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할로윈 데이와 귀신에 대한 공자의 관점
    신 신통기(新 神統記) 2022. 11. 9. 07:17

     

    할로윈(Halloween)은 영미권의 전통적인 기념일로, 고대 켈트족에서 기원을 찾을 수 있다. 앵글로 색슨족이 밀려오기 전인 기원전 500년경 영국과 아일랜드, 프랑스 북서부 지방에 산재해 살던 켈트족은 귀신이 제 몸에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한 방편으로 이열치열식의 방식을 택해 귀신 복장을 하고 집안을 차갑게 만들었다. 당대를 지배하던 샤머니즘 사상을 생각하면 있을 수 있는 일이었다.

     

    할로윈 데이가 10월 31일인 것도 그 때문이니, 고대 켈트족이 1년이 열 달인 달력을 사용한 것에서 유래됐다. 즉 그들에게는 11월 1일이 새해의 시작이자 겨울이 시작되는 첫날이 되었는데, 그들은 한 해의 마지막 날인 10월 31일에는 열린 저승문으로 나온 귀신들이 (그날 딱 하루 저승문이 오픈됨) 자신의 영혼이 머물 사람을 찾으러 다닌다고 믿었다. 이는 흡사 정월대보름 날에 부럼을 깨먹으며 그 소리에 귀신들이 놀라 달아나게 만드는 우리의 풍속과도 유사하다. 

     

    또 켈트족은 귀신 분장을 한 복장으로서 '삼하인'(Samhain)이란 불린 축제를 벌이기도 했는데, 이때 동물이나 곡식, 사람을 제물로 바쳐 불에 태웠다고 한다. 이 같은 풍습은 훗날 켈트족의 땅을 점령한 앵글로족과 색슨족에도 퍼졌다. 귀신이 제 몸에 들어오는 것을 반길 사람은 없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 축제는 6세기 무렵, 다시 그들이 믿는 종교인 로마카톨릭에 흡수되었다. 

     

     

    Halloween in Ireland has changed dramatically from the Celtic Festival Samhain where it has its origins. (Subscribe to 'IrishCentral')

     

    여기에는 이교도를 끌어들이기 위해 기존의 5월 13일 만성절(萬聖節: 모든 성인·聖人 대축일)을 11월 1일로 정식 변경한 교황 그레고리우스 4세의 결정이 크게 작용했다. 로마카톨릭교회에서는 11월을 죽은 자들의 영혼을 기억하며 기도하는 '위령성월'의 풍습이 있었는데, '만성절'과 '삼하인'과 '위령성월'이 한데 엉켜져 할로윈이라는 새로운 풍습이 탄생하게 된 것이었다. '할로윈'이 언뜻 '유령'을 뜻하는가 생각도 되지만, 그 어원인 'hallow'는 영어의 고어 (古語)로 성인(saint)을 의미한다.*

     

    * 즉 11월 1일 만성절(All Hallows' Day, All Saints' Day)의 하루 전날인 10월 31일 저녁이 '모든 성인 대축일 전야제'를 뜻하는 할로윈 데이가 된 것이니 'All Hallows’ Even(ing)'이 줄어서 'Halloween'으로 변했다는 것이 일반적 해석이다.  

     

    이후 이 풍습은 신대륙에서도 유행되었다. 1840년대 아일랜드의 '감자 잎마름 병'에서 비롯된 대기근을 피해 신대륙으로 건너온 켈트족의 후예인 아일랜드 이주민에 의해 아이들을 중심으로 퍼졌다. 당시 아메리카 땅으로 온 아일랜드 사람들의 수는 엄청나서 현재 미국 내의 아이리쉬(아일랜드계 미국인)는 3천5백만 명이 넘는다. 이는 본토인 아일랜드 공화국 인구의 7배가 넘는 숫자이며, 까닭에 영향력도 대단해 지금은 대통령까지 탄생시켰다.(바이든 아일랜드계 미국인이며 가톨릭신자이다)  

     

     

    더블린 시내의 유명한 대기근 조각상

     

