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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양계에 출현한 역대 최대 혜성 베르나르디넬리-번스타인
    거꾸로 읽는 천문학개론 2022. 5. 16. 21:27

     

    인류 역사상 최대 혜성인 ​베르나르디넬리-번슈타인(Bernardinelli-Bernstein, 이하 BB 혜성)이 접근 중이라 화제를 모으고 있다. 공식명칭 '혜성 2014 UN271'인 BB 혜성은 최초 발견자인 펜실베이니아 대학 게리 번스타인 교수와 워싱턴 대학 연구원 페드로 베르나르디넬리의 이름을 따 명명되었으며, 2021년 확인된 지름이 137㎞로, 공식적으로 관측된 역대 최대 혜성이다.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핼리혜성의 지름은 약 5.6㎞이다)  

     

     

    허블망원경이 촬영한 BB 혜성

     

    이것은 서울-청주 간 거리에 맞먹는 지름으로, 이 혜성이 얼마나 큰 지는 1995년에 발견된 역대 최대 혜성 헤일-밥 혜성의 지름이 약 74㎞인 데서 알 수 있다. 1997년 지구촌 각지에서 촬영된 헤일-밥 혜성의 사진은 아래와 같은데 BB 혜성은 적어도 두 배는 될 것이라는 얘기다.   



    1997년 2월 남부 영국에서 촬영된 헤일-밥 혜성 / 이 혜성은 20세기 관측된 혜성 중 가장 밝은 천체였으며 1997년 3월부터 18개월 동안 육안 관측이 가능했다.
    1997년 3월 익산 왕궁리에서 촬영된 헤일-밥 혜성 / 한국천문연구원 제공사진, 촬영자 정희창
    1997년 2월 영국 스톤헨지
    1997년 3월 스페인 코르도바
    1997년 4월 미국 오리건 주 로즈버그
    1997년 6월 이집트 카이로 (오른쪽 피라미드 위)
    악카드왕국의 4대왕 나람신의 전승비에 새겨진 BC 2214년의 헤일-밥 혜성
    전승비 상부 디테일 / 산 위의 태양과 헤일-밥 혜성을 같이 묘사했다.

     

    BB 혜성의 존재가 처음 확인된 것은 지난 2014년으로 암흑 에너지 조사 데이터 세트에서 발견됐다. 하지만 처음 존재가 확인된 지점은 40억㎞나 떨어진 먼 거리여서(지구-태양 간 거리의 27배) 크기의 확인이 불가능했는데, 이후 지구에 점점 가까워지며 아래 ALMA의 데이터 분석을 통해 보다 정확한 크기를 측정해낼 수 있었다. 

     

     

    ALMA는 육안이 아닌 전파망원경 관측 시스템의 천문대이다. 2002년 일본 국립천문대 및 미국 국립 전파천문대(NRAO)와 유럽 남방 천문대(ESO)가 컨소시엄을 형성해 칠레의 북쪽 고원에 자리를 마련하였고, 2013년 첫 공식 관측이 이루어졌다.
    ALMA 66대의 파라볼라 안테나 중 일본이 16대, 나머지 50대를 미국과 유럽이 공유해 사용한다. 한국도 2018년부터 일본과의 컨소시엄을 통해 관측에 참여 중이다.

     

    이상의 연구를 이끈 ESO(유럽남방천문대) 엠마뉴엘 를로슈 박사는 BB 혜성의 고향을 태양계 밖 오르트 구름으로 보았고, 공전주기 550만 년의 초(超)장주기 혜성으로 분석했다. 그리고 지구에 가장 접근하는 해를 2031년으로 보았다. 말하자면 2031년 만나게 되는 BB 혜성을 다음에 보게 될지 어쩔지 알 수 없다는 얘기다. 그때는 인류가 존재할지 어떨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앞서 '혜성에 관한 잡담'에서도 언급했거니와 혜성은 태양을 도는 주기가 200년 이내인 단주기 혜성(short period comet)과 그 이상인 장주기 혜성으로 나뉘는데, 주기 혜성은 명왕성 밖의 카이퍼 벨트(Kuiper belt)가, 장주기 혜성은 카이퍼 벨트 밖의 오르트 구름(Oort cloud)이 고향으로 여겨지고 있다. 오르트 구름은 태양계를 껍질처럼 둘러싸고 있는 가상의 천체집단으로, 거대한 둥근 공처럼 태양계를 둘러싸고 있으며 헤아릴 수 없는 많은 혜성의 핵들이 구성원을 이루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카이퍼 벨트와 오르트 구름 상상도
    카이퍼 벨트는 태양에서 45억~75억km, 오르트 구름은 3천억km 이상 떨어진 곳에 위치한다.

     

    혜성이 처음에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에 대해서는 아직도 별로 밝혀진 것이 없다. 다만 카이퍼 벨트와 오르트 구름에 먼지와 얼음덩이로 존재하던 우주 생성물들이 이탈되어 태양계 안으로 유입되는 것이라는 견해는 과학자 간에 일치되는데, 공교롭게도 이번에 날아오는 BB 혜성은 발견 시기와 맞물려 개봉된 넷플렉스 영화 '돈 룩 업'(Don’t Look Up)의 내용과 비슷한 면이 있어 흥미롭다. 디비아스키로 명명된 크기 5~10km의 혜성이 지구와 충돌하는 내용이다. 

