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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의 우주굴기 선저우(神舟)호
    거꾸로 읽는 천문학개론 2020. 5. 30. 22:53

     

    러닝타임 2시간 동안 단 두 사람의 배우만 나오는 영화가 있다. 주인공은 우주인 라이언 스톤 박사 역을 맡은 산드라 블록과 베테랑 우주비행사 매트 역을 맡은 조지 클루니인데, 그나마 조지 클루니는 몇 장면 나오지 않으니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산드라 블록의 연기만을 봐야 한다.(우주비행 관제센터 소장 역을 맡은 에드 해리스는 가끔 목소리만 나온다) 

     

    이 특이한 영화의 제목은 '그래비티'(Gravity), 즉 '중력'으로, 허블 우주망원경을 수리하던 라이언 스톤 박사가 지구의 중력에 의해 끌려진 인공위성의 잔해와 부딪히면서 고립무원의 공간에 홀로 남겨지는 설정으로부터 영화는 시작된다.

     

     

    '그래비티' 포스터

     

     

    조금 더 설명하자면, 러시아는 용도 폐기된 인공위성을 우주에서 폭파시키고, 그 잔해가 허블 망원경과 부딪히며 우주왕복선 STS-157으로부터 라이언 박사를 이탈시킨다. 파편이 라이언 박사와 우주선을 연결하는 로봇 팔을 부러뜨렸던 것이다. 이후 우주 공간의 미아가 된 라이언은 생존을 위한 처절한 노력을 하게 되는데, 마침내 버려진 중국 우주선 선저우(神舟)호에 올라 타게 된다. 고물 우주선이든 뭐든 지구 귀환을 위해서는 당연히 그 우주선을 조종해야겠지만 아뿔사! 조종버튼은 모두 중국어 일색이다.

     

     

    라이언 박사 사고 순간 gif

     

    문제의 로봇 팔

     

     

    하지만 다행히도 과거 러시아 소유즈 우주선의 조종기술을 배운 적이 있어 그걸 회상하며 버튼을 누르고 마침내 귀환선의 조종에 성공해 지구로 돌아오게 된다.(영화는 지루했지만 바다 속에서 걸어나오는 라스트 신은 인상적이었음) 그런데 영화는 중국이 러시아로부터 기술을 배웠다는 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어 중국인들이 보면 자존심이 상할지는지도 모르겠는데, 그래도 나로서는 마냥 부럽기만 한 선저우 우주선이었다. 유인우주선은커녕 인공위성 발사체도 남의 나라(러시아) 것을 빌려 써야 하는 우리나라의 처지를 생각하면.....

     

     

     

    영화의 모든 것이 함축된 두 장면

    2013년 '타임'지가 선정한 최고의 영화라는데 그 뽑은 놈을 한 대 때려주고 싶은 영화..... 게다가 집까지 걸어오는 동안 얼마나 춥던지.....

     

     

    중국의 유인우주선 계획은 1992년 9월31일 첫 유인우주선 플랜인 선저우 계획(일명 921 프로젝트)을 입안함으로써 시작되었고 2000년 들어 드디어 우주굴기를 선언했는데, '굴기(屈起)'라는 단어가 낯선 분을 위해  일전 포스팅했던 글을 다시 올려 보도록 하겠다.(☜ '우리의 사대주의 언제까지 갈 것인가?')

     

    .... 그리고 불과 몇 십년이 되지 않아(정말로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중국은 1980년대 등소평이 개혁개방 정책을 주도할 때 표방한 ‘도광양회(韜光養晦: 칼의 빛을 감추고 어둠 속에서 은밀히 힘을 기른다)’를 넘어, 2000년대에 들어서기 무섭게 ‘화평굴기(和平屈起: 평화스럽게 우뚝 솟아 일어난다)’를 표방했다. 그리고 다시 얼마 되지 않아 ‘유소작위(有所作爲: 필요할 때 역할을 마다하지 않는다)’를 내세웠다. 이제 힘을 키웠으니 주변에 간섭하고 나서겠다는 뜻이다.

     

    우주굴기는 중국의 NASA라 불리는 '국가항천국'(國家航天局)에서 표방한 말로, 1999년 11월 20일 첫 무인우주선 선저우 1호를 필두로 2 · 3 · 4호를 연속 발사 성공시킨 데 이어 2003년 10월 15일 양리웨이(楊利偉) 공군대위를 태운 유인우주선 선저우 5호를 창정(長征) 로켓에 실어 우주공간에 내보냄으로써 뜻을 이루었다. 이때 선저우 5호는 지구를 14바퀴 돈 후 지구로 무사 귀환함으로써 중국 국민의 자존심을 한껏 고취시켰다. 

