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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도 찬드라얀 3호의 달 착륙이 경이롭지 않은 이유
    거꾸로 읽는 천문학개론 2023. 8. 24. 23:15

     

    지난 11일, 러시아의 극동 우주기지에서 발사된 러시아의 달 탐사선 '루나 25호'가 착륙 예정일을 하루 앞두고 달 표면에 추락했다. 이에 대해 러시아 연방우주공사(로스코스모스) 관계자는 "루나 25호가 유성과 충돌한 후 달표면에 추락했다"고 매우 진지한 얼굴로 인터뷰해 '아, 그런 일이 진짜로 일어날 수도 있구나'하고 순진하게 믿었는데, 다들 고도계산에 실패한 것이 원인이라고 입을 모은다. 초동분석 결과, '계산된 수치와 실제 충격량 변수 사이의 편차가 발생했으며 이 때문에 궤도를 벗어나 통제 불능 상태로 회전하며 추락했다'는 것이다.  

    이후 20일, 러시아 당국도 "계산이 틀려 예정된 궤도서 이탈했고 그 뒤 달과 충돌해 박살났다"고 사실을 밝히면서 우주강국으로서의 체면을 구겼다. 러시아가 달 탐사에 나선 것은 옛 소련 시절인 지난 1976년 이후 47년 만이었는데, 전통의 우주강국답게 달의 남극에 착륙을 시도했다. 달의 남극은 다량의 물이 얼음 상태로 존재할 가능성이 커서 향후 식수와 산소, 로켓 연료로 쓸 수 있는 수소의 현지 조달이 가능할 수 있다는 판단이 나온 곳이나, 분화구가 많고 일조시간이 짧아 착륙이 어려운 지점으로 꼽혀왔다. 

     

    그런데 루나 25호는 비슷한 장소에 가보지도 못한 채 추락한 것으로, 이는 우주 개발에 열을 올리던 구 소련에서 러시아로 넘어 오며 우주 기술이 후퇴했음을 말해준다. 그동안의 공백기가 기술의 쇠퇴를 불러온 것인데, 옛 기술진은 은퇴하거나 노쇠한 반면 젊은 새로운 기술진은 충당되지 않은 것이 경쟁력 약화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러시아로서는 정말이지 '아, 옛날이여'를 외치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지난 11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발사된 루나25호
    루나 25가 17일 촬영한 달 뒷면의 모습

     

    그래서 세상의 이목은 그 3일 후인 23일 남극 지역 착륙을 시도할 예정인 인도의 달 탐사선 '찬드라얀 3호'에 모아졌다. 지난달 14일 인도 스리하리코타 우주센터에서 발사된 찬드라얀 3호가 착륙에 성공한다면 인류의 달 탐사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가 세워지는 셈이었다. 

     

    인도는 보기 좋게 성공하여 23일 오후 6시 3분,(현지시간) 찬드라얀 3호가 발사된 지 40일 만에 달 남극 땅에 첫 발을 디뎠다. 지금껏 탐사선을 달에 보낸 국가는 미국, 소련, 중국의 3개국 뿐이었으니 인도는 4번 째로 달 착륙에 성공한 나라가 됐고, 남극 착륙에 성공한 최초의 나라가 됐다. 그러면서 남극에 존재할 것으로 예상되는 물 뿐 아니라 금, 은, 백금, 마그네슘 등과 그 밖의 다양한 희토류 등의 자원이 새삼 주목받았다.

     

    한국 지질자원연구원 김경자 우주자원개발센터장은, "남극은 온도가 매우 낮아은 혜성, 소행성 등이 떨어졌을 때 바로 얼어버리기 때문에 외부에서 유입되는 자원이 거의 빠져나가지 않고 계속 쌓이게 된다"고 설명했다.

     

     

    7월 14일 발사된 찬드라얀 3호/ 찬드라얀은 산스크리트어로 '달 탐사선'의 뜻이라고 함.
    찬드라얀 3호와 루나 25호의 비교

     

    인도는 당연히 환호했고, 모디 총리는 찬드라얀 3호의 착륙 성공 후 연설에서 "이 성공은 모든 인류의 것이며, 앞으로 다른 나라의 달 탐사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염을 토했다. 미국 CNN과 로이터는 인도가 우주 분야의 글로벌 초강대국으로서 위상을 갖추게 되었다며 경하했고, 실패한 러시아도 인류 발전에 큰일을 한 것이라며 축하의 인사를 건넸다. 

     

    사실 인도의 우주 과학기술 발전은 예견된 것이었으니, 얼마 전 방영된 KBS의 기획 프로를 보노라면 인도의 과학천재들은 넘쳐나며, 우리는 10단위에 육박한 구구단을 외우지만 인도의 초등학생들은 20단위에 육박한 19단까지 암기한다. IT 계통의 우수 과학자들은 발에 치인다. 

     

    인도의 남극착륙 성공은 인류로 볼 때도 분명 축하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그것이 경이스럽거나 부럽거나 하지는 않았다. 바로 그날 인도 본토 미조람주(州)에서 일어난 철도 교량 붕괴사고로 건설기술자 26명이 숨진 아찔한 사고 현장이 오버랩되었기 때문인데, 앞서 6월 5일에 일어난 인도 북부 비하르주 갱지즈강에 건설 중이던 다리 붕괴의 동영상 충격이 잊히기도 전이었다. 

     

     

    갠지스강에 건설 중이던 다리의 일부가 무너져 내리는 모습

     

    작년 10월에는 현수교 붕괴 참사로 최소 141명이 숨졌으며, 그에 며칠 앞서는 인도 동부 오디샤주에서 '21세기 인도 최악의 참사'라고 불린 3중 열차 충돌 사고가 빌생해 275명이 사망하고 1100여명이 다치는 대참사가 있었다. 또 오래 전에는 인공위성 발사장에서 이를 축하하는 인도총리의 연설 중 마이크가 고장 나 목소리가 먹통이 된 장면을 본 기억도 있다. 첨단기술은 발전했는지 모르겠으나 기본은 덜 된 느낌을 지울 수 없으니, 나는 달탐사에 성공한 나라보다는 국민이 안전한 나라에서 살고 싶은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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