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사에서 배우는 세상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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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포는 왜 몰락했나?동양사에서 배우는 세상사는 법 2020. 1. 10. 23:56
삼국지에 나오는 수많은 무장 중에서 최고의 싸움꾼을 꼽으라면 단연 여포(?-198)다. 그에 대한 손쉬운 증명으로서 흔히 들이대는 것이 호뢰관(虎牢關) 전투로, 이 싸움에서 여포는 유비 관우 장비 3형제와 3:1로 싸워 무승부를 이룬다. 누구나 삼국지 최고의 무장으로 여기는 관우와 장비가 힘을 합했음에도 여포를 누르지 못했다는 것인데, 게다가 당시 관우와 장비는 20대였고 여포는 30대였다. 역사적으로 이 싸움이 진짜로 있었는지, 아니면 연의(三國志演義)에 재미로 끼워놓은 사건인지는 모르겠지만,(필시 후자겠지만) 이것이 픽션이라 하더라도 여포의 무용(武勇)은 반감되지 않는다. 나관중이 이 이야기를 만든 것은 관우, 장비를 부각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 여포의 무용을 강조하기 위함이라는 것은 말할 나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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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운16주(II) - 같은 실수를 되풀이했던 송나라동양사에서 배우는 세상사는 법 2019. 8. 11. 06:31
중국 대륙 최초의 북방 정복민족이었던 거란족의 요나라는 서기 1004년 '단연의 맹(盟)' 너머부터는 조금씩 맛이 가기 시작했다. 이후 송나라로부터 은과 비단 등의 세폐(歲幣: 일종의 조공)를 받으면서부터 배가 부르고 등이 따뜻하게 된 요나라는 북방민족 특유의 단순·용맹한 기질이 사그라지고 사치 풍조가 일었는데,(단연의 맹에 대해서는 '복마전과 연운16주' 참조) 그후로 꼭 100년이 지난 1114년, 요나라의 통치를 받던 동쪽 완안부(송화강 지류 안출호수 부근에 살던 여진족 부락)의 추장 아골타가 분연히 일어나 대국 요나라를 쳤다. 아골타는 요나라의 동북 요충인 영강주(寧江州)를 함락시키고 국호를 대금(大金), 연호를 수국(收國)으로 하는 여진족의 나라를 건국했다.(1115) 양강주에서 요나라가 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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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마전(伏魔殿)과 연운16주(燕雲十六州)동양사에서 배우는 세상사는 법 2019. 7. 31. 15:13
효율성 떨어지는 태양광 사업을 정부가 왜 그렇게 밀어붙이나, 궁금증을 가지고 KBS의 고발 프로그램인 '시사기획 창'을 유심히 지켜봤다. 아닌 게 아니라 뭔가가 있었는데, 그 정점에 등장한 허인회 씨의 얼굴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는 386 운동권 대표주자 중의 한 사람으로, 나이 좀 든 사람 치고 그를 모르는 이는 거의 없을 정도의 유명인이었다. 대부분의 운동권 사람들이 그러했듯이 그 역시 정치판에 뛰어들었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그런 그가 갑자기 고발 프로그램에 얼굴을 드러낸 것이었다. 그런데 그것은 다분히 불명예스러운 등장이었고 시청자인 나의 소회는 그저 씁쓸할 뿐이었다. ~ 내 기억으론 전대협 의장이었던 임종석은 내가 살던 성동구에서 출마했는데 결국 거물 이세기를 쓰러뜨리고 국회에 입성했고, 삼민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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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강하면 부러진다. 위약조로(危若朝露)의 상앙동양사에서 배우는 세상사는 법 2018. 6. 21. 07:13
* '원칙을 세우면 조직은 흥한다. 사목입신(徙木立信)의 예'에서 이어짐 공손앙이 시행한 신법(新法)은 그야말로 엄렬(嚴烈)한 것이어서 요즘으로 보자면 쓰레기 분리수거만 잘못해도 요참형(허리를 잘라 죽이는 병)에 처했졌던 바, 길거리가 깨끗한 것은 당연한 노릇이었다. 한마디로 가벼운 범죄도 무겁게 처벌한다는 것이 신법의 요지였으니, 거리는 깨끗할지 몰라도 위수(渭水)에는 오랫동안 핏물이 넘쳐 흘렀다. 그렇다고 모든 것을 이런 식으로 처리한 것은 아니었으니, 토지의 사유화와 황무지 개간, 산업의 진작 및 도량형의 통일 같은 합리적인 법안도 적잖았다. 공손앙은 효공 6년(BC 356)과 12년(BC 350), 두 차례에 걸쳐 이 같은 신법을 공표했는데, 말했다시피 진나라의 부국강병은 모두 이 신법을 토대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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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을 세우면 조직은 흥한다. 사목입신(徙木立信)의 예동양사에서 배우는 세상사는 법 2018. 6. 20. 17:23
