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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털사에서 온 한국 소녀 알렉사의 '이즈 잇 온'
    그리 멀지 않은 옛날의 우화 2021. 6. 12. 10:02

     

    지난 3월 미국 출신의 K팝 가수 알렉사(AleXa. 한국명: 김세리)가 미국 대형 에이전시와 계약하고 미국 진출에 나선다고 알려졌다. 계약을 맺은 에이전시는 '아이씨엠(ICM) 파트너스'로 미국 LA에 본사를 두고 뉴욕·런던 등지에 지사가 있는 대형 미디어 에이전시라고 하는데, 알렉사의 독특한 콘셉트와 뛰어난 실력이 미국 시장에서도 충분히 통할 것이라 판단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아이씨엠은 알렉사의 가수 활동뿐만 아니라 TV 프로그램, 영화, 드라마 등에서도 활약하도록 지원할 예정이라고 하는 바, 또 한 명의 월드 스타가 탄생할지도 모르겠다. 알렉사는 2018년 엠넷 오디션프로그램 '프로듀스48'에 출연하며 처음 얼굴을 알렸는데, 이후 방탄소년단, 엑소 등의 뮤비를 제작한 콘텐츠 제작업체 지비레이블에 소속되었고, 2019년 '밤'(Bomb)으로 데뷔한 뒤 성가를 올려왔다. 알렉사는 올해 25살로, 내가 그 처녀를 기억하는 이유는 오직 하나, 그녀가 미국 털사(Tulsa)라는 도시에서 왔기 때문이었다.

     

     

    알렉사 사진 모음

     

    앞서 '영화 '미나리'와 오클라호마 털사 인종 학살 사건'에서 말했듯, 미국 오클라호마 주의 털사라는 도시는 영화 '미나리'를 찍은 곳이고,1921년 인종 대학살(Tulsa race massacre) 사건이 일어난 곳이다. 그리하여 최소 300명 이상의 흑인이 죽고 수천 명이 부상당했으며 1만 명 이상의 시민이 재산을 빼앗기고 쫓겨나 다른 도시로 가야 했다. 물론 그 피해자들은 모두 흑인이고 가해자들은 백인으로, 미국 역사상의 가장 크고 참혹했던 인종차별 사건으로 꼽힌다.

     

    하지만 이 사건은 오랫동안 은폐돼왔던 까닭에 미국인에게도 잘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다  2019년 털사 교외에서 사건 당시 희생된 흑인 유해가 집단으로 매장된 현장이 발굴되며 재인식의 계기가 마련됐고, 이를 바탕으로 작년에는 당시의 생존자인 피해 흑인 3명이 오클라호마 주 정부와 털사 시를 상대로서 늦게나마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였다.(그중 한 명은 102세라고 하는데, 아직 재판의 결말이 나지 않았다)

     

    그 광란의 사건이 일어난 때가 1921년 5월 31일에서 6월 1일까지의 1박 2일로, 이에 지난 5월 31일, 100주년을 기려 털사를 방문한 바이든 대통령은 "나는 미국 국민들에게 우리나라 인종 테러의 깊은 뿌리를 반성할 것을 촉구하고, 우리나라 전체에 걸쳐있는 조직적인 인종차별을 근절하는 작업에 다시 헌신할 것을 촉구한다"는 성명을 발표했으며, 즈음하여 AP통신은 "털사 인종학살사건은 오랫동안 미국 역사에서 묻혀 있었고 기억되거나 (아이들에게) 학습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KKK단을 주축으로 한 백인들에게 도시는 파괴됐고 흑인은 살해당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털사 대학살이 일어난 하룻밤 새 폭도들이 총격을 가하고 흑인들을 목 매달며 학살을 벌였다"며, "하룻밤이 모든 것을 바꿨다. 모든 것이 바뀌었다. 지옥이 펼쳐졌다. 말 그대로의 지옥이었다"는 생존자의 증언을 육성으로 옮겼다. 
    바이든 대통령이 현지 흑인 역사 박물관 겸 교육관 역할을 하는 그린우드 문화센터를 관심있게 둘러보고 있다.  털사 대학살 날에 맞춰 그린우드를 방문한 역대 유일한 대통령이라고 한다.
    이후 그는 생존자 3명의 이름을 거명하며 "생존자들과 희생자의 후손들에게 이 사건이 절대 잊히지 않게 만들겠다는 약속을 드린다"고 했다. 아울러 "고질적인 인종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다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앞서도 말했지만 백인들이 털사의 흑인들을 죽이고 추방한 건 흑인들이 먼저 이주해 일군 땅과 재산을 빼앗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그곳을 점령해 지금까지 잘 살고 있는 것인데, 그 엄혹한 차별의 땅에 살던 한국계 처녀가 왔다는 사실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는 노릇이었다. 간접적으로 들어본즉,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으니, 그의 어머니가 어릴 적 살던 텍사스 애머릴로 시와 자신이 태어난 털사에는 한국인은 물론이고 동양인이 거의 없다고 했다.

