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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레이몽 아롱의 '지식인의 아편'
    잘 알려지지 않은 흥미로운 역사 이야기 2025. 12. 7. 20:21

     

    아편은 양귀비 열매에서 채취한 강력한 중독성 마약으로 기원전 3400년경 메소포타미아에서 '기쁨의 식물'이라는 이름으로 재배되었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로 오래된 신경정신약물이다. 영어 'opium'은 그리스어 꽃 이름인 'opion'에서 유래되었으며 중국어 발음은 '아피엔', 한자로는 아편(阿片)이라 쓴다. 채취 방법은 쉬운 편으로 덜 익은 양귀비 열매 꼬투리에 상처를 내 흐른 진액을 모아 굳히면 된다.

     

    잘 알려진 대로 아편은 강력한 진통 효과가 있어 진통제 모르핀의 원료로 사용되어 왔으나 지금은 대부분 같은 성분의 합성물질로 대체되어 민간에서의 불법적 채취 외에는 채취되지 않는다. 아편은 한편으로는 향정신성의약품으로써 인간의 중추신경계에 악영향을 미치며 강한 중독성이 있으므로 대부분의 나라에서 법적으로 엄격히 규제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마약성 양귀비의 재배조차 허용되지 않는다.  

     

     

    양귀비
    북인도에서 재배되는 양귀비
    이렇게 씨방에 상처를 내고
    흘러내린 진액을 굳히면 아편이 된다.

     

    역사적으로는 100여 년 전 아편을 둘러싼 이른바 아편전쟁이 있었다. 동·서 강국이었던 청나라와 영국이 한판 전면전을 벌였던 제 1차 중영전쟁이 그것으로 시작은 무역마찰이었다. 당시 중국의 최대 수출품은 차(茶)였고, 영국은 모직물과 인도산 면직물이었다. 지금 중국이 대미 무역에서 큰 이득을 보고 있듯 과거 대영 무역에서도 중국은 큰 재미를 보았다. 중국 차의 독특한 맛은 영국인의 입맛을 빼앗은 지 오래지만,(이른바 티타임이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영국이 수출하는 조악한 옷감들은 중국인들에게 그다지 인기가 없었던 것이다.

     

    이에 어마어마한 인구의 중국인들에게 자국산 옷을 입혀 어마어마한 돈을 벌겠다는 영국 상인들의 꿈은 산산조각 나고 오히려 중국에 차값으로 지불할 은(銀)을 매일매일 걱정해야만 했다. 결재 수단인 은이 다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상호 무역에서 큰 타격을 입은 영국 동인도회사에서는 궁리 끝에 나름 묘안을 생각해냈다. 은 대신 인도산 아편을 공급하기로 한 것이었다. 쉽게 말해 돈 대신 마약을 물건값으로 지불한 것인데, 전략은 대성공이었다.

     

    아편에 중독된 중국 사람들은 이제 오히려 영국에 은을 지불하고 앞다투어 아편을 구매하는 형국이 되었고 영국 상인들은 땅 짚고 헤엄치는 입장이 되었다. 국경지대의 아편은 지천에 널렸던 바, 장사도 이렇게 쉬운 장사가 없었다. 반면 청나라 정부는 비상이 걸렸다. 나라의 돈이 하루가 다르게 뭉텅뭉텅 빠져나가고 있었으니 경제의 피폐도 피폐거니와 마약에 비척대는 백성들의 꼴이 도무지 말이 아니었다. 처음에는 하층민부터 시작되었던 마약 흡입은 군인과 관료를 넘어 어느덧 황실에까지 침투했다. 청조(淸朝)의 정치, 경제, 사회 모든 분야에 빨간 불이 켜진 것이었다. 

