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전과 응전의 역사, 세계의 요새 I - 루멜리 히사르 外잘 알려지지 않은 흥미로운 역사 이야기 2021. 3. 10. 00:46
이름 있는 역사학자는 아니나 다방면으로 훌륭한 식견을 갖춘 Christopher McFadden라는 이름의 필자가 세계의 중요 요새 21개를 선정해 인터넷에 올렸다. 그러면서 그는 다음과 같은 서문을 달았다.
"인류는 자신들의 땅을 보호하기 위해서 그 땅을 요새화할 필요를 느꼈다. 요새화(fortifications)라는 말은 라틴어 fortis ('strong')라는 단어와 facere ('do' or 'to make')라는 단어에서 파생되었다. 즉 '강하게 만들다'('To make strong')는 뜻으로, 생존을 위해 복잡하고 단단한 방어구조의 구축을 지향했음을 알 수 있다."
이것은 어쩌면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Arnold Joseph Toynbee)의 "인류의 역사는 도전과 응전(challenge and response)의 역사"라고 한 언급과도 상통한다. 인류는 그렇듯 생성 이래로 도전과 싸워왔던 바, 요새는 그 일차원적인 현장일지도 모른다. 그와 같은 생각에서 McFadden의 글을 소개해보려 하는데, 그대로 번역은 하지 않았다. 사진도 임의로 실었으나 다만 필자의 뜻을 존중해 원문을 첨부했다.
1. Rock of Gibraltar - As strategically important today as in antiquity
First on our list of great fortresses is one that would be of great strategic importance for millennia.
The Rock of Gibraltar, or simply 'The Rock', is a monolithic limestone promontory in the British overseas territory of Gibraltar. Today, a large proportion of the upper area of the Rock is a nature reserve and is famed for its Barbary macaques.
In antiquity, it was called one of the Pillars of Hercules but the Romans called it Mons Calpe. The other Pillar of Hercules, Mons Abyla or Jebel Musa, is located on the African side of the Straits of Gibraltar.
These two points once marked the limit of the known world.
'The Rock' is the site of an old Moorish Castle which stands as a relic of their former 700-year rule of Gibraltar and Spain in general. The castle was built around 711 AD.
Gibraltar was famously ceded to the United Kingdom in 1704 during the war of the Spanish Succession.
Spain would try and fail to retake the territory for many years to come. It is still, today, a place of major strategic importance for Britain.
필자는 지브로올터의 바위를 전략적으로 중요한 세계의 첫 번째 요새로 꼽았다. 고대에는 헤라클레스의 기둥으로, 로마인에게는 몬즈 칼프(Mons Calpe)로 불린 이 바위는 아프리카가 바라다 보이는 스페인의 땅의 끝에 있으며 그 꼭대기에는 'The Rock'이라 불리는 711년에 지어진 무어인의 성채가 있다. 지브로 올터(Gibraltar)라는 지명은 아라비아어 '지바 울 타리크'에서 비롯되었으며 711년 아프리카로부터 바다를 건너 이베리아 반도(지금의 포르투갈과 스페인이 위치한 지역)를 침입한 이슬람 장수 타리크의 이름을 붙인 것이다.
지금의 지브로올터는 18세기 벽두부터 무려 14년 간이나 이어진(1701-1714) 스페인 왕위계승 전쟁에서 승리한 영국이 전리품으로 챙긴 땅이다. 그래서 유럽에 남은 마지막 식민지라는 말을 듣고 있으며 스페인 정부로부터 계속적으로 반환을 요구받고 있다. 하지만 영국이 이 전력적 요충지를 내어줄 리 만무할 터, 작년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로 인해 지브로 올터에 다시 국경이 생겼을 때 그저 지브로올터에 대한 출입국절차만을 간소화했을 뿐이다. 그 전력적 요충지가 우리나라 대한제국의 멸망에도 이바지했음을 앞서 '지브로올터 해협에 관한 이야기(대영제국이 시작되다)'에서 말한 바 있다.
관련 글
기타 도움이 되는 글
2. Rumeli, Istanbul - Built to Take on the Romans
Rumeli Castle, Rumelihisari or Boğazkesen Hisarı in Turkish, is a medieval fortress built by the Ottomans in a gambit to capture Constantinople. Its Turkish name literally means "Strait-Cutter Castle" a name it would ultimately live up to.
It was the brainchild of Ottoman Sultan Mehmed II who built it between 1451 and 1452. Its construction was, in part, a preparation for a siege of Constantinople.
