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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종교와 과학
    신 신통기(新 神統記) 2021. 6. 14. 01:48

     

    '종교와 과학이 양립할 수 있는가'의 문제는 인류의 오랜 숙제로서 아직 답이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과학과 종교의 입장이 상충할 경우 어느 쪽을 따르는 것이 바람직한가 하는 질문이 여전히 존재하지만 사실 이것은 진작에 답이 나온 문제다. 종교의 주장이 과학을 극복한 예는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그래도 막무가내일 경우가 허다하니 리처드 도킨스는 최근의 저서에서 다음과 같이 답답함을 토로한다.

     

    <성경>을 신봉하는 켄터키주의 그리스도인들은 노아 이야기가 바빌론의 다신교에 뿌리를 두고 있는 줄은 까맣게 모른 채 (세금이 면제되는) 돈을 걷어 거대한 나무 방주를 지었고, 사람들은 입장료를 내고 그곳을 방문한다. 여러분은 그 사람들이 노아 이야기를 찬찬히 검토해보았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만일 노아의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각각의 동물 종류가 발견되는 장소는 물이 빠졌을 때 노아의 방주가 마침내 멈춰 선 장소ㅡ터키에 있는 아라라트산ㅡ에서부터 바깥으로 퍼져나가는 패턴을 보여야 한다.

     

    그런데 우리가 실제로 보는 모습은 각 대륙과 섬마다 그곳만의 독특한 동물이 살고 있는 것이다. 오스트레일리아·남아메리카·뉴기니에는 유대류(有袋類)가 살고, 남아메리카에는 개미핥기와 나무늘보가 살고, 마다가스카르에는 여우원숭이가 산다. 그 켄터키주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캥거루 한 쌍이 방주에서 나와 도중에 자손을 전혀 남기지 않은 채 오스트레일리아까지 껑충껑충 뛰어갔다고 상상했을까?

     

    그뿐 아니라 웜뱃, 태즈마니아아주머니늑대, 태즈마니아아주머니너구리, 빌비, 오스트레일리아 말고는 아무 데서도 발견도지 않는 많은 유대동물들은? 모두 합쳐 101쌍인 여우원숭이는 아무 데도 들르지 않고 마다가스카르로 직행했을까? 그리고 나무늘보는—아주 천천히—남아메리카까지 터덜터덜 걸어갔을까? 실제로는 물론 모든 동물과 그 화석이 진화의 원리에 따라 있어야 할 곳에 정확히 있다.(<신, 만들어진 위험>) 

     

     

    극강의 귀요미 웜뱃
    여러 보도와 트위터에 따르면, 작년 호주 산불이 났을 때 웜뱃은 평소와는 다르게 자신의 굴에 다른 동물이 들어와 지내도 개의치 않아 했을 뿐 아니라 오히려 위험에 처한 동물들을 적극적으로 자기 땅굴로 안내하는 양치기 행동(shepherding)을 보이기도 했다고. 덕분에 산불에 쫓긴 동물들이 땅속 깊은 곳에 있는 웜뱃의 땅굴로 몸을 피해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고 함. 천사가 따로 없음.
    이 사진은 합성이 아니다.
    2020년 호주 화재 때 야생동물 5억 마리 이상이 떼죽음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연히 빌비의 피해도 컸다. 
    놀라 빌빌대는 빌비
    마르켈 총리와 호랑꼬리여우원숭이
    여우원숭이는 마다가스카르 고유종으로, 호랑꼬리여우원숭이, 족제비여우원숭이, 아이아이, 인드리원숭이 등 다양한 종을 포함한다.
    그중 가장 사랑받는 여우원숭이는? 
    역시 회색쥐 여우원숭이 ♥
    원숭이 같기도 하고 
    강아지 같기도 한 나무늘보 
    SNS에 올라 온 나무늘보 사진이다. 어쩌면 이들의 미소를 다시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나무들보의 서식지 역시 2019년 아마존 대화재 때 큰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 사진은 위성에서 실제로 찍은 '불타는 지구의 허파' 모습이다.   
    2016년 7월, 켄터키주 기독교단체가 성서 치수대로(155mx25x16m) 제작해 개장한 노아의 방주
    방주의 실내
    노아 시대 없던 동물까지 실어 문제가 됐는데(ㅋㅋ)
    나아가 반대론자들은 노아의 방주가 아이들의 과학교육에 방해가 된다는 것과,  기독교 관광 상품에 주 예산을 지원하는 것은 정교분리를 명시한 미 수정헌법 1조에 위배된다는 이유로서 반발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정연한 이론도 창조론자들에게는 아무런 설득력이 없다. 창조론자들은 진화론자가 주장하는 어떤 논리도 거부하니 진화와 같은 명백한 과학적 사실들도 통하지 않으며, 오히려 '창조과학'이라는 자신들만의 논리로 진화론자에 맞선다. 이를테면,

     

    "인간이 원숭이에서 진화했다 하면 지금도 원숭이가 진화해 인간이 돼야 하는데, 왜 그러지 않는가?"

