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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명체 탄생의 기원을 밝혀줄 탄소질 콘드라이트 운석
    거꾸로 읽는 천문학개론 2021. 3. 12. 00:59

     

    운석은 우리나라 말로 별똥별이라는 귀여운 이름을 갖고 있다. '별이 똥을 싼 별'이라는 뜻인데 '변'의 의미임에도 거부감이 없이 정겹다. 예전에는 '여름밤 마당에 멍석을 깔고 누워 할머니와 함께 떨어지는 별똥별을 봤다'는 말이 많이 회자되었지만 지금은 사라진 풍경이 됐다. 운석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그것을 목격할 수 있는 환경이 사라진 것이니 미 항공우주국(NASA)의 발표에 의하면 요즘도 하루 동안 떨어지는 운석이 100t가량 된다.

     

    우리나라는 위도상 운석이 낙하되기 어려운 환경임에도 2014년 3월, 10kg 안팎의 운석 4개가 발견되어 한바탕 소동이 일었는데, 앞서 '다시 주목해 본 첼랴빈스크 주 운석 내습 사건'에서 언급했던 그 정도의 운석은 아니지만 나 역시 2015년 봄 한낮에 하늘을 나는, 자동차보다도 큰 유성체보고 놀란 적이 있다. 이후로도 가끔 점멸하는 별똥별을 목격하는데, 대부분 갑자기 사라지거나 공중에서 산화되어 떨어진다. 아무튼 지구를 찾아오는 운석은 생각보다 많다. 

     

     

    진주 운석( 각각 다른 운석임)

     

    그와 같을 별똥별을 볼 때면 나이와 무관하게 가슴이 벅차다. 그런 가운데 지난 달 28일 영국 글로스터셔 윈치콤이란 작은 마을의 민가 앞에 떨어진 운석이 공개되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 운석들은 전부 다 해 300~400g에 불과해 매우 작은 편에 속했지만 한눈으로도 범상치(?) 않았는데 아니나 다를까, 탄소질 콘드라이트(carbonaceous chondrite) 운석이란다. 단순한 광물질 덩어리가 아닌 탄소·유기물·아미노산 등의 성분이 함유된 운석이라는 것이다.

     

    이 운석을 발견한 윌콕 가족은 "고민 끝에 런던 자연사박물관에 기증했다"는 솔직한 심정을 밝혔다. 윌콕 씨는 "우리 가족은 고민한 끝에 발견한 운석을 세상에 알려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운석이 "딜러가 아닌 과학의 품으로 가야 한다"라고 말했다는데, 워낙에 카메라에 잡힌 화구(火球)와 낙하지점이 선명해 숨기기도 힘들었겠지만 어찌됐든 갸륵한 결정임에는 분명하다. 

     

    그들의 멘트에 따르자면 영국은 여전히 운석 발견자에게 소유권이 주어지는 것 같다. 반면 우리나라는 2014년 진주 운석 소동을 계기로 '운석의 소유권은 발견자에게 있되 국가가 관리한다'는 '운석 지정제'라는 이상한 법률을 만들었는데, 다시금 말하지만 이는 한치 앞만을 바라본 단견이다. 이로 인해 (나와 같은) 아마추어 운석사냥꾼들은 더 이상 땅을 훑을 일이 없게 됐고 혹 발견한다 하더라도 해외 거래사이트에 올려질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이럴 경우 실질적으로 제재할 길도 없는 바, 방법이라곤 오직 애국심에 호소하는 길 뿐이다)

     

     

    이번 영국 운석의 화구
     발견된 운석중 가장 큰 것

     

