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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간의 극복(I)
    거꾸로 읽는 천문학개론 2018. 3. 22. 10:32


    며칠 전 외신을 보니 영화배우 갤 가돗(Gal Gadot)의 스티븐 호킹 박사에 대한 SNS 애도문이 문제가 된 것 같다. 갤 가돗은 영화 원더우먼의 주인공으로 스타덤에 오른 인물로서, 그녀의 애도문에 악의는 전혀 없어보이지만 요령부득으로는 여겨진다. 


    Rest in peace Dr. Hawking. Now you're free of any physical constraints. Your brilliance and wisdom will be cherished forever. 

    (호킹 박사님이 편안히 주무시길. 이제 당신은 신체적 제약에서 벗어나 자유의 몸이 됐습니다. 당신의 빛나는 업적과 지혜는 영원히 소중하게 간직될 것입니다)


    갤 가돗의 트윗이 문제가 된 것은 '이제 당신은 신체적 제약에서 벗어나 자유의 몸이 됐다'는 문장 때문으로, 그것이 장애인에 대한 차별적 문구라는 점이 지목됐다. 이로 인해 그녀는 지금 엄청난 비난을 받고 있다. 


     

     그렇게 심각해?


     알았어. 항복! 


    그런데 전에도 한번 이 같은 문구를 본 적이 있다. 스티븐 호킹이 2007년 아래의 사진과 같은 무중력 체험을 하고나서였다. 그는 그때 신체적 제약에서 벗어나 자유의 몸이 된 기분이 짜릿했다는 말을 남겼다.



     아~. 짜릿해.


     

    언뜻 보면 호킹이 이러한 체험을 한 곳이 우주공간이나 NASA의 무중력실험실처럼 여겨지지만 의외로 개조된 보잉 727 비행기 안이었다. 이 보잉 727 비행기는 9600m 상공에서 2400m를 하강하는 포물선 비행으로 25초씩 무중력 상태를 만들었고, 호킹은 총 4분에 걸쳐 무중력 공간을 체험했는데, 과학자인 그도 놀라운 경험이었던 듯 여러 번의 감탄사를 연발했다. 앞서 말한 신체적 제약에서의 해방감도 기분좋은 유머로써 피력했다.  


    그런데 이 일반 항공기 내에서의 무중력 체험은 어떻게 가능할 수 있었을까? 대강 설명하자면, 우선은 비행기가 5∼6km 상공에서 9km까지 급상승을 한 뒤 엔진의 출력을 갑자기 줄인다. 그러면 비행기는 앞으로 나아가던 힘과 지구가 당기는 힘에 의해 비스듬히 자유낙하 운동을 하게 되는데, 이때 비행기 내부에 25초 정도 무중력 환경이 생긴다. 이를 여러 차례 반복하면 무중력 상태가 지속적으로 유지되지는 않더라도 오랜 시간 동안 무중력을 느낄 수 있다. 중력과 관성력이 등가가 되는 상태가 한동안 지속되기 때문이다. 


    이것을 아인슈타인의 중력장 방정식으로도 설명할 수 있는데, 이는 중력과 관성력은 서로 구별할 수 없는 같은 종류의 힘이라는 혁명적 생각을 산술적으로 증명해낸 것이다.(일반상대성이론을 수학적으로 증명한 것이 중력장 방정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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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충 구경하면 이런 건데, 여기서 G는 뉴턴의 중력상수다. 뉴턴은 만유인력의 법칙에서 질량을 가진 물질은 서로를 끌어당긴다고 했지만, 아인슈타인은 질량을 가진 물질은 공간을 휘게 하고 그 휘어진 공간 사이로 물체의 이동이 가능하다는 것을 역설했다. 기존의 관념처럼 물질과 공간은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연속체처럼 붙어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이론에 따르면 질량은 빛과 시간도 휘게 한다.(상대성이론의 핵심인 중력장 방정식은 빛이 휘어야 성립된다)



    중력이 세지면 시공간이 더욱 많이 휘게 돼 시간 간격이 늘어난다.<그림 1>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 이론에 의하면 중력장(중력이 작용하는 공간)에서는 시간이 느려진다. 아주 정확한 두 시계를 가지고 보면 아래 층의 시계는 위 층의 시계보다 늦는데, 지구의 중심에 가까운 아래 층이 중력을 더 받기 때문이다. 질량을 가진 지구는 공간 뿐 아니라 시간도 잡아당기는 것이다. 위 그림처럼 휘어진 공간 사이로 물체가 이동을 하면 시간도 느리게 가는 것이니, 시간과 공간은 독립돼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붙어 있는 것이다. 학술적으로 말하면 시간과 공간은 같은 물리량이라는 것으로, 이 시공간을 민코브스키(독일의 물리학자/4차원 공간)라 부른다. 