The idea was to prevent easy military and logistical relief to the city using the Bosphorus Strait. Rumeli and her sister fort, Anadolu Hisari (Anatolian Fortress) on the opposite bank would, ultimately, turn the tide of the siege.
Starved of logistical support from the Bosphorus, Constantinople would later fall in 1453. It would later serve as a customs checkpoint and prison.
Today it's an open-air museum and well worth a visit.
필자가 두 번째로 꼽은 요새는 터키 이스탄불의 루멜리 히사르, 혹은 보가즈케센 히사르 성이다. 이 성은 오스만제국의 술탄 메흐메드 2세가 동로마제국의 수도이자 난공불락의 요새인 콘스탄티노플 성을 공격하기 위한 대립성(對立城)으로 1451년과 1452년 사이에 건립한 것이다. 터키어 Boğazkesen Hisarı는 '영원한 성채'를 의미한다. 동로마제국 정벌에 나선 메흐메드 2세는 콘스탄티노플 성이 바라다 보이는 곳에 루멜리 성을 짓고, 다시 자매 요새인 안돌루 하사르 성을 지어 콘스탄티노플 성을 압박했으나 결과적으로는 성공하지 못했다.
철옹의 콘스탄티노플 성을 의지한 동로마제국의 저항에 메흐메트 2세는 급기야 함선들을 끌어 산을 넘게 하여 콘스탄티노플 성의 해안 방어선인 골든 혼(金角灣) 안으로 침투시켰다. 그야말로 배가 산으로 간 것으로서, 역사상 유래를 찾기 힘든 기상천외한 전술이었다. 이어 콘스탄티노플 성 테오도시우스 성벽을 향해 집중포화를 쏟아부었던 바, 1453년 5월 29일, 성은 드디어 함락되고 2천 년을 이어온 동로마제국은 멸망하고 말았다. 이후 루멜리 히사르는 콘스탄티노플 성을 대신해 이스탄불의 역사가 되는데, 콘스탄티노플 성의 함락에 대해서는 앞서 '드라큘라 백작과 동로마제국 최후의 날'에서 자세히 언급한 바 있다.
관련 글
그밖에 연관되는 글
3. Dover Castle - England's Largest Castle
Dover Castle in Dover, Kent, England, is a medieval castle still as formidable today as it was hundreds of years ago.
It was constructed in the 11th centuryand is colloquially known as 'The Key to England'. It has, unsurprisingly, had a significant defensive role in the history of Great Britain.
It is believed that Dover Castle has been a fortified site as early as the Iron Age, at least predating the Roman invasion of AD 43. Its most significant period followed the Battle of Hastings in 1066.
After their decisive victory, the new Norman overlords began a campaign of fortifying their new prize. One such fortification would become what we know today as Dover Castle.
Its current form really took shape under Henry II in the 13th century. Further massive rebuilding took place during the height of the Napoleonic Wars.
It was during this time that massive gun batteries were added and significant remodeling works took place. Its military importance continued right through until WW2.
Today it is a monument of enormous national significance and is Grade I listed.
세 번째 요새는 영국 켄트에 있는 도버 성으로 영국에서 가장 큰 성이다. 도버 성은 11세기에 지어졌으나 길게는 철기시대 때부터의 흔적을 찾을 수 있으며 적어도 AD 43년 로마 침공 이전에 요새화되었다. 도버 성과 관련 있는 가장 중요한 전투는 헤이스팅스 전투이며 이후 13세기 헨리 2세에 의해 지금의 형태가 완성되었고, 나폴레옹 전쟁이 한창일 때 대규모 재건이 이루어졌다.
헤이스팅스 전투는 1066년 10월 14일 런던 동남부 85 km 지점의 헤이스팅스에서 벌어졌던 역사적 사건으로 이 전투를 빼고는 영국의 역사를 말할 수 없다. 요약하자면 프랑스 노르망디 땅에 정착해 살던 노르만 족의 왕 윌리엄 1세가 왕위를 요구하며 영국을 쳐들어 온 사건으로, 이에 앵글로색슨 족의 왕 해럴드 2세가 맞서 싸웠으나(병력 규모는 노르만 족이 7,000~12,000명, 앵글로색슨 족이 10,000~13,000명으로 추정된다) 결과는 윌리엄의 승리로 끝났다. 이에 윌리엄은 전사한 해럴드를 대신해 1066년에 잉글랜드의 왕으로 즉위하니 바로 노르만 왕조의 시조 정복왕 윌리엄(William the Conqueror)이다.
