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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장 비싼 운석 '디 에니그마(The Enigma)'
    거꾸로 읽는 천문학개론 2022. 2. 11. 04:18

     

    운석이 가치를 지니는 이유는 당연히 희소성 때문이다. 그것이 대부분 지구에 없는 물질로 이루어져 있는 까닭에 우주의 신비를 엿볼 수 있는 통로로 여겨지는 것이니, 작년 12월 25일 쏘아 올려진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ames Webb Space Telescope, JWST)에 열광하는 이유도 그 망원경이 지금껏 보지 못한 우주관측의 통로가 될 것이라 기대하기 때문이다. 정말이지 JWST가 보내올 우주 사진이 기다려지며 그 상상만으로도 설렌다. 

     

    운석은 그렇게 먼 우주로부터 지구상의 인류에게 던져지는 선물이다. 운석은 단순히 보는 데 만족해야 할 우주 물질을 만져볼 수 있다는 점에서 짜릿함을 더해준다. 그 운석의 성분들은 실로 여러 가지인데, 작년 3월 28일 영국 글로스터셔 윈치콤이란 작은 마을의 민가 앞에 떨어진 운석(윈치콤 운석)은 손가락 마디에 불과한 300~400g에 지나지 않는 것들로서 불에 타고 남은 재처럼 볼품도 없었지만, 탄소질 콘드라이트(carbonaceous chondrite) 운석이라는 점에서 화제가 됐다. 탄소·유기물·아미노산 등의 성분이 함유돼 있어 생명체의 기원을 밝히는 데 일익을 할 것이라는 기대가 실린 까닭이다.(☞ '생명체 탄생의 기원을 밝혀줄 탄소질 콘드라이트 운석')

     

    앞서 '외계로부터 온 것들'에서 지난 2000년 중국 신장·위구르 자치구 푸캉(埠康)시 인근 고비사막에서 발견된 '푸캉 팰러사이트(fukang pallasite)'라는 1003kg의 초대형 운석 사진을 소개한 적이 있는데, 아마도 이 철운석이 현존하는 최고 가격의 운석일 것이다. 이 운석은 거래된 적은 없으나 (쪼개져 팔렸다는 소문도 있음) 지난 2008년 미국 뉴욕 본햄 경매장에서 419.5kg의 팰러사이트가 경매 상품으로 올라와 약 200만달러(약 23억원)라는 운석 사상 최고가 가격이 책정된 바 있기 때문이다. (푸캉 운석 중 약 32kg짜리 조각을 애리조나 지질 연구소가 연구 목적으로 소장하고 있다고 하는데, 아래 왼쪽 사진의 것 같다)

     

     

    푸캉 철운석(fukang pallasite) / 니켈 철 함유 운석에 금빛 감람석이 퍼져 있다.
    외신에 소개된 '푸캉 팰러사이트'

     

    그런데 9일(현지시간) 역대 최고가의 운석이 탄생했다. 수십억 년 전 유성이 지구이 도달한 것으로 추정되는 555.55캐럿짜리 블랙 다이아몬드 '디 에니그마(The Enigma, 그리스어로 수수께끼)'가 316만 파운드(약 51억원)에 팔렸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던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이날 영국 런던의 소더비 경매장에서 진행된 온라인 경매에서 '디 에니그마'는 316만 파운드에 낙찰됐다. '디 에니그마'와 같은 블랙 다이아몬드는 보통 지구 표면 근처에서 발견되는데 이 블랙 다이아몬드가 우주에서 온 것임을 암시한다고 소더비 측은 설명했다.

     

    소더비는 "이런 유형의 블랙 다이아몬드는 유성이 지구와 충돌로 인한 화학기상증착(CVD) 작용에 의해 만들어졌거나 초신성 폭발로 블랙 다이아몬드가 생겨난 유성이 지구에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는데, 아마도 후자일 가능성이 높다. 원래 다이아몬드는 900~1300도의 고열에서 45~60Kbar(대기압력의 45,000~60,000배)라는 엄청난 압력을 받아야 생성되는 물질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이아몬드는 땅 속 깊은 곳에 있는 마그마 방 곁에서 생성되는데, 이 물질이 킴벌라이트(Kimberlite)라는 암석에 묻어 지표로 분출되어 그 킴벌라이트 속에서 발견되는 것이다.

     

     

    킴벌라이트 속의 다이아몬드

     

    우주에서 오는 것도 다를 바 없어 킴벌라이트와 같은 암석 속에 묻혀 있다 발견되며 이번 소더비에서 경매된  블랙 다이아몬드 역시 그러했다. 그 원석을 55면의 보석으로 가공을 한 것인데 약 3년에 걸친 작업이 소요됐다고 한다. 이 다이아몬드를 55면의 555.55캐럿으로 디자인한 것은 중동 지역의 부적 함사(hamsa)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라고 AFP는 설명했다. (함사는 손가락 5개가 있는 손바닥 모양의 부적이라 한다)

     

    물론 귀하기는 하지만 다이아가 박힌 우주 킴벌라이트는 종종 발견되었다. 그리고 그런 다이아들은 대부분 품질이 좋지 않아 보석으로의 가치가 없었고 대신 절삭용이나 다이아몬드 코어비트라는 산업 시추용으로써 쓰여왔는데, 이번의 '디 에니그마'는 가공되어 316만 파운드라는 역대 최고가의 운석으로 등극하게 된 것이다. 앞서 진주 운석 소동을 다루며 말했지만 우리나라는 위도상 운석이 떨어지기 힘든 곳이다. 하지만 아예 떨어지지 않는 것은 아니니, 산이나 들, 또는 길에서도 유별난 돌들은 한번쯤  집어 볼만하다. 당신도 혹 51억짜리 선물을 받게 될지 모른다. (대부분 극지방과 바다로 떨어지기는 하나 운석은 1일 평균 100톤 이상, 1년 평균 4만 톤 정도가 쏟아져내린다)

     

     

    이번에 거래된 '디 에니그마'
    종종 거론되는 다이아몬드 행성 '55캔크리e'
    '55캔크리e' 는 지구에서 약 40광년 떨어진 게자리(Cancri)의 별 '55캔크리'의 주위를 도는 행성이다.
    영국 캐번디시연구소와 미국 메사추세츠공과대학(MIT) 등 국제 공동연구진은 스피처 망원경으로 '55캔크리e'를 관측한 결과를 2016년 3월 《네이처》에 발표했다. 이 외계행성은 표면이 다이아몬드로 이루어져 있으며 (내부 그림은 추정한 것) 낮의 온도가 2천427도(2700K·절대온도) 정도지만 밤의 온도는 낮보다 1천도 이상 낮은 1천107도(1380K)인 것으로 관측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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