    영화 '혹성탈출'의 엔딩 장면이다. 예전 이 영화를 보았을 때, 왜 갑자기 자유의 여신상의 잔해가 튀어나오는가, 그리고 그걸 본 주인공이 왜 절망하는가, 전혀 이해하지 못했는데 이제는 알 것 같다. 주인공은 원숭이가 지배하는 미지의 행성(사실은 지구)에서 탈출하지만 고속으로 이동하는 우주선 안의 시간은 천천히 흐르게 되므로 2000년 후의 지구로 되돌아오게 된 것이었다. 



    '혹성탈출'은 미지의 행성에 불시착한 우주비행사가 그 행성에 머무르며 진화와 역행된 갖가지 일들을 겪게 되나 알고 보니 그곳이 지구였다는 스토리이다. 위의 설명처럼 이 영화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이 바탕이 됐는데, 기타 여러  가지로 큰 파장을 불러온 영화로서 이후 여러번 리메이크되었다.(원제는 'Planet of Apes'로 1968년 제작됐다. 원숭이 분장 외에는 별로 돈이 들어가지 않은 저예산 영화였으나 아이디어 하나로 대박을 쳤다)

     

     

    가장 최근작인(2017년) '혹성탈출, 종의 전쟁' (원숭이가 무써워--;;)



    영화 '인터스텔라'도 상대성이론을 기본으로 깔았다. 인간이 살 수 있는 미지의 행성을 찾아 우주로 갔던 주인공 아빠(쿠퍼)가 지구로 돌아왔을 때 맨 위의 스틸컷처럼 어린애였던 딸이 파싹 늙은 할머니로 변해 있었다.(이걸 이해하는 건 이젠 껌이야^^)



    '인터스텔라'의 포스터



    최근의 화제작 영화 '인터스텔라'에서는 가까운 미래 황폐화된 지구를 대신해서 우주의 새로운 별을 찾아나선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다이나믹하게 펼쳐지는 가운데, 우주의 시공간과 지구의 시공간이 어떻게 다른지를 설명해준다. 참고로 우주선의 주인공들이 거대한 블랙홀(태양 질량의 1억 배)에 인접해 있는 밀러 행성을 발견하고 그 별을 탐사하러 갔을 때 생긴 일을 한번 보자. 


    우주선 인듀어런스 호 안의 쿠퍼와 아밀리아와 로밀리는 거대 블랙홀에 인접해 있는 밀러 행성을 발견하고, 

     

     

    이에 쿠퍼와 아밀리아는 행성을 탐사하러 갔다가 이곳에서 큰 해일을 만나 3시간 가량을 지체하게 된다.

     

    "엄청 기다렸어."

     

    그런데 그들이 우주선으로 되돌아왔을 때 로밀리는 이렇게 늙어 있었다. 그새 안에서는 23년이 흐른 것이었다. 


    이를 가슴 아파하는 아밀리아.

    그 이유는 인접해 있는 블랙홀의 거대한 질량이 밀러 행성(가운데 검은 점)의 시공간을 짓눌러 위 <그림 1>처럼 시공간이 늘어져버렸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밀러 행성 안의 아밀리아와 쿠퍼는 늘어진 시공간으로 인해 시간이 천천히 흘러갔고 우주선의 로밀리는 제 시간대로 나이 먹게 된 것이었다. 왼쪽에 있는 우주선 인듀어런스 호가 빙글빙글 도는 이유는 원심력에 의한 중력을 만들어 지구와 같은 환경을 유지하기 위함이다. 

     

    이렇게 해야 지구와 시간이 같이 간다.

     

     

    이와 같은 일이 일어난 이유는 앞서 말한대로 블랙홀의 중력파(중력에 의한 파장)로 시공간이 변형돼 밖에서의 1시간이 안에서는 7년이었기 때문이다. 밖에 나갔던 사람들은 잠깐 다녀온다고 한 것이었으나 우주선 안에 있는 사람(로밀리)은 23년을 기다린 것이었다. 주인공들은 상대성이론을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줄은 몰랐고, 또 해일을 만나 지체되는 바람에 이 같은 비극이 생겨나게 된 것이었다.(당연히 중력파가 크면 클수록 시간은 더디 간다)  


    이 거대 질량의 별 블랙홀은 아이러니하게 별의 죽음과 관련이 있다. 별은 일반적으로 자신의 에너지를 다 소비하고 나면 죽게 되는데 이는 사람의 경우와 별 다름 없다. 다만 그 형태는 다르니 사람은 거죽을 그대로 지니고 죽지만 별은 거죽이 점점 붕괴, 수축되어 일생을 마치게 된다. 그 별의 마지막 단계가 블랙홀로서, 블랙홀이 만들어지는 이유를 간단히 설명하면 아래 그림과 같다.  





    그림의 죽어가는 별은 쪼그라들며 중력이 커져 주위의 시공간은 심하게 구부러지게 된다. 그렇게 되면 빛이 가는 길도 굽어지는데 별이 수축하면 수축할수록 빛도 비례적으로 굽어진다. 그래서 빛이 더 굽어져 빛이 안쪽으로 돌아올 때 이를 '사건의 지평면(EVENT HORIZON)'이라고 한다. 그리고 마침내 빛이 전혀 빠져 나오지 못하게 되면 블랙홀이 되는데, 그 블랙홀의 중심이 앞에서 말한 특이점(SINGULARITY)이다. 