    다시 영국 운석으로 돌아가 말하자면, 이번에 발견된 탄소질 콘드라이트 운석은 암석 운석에 비해 가치가 비교되지도 않을 만큼 높으니, 그 돌을 대한 전문가는 "처음 보고 기절할 정도로 특별한 운석"이라 했고, 운석 조각을 최초로 확인한 리처드 그린우드 오픈유니버시티 연구원은 "집주인이 비닐봉지에 넣어둔 조각을 보고 다리에 힘이 풀렸다, 정말 특별한 운석이었다"라고 회상했다는 전언이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탄소질 콘드라이트 운석은 왜 특별대접을 받는 것일까? 이는 이 운석이 태양계 생성기인 약 46억년 전의 화학성질을 유지하고 있다는(그리하여 우주 생성의 비밀의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도 있지만, 그보다도 생명체 탄생의 기원을 밝혀줄 열쇠를 제공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에서이다. 앞서 '단순 생명체를 찾아서 (유로파)'에서 말한 남극대륙에서 발견된 앨런힐스 운석(ALH84001)이나 아프리카 모로코 사막에서 발견된 티신트 운석이 특별대접을 받고 있는 이유와도 같은 바, 이 운석들이 생물의 탄생 조건인 탄소 동위원소를 포함하고 있다는 것이다.  

     

     

    단순 생명체를 찾아서 (유로파)

    지난 2010년 말, 천체에 관심 있는 네티즌이 크게 술렁인 사건이 있었다. NASA(미국항공우주국)에서 곧 중대발표를 하겠다는 예고를 했기 때문인데, 그때까지(2010년 11월 29일) 우리에 들린 소식은

    kibaek.tistory.com

     

    게다가 이번에 발견된 영국 운석(가칭 윈치콤 운석)은 각종 유기물과 아마노산이 함유되어 있어 생물의 기원에 더욱 접근할 수가 있다. 그 이유를 앞서 게재한 '생명체는 우주로부터?'의 내용에서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아무튼 이것은 지구 생명체의 탄생 가설로서 매우 그럴듯한 것이었지만 한편으론 다른 관점도 존재한다. 생명체가 우주로부터 왔을 것이라는 가설이다. 그 이유는 유성, 소행성, 혜성 등에서도 아미노산을 함유한 물질들이 발견되기 때문인데, 최근 실험들은 우주 먼지, 즉 스타 다스트(*'빛의 속도로 나는 게 전부는 아니다'참조)도 아미노산을 만드는 화학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즉, 우리는 생명의 기원물질이 우주의 어느 곳에서 발생하여 우연찮게(먼지, 유성, 혜성, 소행성 등에 의해) 이 지구에 유입될 때 함께 유입되었다는 가정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더불어 그에 관한 증거들도 찾아볼 수 있는 바, 그 대표적인 사례가 1969년 호주 머치슨 지방에 떨어진 머치슨 운석이다. 공중에서 깨져 이 무더기로 떨어진 운석들에서 지구 상에서 발견된 아미노산 및 미발견의 새로운 아미노산까지 검출된 것이었다. 

     

     

    1969년 9월 28일 오스트레일리아 머치슨에 떨어진 운석 

     

    머치슨 운석에서 발견된 아미노산

     

    이 운석을 분석한 미국 애리조나 주립대학의 존 크로닌 박사 등은 그 안에 포함된 90개 이상의 아미노산 중 오직 19개만이 지구에서 발견된 것이라는 놀라운 사실을 발표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운석에서 나온 19개의 아미노산의 성분(글리신 , 알라닌, 노르발린 등)이 스탠리 밀러의 실험*에서 검출된 아미노산 성분들의 조성비율과 거의 유사하다는 사실이었다.(이상은 지구 외의 행성에 지구와 유사한 생명체가 서식함은 물론, 지구보다도 더 다양한 생물체가 존재할 수도 있다는 방증이다. 아미노산 등의 유기물을 포함하는 운석은 그 뒤에도 다수 보고되었다)

     

    * 스탠리 밀러의 실험 

    공인된 파스퇴르의 실험을 통해 생물은 자연발생한 것이 아니라 먼저 존재한 생명체로부터 기인했다는 것을 알 수 있지만, 지구(혹은 제3의 행성) 상의 생명체가 어떻게 탄생했는가를 설명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이를 밝혀내기 위한 실험이 1953년 시카고 대학 박사과정에 있던 스탠리 밀러에 의해 행해졌다. 그 실험의 촛점은, 그렇다면 최초의 아미노산은 어디에서 어떻게 생겨났는가 하는 것이었다. 

