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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록시마 b c d 초간단 정리와 생명체 존재 가능성
    거꾸로 읽는 천문학개론 2022. 2. 17. 01:55

     

    2월 11일(현지시각) 유럽남방천문대(ESO)는 프록시마 센타우리(Proxima Centauri)를 도는 제3의 행성후보 '프록시마 d'가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우리가 잘 아는 바와 같이 프록시마 센타우리는 우리 태양계와 4.2광년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태양을 제외하고는 지구와 가장 가까운 별이다. 별들이 워낙 멀리 있다 보니 인류가 만든 가장 빠른 우주선인 뉴 호라이즌스호로도 8만년이 걸려야 도달할 수 있는 별임에도 이웃처럼 여겨지는 곳이다. 

     

     

    이번에 발견된 프록시마 d의 가상 이미지 / 왼쪽의 밝은 별은 모성(母星)인 프록시마 센타우리이다.
    결코 가깝지는 않다

     

    단어의 뜻도 그러하여 라틴어로 '센타우루스 자리의 별들 중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별'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래서 프록시마 센타우리는 '센타우루스 자리 프록시마'로 불리기도 하는데, 때로는 센타우루스 자리 알파 C로 불린다. 그 옆에 있는 알파 센타우리 A알파 센타우리 B와 이웃하기 때문인데, 말이 좋아 이웃이지 실제로는 12,950 AU (1.937×1012 km) 이상 떨어져 있다. 이를 그림으로 보자면 아래와 같다. 

     

     

    센타우루스 자리의 별들
    실제 관측된 센타우루스 자리의 식구들 / 위의 밝은 별 왼쪽이 '알파 센타우리 A', 오른쪽이 '알파 센타우리 B'이고 아래 붉은 동그라미 아래 작은 점이 프록시마 센타우리이다.
    태양과 센타우루스 자리 식구들 크기 비교

     

    프록시마 센타우리는 그 전에는(2016년 전에는) 위의 그림에서 보이는 알파 센타우리 삼중성(三重星, triple star system)의 하나로, 쌍성(binary star system) 알파 센타우리 A, B, 두 별의 바깥을 도는 적색왜성 정도로 알려져 왔다. (공전 주기는 55만 년으로, 별 두 개를 도는 행성이라니 의아하게 생각될지 모르겠지만, 우주에는 우리 지구처럼 하나의 별을 공전하는 행성보다 두 개 이상을 도는 행성이 훨씬 더 많다고 한다 / 프록시마 센타우리는 1915년 남아프리카 케이프천문대의 로버트 이네스가 발견했다)   

     

    그리고 막연히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이 기대되었던 바, 위 그림에서의 '창백한 붉은 점(Pale Red Dot)'이라는 제목도 칼 세이건이 말한 외로운 지구 '창백한 푸른 점'(Pale Blue Dot)에 빗대 붙인 것이다. 그러나 말한 대로 그저 막연한 기대었는데, 2016년 8월 유럽남방천문대가 센타우루스 자리의 프록시마 새별, 즉 '프록시마 b'를 발견하면서부터 얘기가 달라졌다. 프록시마 b프록시마 센타우리로부터 0.05 AU (7.5×106km) 떨어져서 있으며 프록시마 센타우리를 모성(母星)으로 하여 11.2일을 1주기로 공전하고 있는 행성으로 밝혀졌다. 

     

    그리고 프록시마 b는 프록시마 센타우리의 HZ(생명체 가능영역)을 돌고 있는 외계행성으로 밝혀져 물이 액체 상태로 존재할 수 있는 가능성이 제기되었다. (질량은 지구의 1.27±0.19~0.17배) 게다가 암석행성이며 크기도 지구와 거의 같은 천제임이 밝혀진 후로는 그야말로 스타가 되었다. 그리하여 여러 형태의 프록시마 b 외계인이 등장하기도 했으며 ESO에서는 아래와 같은 프록시마 b 표면 상상도를 제공하기도 했다.

     

     

    센타우루스자리 프록시마 b 가상도 / 프록시마 센타우리(밝은 별)와 알파 쌍성이 보인다.
    지구와의 크기 비교
    프록시마 센타우리와의 크기 비교
    프록시마 b 표면 상상도 / 가운데 밝은 별이 프록시마 센타우리이고 오른쪽으로 알파 쌍성이 보인다.