     

     

    그런데 상식과는 다르게 영화 속에서의 블랙홀 '거겐투아'는 이렇게 밝다.(뭐가 문제인지 공부해서 알려드리겠음)



    사실 이 블랙홀은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오직 아인슈타인의 이론으로만 증명된 천체인데(실은 18세기 프랑스 천문학자 라플라즈가 먼저 주장했다고 하며, 또 천체망원경으로 관측된 블랙홀로 추정되는 물질이 있다고도 한다) 워낙에 아인슈타인의 방정식이 정확하고 맞아떨어지다 보니 블랙홀 또한 있겠거니 하고 믿고 있는 것이다. 나 역시 그러할 수밖에 없었을 터, 다만 그곳이 시간여행의 통로라는 점은 예전부터 의심스러웠다.(똑똑해서가 아니라 블랙홀 자체도 제대로 이해 못했던 마당이라....^^;;)


    웜홀 이론이 나오고 난 뒤 이 '블랙홀 통로 이론'은 쑥 들어갔지만 한때는 이것이 천문학계의 주류였다. 그중 캘리포니아 공대의 물리학자 아모스 오리는 "우주 여행, 특히 과거로 돌아가는 방법은 오직 블랙홀을 통과하는 것밖에 없다. 빠른 속도로 회전하는 블랙홀 안에 갇힌 우주선은 블랙홀의 중력에 의해 으스러지지 않으며, 오히려 원심력에 의해 블랙홀 중심부에 공간이 생겨 이 터널을 통해 우주선이 무사히 지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나아가 그는 그것을 수학적으로 증명했다)


    또 물리학자 도이치 교수는 "블랙홀 안에서는 시간과 공간의 조직이 심하게 뒤틀리기 때문에 이 조직 자체가 찢어진다. 찢어진 부분은 다시 붙지만 처음과는 다르게 붙는다. 그래서 이 터널을 지나가는 우주선은 시간을 거슬러 오를 수 있으며 따라서 다른 현실로 들어가는 것이 가능하다"고 했다.



    블랙홀 통로 이론은 대충 이러하다.



    그러나 이들의 주장은 지금 자취를 찾을 길 없다.(한마디로 개소리였다) 대신에 등장한 것이 같은 캘리포니아 공대 교수 킵 손의 웜홀 이론인데, 문자 그대로 과일을 통과해 뚫은 벌레의 구멍처럼 우주의 거리를 탄축시켜 시간여행을 가능케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을 도해하면 아래와 같은데, 영화 '인터스텔라'도 이 이론을 바탕으로 광년의 거리를 극복한 우주선을 우주공간으로 내보냈다.(킵 손은 2017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X선을 방출하는 백조자리X-1이 블랙홀인가 아니가를 두고 킵 손과 스티븐 호킹이 펜트하우스 1년 구독권을 걸어 내기를 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블랙홀이 맞다고 한 킵 손이 이겼다)





    웜홀 이론은 '그렇다면 블랙홀은 무한정 밑으로 내려가기만 하는 것인가? 또 블랙홀이 빨아 들인 물체는 어디로 배출되는 것일까?' 하는 근원적 물음에서 출발했다. 그리하여 1930년대 아인슈타인과 로젠은 웜홀의 개념을 도입, 이 의문을 풀려는 시도를 하였는데, 그 결론은 '우리 우주'의 블랙홀은 '다른 우주'의 화이트홀로 연결되어 블랙홀에서 흡수한 물질을 화이트홀로 내보내게 한다는 것'이었다.(화이트홀은 블랙홀의 반대쪽 개념으로, 개념상으로만 존재한는 구멍이다/웜홀은 아인슈타인―로젠의 다리라고도 부른다) 


    여기서 발전된 킵 손의 시간여행 이론은 사실 간단하다. 우주의 표면을 거치지 않고 웜 홀을 통과해 가면 굳이 광속의 속도로 날지 않아도 광년의 거리에의 극복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즉 아래의 붉은 선으로 가는 것보다 녹색 선으로 가는 게 훨씬 빠르다는 쉽고도 명료한 이론이다. 영화 '인터스텔라'도 이 같은 가설에 기초한 것이니 영화의 포인트는 블랙홀인 '거겐투아(GARGANTUA)'와 웜홀의 통과 여부로 집중된다. 




     


    하지만 내가 볼 때는 이 웜홀 이론도 별로 신뢰가 안 간다. 그렇다고 내가 이것을 부정해낼 수학적 능력을 가진 것도 아니니 딱히 할 말은 없지만, 그저 SF(science fiction)적이라는 느낌은 지울 길 없다. 또 지금까지 하는 걸 보니 수학적인 증명이 모든 것을 옳게 귀결시키지도 않으며, 그 수학적 계산이 옳다는 것 또한 보장하기 힘들어 보일 때도 있다. 


    * '시간의 극복(II)'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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