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인류가 최초로 본 블랙홀 M87, Sgr A와 우주식민지전쟁
    거꾸로 읽는 천문학개론 2022. 7. 5. 02:38
     
    인류가 최초로 본 블랙홀 'M87'

     

    앞서 '시간의 극복(I)'에서 말한 것처럼 나는 블랙홀의 존재를 믿지 않는 편이다. 그 가장 큰 이유는 별과 같은 다른 천체와 달리 눈으로 보지 못한 천체이기 때문이니, 사실 그 출발부터가 수학적 계산에 기인한 실체 없는 주장이었다. 이미 언급한 대로  블랙홀의 존재를 최초로 주장한 사람은 프랑스의 라플라스(Pierre-Simon Laplace)였다. 18세기 후반 라플라스는 다음의 것을 수학적으로 증명해낸 바 있는데, 이것이 곧 블랙홀의 시작이다. 

     

    천체의 인력이 너무나 강하여 빛이 흘러나올 수 없을 수 있다는 정리에 대한 증명.
    Proof of the theorem, that the attractive force of a heavenly body could be so large, that light could not flow out of it. 

     

     

    피에르 라플라즈(1749-1827)

     

    이 이론이 1783년 영국의 지질학자이자 자연철학자인 존 미셸(John Michell)에 의해 심화되었다. 그는 지진(地震)을 신의 노여움이 아닌 지각운동의 현상으로 규명해낸 최초의 사람이기도 한데, 그는 1783년 왕립학회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언급된 편지를 보냈다.  

     

    만약 태양과 같은 밀도를 가지는 구의 반지름이 태양보다 500분의 1로 작아진다면, 무한대의 높이에서 떨어지는 물체의 표면에서의 속도는 빛보다도 빨라지게 될 것입니다. 빛이 다른 물체와 마찬가지로 같은 중력을 받는다고 가정하면 방사된 모든 빛은 중력에 의해 다시 돌아가게 됩니다. 
     
    If the semi-diameter of a sphere of the same density as the Sun were to exceed that of the Sun in the proportion of 500 to 1, a body falling from an infinite height towards it would have acquired at its surface greater velocity than that of light, and consequently supposing light to be attracted by the same force in proportion to its vis inertiae, with other bodies, all light emitted from such a body would be made to return towards it by its own proper gravity.

     

    존 미셸(1724-1793)
     

    그는 편지에서 오늘날 우리가 말하는 블랙홀의 정체를 정확히 규명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천재들의 주장은 너무 앞서간 까닭에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불과 50년 전인 1970년 영국왕립학회에서 존 미셸의 논문 '검은 별(dark star)'을 발표하며 세상에 알려졌다. 그리고 이 논문의 내용은 알베르트 아인슈타인(1879-1955)의 '중력현상에 의한 시공간의 곡률' 이론에 의해 가능한 이론으로써 대접받게 되었다.

     

    앞서도 여러 번 얘기했지만, 중력은 시간을 잡아당기고, 중력이 클수록 시공간이 휘어지는 곡률이 커지게 된다. 그리고 이 시공간이 심하게 휘어지면 빛조차 갇혀 빠져나올 수 없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블랙홀 형성 이론이다. 

     

    아인슈타인의 블랙홀 이론 도해

     

    이 이론은 1915년 독일의 슈바르츠쉴트에 의해 아인슈타인 방정식의 풀이가 되는 '슈바르츠쉴트 거리함수'가 구해지며 정식 이론으로 증명받게 된다. 그리고 이후 여러 과학자들에 의해 이 거대 질량의 별 블랙홀은 별의 죽음과 관련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별은 일반적으로 자신의 에너지를 다 소비하고 나면 죽게 되는데, 그때 질량이 무거운 별거죽이 점점 붕괴, 수축되며 블랙홀이 만들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 태양 질량보다 30배 정도 무거운 별이 해당될 수 있으나, 이론상으로는 지구도 지름 1㎝짜리 완두콩 크기 정도로 줄어들면 블랙홀이 된다.

     

    블랙홀 이론은 이처럼 20세기에 이르러 완벽한 이론으로써 도출되었다. 하지만 나를 많은 비롯한 사람들이 아직도 그 존재에 대해 반신반의하고 있는데, 아마 그 이유도 나와 같을 것이다. 천체망원경으로써 그 실체를 속시원히 찍어 증명하면 피차 편하겠지만, 말한 대로 블랙홀의 강한 중력은 빛조차 갇혀 빠져나올 수 없게 만드는 까닭에 존재가 파악돼도 촬영이 용이하지 않다. 빛의 반사가 있어야 사진을 찍어 눈으로 볼 수 있는데, 원천적으로 그것이 불가능한 것이다. 그래서 블랙홀은 이제껏 스튜디오에서 만든 가상의 사진으로만 존재해왔다.