     

    하고 되묻는데, 이런 사람들에게 "그 뿌리는 같았으나 약 600만 년 전 쯤에 가지가 분리되어 인간, 침팬지, 보노보가 각각 진화의 길을 달리하게 되었다"는 설명이 아무런 소용이 없다. 한마디로 막무가내로서, 그들은 과학에 접근해보려는 최소한의 노력도 보이지 않으며 마음조차 없다. 과학이 발달되지 않은 과거에야 창조론이 대세일 수 있겠지만 염기서열과 유전자의 개수까지 규명된 마당에 하나님의 창조 운운하는 건 확실히 지나친 면이 있다.

     

    이것은 비단 생물학뿐만이 아니나, 솔직히 말하면 나는 그들을 이해시키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 편이다. '너는 너 대로', '나는 나대로' 가자는 것이 경험에서 비롯된 내 소신이니, 괜히 목소리를 높여 봤자 싸움만 나고 의만 상할 뿐이다. 다만 '끝장을 보자'며 덤비는 경우에는 어쩔 수 없이 응수해야겠지만 사실 그전에 피하는 게 상책이다. 전혀 논리적이지 않는 궤변에는 대답하지 않는 것이 답이다. 

     

    내 개인적 견해로는 신앙인은, 특히 기독교인은 DNA가 다르다고 생각한다. 나쁜 뜻은 아니다. 그렇다고 그들의 인간성에 대한 특별한 하자가 집단적으로 발견되거나 한 것도 아니니..... 그럼에도 내가 그런 생각을 갖는 것은 오직 경험에서이니 과거 재수생 시절에 만났던 지구과학을 가르치던 사람 좋게 생긴 대일학원 선생님은 그야말로 독실한 기독교인이었다. 과학 수업 도중에 짬짬이 기독교 교리와 성서에 대해 설명하던, 그래서 자기 반에는 스님 수강생이 없는 것 같다는 사실에 입각한 농담도 하던..... 

     

    과학을 하는 사람, 특히 지구의 역사나 고인류의 역사, 천문학 등을 연구하는 직업과 기독교 신앙은 여간해서 양립이 힘들다. 그러나 이후 드물지만 천문학자를 비롯한 몇몇 사람을 볼 수 있었는데, 최근에 만난 사람은 이상희 미국 캘리포니아 리버사이드대 인류학과 교수가 있다. 1982년 청원 두루봉동굴에서 발견된, 그리하여 교과서에까지 실렸던 이른바 '흥수아이'가 구석기시대 인골이 아니라는 주장을 해 파란을 일으켰던 바로 그분이다. 이상희 교수는 한국인 고인류 박사 1호로써 유명세를 탔으며,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인류의 기원>(이상희·윤신영 공저)의 저자이기도 한데, 그 역시 독실한 기독교인이다. 

     

     

    이상희 교수가 흥수아이를 구석기시대 인골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이유 중의 하나이다.(충치는 곡물을 주식으로 삼은 신석기시대 이후부터 발생했다 함)
    흥수아이 유골을 조사 중인 이상희 교수. 이 교수는 충치가 많은 치아 상태와 화석화가 안된 뼈의 상태를 바탕으로 구석기 유골이 아닐 가능성을 제기했다. 

    자세히 보기

     

    그렇게 생각하니까 (기독교인은 DNA가 다르다고 생각하니까) 편했다. 저들은 종교적 세계관을 가지고 있으므로 온 우주와 삼라만상이 하나님을 중심으로 하나님의 명령대로 돌아간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아니 오히려 그게 맞는 말일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그들이 어떤 모순도 하느님을 통해 설명하려는 것은 무리다. 하나님의 명령 한마디로 세상이 뚝딱 만들어질  수 있는 건 믿음의 세계에서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하나님의 명령으로 여우원숭이가 아무 데도 들르지 않고 마다가스카르로 직행해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리고 (타락한 인류의 반성을 위해) 코로나를 주신 것도 하나님이고, 백신 치료제를 개발하게 해 주신 것도 하나님이라는 식의 일부 목회자의 말씀은 곤란하다. 그러면 코로나 바이러스에 희생된 사람들은 대체 뭐란 말인가? 그리고 그렇게 말하는 사람은 그 말을 대체 어디서 들었다는 것인가? 그것이 하나님의 말씀일 수는 없다. 목사가 아니라 그 할아버지까지 목사인 사람이라 해도 하나님의 말씀을 직접 들을 수는 없기에. 그들 스스로도 하나님의 직통계시는 이단이라 하기에.

     

    그렇다면 결국 본인 생각이라는 것인데, 그래서 말이거니와 목사님들도 제발 생각을 가지고 말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차제에 부탁이거니와 공부 좀 하면 좋겠다. 앞서 말한대로 예수가 본디오 빌라도에게 박해받았다는 거짓말을 언급하려면 적어도 1세기경 로마의 사회와 문화, 그밖에 당시의 로마인들이 믿었던 신앙인 유피테르나 넵투누스에 대해서도 조금은 알아야 한다. 그래야 여우원숭이가 하나님의 말씀으로 마다가스카르 섬에 가 안전하게 살 수 있게 되었다는 놀라운 은총도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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