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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 임신서기석 이두문과 기독교의 하나님수수께끼의 나라 신라 2024. 11. 27. 12:23
임신서기석(壬申誓記石)은 1934년 5월 경주 북쪽의 현곡면 금장리 석장사(石丈寺) 터 부근 언덕, 현 동국대학교 경주캠퍼스 자리에서 발견된 돌로, 유교 경전을 습득하고 실행할 것을 맹서한 내용이 새겨져 있다. 과거에는 이를 새긴 사람이 신라의 화랑이라고 가르쳤으나 사실 화랑이라는 직접적인 증거가 없는 바, 지금은 신라의 두 젊은이라고 설명된다.
글자는 냇돌의 자연석에 5행으로 74자를 새겼다. 돌의 크기는 작은 편으로 길이는 약 34 cm, 너비는 윗부분이 12.5 cm이며, 아래로 내려갈수록 좁아지는 형태이다. 두께는 약 2 cm이며, 1행 18자, 2행 16자, 3행 14자, 4행 16자, 5행 10자로 되어 있는데, 맨 처음 임신년(壬申年)이라는 간지가 적혀 있어 '임신년 맹서를 기록한 돌'이라는 뜻의 임신서기석으로 명명됐다.
우선 이 비문 5줄을 새겨진 대로 적으면 다음과 같다.
壬申年六月十六日二人幷誓記天前誓今自
三年以後忠道執持過失无誓若此事失
天大罪得誓若國不安大亂世可容
行誓之又別先辛未年七月卄二日大誓
詩尙書禮傳倫得誓三年
임신년 6월 16일에 두 사람이 함께 맹세하여 쓴다. 하늘 앞에 맹세하여,
지금으로부터 3년 이후에 충도(忠道)를 바로잡아 지속하여 과실이 없기를 맹세한다.
만약 이 일(맹서)을 잃으면 하늘로부터 큰 죄를 얻을 것을 맹세한다.
만약 나라가 불안하고, 세상이 크게 어지러워지면 가히 행할 것을 받아들임을 맹서한다.
또 따로 먼저 신미년 7월 22일에 크게 맹서하였다. 시(詩)·상서·예기·춘추전(春秋傳)을 차례로 3년간 습득하기로.이 내용은 앞서도 살펴본 바 있으니, 특히 앞부분의 "임신년 6월 16일에 두 사람이 함께 하늘 앞에 맹세하여, 지금으로부터 3년 이후에 충성의 길을 바로잡아 지속하여 과실이 없기를 맹세한다. 만약 이 맹서를 어기면 하늘로부터 큰 죄를 얻을 것을 맹세한다"는 내용을 주목한 바 있다. 그리고 이것을 한국의 많은 기독교인의 수와 연관지은 적이 있다.
참고로, 2023년 갤럽조사에 의하면 한국의 기독교인은 20.1%(개신교 15%, 천주교 5.1%)로 10년 전의 25%에 비해 크게 줄었으나 여전히 주변 나라에 비해서는 현저히 높다.(대만 5%, 일본은 1% 미만) 그래서 그 이유가 내내 궁금했는데, 나름대로의 이유를 우리나라의 천신(天神) 숭배 사상에서 찾았다. 즉 우리나라는 아주 오래전부터 경천애인(敬天愛人)과 같은 하늘 숭배 사상이 이어져 내려오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는 구한말 선교사들에게 이용되었으니, 호머 헐버트는 "한국인에게는 외국으로부터 도입된 것도 아니고 자연숭배 사상에서 비롯된 것도 아닌 하나님(Hananim) 신앙이 존재한다. 기독교가 들어오기 수천 년 전부터 우주의 최고 통치자로 계셨던 하나님을 알고 숭배해 오고 있었던 것이다. 이 한국 고유의 신은 기독교 신 여호와의 속성과 놀랍도록 일치한다."(<The Passing of Korea>, 1866)고 했고,
다니엘 기포트는 "한국인 신앙관의 가장 높은 자리에는 중국인의 상제에 해당하는 '하나님'이 있고, 한국 사람들은 부처보다 더 높은 신으로 하나님을 숭배하고 있다. 즉 한국인들은 하나님을 모든 신들의 황제로 여기고 있는 것이다."(<Every Day Life in Korea>, 1899)라고 했으며,
제임스 게일은 "한국인들은 하나님을 최고의 신으로 이미 널리 믿고 있다. 한국에서는 다른 나라가 오랜 기간 동안 사용 시기를 거치면서 애써 도달하려 했던 그 유일신의 의미가 오래전에 획득되어 내려져 오고 있는 것이다. 까닭에 기독교의 신 여호와를 한국인이 오랫동안 숭배해 왔던 하나님으로 번역하면 전도에 매우 용이할 것이다."(<Korea Ideas of God>, 1900)라고 했다.
그래서 초기의 선교사들은 여호와에 대한 호칭을 하늘을 의미하는 '하느님', 혹은 하늘과 유일신의 합성어인 '하나님'으로 가져갔던 것인데, 훗날 게일은 선교에 있어 한국민의 전통 신을 이용한 것에 대해 지극한 사과를 표하기도 했다.
"나는 조선 민족에 대하여 큰 죄악을 저질렀다. 우리는 엘로힘 여호와를 마치 그들이 믿어오던 신인 하나님인양 둔갑시켜 속여 전도를 한 것이다. 그들은 내가 전한 엘로힘과 그들이 믿던 하나님을 구분하지 못한 채 그렇게 성서를 읽기 시작하였다. 나는 정말로 큰 잘못을 저지른 것이다." (게일이 미국으로 돌아간 후 쓴 회고록)
말하자면 임신서기석은 우리나라의 하늘숭배 사상을 명시한 최초의 기록문이라 할 수 있는 셈인데, 또한 독특하게도 임신서기석은 우리식 한자 표기인, 이두문 형식으로 표기되어 있다. 이를 테면 첫 문장 壬申年六月十六日二人幷誓記天前誓今自三年以後忠道執持過失无誓에서 '하늘 앞에서의 맹세'를 뜻하는 天前誓을 정식 한자어순으로 쓰면 誓天前이 되어야 하고, '지금부터 3년 후'를 뜻하는 今自三年以後도 今自이 아닌 自今이 되어야 옳다.
즉, 임신서기석은 독특하게도 우리식 한자 표기인 이두문 형식으로 표기되어 있는 것이니, '주어+동사+보어' 형식의 한문이 아닌 '주어+목적어+동사'의 우리말 형식으로 꾸며져 있다. 이를 정식 한문으로 쓰자면 二人幷誓記 誓(於)天前 自今以後三年 誓執持忠道 无過失之 정도가 될 것이다. 우리의 전통신앙과 언어는 이렇듯 깊다.
1934년 경주 탑리 식혜곡 부근에서 발견된 남산신성비 제1비에서도 마찬가지 표기법이 나타나니 이를 위와 같은 신라 표기방식으로 풀이하면 해석 및 이해가 쉽고 정확하다.즉 辛亥年二月卄六日南山新城作節如法以作後三年崩破者罪는 "신해년(591년) 2월 26일, 남산신성(南山新城)을 지을 적에, 법에 따라서 (성을) 지은 지 3년 안에 무너지거나 파손되는 자는 죄를 내린다"가 된다. 지금까지 총 10기가 발견된 남산신성비는 모두 이 같은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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