     

    앞서 '아마겟돈', '딮 임팩트' 같은 재난 영화를 실제 상황에 유입한 적이 있지만, 이상은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하는 내용으로 혜성과는 다르다. 소행성은 암석, 혜성은 얼음으로서 물질 자체가 별개이기 때문인데, 다만 충돌 위력은 양자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짐작된다. '돈 룩 업'에서는 기존의 영화와 달리 혜성이 지구에 충돌할 때 벌어질 상황에 대한 과학적 분석이 선행되는데, 영화 속 과학자들이 주목하는 것은 지구와 혜성, 두 천체의 상대 속도 개념이다.

     

     

    영화 '돈 룩 업'에서 지구로 접근하는 혜성
    영화 '돈 룩 업'의 초호화 캐스팅

     

    우리가 잘 알고 있음에도 피부로는 전혀 감지하지 못하는 것이 지구의 공전속도이다. 앞서도 말했지만 지구의 공전 속도는 초속 29.8km로 엄청 빠르다.(총알의 속도: 600~900m/sec) '돈 룩 업'에서 지구에 접근하는 혜성은 오르트 구름에서 발진하며, 그것이 일단 거대한 위험을 내재한다. 위의 그림에서와 같이 오르트 구름은 혜성의 핵들이 공 모양처럼 퍼져 있으며, 그것은 오르트 구름을 이탈한 혜성과 태양계 행성의 공전 방향이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사방 어디에서 날아올지 모르는 까닭이다. 

     

    자동차 사고를 예로 들자면, 같은 방향으로 달리는 차가 옆에서 부딪히는 것과, 직각으로 부딪히는 것과, 뒤차가 추돌하는 것과, 정면충돌은 서로 충격이 다르다. 그중 가장 큰 사고로 연결되는 것은 당연히 정면충돌로서, 아무리 혜성의 진입 속도가 느리다 해도 지구의 공전 속도 자체가 무시무시하므로 결코 행운을 기대할 수는 없다. 이와 같은 정면충돌에 대해 아래와 같이 도해한 그림도 있지만 굳이 설명까지 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물론 부딪히는 혜성의 크기에 따라 충돌 에너지가 다르겠지만, 서로의 속도로 인해 크기를 따지는 것 또한 불필요할 듯하다. 공사판의 예를 들자면 웬만한 고층이면 그 위에서 떨어진 발판 한 개나 핀 한 개나 인체에게는 같은 충격을 주게 된다. '돈 룩 업'에서 지구와 충돌하는 혜성은 너비 5~10km로 핼리혜성과 비슷하게 설정되었다. (밀도 역시 핼리 혜성과 비슷하게 설정된 것 같다) 크기로 보자면 웬만한 혜성이지만 지구와 정면충돌이 예상되므로 72.8km/sec의 결과를 얻게 된다. 이럴 경우 예상 충돌 에너지가 히로시마 원폭 폭발 에너지의 약 29억 배라고 한다. 

     

     

    영화 '돈 룩 업'에서의 지구와 충돌 직전의 혜성

     

    이럴 경우 인류는 어떻게 될까? 한마디로 누구도 생존이 불가능하며 모든 생명체가 멸종된다. 그래서 영화 속에서는 비겁한 미국 대통령이 측근들과 함께 우주선을 타고 제3의 행성으로 도피한다. 물론 수년간 동면을 해야 한다. 이런 영화는 대부분 주인공들이 깊은 수면에 드는 것으로 끝나지만 '돈 룩 업'은 그것이 끝이 아니라 제3 행성의 도착까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그 또한 끝이 아니나 더 이상의 스포는 피해야 할 듯싶다. 너무도 웃기고 충격적인 결말이 펼쳐지기에.....  

     

    다시 현실로 돌아와 말하면, 현재 태양계 내부를 향해 날아오고 있는 BB 혜성은 '돈 룩 업' 속의 디비아스키 혜성보다 훨씬 크다. 앞서 말한 대로 그 거대 혜성은 앞으로 9년 후인 2031년 지구에 가장 가까워지지만, 충돌의 위험은 전혀 없다. 아니, 맨 눈으로는 관측조차 불가능하다. 과학자들은 혜성이 토성의 궤도 밖을 지나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데다 그 거리가 무려 16억 ㎞나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현재 BB 혜성은 지구와 약 30억 km 떨어져 있는 천왕성 근방을 초속 354km로 날고 있다. 앞서 말한 대로 BB 혜성은 2031년 지구에 가장 가까워지지만 아마추어 고배율 망원경으로 겨우 좁쌀만 하게 보일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만일 영화에서처럼 맨 눈으로 보인다면....? 그러면 상황은 정말로 심각해진다. 혜성이 그 궤도를 벗어났기 때문이니, 스쳐 지나가면 다행이겠지만 충돌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컴퓨터 모니터 속 혜성을 발견한 제니퍼 로렌스
    실제로 혜성을 발견한 제니퍼 로렌스
    이 양반도 발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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