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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라진 성궤의 행방(III)
    성서와 UFO 2018. 2. 26. 07:15

     

    그렇다면 메넬리크가 솔로몬의 성전에서 성궤를 가져갔다는 주장을 사실로 보아야 할까? 유감스럽지만 그렇게 여기기는 매우 힘들다. 솔로몬이 자신의 아버지 다윗의 유훈을 받들어 애써 지은 성전을 공동화(空洞化)시키는 그러한 일을 저지렀으리라는 데까지는 생각이 미치지 않는다. 앞에서 보았듯 성전을 만든 것은 성궤를 보관하기 위함인 바, 성궤가 없는 성전은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그것은 다만 전설일 테고, 그 이야기가 기록으로 등장하는 것이 14세기라는 사실도 신빙성을 잃게 만든다. 


    이렇게 보자면 성궤는 기원전 605년 신바빌로니아의 왕 네부캇네자르(느부갓네살) 2세가 예루살렘을 공격해 성전의 보물들을 노략질해갈 때까지 350년 동안은 솔로몬의 성전에 안치돼 있었다 여겨도 무방할 것이다. 구약성서 다니엘서는 바빌로니아인들이 이때 성전의 보물들을 바빌론의 자기들 신전으로 가져가 그 신들의 보물창고에 두었다고 말하고 있다.(다니엘 1:1-2) 이후 네부캇네자르 2세는 598년에도 예루살렘을 침탈해 보물들을 노략질하고 유대인들을 포로로 끌고 갔는데, 기원전 587년 유다 왕국이 멸망하면서 성전은 완전히 파괴되었다.  


    신학자들은 바로 이 시기에 성궤가 사라졌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다니엘서에는 기원전 605년에 훔쳐간 성소 안의 그릇들만 언급될 뿐, 정작 강조돼야 될 성궤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다. 금은(金銀)의 제기(祭器) 등은 가져갔으나 그들의 눈에는 가치 없어 보이는 석판 등이 담긴 함(函)은 건드리지 않았다는 얘기일 수도 있고, 미리 안전한 곳으로 옮겨졌을 것이라는 가설도 성립될 수 있다.(그 무시무시한 위력의 성궤가 이때는 왜 무력했는지에 대해서는 일단 차치하기로 하자) 


    사람들에게 심심찮게 강조되는 사항은 이때 성궤가 안전한 곳으로 옮겨졌다는 것인데, 그 장소로서 거론되는 곳이 히스기야 지하 수로(터널)이다. 이 히스기야 수로는 기원전 701년 유다의 히스기야 왕이 앗시리아 산헤립 왕의 침공에 대비해 대피 통로 겸 지하수의 저장소로 만들어놓은 곳으로,(열왕기하 20:20/역대기하 32:2-4, 30)* 그 입구가 성전 산 밑에 위치하고 있는 바, 성궤의 보관 장소로는 그야말로 안성맞춤인 곳이었다.

     

    *1838년 미국의 에드워드 로빈슨에 의해 총길이 533m의 수로가 발견되었다. 




    성전 산과 히스기야 터널 평면도

    맨 아래의 그림은 수원지인 기혼 샘과 수로의 끝인 실로암 못까지의 표고차를 나타낸 것으로 약 20cm의 완만한 경사도를 형성하고 있다. 


    히스기야 터널 도해

    파란 실선이 히스기야 터널이고 오른쪽 노란 실선은 웨렌의 통로다.


    히스기야 터널 단면도(화살표)


    성전 산 아래 위치한 히스기야 터널 입구(화살표)


    히스기야 터널 지상 입구


    히스기야 터널 지하 입구의 기혼 샘(Gihon spring)


    터널 내부


    웨렌의 통로(Warren's shaft)라 불리는 상부 터널의 입구


    상부 터널 내부



    이곳 히스기야 터널의 내부에 성궤가 숨겨졌을 가능성은 매우 큰 바, 네부캇네자르의 대규모 공격에 성의 함락이 임박한 시점에서 성전의 가장 큰 보물인 성궤가 옮겨지지 않았다면 그것이 더 이상한 일일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극비 사항이었을 터, 성서에 기록이 남겨지지 않은 것은 오히려 당연한 일이다.* 네부캇네자르에 의해 파괴된 성전은 이후 기원전 6세기 말 스룹바벨(페르시아 제국 유대 속주의 유대인 총독)에 의해 작게나마 재건되는데, 히스기야 수로에 숨겨졌던 성궤도 이때 다시 옮겨졌을 것이다. 


    *사해사본이 발견된 쿰란 제 3동굴에서 발견된 문서(일명 '구리 문서')에는 이때 솔로몬의 보물이 분산돼 감춰졌다는 기록이 있다고 한다. 