     

     

    선저우 5호와 중국 최초의 우주인 양리웨이

     

     

    중국의 우주굴기는 이에 그치지 않았으니, 2005년 10월 12일에는 선저우 6호가 2명의 우주인을 태우고 발사된 후 5일간의 장기 임무를 마치고 귀환했고, 2008년 9월 25일에는 선저우 7호가 3명의 우주인을 태우고 임무를 수행했는데 이때 자이즈강(翟志剛)이 첫 우주유영(EVA)에 성공함으로써 중국대륙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2008년 9월 25일 오후 9시 10분에 발사된 선저우 7호와 우주비행 개념도

     

     

    중국 CCTV로 중계된 자이스강의 우주유영

     

    9월 28일 내몽골 초원지대에 착륙한 우주인들.

    왼쪽부터 자이즈강(翟志剛·42), 징하이펑(景海鵬·42), 류보밍(劉伯明·42)

     

    귀환보고대회에서 환영받는 자이즈강

     


    2008년 9월 25일 오후 9시 10분, 간쑤(甘肅)성 주취안(酒泉) 위성발사센터에서 발사된 선저우 7호는 26일 새벽 4시쯤 343㎞ 상공의 지구순회 궤도에 안착한 뒤 90분에 한 번씩 지구  주위를 돌며 우주유영(游泳) 등 각종 실험을 진행했다. 이 장면을 중국중앙방송(CCTV)이 '신의 배 하늘을 탐색하다(神舟問天)'라는 제목의 특별프로그램으로서 온종일 방영해 중국 전역을 축제 분위기 속에 빠뜨렸는데, 28일 오후 6시쯤 네이멍구 자치구 초원지대로 귀환한 그들은 중국 국민의 뜨거운 환영을 받았다.

     

    선저우 7호의 우주 임무수행과 무사귀환은 중국이 첨단 우주기술을 보유한 강국이라는 것을 세계에 과시한 것이었고, 세계의 여론도 중국을 미국과 러시아 다음의 우주 기술 보유국이라고 인정해 마지않았다. 중국의 우주개발은 미·소 보다 한참 늦었으나 가장 성공한 우주선인 소유즈를 벤치마킹하고, 그간 미·소의 시행착오를 교훈삼아 빠르게 성장했던 것이다.

     

    이후 2011년 9월 29일에는 우주정거장 텐궁(天宮) 1호를 쏘아올려 세계를 또 한번 놀라게 했는데,(2018년 4월 추락해 체면을 구기긴 했지만 ☞ '미스터리 스페이스 볼의 정체') 이어 2012년 6월 16일 발사된 선저우 7호에는 중국인 여성 비행사 류양(劉洋, 34)이 탑승함으로써 역시 미·소에 이은 여성 우주인이 탄생하게 되었다.(※ 하지만 첫 여성 우주인은 러시아 우주선에 빌붙은 한국에서 먼저 나왔다)

     

     

    류양의 귀환

     

    이로써 류양은 대륙의 첫 여성우주인이 되었다.

     

    한국 최초의 우주인 이소연

    그녀는 2008년 고산과 함께 한국의 우주인 후보자로 선발되었고, 최종 경쟁에서 선택되어 2008년 4월 8일부터 4월 19일까지 러시아 우주선에 탑승하여 11일간 우주를 비행하고 귀환하였다. 이로써 그녀는 전 세계적으로는 475번째, 여성으로서는 49번째 우주인이 되었다.  

     

    소연이 먹튀 논란에 휩싸인 이유

    비록 한국 기술에 의한 우주선은 아니었지만 이소연은 류양에 앞서는 4번째 아시아 여성 우주인(아시아계 미국인 2명을 포함하여)이었으며 한국 최초의 우주인이기도 했다. 그와 같은 우주인을 탄생시키기 위해 정부에서 투자한 돈은 무려 250억으로 그만큼 기대가치가 컸었다. 하지만 그녀는 2년의 계약 기간이 끝나자 미국에 가 우주산업과는 무관한 MBA 과정을 공부하여 박사가 되었고 이후 한국계 미국인 의사와 결혼하며 먹튀 논란에 휩싸였는데, 그 과정에서 계약 기간에 벌어들인 강연료 착복 등이 문제가 되기도 했다.

     

     * 2편으로 이어짐

     

     

    USS 선저우호

    2016년 미국 CBS에서 제작한 인기 드라마 '스타트랙 디스커버리'에 나오는 우주선의 이름도 선저우다.

     

     

     

     

    양자경은 여기서 USS 선저우호의 함장 필리파 조지우 대령으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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