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시 주목해 본 첼랴빈스크(Chelyabinsk )주 운석 내습 사건거꾸로 읽는 천문학개론 2020. 8. 21. 19:07
다시 주목해 본 러시아 첼랴빈스크(Chelyabinsk )주 운석 내습 사건
지난 16일(미국 현지시간) 중형 자동차 크기의 소행성 하나가 역대급으로 지구에 근접했다가 비껴갔다고 해서 뒤늦게 화제가 됐다. 미국 우주과학전문매체 <스페이스>가 18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2020 QG'로 명명된 소행성이 지구에서 1830마일(2945㎞) 떨어진 호주 동쪽의 태평양 하늘 위를 지나갔다고 하는데, NASA도 이 소행성이 지구를 스쳐간 사실을 몰랐다고 한다.(NASA는 소행성이 지나가고 6시간이 지나서야 캘리포니아주 팔로마 천문대가 관측한 정보를 통해 이 녀석이 지구에 가장 가까이 접근한 사실을 알았다고)
NASA의 지구근접천체(NEO)* 연구센터는 늦게나마 "2020 QG는 태양 방향에서 지구로 접근했고, 우리는 이 소행성이 다가오는 것을 알지 못했다" 고백하며 "기록상 지구에 가장 근접한 소행성"이라고 밝혔는데, NASA가 추정한 소행성의 크기는 10∼20피트(3∼6m), 속도는 시속 2만7600마일(4만4417㎞)이었다.(<스페이스>는 이 소행성의 크기를 테슬라 자동차에 비유했고, 이에 국내의 모든 언론매체도 '테슬라 자동차 크기의 작은 소행성 하나가 기록상 지구에 가장 가까이 접근했다가 스쳐 지나갔다'고 보도해 이 또한 화제가 됐다. 굳이 테슬라에 비교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것!)
* NEO(Near-Earth Objects)는 지구로부터 0.3AU(천문단위) 이내로 다가오는 소행성 등을 말하는데,(1AU는 태양에서 지구까지의 거리) NASA는 0.05AU로 접근하거나 크기가 460피트(140m) 이상인 소행성을 잠재적 위험성을 가진 지구근접천체로 분류하고 있다.
NEO?
NASA CNEOES(Center for Near Earth Objects Studies, 지구근접천체 연구센터) 홈페이지 소행성
그런데 사실 이 뉴스는 보도하나마나 한 내용이다. "기록상 지구에 가장 근접한 소행성"이라는 것 자체는 주목할 만하지만, 폭스뉴스의 보도대로 이 정도 크기의 소행성은 지구에 잠재적 위험을 미칠 수 있는 NEO가 아니다. 설사 지구를 직격했다 하더라도 대기권을 통과하며 부서져 산화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구로 향하는 이 정도 크기의 소행성은 무수할 것이니, 2015년 봄 내가 제주도에서 본 유성체는 자동차보다 훨씬 큰 것이었는데, 어느 순간 급추락함과 동시에 산화하며 사라졌다.
이때 유성체가 완전히 증발되지 못하고 남은 덩어리가 지표면으로 떨어지는 것이 운석이다. 따라서 그것이 매우 위험할 듯싶지만 실제적으로 위험을 준 예는 별로 없다. 운석들은 대기권에 진입하는 순간 대기와의 마찰이라는 강한 저항에 부딪혀 감속되는데, 이때 감속되는 가속도의 크기는 운석 직경에 반비례한다. 쉽게 말하자면 직경이 작을수록 속도가 더욱 크게 줄어든다는 것으로, 마지막 종말속도는 공기저항과 운석의 무게가 균형을 이루게 되어 웬만한 운석들은 그냥 '툭'하고 떨어지게 된다.
2014년 3월, (위도상 운석이 낙하되기 어려운 환경의) 우리나라에서도 빛을 발하는 대형 운석이 낙하되는 광경이 목격되어 한바탕 소동이 일었고 그 일대에서 운석 4개가 발견되었다. 첫번째는 3월 10일 진주시 대곡면 파프리카 재배 비닐하우스에서 발견된 9.36kg짜리 운석이었는데, 비닐하우스 지붕을 뚫으며 파이프와 약간의 충돌이 있었던 그 운석는 여느 밭의 짱돌처럼 자연스럽게 놓여 있었다. 까닭에 처음에는 운석이냐 아니냐 설왕설래했던 바, 모양새도 그러했거니와 대부분의 사람들은 미국 애리조나 주의 배린저 운석공과 같은 깊이는 아니더라도 웬만큼의 깊이를 상상했기 때문이다.(나머지 3개 운석도 진주시 마을 밭이나 개울가에서 별다른 특이점 없이 발견됐다)
진주 파프리카 재배 비닐하우스에서 발견된 운석
당시의 뉴스 캡처
떨어지는 유성체와 비닐 하우스 구멍이 확연하다.