    당시 성전이 재건될 때 사로 잡혔다가 예루살렘으로 돌아온 자들이 공사를 시작하고, 제사장들과 레위 사람, 나이 많은 족장들이 성전의 기초가 놓임을 보고 대성통곡하였으나(그것이 솔로몬의 성전과 비교해 너무 초라해서) 여러 사람은 찬송하며 기쁨으로 크게 함성을 질렀다는 내용이 구약성서에 실려있다.(에스라 3:8, 4:11-12) 그런데 내용 중 무엇보다 중요한 성궤에 대해 일언반구가 없는 것을 보더라도 성궤의 복귀는 더욱 증명된다. 앞서도 말했듯 성궤가 없는 성전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네부캇네자르에 의해 빼앗겼던 성전의 다른 보물들도 모두 복원된다.(에스라 6:14-15)


    이후 내가 중요시하는 시기는 헬레니즘 시대이다. 여러 번 거론한 대로 기원전 323년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사후, 대왕이 개척한 넓은 영토는 디아도코이(알렉산드로스의 후계자를 자처하는 수하 장수들)의 각축장이 되고, 안티고누스가 차지했던 유다 땅은 프톨레마이우스가 잠시 뺏았다가 결국 셀레우쿠스 왕조가 차지해 다스리게 된다. 그 4번째 왕이 셀레우쿠스 4세 안티오쿠스 에피파네스로, 유대인에게 그리스 문화를 보급시킨다는 구실로 종교적 박해를 가한 폭군으로 기록되어 있다. 그는 예루살렘 성전 안에 세라피스 신상을 세웠고(*'클레오파트라는 정말로 미인이었나?' 참조) 제물로 돼지를 잡아 신전에 피를 뿌리기도 했다. 



    BC 3세기 셀레우쿠스 왕조의 영역


    세라피스 상. 그리스의 제우스와 이집트의 아피스 신의 합체로 탄생한 신이다. 



    그의 이름 에피파네스는 ‘신의 출현’이라는 뜻이라고 하는 바, 자신을 헬레니즘 세계의 신인 세라피스에 비견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그가 성전을 가만 놔뒀을 리 없었을 터, 여호와의 성전을 아예 세라페움(세라피스의 신전)으로 바꿔버렸다. 이에 유대인이 반발하자 군대를 보내 핵심 인물들을 처형했고 예루살렘 성벽을 허물어버리기도 했다. 그의 횡포는 이 뿐만이 아니었으니 성전에서의 종교의식과 할례를 금했고 안식일을 지키면 사형에 처했으며 발견되는 두루마리는 모두 불 태워버렸다. 


    이에 결국은 기원전 167년 유대의 마케비오 가문을 중심으로 독립운동이 일어나 기원전 164년 12월 에피파네스의 군대를 예루살렘 밖으로 몰아내고 유대인의 나라를 세웠다. 이것이 하스몬 왕조(BC 160-63)였다. 그러나 이들의 독립왕국은 기원전 63년 로마의 제 1차 삼두정치 당시 동방을 통치했던 폼페이우스가 유대 지방에 진군하면서 붕괴되는데, 이때 폼페이우스는 하스몬 왕조 때 복원된 성전을 다시 파괴하였다.


    그런데 위 헬레니즘의 시대와 로마 공화정 말기까지는 구약성서와 신약성서에 모두 기록돼 있지 않는 시기이므로 성궤에 관한 성서의 어떤 기록도 찾아볼 수가 없다. 이에 로마의 역사서에 의거하자면 이때 폼페이우스는 성전만을 파괴했을 뿐 다른 무엇을 가져갔다는 기록은 발견되지 않는데, 사실 이것은 지극히 당연한 노릇일 터였다. 과거 스룹바벨에 의해 복원된 성전과 성궤는 안티오쿠스 에피파네스에 이미 파괴된 후이기 때문이었다.  


    이후 성전은 로마제국 초기 유대의 통치자였던 헤롯대왕(BC 37-4)에 의해 다시 크게 만들어진다.(* '하나님이 장난친 도시 예루살렘' 참조) 헤롯은 에돔 출신의 이민족인 만큼 이곳 주민인 유대인의 환심을 사 그들을 효율적으로 지배할 무엇이 필요하다고 여겼던 것으로, 그는 파괴된 성전의 자리에 웅장한 여호와의 성전을 건립하였다. 이 성전이 우리에게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는 그곳이지만, 이때는 이미 성궤가 사라진 후였다. 그리하여 헤롯은 아마도 그 모사품 정도를 전시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 '사라진 성궤의 행방 IV'로 이어짐.

      

    * 그림 및 사진의 출처: google jp. 


    성서의 불편한 진실들
    국내도서
    저자 : 김기백
    출판 : 해드림출판사 2016.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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