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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 바이러스와 무뎃뽀 교회
    신 신통기(新 神統記) 2020. 3. 25. 23:13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세상이 엉망이 되어가고 있다. 그러한 혼란기에 역할을 해줄 것이라 기대했던 종교는(특히 기독교는) 역할은커녕 도리어 감염의 매개체가 되어 혼란을 부추키고 있는 바, 세상은 더욱 엉망이 되어 가고 있는 중이다. 중세 페스트가 유럽 사회를 휩쓸던 시절에도 교회는 집단 감염의 매개체가 되었다. 페스트는 쥐벼룩으로 인해 감염되는 질병이므로 코로나와 마찬가지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절실했음에도 사람들이 밀집하는 탓에 쥐벼룩이 몸에 몸을 타고 옮겨다닌 것이었다.


    하지만 그때는 과학도 의학도 감염에 대해 무지했던 시절이고, 혹 깨어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도 성직자의 목소리에 묻힐 수밖에 없던 시절이었다. 당시 유럽 인구 3분의 1 이상을 죽인 페스트의 감염 이유는 오직 한가지, 신의 심판이었다. 이에 살아 남기 위해서는 교회에서 몰릴 수밖에 없었는데, 그럼에도 현명한 사람들은 교회보다는 교외를 택했다. 그들은 역으로 사람들이 많이 몰리지 않는 않는 교외의 별장 같은 곳을 택해 피신을 하였고 그곳에서 무능한 신을 조롱하였으니 이때 나온 대표적 문학작품이 <데카메론>이다.


    2019/03/14 <데카메론>에서 그 에피소드를 일부 소개했다. 축약하면,


    단테의 신곡(神曲)에서는 예수를 안 믿으면 지옥에 가 개고생을 한다. 하지만 신곡에 비겨 인곡(人曲)이라 불려지기도 하는 보카치오의 대서사시 데카메론에서는 소설의 무대가 되는 피렌체의 한 별장에서 7명의 숙녀와 3명의 청년이 모여 질펀한 음담패설을 쏟아내는데, 그 속에서의 천국괴 지옥은 조크의 대상이며 성직자들은 남녀를 떠나 그저 발정난 개에 지나지 않는다.


    데카는 그리스어에서 10이란 뜻으로서 소설은 제목 그대로 소설의 주인공들이 떠든 10일간의 이야기다. 그들이 별장에 모인 것은 당시 유럽 사회를 휩쓸던 공포의 흑사병을 피해서였는데, 따분하다 보니 자연히 모여서 이것저것 재미난 이야기를 주고받게 되었고, 또 그러다 보니 자연히 음담패설을 늘어놓게 된 것이었다.(그래서 그 책은 언뜻 야설집처럼 보이지만 각 이야기마다 촌철살인의 골계미를 발산한다)

     


    1638년 판 데카메론. 희귀한 17세기에디션이다.

     

    소설 내용이 함축된 데카메론의 20세기 출간본 표지


    온라인 희귀도서 플랫폼 Abebooks에 나온(US $8.95) 1931년 뉴욕 출간본. 어찌 보면 이 표지가 더 잘 만들어진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지금은 과학과 의학이 그때보다는 발전된 세상이다. 아직 코로나를 퇴치할 수 있는 백신 같은 것은 나오지 않았지만 최소한 어떻게 해야지 감염을 차단할 수 있는지는 알려져 있는 마당이다. 그럼에도 교회는 반(反) 사회적인 이기심을 발휘해 저 혼자 살겠다고 설쳐대는데, 교인들의 희망대로 저들만 살는지, 혹은 저들만 먼저 죽을는지 두고 보고픈 마음 간절하지만, 저들이 교회에만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돌아다니며 접촉을 하니 그저 두고 볼 수만도 없는 노릇이다.


    저들은 틀림없이 교회에 모여 '하나님 아버지. 빨리 이 코로나가 지나갈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하고 기도를 할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저들은 기도에 준하는 실천적 행동은 하지 않고 오히려 역주행을 한다. 혹 그 역주행이 사고를 부르지 않으면 다행이겠지만, 그 거리가 문제일 뿐 역주행의 결말은 대개가 대형사고로 봉착된다. 다 같이 살려면 다 같이 고통을 감수해야 함에도 일부 교회는 주중 예배, 주말 예배를 강행하고 있는 바, 주위에 사는 주민들은 정말로 시한폭탄을 안고 사는 것과 다름없다.


    앞서 50명의 집단 감염을 일으킨 성남 모 교회의 경우, 그 앞에서 상점을 운영하던 상인은 교회 교인과 몇마디 대화를 나눈 아주 잠깐 동안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확진자가 되었다. 그리고 그와 같은 2차 감염자 및 3차 감염자가 이어졌다. 사정이 이런데도 일부 교회들은 예배를 강행하였으니 양심, 비양심을 떠나 그저 강심장을 가진 사람들로밖에 여겨지지 않는다. 진실로 예수를 믿는 자신들은 코로나에 걸리지 않는다는 교회 관계자의 목소리가 뉴스나 방송을 통해 흘러나올 때면 내가 지금 21세기를 살고 있는 게 맞는가 싶어 가슴이 답답해진다.


    이들은, 하나님을 믿는 우리들은 총칼도 비켜간다고 믿었던 태평천국의 무리들, 백련교의 불사(不死)사상을 믿던 의화단의 무리들, 동학의 부적을 몸에 붙이고 '시천주 조화정 영세불망 만사지지'의 주문을 외우면 총알도 피해갈 수 있다고 믿었던 동학교도들과 하등 다를 게 없다. 그러한 믿음으로 공주 전투와 우금치 전투에 임했던 4만 명의 농민들은 그 두 번의 전투에서 겨우 500명만 살아 남았다. 개틀링 기관총과 스나이더 소총, 무라타 소총이 난사하는데, 가진 것이라곤 부적과 죽창뿐인 그들이 어찌 무사할 수 있었겠는가.


    총알이 쏟아지는 가운데서도 돌진해오는 동학교도를 맞아 관군과 일본군을 총지휘한 모리오 마시아치(森尾雅一) 대위는 이렇게 외쳤다고 한다. "쏴라! 마음껏 쏴라! 저들은 무뎃뽀(無鐵砲)다." 

    동학교도들은 총을 가지지 못한 대부분이 죽창을 든 오합지졸일 뿐이니 마음 놓고 발사하라는 지시였다. 다만 희망사항일 뿐, 할렐루야의 주문 하나로 코로나를 물리칠 수 없다. 그런데 지금의 코로나는 개틀링 기관총과 스나이더 소총, 무라타 소총의 총알보다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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