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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주목해 본 슈메이커-레비 혜성 목성 충돌 사건거꾸로 읽는 천문학개론 2020. 8. 28. 23:04
지난 달 지구를 방문하고 간 니오와이즈(NEOWISE) 혜성은 천문학 동호인 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관심이 컸던 듯 인터넷 커뮤니티에 여러 반향이 올라왔다. 그런데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관측이 용이하지 않았던 듯 불만스러운 글이 많았고, 올라온 사진 중에서도 앞서 게재한 '클리앙'의 서울 남산을 배경으로 한 혜성 사진 외에는 이렇다 할 것이 없었다.(☞ '장보고와 핼리혜성') 다만 한국천문연구원의 것은 전문가의 솜씨인지라 역시 볼 만했다.한국천문연구원이 7월 8일 강원도 태백시에서 촬영한 사진
7월 14일 솔즈베리 스톤헨지를 배경으로 찍은 트위터 사진
7월 15일 보현산천문대에서 촬영된 니오와이즈 혜성
굳이 설명할 것도 없겠지만 혜성은 대개 이렇듯 빛나는 머리와 길게 늘어진 꼬리로 이루어져 있다. 머리 부분은 다시 얼음 상태의 핵과, 핵을 감싸는 먼지 상태의 코마로 구분되는데, 그것이 태양 가까이 오면 핵의 얼음이 녹아 기화되며 코마가 더욱 커지게 된다. 그렇게 커진 코마의 기체가 태양풍이 날려 길게 나타나는 것이 꼬리이다. 즉 꼬리는 태양 가까이 오면 생겨나고 멀어지면 사라지게 된다. 이와 같은 꼬리가 바로 혜성을 멋있게 보이게 만드는 요인으로 어떤 것은 그 길이가 1억km에 달하는 것도 있다고 한다.(2016년 방문했던 'C/2014 S3'처럼 개중에는 꼬리 없는 혜성도 있다)
아무튼 혜성의 모양은 일반적으로 이와 같지만 1992년 7월 목성 부근에서 발견된 혜성은 그 모양이 남달랐다. 미국 팔로마산 천문대에서 캐롤린 슈메이커와 유진 슈메이커, 그리고 데이비드 레비에 의해 발견돼 슈메이커-레비 혜성(Comet Shoemaker–Levy 9)이라고 명명된 그 혜성은 위와 같은 모양새가 아니라 5개의 밝은 빛의 머리가 늘어선 특이한 구조로 마치 구슬을 꿰어놓은 것 같았다. 그리고 이것은 이틀 후 16개로 관측되었고 며칠 후에는 17개로 탐지되었다. 과학자들은 혜성이 이러한 모습을 갖게 된 것은 혜성이 목성의 중력에 의해 부서졌기 때문이라고 추측했다.(정확히는 기조력 때문이라고 하는데 이해는 잘 안 됨)
17개로 쪼개진 슈메이커-레비 혜성
문제는 이렇게 작게 쪼개진 혜성이 목성 가까이 접근했을 경우 중력에 이끌린 그 조각들이 목성과 충동할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과학자들이 예측한 결과, 1994년 7월 이 혜성 조각이 목성 중심에서 4만 5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을 지나게 될 것이며, 이럴 경우 목성의 반지름(7만 km)보다 더 짧아져 결국은 목성 표면과 충돌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 정말로 그렇게 될 것인가가 초미의 관심을 불러 일으켰으니 아직까지 우리 인류가 그와 같은 경험을 해보지 못한 까닭이었다.
정확한 답은 1993년 10월에 나왔다. 슈메이커-레비 혜성 조각들이 10개월 후인 1994년 7월 17일 새벽 5시 목성과 첫 충돌하리라는 것이었다. 아울러 여러 예상들이 난무하였던 바, 혹자는 목성의 성층권에서 혜성이 산화돼 없어질 것이라고 했고, 혹자는 결국 표면과 충돌할 것이며 그 여파로써 큰 지진이 일어나고 그 지진파가 지구에까지 당도할 것이라고 했다.(목성이 기체 행성인데 지진이 일어나고 지진파가 발생할 것이라는 주장이 지금도 이해가 안 됨)
시간이 다가올수록 인류는 더욱 흥분했다. 그리하여 지구의 지상 망원경 뿐만 아니라 모든 우주망원경(허블 우주망원경, ROSAT X선 망원경, 탐사선 갈릴레오의 망원경) 이 총동원되어 그 추이를 살폈다.( 그 중에서도 특히 당시 목성으로 항진 중이던 목성 탐사선 갈릴레오 호의 관측이 지구에 실시간 중계되었다)
계산은 놀라우리만큼 정확했다. 1994년 7월 17일 새벽 4시 50분, 예상 시간과의 단 10분의 오차로서 총 21개의 혜성 조각 중의 첫번 째 것이 목성과 충돌했다. 이어 나머지 20개가 차례로 충돌했는데 이 장대한 우주쇼는 6억km 떨어진 지구 전역에서 관찰되었다. 우리나라 대덕천문대도 7월 18일 오후 4시 41분에 일어난 가장 강력했던 7번째 충돌 장면을 첫 촬영했다. 첫 충돌보다 25배나 강한 것으로 핵폭탄 2만5천개를 동시에 터뜨린 충격이었다고 한다. 충돌속도는 초속 60km였다.
이런 장면을 보노라면 지구상에서 일어나는 인간사 갈등은 하등 부질없고 욕심 또한 덧없다. 당시 어느 과학자가 이르길 "목성에는 생명체가 살고 있지 않는 것이 확실하지만, 만일 생명체가 있었다면 이 충돌은 목성의 모든 생명체의 종말을 의미한다"고 했다. 그리고 "우리 태양계는 태양과 9개 행성, 60여개의 달, 10만여개에 이르는 소행성 및 수많은 혜성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중 행성이나 달은 그 궤도가 안정적이지만 소행성이나 혜성은 궤도가 일정하지 않으며 언제든지 행성과 충동할 수 있다"고 했다.
그 행성이 지구가 아니라는 법이 없다. 그렇다고 괜한 공포심을 가질 필요는 없겠지만 겸손할 필요는 있을 것 같다. 저 우주의 조화 앞에서 우리 인간은 얼마나 초라한 존재인가? 저 우주공간에서 우리는 스타다스트라고 불리는 우주 먼지보다도 작다.
7차 충돌 장면
7월 18일 4시 41분에 일어난 가장 강력했던 충돌로 왼쪽 아래에 거대한 불기둥이 솟구치고 있다. 이 충돌로 지구 크기 3배에 달하는 지역이 5시간 이상 불탔다.
연속 충돌장면
19일 7시 21분부터 이어진 연속충돌은 우리나라 전역에서 일반망원경으로도 관측됐다.
충돌 광경을 볼 수 있는 곳
슈메이커-레비 혜성 충돌 지점
지구보다 큰 상처가 생겼다. 만일 우리 지구와 충돌했다면 필시 지구는 콩가루가 되었을 것이다.
여담
그 즈음 김일성이 죽었는데 세상의 관심이 온통 목성에 쏠려 있는 탓에 장례식도 연기되었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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