진문공(晉文公)의 예에서 보여지듯 바르고 뚜렷한 인사원칙이 있는 나라는 반드시 강국으로 성장한다. 문공이 환갑을 훨씬 넘은 늦은 나이에도 중원의 패자가 될 수 있었고, 또 진(晉)나라가 대대로 강국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 원칙 있는 인사에 기인했다 해도 과언이 아닐 터이다. 전국시대의 강자로 급부상했던 진(秦)나라도 같은 경우이니, 그 나라 역시 국정 전반에 분명한 원칙을 세움으로써 강국이 될 수 있었고 또 천하를 통일할 수 있었다. 그 단적인 예가 다음과 같은 일화로서, 이는 '원칙'이라는 것이 사회를 얼마나 변화시킬 수 있는가를 잘 보여준다. 전국시대 초기인 기원전 4세기 무렵, 진나라의 군주 효공(孝公 BC 381-338)은 부국강병을 실행하고자 위(衛)나라 출신의 공손앙(公孫鞅)을 등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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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바른 논공행상과 낙하산 인사동양사에서 배우는 세상사는 법 2018. 6. 19. 07:23
진문공(晉文公)이 왕위에 오르기까지 얼마나 지난(至難)한 여정을 거쳤는지는 앞서 '삼사(三舍)를 후퇴한 진문공'에서 자세히 설명했다. 그 문공이 도읍인 강성(絳城)에 입성한 후 가장 먼저 한 일은 당연히 그간 자신을 호종하며 보필했던 신하들에 대한 논공행상이었다. 말한 대로 그것이 무려 19년 간이었으니, 그들은 어떤 식으로라도 보상을 받아 마땅한 사람들이었다. 이때 문공의 포상은 무척이나 적절했던 바, 이는 훗날에도 논공행상의 모범 사례로 자주 회자됐다. 원칙을 가지고 분명히 행하면 불만이 없다는 것인데, 아래 호숙(壺叔)의 경우는 그 대표적인 예이다. 문공은 그동안 자신을 보필했던 신하들에 대한 보상을 시행하며 혹시 누락된 사람이나 보상이 소홀하다고 여기는 사람은 스스로 알리도록 하였다. 그러자 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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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객 섭정(聶政)과 그의 누이동양사에서 배우는 세상사는 법 2018. 6. 16. 06:59
"사기" '자객열전'을 사기열전의 백미로 꼽는 이들이 더러 있다. 그 이유를 한번 생각해본 적이 있는데, 아마도 '의리'와 '장렬함'이 각인되었을 듯싶다. 아울러 복수 자체의 통쾌함도 있을 듯하다. 세상을 살다보면 복수를 꿈꾸는 일이 생기기도 하지만, 강자에 대한 복수는 아무래도 쉽지 않을 터, 이에 대한 대리 만족 같은 것이 작용했을 지도 모를 일이다. 앞서 '예양의 의리'에서 자세히 설명했거니와 춘추시대와 전국시대를 나누는 시기는 기원전 403에 완결된 진(晉)나라가 한(韓), 위(衛), 조(趙)의 세 나라로 나뉜 사건, 이른바 '삼진(三晉)의 분리'를 기점으로 해서 인데, 그 과정에서 일어난 자객 예양의 장렬한 죽음은 이미 설명한 바 있다. 비록 실패는 했지만, 자신을 알아 준 이에 대한 복수를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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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의 중요성동양사에서 배우는 세상사는 법 2018. 6. 13. 23:59
춘추시대의 첫 패자 제 환공을 만든 관중(管仲)이란 인물에 대해서는 앞서 '관포지교, 이게 우정이라고?'에서 자세히 다룬 바 있다. 관중과 그 계열에 속하는 학자들의 언행들을 모아 편찬한 책이 "관자(管子)"인데, 당대의 것은 아니고 한나라 때 유향(劉向)이 그때까지 전하던 기록에서 중복된 부분을 제외하고 86편으로 정리한 책이다.(현재는 그 가운데 76편만이 전한다) 갑자기 "관자"라는 책을 언급함은 그 책 안에 가장 오래된 '조선'에 관한 기록이 실려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말하는 조선은 당연히 고조선으로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관중은 제나라의 재상이 된 후 나라를 부강하게 만들기 위해 그 지리적 특성에서 오는 소금이나 해산물 등을 특화시켰는데, "관자" '규도(揆度)'편에서 관중이 환공에게 말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