관련 글
도버 성 전경
4. Murad-Janjira, India - The fort that was never defeated
Marud-Janira is the name given to an impressive fort on an island of the coastal village of Murud, India. Janjira, as a word, is not native to India and it is likely of Arabic origin. Probably derived from Jazeera (meaning island).
It was built by the Abyssynian minister of the Sultan of Ahmednagar in the 17th Century. It is estimated that during its height the fortress could bring to bear around 572 cannons.
It is, famously, the only fort off the west coast of India that has never been conquered. Murad-Janjira has repulsed attacks from many hostile nations including the Netherlands, Portugal and even the British.
The fort is, in effect, a huge heavily fortified island. It is still relatively intact to this day and comes complete with its own battery of rusting cannons.
Since its early construction in the year 1736, the fort was under the control of the Siddi. The Siddi are an ethnic group of people who inhabit India and Pakistan and are mixed faith society.
After the Independence of India in 1947, the fort's ownership was passed to the new Indian State.
무라드 잔지라는 인도 중서부 잔지라 해안 마을에 있는 인상적인 요새로 이제껏 한 번도 패배한 적이 없는 역사로 유명하다. 이곳 잔지라 사람들은 인도계가 아닌 아랍 출신일 가능성이 높다. 이 요새는 17세기 아마드나가르 왕조의 아비시니안 장관에 의해 건립되었으며, 요새 꼭대기를 둘러가며 572문의 대포를 설치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말한 대로 무라드 잔지라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정복된 적이 없는 난공불락의 요새로 네덜란드, 포르투갈, 영국을 비롯한 모든 적들을 퇴치했다. 요새 역시 옛 모습 그대로 건재하며 1736년 이후로는 시디 족의 손에 들어갔다. 시디 족은 인도와 파키스탄에 거주하는 다신교의 민족이다.(750년 전 아프리카 나이지리아 지방에서 이주해온 종족이라는 주장도 있다) 요새는 1947년 인도 독립후 인도 공화국의 관할이 됐다.
바다 위의 요새 무라드 잔지라
5. Prague Castle - The Czech Baroque Fortress
Prague Castle is a large complex in Prague that dates to around the 9th century. It used to be the seat of power of the Bohemian Kings, Holy Roman Emperors and later the presidents of Czechoslovakia.
Today it still houses and protects the Bohemian Crown Jewels in a hidden, locked and secret chamber.
The castle occupies a piece of land roughly 570 meters long by 130 meters wide. Apart from the impressive fortification itself, the castle contains many other impressive pieces of architecture.
The castle's skyline is dominated by Saint Vitus Cathedral, for example, a magnificent Gothic cathedral.
Today it is one of the most popular tourist attractions in Prague receiving an estimated 1.8 million visitors every year.
체코 프라하 성은 9세기 경에 지어진 바로크 풍의 거대한 요새로, 보헤미아 왕과 신성로마제국 황제가 주석하였으며 역대 체코슬로바키아 대통령이 거쳐갔다.(체코 분리 독립 이후도 체코의 대통령궁으로 이용되고 있어 현재까지 사용되는 가장 크고 오래된 성으로 기네스 북에 올랐다) 유명한 보헤미아 왕관의 보석이 이곳 비밀의 방에 보관돼 있다. 길이 570m 너비 130m로, 인상적인 요새 자체 외에도 매력적인 건축물들이 많이 존재하는데, 그 스카이라인을 고딕 양식의 전범이라 불리는 성 비투스 대성당(높이 98m)이 이끈다. 매년 180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명소이다.
관련 글
프라하 성 전경
6. The Tower of London - Once feared now loved
Her Majesty's Royal Palace and Fortress of the Tower of London, or the Tower of London for short, is an example of the world's great fortresses that needs no introduction.
It can trace its origins to the year 1066 and the Norman Conquest of England. William the Conqueror ordered its construction in 1078.
As soon as it was built it became a symbol of Norman oppression and a place to be feared. Despite its reputation amongst the populace, it was initially intended as a royal residence.
From 1100, the castle began to be used as a prison, a role it played until as late as the 1950's.
It has been the site of some of the most prominent moments in British History. The Tower has even been besieged a few times in its history.
It has served as an armory, a treasury, a zoo, the home of the Royal Mint, a public record office, and the home of the Crown Jewels of England throughout its life.