     

     

    뉴 사이언티스트의 블랙홀 상상도
    작년에 내가 심심풀이로 만든 블랙홀 ^^

     

    그런데 지금으로부터 3년 전인 2019년 4월 10일 밤 10시, 인류는 사상 최초로 블랙홀 관측에 성공했다. 지구와의 거리 5,500만 광년 떨어진, 질량이 태양의 65억 배(태양 질량은 지구의 33.2만 배)인 처녀자리 은하단 'M87' 블랙홀을 촬영해내는 데 성공한 것이다. 

     

    어떻게 그것이 가능했을까? 여기에는 초장기선 간섭 관측법(VLBI·Very Long Baseline Interferometry)이라 불리는 기술이 사용됐다. 이 VLBI 기술은 수백 킬로미터 이상 떨어진 전파 망원경들을 서로 연결하여 해상도를 높이는 방법인데, 세계 200여 명의 과학자들이 협력해 지구 크기의 가상 망원경을 만들어 냄으로써 그동안 이론상으로만 존재하던 블랙홀을 볼 수가 있었고, 또한 과학적으로 증명해내게 된 것이었다. (한국천문연구원에 따르면 ‘프랑스 파리의 한 카페에 앉아 미국 뉴욕에 있는 신문 글자를 읽을 수 있을 정도’의 정밀도라고 한다)

     

    전파망원경은 커다란 접시 형태 안테나를 이용해 천체가 보내는 전파를 수집하고, 이를 사진이나 영상으로 만들어 관측한다. 지구에서 블랙홀을 관측하려면 어마어마한 크기의 안테나가 필요하나 현실적으로 직경을 무한정 키우기란 어렵다.  그래서 직경을 키우는 대신 세계 각지에 있는 여러 대의 전파망원경을 서로 연결해  초고성능 망원경의 성능을 이끌어내는 시스템을 만들어내게 된 것이다.

     

     

    ESO가 공개한 'M87' 블랙홀
    연합뉴스의 보도를 담은 트위터 사진

     

    그리고 지난 5월 12일에는 놀랍게도 우리은하 중심에 위치한 ‘궁수자리A 블랙홀’(Sgr A)을 관측한 사진이 공개됐다. 주변을 환하게 밝히는 고리 형태의 가스, 그리고 중심부에 존재하는 어두운 블랙홀 그림자 모습이 선명한 사진이었다. 천문학 역사의 기념비적 이정표가 될 이 성과는 앞서 'M87' 블랙홀 촬영 때와 마찬가지로 세계 각지에 있는 전파망원경을 연결시켜 이루어냈다. 그 중심에는 사건지평선망원경(Event Horizon Telescope·EHT) 연구팀이 있었다.

     

     

    한국시각으로 5월 12일 밤에 공개된 우리은하 블랙홀 '궁수자리 A'의 모습

     

    이 쾌거를 이루어낸 EHT 연구팀은 한국천문연구원을 포함해 전 세계 80개 기관, 300여 명의 천문학자가 속해 있는 거대 국제 공동연구팀으로, 앞서 'M87' 블랙홀을 촬영해낸 바로 그 과학자 집단이다. 그들이 그로부터 3년 후, 외부은하가 아닌 지구와 태양계가 속한 우리은하에서 블랙홀을 촬영해내는 데 성공한 것이다. 주목할 만한 것은 'M87과 ‘궁수자리A 블랙홀’을 관측한 과학자들 중에는 손봉원 박사가 이끄는 한국팀도 있다는 사실이다. (왜 그런지 크게 보도는 안 되었다)  

     

     

    전파천문학자 손봉원 박사 / 한국천문연구원 사진
    EHT 연구팀은 칠레, 스페인, 하와이, 멕시코, 남극 등 6개 대륙에서 8개 전파망원경을 하나로 연결시켜 블랙홀을 촬영했다. 그 가운데는 한국의 전파망원경도 속해 있다.

     

    '궁수자리A 블랙홀'은 인류가 직접 관측한 블랙홀 중 가장 가까운 블랙홀로, 지구에서 약 2만7000광년 떨어져 있으며 질량은 태양의 약 430만배로 추정된다. 일반적으로 질량이 큰 블랙홀이 그 크기도 크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여러 블랙홀 중 지구에서 가깝고 거대한 '궁수자리A 블랙홀'과 처녀자리 은하에 위치한 ‘M87’ 블랙홀을 관찰 대상으로 점찍어 살펴왔던 것이다.