두번째 발견된 운석
진주시 미천면 콩밭에서 발견되었으며 마른 땅이었던 관계로 첫번째 발견된 운석과 달리 땅이 거의 패이지 않았다.
애리조나 주의 배린저 운석공
오른쪽 전망대의 사람들과 비교해보면 그 엄청난 크기를 짐작할 수 있다.(지름 1,186m, 깊이 210m) 이같은 대규모 크레이터가 생긴 것은 우선 운석의 규모가 어머어마했기 때문이다.(50m) ☞ '딥 임팩트. 지구 최후의 날'
말한 대로 자동차 크기나 그 이상의 소행성도 별 문제가 안된다. 물론 종말속도 제로(0)의 운석이라도 사람이 맞으면 위험한데, 차제에 말하거니와 2014년 진주 운석의 발견을 계기로 제정된 '운석 지정제'는 매우 불합리하다. 운석의 소유권은 발견자에게 있되 국가가 관리한다는 것이니, 운석에 맞아 사망하거나 다쳐도 유가족이나 피해자는 그 운석을 팔아 재해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도 없다. 기실 해외 운석경매 사이트를 이용하면 그 처분은 가히 어렵지 않을 것으로 짐작되는 바, 나는 이 '운석 지정제'가 운석을 더욱 음성화하게 만들 것으로 생각한다. 그냥 개인의 '로또'로 놔두었으면 좋았으리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NEO에 관해서는 몇 년 전 NASA가 지구에 잠재적 위험을 미칠 수 있는 근접천체는 핵폭탄으로 박살내거나 진로를 변경시키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였으므로 안심(?)해도 된다. 다만 문제는 그 중간 쯤에 해당하는 NEO이니 2013년 2월 러시아 우랄 연방관구 첼랴빈스크(Chelyabinsk)주 상공에서 폭발한 운석이 그 대표적인 예다. 당시 지구를 내습한 지름 약 20m 크기의 운석은 초속 약 19km 속도로 대기권에 진입한 후 대기 마찰 저항으로 불이 붙었고, 고압 대기가 운석 내부로 스미면서 지상 29.7km 상공에서 터져버렸다.
불꽃은 100km 떨어진 곳에서 육안으로도 관측할 수 있었고, 주민들은 고막을 찢을 듯한 굉음을 경험해야 했다. 폭발과 함께 발생한 열 먼지 구름과 가스는 반경 26.2km까지 확산됐으며 비산된 운석은 사방으로 퍼졌다. 추산 결과 폭발력은 히로시마 원폭의 26~33배에 달했다고 하는데, 유리창 파편 등의 2차 재해로 1,500여명이 부상당했지만 재해 지역이 시골이라 그나마 피해가 덜할 수 있었다. 만일 이것이 도심에서 터졌다면 피해는 상상을 초월했을 것이다. 유감스러운 건 미국과 더불어 첨단 천문과학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러시아 당국도 이 운석에 대해 전혀 감지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이렇게 볼 때 첼랴빈스크 사건과 같은 일은 앞으로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가 있다. 그래서 다음 회에서는 1993년 7월, 목성과 연속 충돌한 슈메이커-레비 혜성 사건을 한번 회상해보려 한다. 이 혜성 충돌 장면은 당시 전세계에 방영까지 된 금세기 최대의 우주쇼였으므로 아직도 기억하시는 분이 꽤 있으리라 생각된다. 첼랴빈스크 주 운석 내습 사건과 함께 내가 생각하는 최대의 우주 관련 사건으로 외계인이 나타나기 전까지 이 같은 대사건은 없을 것 같다.
내습한 운석과 폭발한 운석이 불타는 사진
러시아정교회 성당 위를 지나가는 유성체(합성이 아니라면 기막힌 사진이다)
합성이지만 놀라 뛰는 아이가 너무 귀여워서. ^^
운석의 내습과 공중 폭발 광경, 막대한 피해 상황, 호수에 떨어진 운석이 만든 얼음구멍 등을 생생히 볼 수 있는 영상.
슈메이커-레비 혜성 충돌 지점
거의 지구 크기의 큰 상처가 생겼다. 만일 우리 지구와 충돌했다면....?
'거꾸로 읽는 천문학개론' 카테고리의 다른 글
퇴보하는 우리의 천문과학 - 앙부일구에 얽힌 일화 (1) 2020.12.26 다시 주목해 본 슈메이커-레비 혜성 목성 충돌 사건 (0) 2020.08.28 니오와이즈 혜성 인증샷을 기대하며 (0) 2020.07.12 중국의 우주굴기 선저우(神舟)호 (0) 2020.05.30 북두칠성에 관한 새로운 사실 (0) 2020.05.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