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이문(里門)과 삼천리연탄 공장이 있던 이문동
    잘 알려지지 않은 흥미로운 역사 이야기 2024. 11. 8. 00:56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은 동네에 있던 이문(里門)에서 비롯됐다. 이문은 조선시대 도둑을 막기 위해 각 마을마다 설치한 문(門) 모양의 초소로, 형식이나 기능이 오늘날의 방범초소와 비슷했다. 이문은 문자 그대로 마을 입구에 설치됐으며 서울 종로구 인사동, 중구 세종대로 삼성본관 앞, 성동구 상왕십리동, 마포구 염리동 등에도 이문(里門)의 터가 있었다고 하는데, 종로 탑골공원 앞 도로와 세종대로 삼성본관 앞 도로에는 이문 표석이 설치돼 있다. 

     

     

    남한산성 내 무망루 / 본래 남한산성 수어장대의 2층 문루였다. 아마도 이문(里門)은 이런 형태였거나
    혹은 이런 형태였을 것이다. / 남한산성 청량당 문

     

    종로의 이문은 흔히 종각 부근에 있었던 것으로 회자되나 1901년 제작된 아래 한성지도를 보면 순화궁 아래이다. 그래서 현재 순화궁 표석이 있는 종로중앙 종합금융센터에서 인사동 골목 방면으로 위치한 '아름다운 차 박물관', 혹은 '아리랑 참숯불갈비'나 그 부근에 이문이 있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렇게 볼 때 화신백화점(현 종로타워) 뒷골목에 있다가 2011년 관훈동 198번지 아미드호텔 뒤로 이전한 '이문설농탕'은 오히려 제자리 가깝게 옮겨온 셈이다. 

     

     

    지도에 표시된 이문
    순화궁 터 표석이 있는 곳
    순화궁 터 표석 / 조선 헌종의 후궁 경빈 김씨의 사당이 있던 곳이다.
    인사동 '아름다운 차박물관'
    현재의 이문설농탕 / 종로 '이문'에서 상호가 유래됐다.
    2011년 철거되기 직전의 종로 이문설농탕 / 이문설농탕은 1904년 개업한 우리나라의 가장 오래된 식당이다. 이 건물은 당대의 것이 아니라 일제강점기 때의 것으로 지금은 없어졌다. 입구에 이전 안내문이 걸려 있다.

     

    종로 외에도 쌍리문동, 암리문동, 성균관계이문동, 왕십리계이문동, 남묘전(南廟前)이문동 등 전해지는 지명만도 수십 곳이나 지금은 오직 이문동만 남았다. 지방에도 이문리(里門里)의 지명이 많이 남아 있으니 전라남북도에서는 이문리 지명을 찾기가 어렵지 않다. 경상도나 기타 지역도 마찬가지이니 경상북도 구미시 선산읍 이문리, 평양시 중구역 이문리(현 경성리) 등이 대표적이다.

     
    전국에 이렇듯 이문 관련 지명이 많은 이유는 조선 세조 11년(1465년) 실시한 범국가적 방범시책에 기인한다. 세조는 부족한 치안력에 대한 대안으로써 각 동리(洞里)에 이문을 짓고, 요즘의 자율방범대 같은 것을 동리별로 조직케 했다. 그리하여 마을 사람 스스로 방범과 방재에 나서게 만들었던 바, 이문 안에 있는 집이 10호면 2명, 20호면 3명, 30호면 4명, 40호 이상이면 5명씩의 주민이 번갈아 돌아가며 이문에서 야밤에 도둑 등을 감시하게 만들었다.   

     

    이렇듯 많은 이문 중에서 말한 바와 같이 서울에서는 동대문구 이문동만이 지명으로서 유일하게 살아남았는데 유감스럽게도 그 위치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다. 이문동의 연혁을 보자면, 1894년 갑오개혁  때에는 인창방 동소문 외계 이문동으로 편제되었고, 1911년 4월 1일  5부(部) 8면(面)제의 실시와 함께 경기도 경성부 인창면 이문동으로 바뀌었다. 이후 일제강점기에는 이문정(里門町)으로 불려졌고 1943년 구(區)제 실시로 동대문구에 속하게 되었으며 광복과 더불어 동명을 되찾았다.

     

    사실 이문 방범제도는 연산군 시대를 거치며 거의 사라졌고 중종 ·명종 때에 이르러서는 있으나 마나한 제도가 되었다. 이후 임진왜란을 거치며 형식적으로나마 존재하던 이문마저 사라졌고, 이에 영조 때 잠시 기록에 등장하다 그 뒤로는 영영 흔적이 지워져 버렸다. 그와 같은 이문을 지금 찾겠다는 것은 아니고 그저 동네 구경을 할 겸해서 오후 늦게 방문해 해 떨어질 때까지 걸어보았다.

     

     

    이문동 지도

     

    하지만 내심 보고 싶었던 서울 유이(唯二)의 연탄공장이던 중랑천변 이문동 22-2번지의 '삼천리이앤이'는 이미 문을 닫았고 주변도 썰렁하다. 올해 8월 25일자로 폐업했다는 후문이다.

     

     

    삼천리 연탄을 생산하던 '삼천리이앤이'

     

    그래도 마지막까지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일해온 곳인지라 폐업이 아쉽기 그지없는데, 이쯤에서 안도현 시인의 '너에게 묻는다'가 떠오르지 않는다면 오히려 그것이 이상한 일이 될 것이다.

     

    빌려온 이미지

     

    너에게 묻는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반쯤 깨진 연탄
    언젠가는 나도 활활 타오르고 싶을 것이다
    나를 끝 닿는데 까지 한번 밀어붙여 보고 싶은 것이다
    타고 왔던 트럭에 실려 다시 돌아가면
    연탄, 처음으로 붙여진 나의 이름도
    으깨어져 나의 존재도 까마득히 뭉개질 터이니
    죽어도 여기서 찬란한 끝장을 한번 보고 싶은 것이다
    나를 기다리고 있는 뜨거운 밑불위에
    지금은 인정머리없는 차가운, 갈라진 내 몸을 얹고
    아래쪽부터 불이 건너와 옮겨 붙기를
    시간의 바통을 내가 넘겨받는 순간이 오기를
    그리하여 서서히 온몸이 벌겋게 달아오르기를
    나도 느껴보고 싶은 것이다
    나도 보고 싶은 것이다 
    모두들 잠든 깊은 밤에 눈에 빨갛게 불을 켜고
    구들장 속이 얼마나 침침하니 손을 뻗어 보고 싶은 것이다
    나로 하여 푸근한 잠자는 처녀의 등허리를

     

     

    ▼ 이문동 골목 풍경

     

    ▼ 돌아다니며 찍은 것들

    순복음경동교회 부근 건물
    이문동 참기름 가게
    삼거리마트 앞 보호수 느티나무
    지금은 보기 힘든 도심 기차 건널목 / 경원선 청량리~광운대역 구간이다.
    건널목에서 찍은 회기역 방면 철길
    반대편 철길
    갖가지 위험표시
    이문동 밤길
    올해 6월 24일 이문동 재개발지역 아파트 건축 현장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때의 사진
    당시의 연합뉴스 사진

    댓글

아하스페르츠의 단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