    그들의 풍습에는 '성 패트릭의 날' 축제도 있다. 아일랜드의 성직자였던 패트릭의 사망일인 3월 17일에는 모두 옷을 녹색으로 맞춰 입고 축제를 벌이는데, 영화 '도망자'에서 해리슨 포드가 그들의 가장 행렬에 섞여 위기에서 탈출하는 장면이 연출된 긴 컷이 바로 그 축제이다. 그런데 '성 패트릭의 날'이 미국 내에서만 고착된 반면, 할로윈 데이는 미국을 넘어 세계적인 축제가 되었는데, 현지에서는 아이들에게 국한된 축제가 일본과 한국에서는 성인들이 주류라는 것이  좀 이채롭다.

     

     

    영화 《도망자》 속의 '성 패트릭의 날' 축제 행렬
    1978년 영화 《할로윈》
    2018년 영화 《할로윈》/ 영화 속 할로윈은 여전히 공포스럽다.

     

    유럽과 미국에서 할로윈이 부담 없이  받아들여질 수 있는 데는 그 사회에 팽배한 기독교 문화와 자본주의 풍토도 한몫했다. 기독교에서는 귀신이 인간의 몸에 들어가 자리 잡는 일은 그리 희귀한 일이 아닌 듯 여겨지니 아래 마태복음의 내용은 그것을 말해준다. 그리고 이런 바탕에 상업주의가 끼어들었다. 

     

    그 지방에 사는 한 가나안 여자가 예수께 와서 울부짖으며 말하되, 주 다윗의 자손이여!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제 딸이 귀신 들려 몹시 괴로워하고 있습니다.(마15:22)

     

    그 여자는 수로보니게 출신 그리스 사람으로 자기 딸에게서 귀신을 쫓아 달라고 예수께 애원했던 것인데,(막7:26) 그 여인이 간절히 부르짖고 외치자 예수는 가던 길을 멈추시고 그녀의 기도를 들어준다. 그 외에도 예수가 귀신 들린 사람을 쫓아내는 성서의 장면은 실로 많다. (그래서인지 의외로 귀신의 존재를 믿는 기독교인이 많아 종종 놀란다) 

     

    반면 일본은 기독교 인구가 1%에도 못 미침에도 할로윈 축제 열기가 대단해서 크리스마스는 '저리 가라'이다. (오히려 크리스마스는 별 관심이 없다) 그래서 해마다 도쿄 디즈니랜드나 시부야 거리에는 엄청난 인파가 몰리는데, 사실 그들의 종교가 신교(神道)인 것을 생각하면 그리 이상한 일도 아니다.

     

    일본은 도시이건 시골이건 사람 사는 곳은 모두 신사(神社)가 있고, 그들은 그곳에 가 소원을 비는 모습을 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신사란 다름 아닌 귀신을 모신 곳이니, 우리의 귀에 익숙한 야스쿠니 신사(靖國神社)는 저들의 침략전쟁에서 죽은 귀신들이 합사돼 있는 곳이다.  

     

     

    시부야 거리의 할로윈 인파


    우리나라를 오래 지배해온 유교 사상에서의 귀신에 대한 개념은 꽤 합리적이다. 공자는 여러모로 상당히 종교적인 인물이었음에도 귀신에 대한 자세를 묻는 제자의 물음에는 이렇게 답한다. "산 사람도 잘 섬기지 못하면서 어찌 귀신을 섬기겠느냐? 이승의 삶도 다 모르는데 어찌 저승을 알 수 있겠느냔 말이다."(未能事人, 焉能事鬼? 未知生, 焉知死. <논어> 선진편) 아울러  또 이렇게 말했다. "귀신은 공경하되 멀리 해야 한다."(敬鬼神而遠之. <논어> 옹야편) 

     

     

    공자와 가장 만족스런 싱크로율을 보여줘었다는 영화 《공자》
    공자는 우리가 생각하는 할아버지가 아니라 바로 이맘때의 나이로 활약했고 또 주윤발처럼 180cm가 넘는 장신이었다.

    댓글

아하스페르츠의 단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