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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인선 협궤열차의 추억 IV ㅡ 급수탑과 기차잘 알려지지 않은 흥미로운 역사 이야기 2023. 7. 25. 21:53
수인선 협궤열차의 흔적을 찾아보는 중이다. 1995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수인선은 이후의 개발로 인해 지금은 거의 흔적이 남아 있지 않다. 다만 특이하게도 그 시발역인 수원역에 급수탑이 온전한 모습으로 남아 있는데, 문화재청은 수원역의 급수탑 2기를 "철도유산으로 가치가 상당하다"고 평가해 국가등록문화재로 등록한 바 있다.(2020년 5월 4일)
급수탑은 증기기관차의 운행에 필요한 물을 공급하는 시설로, 아래 붉은색의 벽돌조 급수탑은 수인선과 수려선의 것이고 흰색 콘크리트조 급수탑은 경부선 열차의 것이다. 1930년대 국철(國鐵)인 광궤철도(경부선) 급수탑과 사철(私鐵)인 협궤철도(수인·수려선) 급수탑 2기가 동일한 부지에 현존하는 것은 희귀한 사례로서, 문화재청이 국가등록문화재로 삼은 이유이기도 하다.
수원~인천 간을 운행하던 수인선은, 수원~여주 간을 운행하던 수려선과 더불어 유이(有二)했던 협궤열차로서 궤간(선로 폭) 762mm의 미니열차였다. 수인선과 수려선은 일제가 중부지방에서 산출된 소금과 쌀을 인천항으로 운반할 목적으로 만든 열차로 빨리, 싸게 건설하기 위해 협궤를 채택했다. 수인선은 1937년 8월 영업을 개시하여 1995년 12월 31일 폐선하였고, 수려선은 1930년 12월 1일 개통하여 1972년 4월 1일 폐선하였다.
수인선과 수려선은 광복 이후 처음의 목적은 사라졌으나 여객 기능으로서의 가치가 있어 이후로도 존속되었다. 그래서 오랫동안 서민의 발(足)이 되어주었고 추억도 쌓였다. 이 협궤열차는 눈이 많이 오는 날은 미끄러지기도 했고, 동력이 딸리는 오르막 구간에서는 승객이 내려 열차를 밀기도 했으며, 승객의 급한 용무에는 역을 무시하고 정차하기도 했던 그야말로 인간미 넘치는 추억의 열차였으나, 결국 경제성이 떨어지며 폐선되었다.
수인선 열차를 타고 소래포구에 가 해산물을 사온 기억은 나이 든 분이면 누구가 가지고 있을 터이지만, 수려선 열차를 타고 신륵사에 놀러 갔던 추억은 이제는 제한적으로 공유될 듯싶다. 이 작은 열차는 승용차와 부딪히면 오히려 열차가 나가떨어진다는 소문이 있었으나 실제로 그와 같은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다. 다만 야목역 부근에서 버스와 부딪히며 만들어진 비슷한 장면이 화제가 된 적은 있었다. 그 밖에도 수인선 협궤열차에 얽힌 이야기는 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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