     

    ESO에서는 2019년 4월 다시 프록시마 c의 발견을 발표했다. 프록시마 c프록시마 b와 마찬가지인 지구형 암석행성으로 질량은 대략 지구의 6배지만 밀도는 지구보다 작다고 한다. 엄마 별과의 거리는 1.5AU의 타원형으로 1900일을 주기로 공전하는데, 물보다는 얼음으로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크다. 엄마 별과의 거리도 그렇고, 질량은 크고 밀도가 작은 환경 역시 표면이 얼음으로 덮였을 가능성을 시사해주는 까닭이다.  

     

    프록시마 c의 타원 궤도

     

    엊그제 발견된 프록시마 d프록시마 센타우리에 가장 가까운 행성으로 400만㎞ 거리를 두고 프록시마 켄타우리를 5일 주기로 돌고 있다. 400만㎞는 지구~금성 거리의 10분의 1도 안 되는 매우 짧은 거리여서 HZ를 벗어나며, 따라서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하기는 힘들다. 프록시마 d를 발견한 망원경은 ESO 팀이 운영하는 파라날 천문대의 거대망원경 VLT(Very Large Telescope)로 엊그제 발사된 제임스웹 우주망원경 JWST와는 별개로 앞으로의 활약이 기대되는 천체망원경이다.(☞ '칠레의 신라 천문대'

     

    * VLT의 프록시마 d 발견 과정이 무척 흥미로운 바, 다음 회에 상술하기로 하겠다.  

     

     

    프록시마 d의 위치

     

    그렇다면 이중에서 외계 생명체를 기대할 수 있는 행성이 있을까? 액체 상태 물의 존재 가능성이 점쳐져 우리 인류의 이주 계획까지 거론되었던 프록시마 b의 평가는 지금은 어떨까? 이에 대한 결론을 콜로라도 볼더대학의 천체물리학자인 메레디스 맥그리거 교수와 카네기 과학 연구소, 시드니 천문학 연구소, 하바드-스미소니언 천체물리학 센터, CSIRO 천문·우주과학, 우주망원경과학 연구소, 기타 유수 대학의 천체물리학 교수들이 참가한 연구진이 발표한 바 있다. 결론은 '없다'였다.

     

    위의 행성 가운데 가장 가장 유력했던 프록시마 b가 밀려난 이유 중 지대했던 것은 프록시마 센타우리가 섬광성(閃光星, flare star)이기 때문이니, 프록시마 센타우리가 발산하는 불규칙적인 플레어(flare)에 너무 가깝게 노출되므로 생명체가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플레어를 통해 분출된 강력한 자외선과 이온화된 방사선은 프록시마 b에 존재하는 모든 생물은 물론 행성의 대기까지 날려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관측된 프록시마 센타우리의 빛
    프록시마 센타우리의 플레어 상상도

     

    연구팀은 프록시마 센타우리의 플레어 수치를 측정하기 위해 2019년 동안 수개월에 걸쳐 별을 관찰했다. 이를 위해 호주 SKA 패스파인더 망원경과 아타카마 대형 밀리미터 집합체(ALMA), 허블 우주망원경, TESS 우주망원경, 듀퐁 망원경 등이 총동원되었는데, 2019년 5월 1일  결과 프록시마 센타우리의 거대한 플레어가 관찰되었다. 이때 수초 동안 발생한 자외선은 평소의 1만4000배에 달했다고 하는 바, "만약 프록시마 b에 생명체가 있다면 살아남을 수 없었을 것"이라는 결론에 쉽게 도달했다고 한다.  

     

     

    프록시마 센타우리의 플레어 분석 / 프록시마 센타우리와 같은 저질량 저광도의 적색왜성은 다른 별들에 비해 가변적이고 불안정해 잦은 플레어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위력도 무시무시하다.

     

    그리고 연구팀은 프록시마 센타우리는 태양과 비슷한 나이로서 수십억년 동안 이같은 플레어를 폭발시켰을 것으로 추정했던 바, 프록시마 b에 생명체가 있었다고 해도 이미 오래전에 사라졌을 것으로 결론내렸다. 아울러 프록시마 b가 받는 강한 항성풍의 압력도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로서, 프록시마 b에 도달하는 항성풍의 강도는 지구가 받는 태양풍의 약 2000배 정도로 분석됐다. 영화 트랜스포머에 나오는 휴머노이드 로봇이라면 모를까, 이 정도 압력의 항성풍에 존재할 수 있는 생명체는 없다.  

     

     

    I'm fine. I have a no probl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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