사도신경에서 여전히 소명되지 못한 빌라도의 죄 (0) 2021.05.31 주기도문과 사도신경, 새 번역의 경우 (0) 2021.04.04 한국에 들어온 근본(원리)주의 미국 기독교의 폐단 (0) 2021.01.28 인간과 종교 I (0) 2021.0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