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대모산 불국사와 유창석 변호사 실종사건
    토박이가 부르는 서울야곡 2025. 12. 8. 20:22

     
    서울 불국사는 강남의 허파 대모산에 위치한 절로 고려 공민왕 2년(1353) 진정국사가 창건한 절이라 전해진다. 따지자면 신라 원성왕 10년(794) 연회국사에 의해 창건된 봉은사와 더불어 강남의 유서 깊은 절이 되겠지만 6.25전쟁 때 당우가 모두 불탔다고 하는 바, 옛절의 흔적은 전혀 남아 있지 않다.
     
    창건 당시 사찰이름은 약사사로, 근방의 농부가 밭을 갈다 땅 속에서 약사여래 모습의 부처님이 나와 진정국사가 현위치에 절을 짓고 약사사로 칭했다고 한다. 현재의 불국사라는 이름은 대한제국시기 약사사의 주지승이 대모산 수맥을 차단해 헌인릉에 물이 차는 현상을 막아준 까닭에 고종황제로부터 하사 받은 것이라고 전한다.

     

     

    불국사 전경

     
    하지만 앞서 말한 대로 당우는 6.25때 모두 불 타 옛절의 자취는 남아 있지 않고, 건물을 옮겨 지은 듯 기단이나 주초마저 새것이다. 옛것이라고는 약사보전에 모셔진  땅 속에서 발견됐다는 약 80㎝ 크기의 약사여래 부처님이 전부인데 오른쪽 어깨를 드러낸 형식 등이 고려말조선초의 유행과 비슷해 그 무렵의 것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하얗게 호분(胡粉)칠을 한 탓에 시기 가늠이 어려을 뿐더러 격도 떨어져 보인다. 한때 유행이었던 불상 호분칠은 오히려 지금은 벗겨내는 추세임에도.... 주지스님도 어딜 가셨는지 보이지 않는다. 


     

    불국사 오층석탑과 약사보전
    약사보전 불단의 다섯 부처님
    '일원동 불국사 석불좌상'으로 불리는 약사여래상 / 서울특별시 문화재자료  제36호로 지정됐다.
    약사보전 내 목조신중상
    '일원동 불국사 석불좌상' 안내문
    나한전


    내가 유·무명의 사찰을 찾아 블로그에 올리는 이유는 불자라서가 아니라 옛 자취를 소개하려는 데 목적이 있다. 사전에 조사한 바에 따르면 대모산 불국사는 목적에 부합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대모산에 걸음을 한 것은 겸사겸사 과거 이곳에서 실종되었다는 유창석 변호사의 흔적도 찾아보려는 까닭이다. 당시에 제법 떠들썩했던 사건의 대강은 다음과 같다. 

     
    지난 1994년 4월 2일 당시 50세의 서울민사지법 부장검사 출신의 유창석 변호사가 대모산에서 실종됐다. 경찰이 조사한 행적을 보면 당일 유 변호사는 운전기사 남씨와 함께 서울구치소에 가기 위해 사무실을 나왔는데, 유 변호사가 중간에 "절에 가고 싶으니 대모산 등산로 입구에 내려달라", "집에 가서 어머니를 대모산의 절로 모셔오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이에 남씨가 대모산 입구에서 유 변호사를 내려주고 집에 갔다 다시 산에 와 보니 유 변호사가 안 보였다는 것이다.
     
    남씨는 이때 "실종을 전후해 누구로부터 협박을 받았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고 말했으나, 서울 수서경찰서는 유 변호사의 중학교 동창인 이 모 의원과의 전화를 통해 "유 변호사가 실종 이틀 전 손목에 붕대를 감고 한 모임에 나타났으며, 가족들로부터 자해소동을 벌였다는 얘기를 들였다"는 내용의 진술을 들었다고 했다. 또한 조직폭력배의 카지노 관련 소송을 맡았다가 패소한 뒤 그 조폭들로부터 피해보상을 하라는 협박에 시달렸다는 진술을 모처로부터 확보했다.
     
    하지만 단지 그것뿐 수사는 제자리를 맴돌았다. 그런데 사건이 잊힐 무렵인 2001년에 대모산 중턱에서 유 변호사로 추정되는 유골이 발견됐다. 실종된 지 8년만으로, 유골은 그간 동물 등으로부터의 훼손이 있었던 듯 대퇴골 등 하반신의 일부만이 발견됐으며 옷가지에서는 유 변호사의 신분증이 나왔다. 까닭에 유골은 유 변호사의 것으로써 의심의 여지가 없었으나, 곧 반전이 있었다. 발견된 유골이 유 변호사의 어머니·친동생의 유전자형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발표가 뒤따랐던 것이다. 즉 유골은 유 변호사의 것이 아니었다.
     
    이후 사건은 다시 잊혀졌고 지금은 시효도 지났다. 그런데 엊그제 실종자인 유 변호사가 다시 소환됐다. 유 변호사가 실종 무렵인 1994년 전관(前官) 변호사로서 조진웅 사건을 변호했다는 것이 인터넷 커뮤니티를 달구기 시작했던 것이다. 유 변호사가 정말로 소년범 조진웅(외 공범 2명)의 변호사였는지, 그래서 소문처럼 일반형사범으로 처리돼야 할 (강도 강간은 19세 미만이라도 소년범이 아닌 일반형사범으로 취급됨) 조진웅을 전관의 위력으로 소년범으로 돌렸는지 밝혀진 것이 없었음에도.... 
     

    트위터에서 봤는데 이거 진짜임? (전체 출처 :에펨코리아)

     
    그러나 이 소문은 의외의 큰 소득을 거두었다. 조진웅은 자신의 주장과 달리, 그리고 이 사건을 최초로 언급한 '디스패치'의 보도와도 달리 소년범이 아닌 일반형사범으로 입건돼 특수 강도 강간으로 처벌받았다는 것이 사건이 맥락에 따라 밝혀지게 되었던 것이다. 조진웅이 서둘러 은퇴를 선언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으니, 그는 특수 강도 강간에 대해서 만은 자유롭고 싶었고, 사회적 시선이 비교적 관대한 소년범으로 남고 싶었던 것이다. ('특수'는 흉기를 사용했거나 2인 이상이 범행했을 때 붙는다)
     
    그래서 소속사 측도 고등학교 시절 범죄를 저지른 것은 사실이지만 소문과 달리 특수 강도 강간으로 처벌받지 않았다는 주장을 강력히 표명하게 된 것이나, 뜻밖에도 그간 잊혔던 유창석 변호사 실종 사건이 소환되며 사건의 윤곽이 실체에 접근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쯤 되었으면 입을 닫아야 할 것 같으련만, 어이없게도 조진웅을 쉴드 치려는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이 여전히 출몰하고 있다. 너무 잔인하다. 한 번만이라도 조진웅과 그 일당에게 당한 어린 여학생을 비롯한 피해 여성들의 심정을 헤아려주기를 부탁드린다. 

     

     

    불국사 인근에서 내려본 강남 아파트 풍경
    대모산에서 바라본 구룡산
    유골은 대모산 중턱 이와 같은 눈밭에서 발견됐다.
    내려오는 길에 일원동 246-12에 있었다는 또 다른 절 터를 찾아보았으나 별다른 흔적은 발견할 수 없었다.
    이정표와 같은 강남구 일원동 732의 한솔근린공원 표석 / 이 표석 위쪽으로 뻗은 길을 따라 계속 올라가면 모로 가도 불국사를 만난다.

     

    댓글

아하스페르츠의 단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