     

    이번 관측을 이끈 네덜란드 라이덴 대학교 후이브 판 랑게벨트 교수


    이번에 공개된 블랙홀 모습은 'M87' 블랙홀과 거의 같다. 그래서 더욱 블랙홀의 존재를 인정할 수밖에 없는데, 다만 의문점은 남는다. '궁수자리 A'와 'M87'은 초거대 블랙홀이라는 점만 같을 뿐 환경도 전혀 다르고, 질량의 차이도 현격하다. 그럼에도 그 모습이 매우 흡사한 것인데, 연구팀에서는 이것을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으로 설명한다.

     

    두 블랙홀의 비교 사진

     

    일반상대성이론에 따르면 시공간은 중력의 영향으로 휜다. 그래서 아인슈타인은 우주 어딘가에 충분히 밀집된 질량이 있으면 질량 주위로 빛도 빠져나갈 수 없는 블랙홀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예언했다. 연구팀은 '궁수자리 A'와 'M87'의 모양이 흡사하다는 것은 빛이 빠져나갈 수 없는 블랙홀의 형태를 말하는 것으로서, 이미 그것을 예측한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이 더욱 정확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고 말한다.

     

     

    EHT 관측에 관해서 설명하고 있는 네덜란드의 라드바우드 대학교 사라 이사운 교수

     

    또 그러면서도 두 블랙홀이 다른 모습을 보이는 이유에 대해서는 블랙홀을 둘러싼 물질들의 변화에 의해 생기는 것이라고 추측했다. 막스플랑크전파천문학연구소(Max Planck Institute for Radio Astronomy)의 안톤 첸주스 교수(Prof. Anton Zensus)에 따르면 우리은하의 블랙홀은 매우 낮은 강착률(accretion rate)을 보였고, 또 'M87'과 비교했을 때 애스트로피지컬 제트와 같은 강력한 물질 분출 현상이 없는 블랙홀로 밝혀졌다.

     

     

    M87과 궁수자리 A의 실제 크기 비교
    안톤 첸주스 교수
    강착률 도해 ; 강물의 부유물과 토사 등이 섬을 점점 크게 만든다.
    애스트로피지컬 제트 도해 ; 가운데 부유물이 강착된 어크렉션 디스크로부터 애스트로피지컬 제트가 분사되고 있다.

     

    비록 '궁수자리 A 블랙홀' 발견에 관한 주제 발표자로 나서지는 못했지만 이번 발표로 볼 때 한국 과학자들의 공로는 지대한 것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한국 과학자들의 노력은 누리호 발사에서도 보여주었듯 스텝 바이 스텝의 성공을 밟아가고 있다. 금번 누리호 발사 성공으로 한국은 세계 7번째로 자력으로 실용위성을 쏘아 올린 국가가 되었다. 말하자면 세계 7위의 우주강국이 된 셈이다.

     

    하지만 6위(인도)와 크게 차이 나는 7위라는 지적도 있다. 자족하지 말고 더욱 분발하라는 격려일 게다. 앞서도 말했지만 인도는 2019년 7월 두 번째 달 탐사선 찬드라얀 2호를 쏘아 올렸고, 일본은 2023년 인도와 공동으로 달 남극 탐사를 진행한다고 한다. 인도와 미국의 무인 달 탐사를 통해 남극과 북극에 얼음 상태의 물이 존재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진 까닭인데, 만일 달에서 물의 채취에 성공하다면 인류는 바야흐로 우주 식민지 전쟁에 뛰어들게 될 것이다.  

     

    한국은 2030년 독자적인 달 탐사에 나설 예정이라고 하는데, 한국천문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의 첫 달 탐사선 'KPLO(Korea Pathfinder Lunar Orbiter)'가 오는 8월 3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 케이프 커내버럴 우주군 기지에서 스페이스X의 팰컨9 발사체에 실려 발사될 예정이다. 성공한다면 우리나라도 우주 식민지 전쟁에 첫발을 디디게 되는 셈이다. 

     

     

    2019년 7월 22일 발사된 찬드라얀 2호
    찬드라얀 2호가 보내온 달 북극지방 사진
    발사되는 누리호 / 지난 6월 21일 순수 한국기술로 만든 우주발사체 '누리호(KSLV-II)' 발사에 성공했다. 이번 발사 성공으로 한국은 1톤급 인공위성을 원하는 시기에 우주로 쏘아 올릴 수 있는 기술을 갖춘 세계 7번째 국가가 됐다.
    외신들은 한국의 누리호 발사를 긴급 타전했다. / 사진은 BBC 뉴스
    마지막 점검 중인 우리나라 달 탐사선 다누리 호
     


     

    댓글

아하스페르츠의 단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