     

    당연히 인종차별도 극심하였던 바, 그의 어머니는 학교 갈 때 침을 뱉는 친구들을 경험했다고 하며 알렉사 자신의 어린 시절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했다. 그 땅에 어머니가 살게 된 이유는 애머릴로에 사는 목사 부부에게 입양됐기 때문이었다. 그의 어머니는 남동생과 함께 일산 보육원에 버려졌고, 남동생과는 미국에 입양오며 헤어졌는데, 자신이 K팝 가수가 된 이유 중 하나도 어머니가 그리워 하는 남동생과 한국 가족들을 찾기 위함이라고 했다.

     

    그의 어머니는 러시아에서 온 러시아계 미국인을 만나 결혼했다고 한다. 그래서 자신에게는  한국·미국·러시아인의 피가 흐르므로 국경을 허무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는 희망을 밝혔는데, 그러면서 다음과 같은 가슴 아픈 이야기도 했다.

     

     "제가 지금은 머리를 염색했지만, 원래는 검은색이에요. 어릴 때 아빠와 마트를 갔는데, 한 백인 할머니가 절 보고 아빠에게 ‘네 딸이니? 혼혈을 낳는 건 죄라는 걸 모르니?’라고 했어요."

     

     

    알렉사와 부모님

     

    그런 혼혈아는 지금 유명 K팝 가수가 되었고, 세계적인 아티스트가 되기 직전인데, 그의 고향 털사 신문에는 이미 소개되었고 이에 유명 연예인이 없던 털사에서도 기대가 크다 한다.(아, 이 얼마나 통쾌한 복수인가? ^^) 알렉사는 1년간의 피나는 연습생 생활을 거쳐 'Bomb'으로 데뷔했고, 얼마 전에는 중동지역 인기가수인 바데르 알슈아이비와 신곡 'Is it on'을 발표했다. 

     

     

    알렉사X바데르 알슈아이비 컬래버싱글 'Is it on'
     지난 5월 21일 뉴욕 타임스쿼어에 걸린 'Is it on'의 홍보물

     

    [ Bader AlShuaibi ]
    هذا الي حبيته
    واللي تمنيته
    والي عشانه شلت قلبي
    ومكانه حطيته
    حيل طاير شالي صاير
    ياعالم بقلبي
    انا لجل عيونه
    الكل خليته
    ال يهديني يهدني
    يروح ويتعبني
    الياخذ قلبي مني
    بسرعه خلو يحبني

     

    [ AleXa ]
    여긴 나의 stage
    I sing it La La Loud
    Eyes on you
    I feel the vibe in what you want
    겉잡을 수 없이 falling
    시작되는 Crush ya
    강렬하게 더 뜨겁게
    타오르는 Get Down
    Trap Trap Trap

    Is it on
    I say, “Call my name, Call my name”
    Check, check to the list like me
    이제 널 차지 할 Timing
    Don’t you wanna get (want it all)

     

    노래는 가사는 이렇게 시작된다. Is it on?은 "켜져 있니?"가 아니라 "이제 우리 썸타는 거니?"가 맞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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