     

    정부로서는 뭔가 특단의 조치를 내리지 않으면 안 되었던 바, 마침내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그리하여 황제 광서제는 강경파인 임칙서(린쩌쉬)와 몇 차례 단독면담을 한 후 그를 전권을 가진 흠차대신으로 임명, 마약 밀매의 본거지인 광동에 파견했다. 1839년 3월 광동 항에 도착한 임칙서는 즉시 조치를 시행, 항구의 마약을 모두 몰수해 불태우거나 바다에 던져버리고 영국 상인들을 추방시켰다. 이때 중국으로 들어간 아편이 무려 300만 톤으로, 마약 상자들이 던져진 기간만도 23일이었다고 하는 바, 그 양을 짐작케 해준다. 

     

     

    아편에 취해 헤롱대는 중국인들
    아편을 수거해 용해시키는 임칙서

     

    임칙서의 몰수령으로 막대한 손해를 입은 영국 동인도회사는 본국 정부에 사정을 호소했다. 자유무역의 원칙에 어긋난 중국 정부의 조치는 자신들 상인들은 물론, 영국 경제에도 심각한 위협이 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결론은 정부에서 군대를 파견해 청조를 응징하고 대중국 무역을 재개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이 의제를 놓고 영국 의회에서는 아편 밀수출을 옹호하는 휘그 당과 이에 반대하는 토리 당이 표결을 벌었는데, 근소한 표차로 휘그 당이 승리했다. 영국 자본가들의 로비의 결과였다.(찬성 271 대 반대 262 / 1840년 2월)

     

    제국주의 영국에서도 대청(對淸) 전쟁에 선뜻 나서지 못한 것은 마약 무역에의 부도덕성에 대한 일말의 양심 같은 것도 작용했지만, 그보다는 당대 중국의 국력을 두려워 한 때문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당대의 청나라는 세계 무역의 40%를 좌우하는 강국이었던 바, 언필칭 '잠자는 사자'로 불리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막상 전쟁이 벌어지자 중국 방위력의 허약함에 오히려 영국이 놀랄 지경이었으니 1840년 6월 마카오에 상륙한 영국군은 파죽지세로 청군을 박살내며 북상했다. 

     

    그리하여 그해 9월에는 북경의 외곽 도시인 천진을 포격하기 시작했던 바, 전쟁이 개시된 지 석 달도 안 돼 수도 북경까지 위협받는 지경이 되었다. 놀란 청국은 서둘러 화의에 나섰고, 결론적으로 ①홍콩섬의 할양  ②광동·복주·영파·하문·상해 다섯 항구의 개항 ③영국 영사관 개설 ④아편 배상금 600만 불, 전비 배상금 1,200만 불, 공행(중국 관허 상인조합) 부채 300만 불 지불 ⑤영국 정부에 수출입 관세 협정권 부여라는 굴욕적 난징조약이 체결되며 전쟁은 끝이 났다. 

     

     

    함락된 대고 포대와 널브러진 청군의 시신들
    북경, 천진, 대고의 위치
    난징조약 사진을 그림으로 옮긴 색채화
    그림 속의 개 / 그림을 그린 화가는 테이블 아래쪽에 늘어져 있는 개 한 마리를 그려넣었다. 이는 당대의 화가들이 즐겨 쓴 애드립이기도 하지만 영국의 여유있고 느긋한 협상 자세를 설명해주는 장식이기도 했다.

     

    이 아편전쟁은 아편이 전쟁의 매개가 되었다는 점에서 훗날 '세계사에서 가장 더러운 전쟁'이라고도 불려졌지만, 중국이 잠자는 사자가 아닌 종이 호랑이에 불과한 나라라는 것이 여실히 증명되었던 바, 이후 미국, 프랑스, 스웨덴, 노르웨이, 독일 등 외국 열강들과도 불평등 조약을 체결하며 침탈을 허용해야 했다. 아울러 중국은 자국 내에 만연한 아편으로 심각한 사회문제를 겪어야만 했던 관계로 지금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마약 단속국으로서 이름 높다.  