Today it is a must-see landmark in London, not to mention the United Kingdom.
한때 영국왕의 왕궁이자 요새이기도 했던 런턴 탑은 길게 소개할 필요가 없는 세계의 저명한 요새다. 그 기원은 1066년 노르만의 영국 정복까지 올라간다. 앞서 말한 정복왕 윌리엄은 1078년 성채의 건립을 명령했고 완공 이후 이곳은 억압의 상징이자 모두가 두려워 하는 곳이 되었다. 처음에는 왕실로 주거지로 만들어졌으나 의도에서 벗어나 오랫동안 감옥으로 사용된 까닭이다.(1100~1950년)
1483년 열세 살의 에드워드 5세와 동생 리처드가 숙부 글로스터 공작(리처드 3세)에 의해 이곳에 유폐됐다 살해됐으며, 1544년에는 단 9일 간 왕위에 있던 레이디 제인 그레이(Lady Jane Grey)가 메리 튜더에 의해 반역 혐의로 유폐되어 처형당했다. 1536년 헨리 8세의 두번 째 왕비 앤 불린(Anne Boleyn)이 간통죄가 씌워져 유폐됐다 처형된 곳도 이곳이다. 지금은 왕실박물관으로 이용되고 있는데, 세계에서 가장 큰 530 캐럿의 다이아몬드를 비롯한 주요 볼거리만 훑어도 1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7. Citadel of Aleppo - Still fighting today
The Citadel of Aleppo is an imposing example of the world's great fortresses that can be found in the old city of Aleppo in Syria.
It is widely considered to be one of the largest and oldest castles in the world. Archaeological evidence suggests the site has been occupied since at least the 3rd century BC.
The Citadel has, for centuries, been occupied and developed by the Greeks, Byzantines, Ayyubids, and Mamluks. But its existing form is primarily from the Ayyubid period of occupation.
To recognize its historical importance, it was made a UNESCO World Heritage Site in 1986.
The castle itself is surrounded by a deep moat and contains an amphitheater, palace, Turkish baths and underground passages.
In the recent turmoil of Syria, the Citadel was badly damaged during the Battle of Aleppo in 2015. The external gate was shelled in an exchange between the Free Syrian Army and Syrian Army in a class for control of the Citadel.
It re-opened in 2017 and is still undergoing repairs.
시리아의 알렙포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오래된 요새로서 오늘날까지도 전투가 진행 중이다. 고고학적 증거에 따르면 알렙포는 기원전 7천 년부터 사람이 살았으며, 기원전 6~4세기에는 페르시아의 영역에 속했다. 기원전 2~1세기에는 히타이트, 미탄니, 이집트 왕국의 지배를 받았으며, 기원전 1세기 로마로 편입된 후 지중해 연안지역과 동방을 잇는 고대 대상로(隊商路) 상의 관문 도시로 발전했다. 이후로도 비잔틴 제국, 이집트 아이유브 왕조, 투르크계 맘룩크 왕조의 지배를 거쳤는데, 그 과정에서 알렙포 성은 전투 요새로서의 역할을 수행했다.
16세기 이후로는 오스만제국에 점령돼 중동의 주요 시장 도시로 성장했으며 지금의 시리아 공화국에서도 북부 제일 도시로서의 역할을 담당했으나 1970년 시리아 내전이 발발한 후 정부군과 반군이 격돌하는 전쟁터가 되었다. 게다가 IS가 발호한 후에는 일대에서의 전투가 더욱 격렬해져 2015년 알렙포 요새에 대한 대규모 파괴가 있었다. 1986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지정됐던 알렙포 요새는 2017년 재개장했으나 아직도 보수가 진행 중이다. 깊은 해자로 둘러싸인 성채에서는 원형극장, 궁전, 터키식 욕탕, 지하 통로 등이 발굴됐다.
* '도전과 응전의 역사, 세계의 요새 II'로 이어짐
'잘 알려지지 않은 흥미로운 역사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국 선종의 원류 2 - 단속사 대감국사비 속의 남종선 (0) 2021.03.13 신(新) 영일동맹 시대의 개막? (0) 2021.03.10 제1차 영일동맹과 러일전쟁 동해(東海)해전 (0) 2021.03.07 제 3차 영일동맹과 칭다오 맥주 (0) 2021.03.06 한국 선종의 원류 1 - 조계종은 어디서 왔는가? (0) 2021.0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