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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인숙의 선운각은 지금 어떻게 되었을까?
    그리 멀지 않은 옛날의 우화 2022. 9. 21. 00:54

     

    이른바 장안 3대 요정으로 불렸던 삼청각, 오진암, 대원각 세 곳 중 삼청동 삼청각과 성북동 대원각에 대해서는 앞서 말한 바 있다. 그 두 곳은 지금은 전통문화 학습공간과 길상사라는 이름의 사찰로 변신하였는데, 1950~1970년대의 밀실 정치가 이루어졌던 나름 역사의 현장이기도 하다. 일명 '요정정치'라고도 불렸던 음험하고 불법적인 거래가 이루어지던 그곳에서는 당연히 음주와 가무, 그리고 섹스가 어우러졌다.

     

    혹자는 익선동 오진암 대신 우이동 선운각을 넣어 삼청각, 선운각, 대원각 세 곳을 장안 3대 요정으로 꼽기도 하고, 삼청각, 오진암, 선운각, 대원각을 4대 요정으로 들기도 한다. 물론 이런 분류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한낱 기방을 가지고 3대, 4대를 거론하는 것 자체가 우스운 까닭이다. 다만 그곳을 출입하던 무리들은 한없는 특권의식을 가졌던 듯했으니, 하다못해 그 요정의 종사자들도 그러했다. 실제로 그들에겐 아래와 같은 야간통행증이 지급되기도 했다.

     

     

    야간 통행금지가 시행되던 시절의 특권 야간통행증
    치안과 방첩을 빌미로써 0시부터 새벽 4시까지의 야간통행금지가 1945~1981년 12월까지 존속했다.

     

    그리고 그들의 특권의식은 급기야 정인숙 피살사건을 불러왔다. 정인숙 피살사건은 그 당시 잘 나가던 선운각 요정 에이스 정인숙(당 26세)이 1970년 3월 17일 밤 마포 합정동 강변도로에서 그녀의 자가용 운전사 겸 친오빠인 정종욱의 총에 맞아 사망한 사건을 말한다. 정종욱은 당시 동생의 문란한 사생활(그녀는 당시 요정 단골손님의 아이를 낳아 키우고 있었다)과 오만한 태도에 분개해 살해했다고 했으나 19년 옥살이를 마치고 출소한 1989년에는 자신의 무고함과 권력 배후설을 강력히 주장했다.

     

     

    정인숙
    억울함을 호소하는 친오빠 정종옥 / 영구미제가 될 뻔했던 이 사건은 청와대 경호실이 배후라는 것과 아이 아빠가 국무총리 정일권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앞서 말한 대로 당시는 야간통행증만 가지고 있어도 특권이었다. 그런데 일개 요정 종업원에 지나지 않던 정인숙은 외교관에게만 발급되던 복수여권을 가지고 있었다. 당시는 지금과 달리 여권 만들기가 하늘의 별따기였고, 그나마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일회용 단수여권이 발급되던 시절이었다.

     

    이것 하나만 봐도 정인숙은 특권 이상의 특권을 행사한 여자임을 알 수 있는데,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그녀의 수첩은 더욱 놀라운 사실을 제공했다. 거기에는 각계 고위 인사의 이름과 연락처가 기록되어 있었는데, 재벌 회장들의 이름은 물론 박종규 대통령 경호실장, 김형욱 전(前) 중정부장, 이후락 주일대사 등 당대 거물들이 죄 등장했고 나아가 박정희 대통령까지 있었다.

     

     

    정인숙과 시신이 발견된 코로나 승용차
    당시에 공개되지 못했던 사진
    체포된 오빠 정종욱
    정인숙과 아이에 관한 또 다른 사진 / 아이는 지금 55세로 미국에 거주하고 있다.

     

    까닭에 당시 정인숙이 키우던 아이의 아버지가 누구인가가 세간을 관심이 됐고 이에 대해서는 미국 CIA까지 사실 확인에 나섰다. 미국정보국의 초점은 그 아이가 코드 1의 자식인가 아닌가에 맞춰졌다. 만일 세간의 소문대로 아이의 아버지가 코드 1이라면 미국으로서는 그 아이를 보호해야 했다. 아이가 납치돼 북한의 인질이 되는 상황이 발생할 개연성도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친부는 국무총리를 지낸 정일권으로 밝혀졌고, 이후 성장한 아이(정성일)는 친자확인소송을 제기했지만 중간에 정일권이 사망하면서 소송은 유야무야 되었다.  

     

    이 희대의 스캔들 뒤에는 요정정치라는 퇴폐적 밀실 문화가 있었다. 그 요정들은 강남의 대형 룸살롱 시대와 IMF를 맞으며 모두 사라졌고 위 4대 요정들은 각각 변신을 하였는데, 이중 선운각은 가장 본래의 외양을 지키고 있다. 선운각은 그리 오래된 건물은 아니니 60년대 현대건설에서 지었고 이를 정권 실세의 내연녀가 요정으로 이용했다. 선운각은 서울에서 가장 큰 민간 한옥으로 현재 까페로 성업 중이다. 주변이 단풍에 물드는 가을에는 앉을자리가 없을 정도라 하는데, 아직은 단풍이 들지 않아서인지 주말임에도 비교적 한산했다.

     

     

    선운각 입구
    선운각 '한옥 웨딩'
    이곳에서 '미스터 션샤인' 도 촬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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