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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축구, 호주와의 아시안컵·월드컵 악연 - 2015년, 1974년, 1969년
    잘 알려지지 않은 흥미로운 역사 이야기 2024. 2. 3. 05:30

     
    오늘 새벽(2014년 2월 3일), 대한민국이 호주와의 아시안컵 8강전에서 연장접전 끝에 2:1로 승리했다. 시종일관 조마조마 마음 졸이며 본 130여 분의 경기로서 연장 전반 손흥민 선수의 감아차기 프리킥이 골문을 통과했을 때는 정말이지 심장이 멎는 듯했다. 앞서 황희찬 선수가 종료직전 추가시간에 넣은 페널티킥 동점골도 멋졌다. 아, 강심장이다. 나는 죽었다 깨어나도 그렇게 찰 수 없을 것이다.
     
    나는 오늘 호주와의 경기가 누구보다도 감격스럽다. 중계진에서는 9년 전인 2015년 1월31일, 한국이 호주와 아시안컵 결승전을 가졌을 때 연장전에서의 분패를 곱씹었지만 나에게는 그보다 훨씬 아픈 기억이 있다. 물론 2015년 아시안컵 결승전도 안타깝고 가슴 아픈 일이었다. 당시 전반 45분 선제실점을 한 후 끌려가던 한국은 후반 추가시간 1분에 터진 손흥민의 극적인 동점골로 연장전에 들어섰다. 마치 오늘처럼.  
     
     

    그때 그 경기

     
    그러나 연장 전반 15분 호주 공격진이 오른쪽을 돌파하며 크로스를 올렸고, 문전에 쇄도하던 또 다른 공격수가 받아 찬 골이 우리 골문을 갈랐다. 한국은 결국 1:2로 패하며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는데, 당시 김진수 선수가 엄청나게 욕을 먹었다. 호주 공격수 토미 유리치가 넘어지며 반칙이라는 제스처를 취하자 같이 심판을 바라보며 잠시 방심했고 그 틈을 타 김진수 가랑이 사이로 빠져나간 공이 크로스로 연결되었기 때문이었다. 경기가 끝나자 어린 손흥민은 그라운드에 주저 앉아 엉엉 울었다. 그때 감독은 슈틸리케였다. (김진수는 무조건 걷어내지 못한 것을 두고두고 후회했다)
     
     

    당시 상황

     
    그로부터 45년 전인 1970년 멕시코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도 한국이 졌다. 1969년 서울에서 열린 결정전이었는데, 경기 스코어 1:1인 상황에서 후반 페널티킥 찬스를 놓친 한국은 종합 전적에서 밀려 본선진출 일보직전에서 탈락했다. 1차전서 0:1로 패한 한국은 2차전서 이겨야만 호주와의 최종전을 바라볼 수 있었다. 그 2차전에서는 1:1로 팽팽한 접전을 이어가다 후반 20분 이회택 선수가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하지만 키커 임국찬의 킥은 위협적이지 못했으니 그대로 호주 GK의 가슴에 안기고 말았다. 결국 한국은 결국 1무1패가 돼 본선 무대를 밟지 못했고, 실축을 한 임국찬은 국민들의 엄청난 비난 속에 2년 뒤 결국 미국으로 이민을 떠났다. 임국찬 선수는 훗날 "1969년 10월 20일은 내 일생에 지울 수 없는 날이다. 하지만 비난을 못 이겨 이민을 택한 것이 아니고 가게 돼서 간 것"이라고 했다. 하긴 그때는 정말 해외 이민을 많이 갈 때였다.  
     
    한국과 호주는 1974년 서독 월드컵 플레이 오프 전에서도 아시아·오세아니아 대륙에 배당된 단 1장의 티켓을 거머쥐기 위해 싸웠다. 당시 한국은 아시아 예선 최종전에서 이스라엘을 이기며 FIFA의 큰 걱정거리를 덜어주었다. (지금은 팔레스타인이 아시아 그룹에 속해 있고 이스라엘은 유럽 쪽으로 갔는데, 당시는 팔레스타인이라는 나라가 존재하지 않았으며 이스라엘은 아시아 그룹이었다)
     
    당시 FIFA는 한국의 승리를 기원했다. 까닭인즉 이른바 '검은 9월단 사건'이라는 큰 사건 때문으로, 1972년 9월 5일 서독 뮌헨에서 개최된 하계올림픽에서 팔레스타인 게릴라가 이스라엘 선수촌에 침입해 11명의 이스라엘 선수단을 인질로 잡고 협상을 시도했다. 이에 세상의 이목이 전부 뮌헨으로 쏠렸지만 독일 경찰의 서투른 진압작전으로 인해 선수단 전원이 살해되고 말았다. 이런 일이 월드컵에서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었다. 
     
     

    카메라에 잡힌 테러범 중의 한 명

     
    한국은 FIFA의 격려 속에 호주와의 1차전을 어웨이 경기로 치렀는데, (당시 최종전은 홈 & 어웨이 방식이었다) 결과는 0:0 무승부였다. 2차전은 서울운동장(구 동대문운동장)에서 치렀는데 1:2로 끌려가다 막판에 한국의 스트라이커 김재한 선수가 골을 넣어 2:2로 비겼다. 당시 2차전을 치르러 왔던 호주 감독은 경기 전, 한국의 장신 스트라이커 김재한 선수를 평해달라는 기자의 말에 "그저 선수 중의 1명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고, 호주 골키퍼 프레이저 선수는 한국의 동네 꼬마들하고 공을 차는 등 시종 여유를 부리다 김재한 선수에게 통한의 동점골을 먹었다.
     
     

    서울 경기에서의 김재한의 동점골

     
    그래서 홍콩에서 플레이오프 게임이 벌어지게 된 것이나, 막판 체력이 달린 한국이 0:1로 지고 말았다. 내 평생의 가장 억울하고 분하고 아쉬운 경기였다. 하지만 오늘은 호주에게 드라마틱한 승리를 거두었던 바, 평생의 한이 풀리는 기분이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힘들었을 텐데 죽어라 뛰어 준 선수들에게 정말로 감사한다. 
     
     

    당시의 신문 보도
    찾아보니 아시안컵은 이렇게 생겼다. 우승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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