     

    그리고 청국의 피폐를 이끈 아편은 전세계에 그 위력을 홍보하였으니, 세계의 여러 인사들이 그 단어를 빌어 썼다. 이를 테면 독일의  카를 마르크스는 "종교는 인민의 아편이다"라는 유명한 유명한 말을 했고, 프랑스의 레이몽 아롱은 1955년에 <지식인의 아편>이라는 책을 출간해 사회주의의 위험성을 알렸다. 레이몽 아롱은 파리 소르본대학의 교수로서 사르트르 및 메를로 퐁티와 더불어 당대의 대표적 지식인이었다. 그는 좌파 지식인인 사르트르, 메를로 퐁티에 맞서 우파를 대표해 싸웠다. 

     

     

    레이몽 아롱(Raymond Aron, 1905~1983)

     

    금년 2025년은 레이몽 아롱의 <지식인의 아편>이 출간된 지 70주년이 되는 해이나 책의 내용은 여전히 위력을 발휘한다. 여기서 아편은 사회주의를 지칭하는 바, 아직도 사회주의가 기승을 부린다는 말이 된다.

     

    책의 요지는 전후(戰後) 프랑스 및 서구 지식인들이 마르크스주의와 공산주의 이데올로기에 맹목적으로 경도된 현상을 비판하는 것으로, 그는 이 책에 "정직한 좌파는 머리가 나쁘고, 머리가 좋은 좌파는 정직하지 않다. 모순투성이인 사회주의의 본질을 모른다면 머리가 나쁜 것이고, 알고도 추종한다면 거짓말쟁이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이에 지식인들은 '좌파의 본질을 이처럼 명쾌하게 꿰뚫은 말이 다시 있을까'라는 말을 하곤 한다. 이를 보다 쉽게 풀자면, 정직하고 머리가 좋은 사람은 좌파가 될 수 없다는 말이다. 즉 양심과 머리가 있는 사람은 좌파가 될 수 없다는 얘기인데, 아닌 게 아니라 지금 우리나라에서 설치는 좌파들을 보면 머리가 없거나 양심이 없거나, 혹은 둘 모두가 없다.

     

    대표적으로, 엊그제 사건이 불거진 조진웅 같은 자는 고향을 속이고 학교를 속이고 생년월일을 속이고 이름을 속이면 모두들 속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한 것 같으나, 결국은 모두 드러나고 말았다. 그 외 고향과 나이와 생일을 속인 또 다른 사람이 있는데, 그 또한 그래야만 했을 이유가 있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하지만 그도 언젠가는 모든 것이 드러나게 되리라 본다. 

     

     

    조금 오래된 책 안병욱 역 <지식인의 아편>
    요즘 다시 뜨는 책 박정자 역 <자유주의자 레이몽 아롱>
    상당히 팔린 변광배 역 <지식인의 아편>

     

    ※ <지식인의 아편>이 프랑스에서 처음 출간되었을 때 레이몽 아롱은 용기 있는 지식인이라는 평을 받았다. 아닌 게 아니라 이 책은 곧 큰 소동을 일으켰고, 마르크스주의자들과 그 사상을 옹호하는 언론들에 의한 적대적인 반응으로 도배가 되었다. 생각 외로 당대의 프랑스 사회는 좌파 우위의 냉전 체제에 위축되어 있었던 바, 말하자면 이미 프랑스에서 21세기 대한민국 사회가 과거 버전으로서 재현되었던 것이다.

     

    당대의 프랑스에서는 그것이 심지어 우정마저 깨뜨리고 가정불화까지 일으켰다고 하는 바, 지금의 대한민국과 닮은꼴이 아닐 수 없다. 소련을 찬양한 책 <지식인을 위한 변명>을 쓴 샤르트르는 6·25전쟁을 "미국의 사주를 받은 남한의 북침"이라고 강변했다가 사상적 동료였던 메를로 퐁티와 결별했다. 아울러 카뮈와도 절교했다. 이처럼 뭔가 있어 봬 사회주의를 고집했던 샤르트르지만 지금 샤르트르나 폴 스위지의 책을 찾으려면 장서 많은 도서관에 가야 한다. 대한민국도 곧 평정을 회복하리라 본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대다수가 현명하고 양심적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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