    그는 먼저 실험실에 원시 지구상의 환경을 조성하였던 바, 원시 대기 속의 주요 화합물이었던 메탄, 암모니아, 수증기(물)를 담은 여러 플라스크를 만들었다. 그리고 플라스크 안의 화합물에 일주일 동안 전기 스파크(모의 번개효과)를 가하거나 가열을 했다. 그러자 플라스크 안의 내용물이 아미노산을 포함하고 있는 다량의 유기분자로 구성된 갈색의 엿으로 변했다. 생명의 기원이 되는 아미노산의 생성 과정을 간단한 실험으로써 설명시킨 것이었다.  


    아미노산(amino acid)의 구조.  아미노산 은 생물의 몸을 만드는 단백질의 기본 구성단위이다. 단백질을 완전 가수분해하면 암모니아와 아미노산이 생성된다. 
    당시 시카고 대학교의 박사 과정 학생이었던 스탠리 밀러( Stanley Miller)는 이 실험의 결과를 '사이언스'지에 발표하였고, 이것은 이후 오파린의 가설과 더불어 생명체 탄생 이론의 독보적인 자리를 차지했다. 스승인 해럴드 유리(Harold Urey)와 함께 진행한 까닭에 '밀러-유리 실험'으로도 불린다.

     

    런던 자연사박물관에 따르면 현재 지구에 떨어진 것으로 확인된 운석은 약 6만5천개에 이른다. 이 중 낙하 모습이 실제로 관측된 건 1천206개에 불과하고, 탄소질 콘드라이트 성분인 건 51개로 더욱 희귀하다. 박물관 측은 또 이번에 수집된 윈치콤 운석 조각은 최근 일본의 소행성 탐사선 '하야부사2'호가 지구에서 약 3억4천만㎞ 떨어진 소행성 '류구'에서 가져온 시료와 비슷하다고 설명했는데, 윈치콤 운석을 보자니 앞서 언급했던 가열한 부러움이 조금 희석되는 기분이다. 

     

    최근 팽배한 반일 감정과는 별개로 일본에 대해 부러운 것이 2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일본의 무인 탐사선 하야부사 2호가 지구에서 3억㎞ 떨어진 소행성 류구에 착륙, 토양 시료를 채집해 지구로 돌아온 일이다. 우리는 애써 모른 척했지만, 하야부사 2호가 소행성 류구의 착륙에 성공한 작년 12월 7일 새벽, 일본 국민은 열도가 떠나가도록 열광했다. 탐사선이 2014년 지구를 출발한 지 6년 만에 이룬, 그들 말대로 '완전·완벽한 성공'에의 자축이었다. 과거 청일·러일전쟁에서 승리했을 때 아마도 그들은 이렇듯 열광했을 것이다..... 

     

     

    윈치콤 운석
    운석이 떨어진 글로스터셔 윈치콤 마을
    윈치콤 마을의 운석을 찾는 조사원들 

    소행성 류구 탐사선 하야부사 2호에 관한 사진

    하야부사 2호가 6Km 전방에서 찍은 소행성 류구(龍宮)의 실제 모습

     

    소행성 류구의 탐험을 마치고 지구로 귀환하는 하야부사 2호의 상상도

     

    22일 오전 7시 29분, 류구에 하야부사 2호의 두 번째 착륙시도가 성공하자 관계자들이 기뻐하고 있다. 이로써 일본은 2005년 하야부사 1호에 이어 또다시 소행성에 우주탐사선을 착륙시킨 기록을 가지게 됐다. 소행성 착륙은 미국도 아직 이루지 못한 고도의 과학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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