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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명의 '과거를 묻지 마세요'
    토박이가 부르는 서울야곡 2026. 5. 2. 22:50


    우연찮게 아차산 둘레길에 '과거를 묻지 마세요' 노래비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위치는 서울 광진구 아차산역 인근 홍련봉공원으로, 얼마 전 홍련봉 꼭대기 고구려보루 유물전시관 공사현장까지 부득불 다녀왔음에도 그 사실을 알지 못해 의아하게 생각했는데, 오늘 보니 서로는 상당한 거리가 있었다. 아무튼 반가웠다.

     

     

    '과거를 묻지 마세요' 노래비

     

    나는 '과거를 묻지 마세요'를 부른 나애심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지만 (그의 딸은 잘 안다) 그의 노래를 좋아했다. '과거를 묻지 마세요'도 좋아하지만 '미사의 종'이 더 최애곡이다. 특히 탁성, 요즘 말하는 허스키 보이스가 흐느끼며 고백하는 듯한 "죄 많은 과거사를 뉘우쳐 울 적에, 아~ 산타마리아에 종이 울린다" 이 대목은 가슴이 저민다. 모전여전인지 그의 딸 김혜림도 허스키 보이스로 일세를 풍미했다. 

     

     

    나애심의 앨범 쟈킷
    나애심의 딸 김혜림

     

    '과거를 묻지 마세요'의 가사는 다음과 같다. 

     

    1절 ㅡ

    장벽은 무너지고 강물은 풀려
    어둡고 괴로웠던 세월도 흘러
    끝없는 대지 위에 꽃이 피었네
    아~ 꿈에도 잊지 못할 그립던 내 사랑아
    한 많고 설움 많은 과거를 묻지 마세요

     

    2절 ㅡ
    언덕을 넘어오고 벌판을 지나
    마음의 갈피마다 사연은 많아
    가슴에 별을 안고 살아왔는데
    아~ 맺히고 맺혔던 꿈이야 어이해
    한 많고 설움 많은 과거를 묻지 마세요

    3절 ㅡ
    바람은 불러오고 구름은 흘러
    타향의 옛집에도 봄은 왔건만
    기나긴 밤을 지새우며 울던 마음아
    아~ 타오르는 촛불처럼 서러운 내 사랑아
    한 많고 설움 많은 과거를 묻지 마세요 
     

    작곡가인 전오승은 뛰어난 기타리스트에 천재적 작곡 솜씨를 보인 아티스트였다. 그는 음반의 침체기였던 50년대, '인도의 향불'을 시작으로 '아리조나 카우보이', '미사의 종', '이별의 인천항', '럭키모닝', '휘파람 불며' 등을 발표하며 음악 시장을 깨웠고, 60~70년대 들어서도 '사랑의 송가', '장희빈' 등의 명반을 냈으며, 70년대 '과거는 흘러갔다'와 '전우가 남긴 한마디'를 남기고 미국으로 이민 갔다.(2016년 타계) 가수이자 영화배우이기도 했던 나애심은 그의 친동생이다.

     

     

    이 또한 명반이라 아니할 수 없다.

     

    '과거를 묻지 마세요'의 작사가인 정성수는 이 노랫말에 '좌·우라는 감정의 장벽을 무너뜨리고 어둡고 괴로웠던 과거를 서로 묻지 말고 앞으로 평화롭게 함께 살자'는 웅대한 메시지를 담았다. 이 짧은 노랫말은 어쩌면 해방 후의 아픈 역사의 증언이요, 회해를 호소하는 목소리이기도 한 셈이다. 그리고 각 개인 개인에게는 전쟁과 가난 속에서 어쩔 수 없이 지녀야 했던 흑역사를 떨쳐버리려는 몸부림과 같은 호소이기도했다. 어쩌면 이것이 노래가 히트한 가장 큰 이유일는지 모른다. 

     

     

    노래비 바로 앞으로 보이는 천호대로
    노래비 바로 옆 쏠리드 건물 / 솔리드옴므 · 우영미를 보유한 패션 기업 쏠리드의 사옥이다.
    노래비에는 따로 작사 · 작곡가와 의미를 담았다. / 지워진 글자가 못내 궁금하다.
    노래비 바로 아래 서수(瑞獸) 한 마리가 숨어 있다.

     

    특검이 이재명 대통령 관련 사건의 공소를 취소할 수 있도록 만든 '조작기소 특검법'이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다. 삼권분립 훼손, 헌법상 평등 원칙 위배, 셀프 면죄부 논란 등 중대한 위헌 소지와 법치주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강한 우려와 비판을 받고 있음에도 원래의 각본대로 특검에 의한 이재명 면소법이 실시된 것이다. 이재명의 입장에서는 6월 지방선거 이후에는 여당 대표 정청래의 지원을 기대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지울 수 없었을 터, 선거 전에 자신을 죄 많은 과거를 싹 지우기로 마음을 굳혔던 듯하다. 

     

    그는 자신이 죄가 없음에도 나쁜 검찰에 의해 기소되었다고 말한다. 그는 무고한 자신에게 죄를 씌우는 것이 납치 살인보다 더 중죄라고 주장하며, 자신의 대통령 당선 이후 사실상 중단되거나 기일이 연기된 총 5건의 재판, 즉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위증교사 혐의 사건, 대장동·백현동·성남FC 의혹 사건, 쌍방울 대북 송금 의혹 사건, 경기도 법인카드 배임을 비롯한 이재명 피고인 사건 8건의 재판을 포함한 총 12건의 사건을 아예 없던 일로 만들려는 기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재명은 스스로 죄가 없음을 주장하고 있는 바, 사실 이렇게 복잡하고 무리한 과정을 밟을 필요도 없이 재판을 받으면 모든 것이 순조롭게 해결될 것이다. 죄가 없으니 본인이 원하는 무죄 판결을 받아내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닐 터이다. 그런데 그는 부득불 특검에 의한 면소라는 변칙적 방법을 찾았던 바,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법치주의의 기본원칙을 근본적으로 훼손시키고 있다. 역대 기결수로 복역한 사람들, 혹은 재판이 진행 중인 많은 피고인 가운데 특검에 의한 공소 취소의 혜택이 쥐어진 자는 이재명 단 한 사람 외에는 없다.

     

    '법 앞의 평등'은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지탱하는 가장 핵심적인 기본 원칙 중 하나이다. 법은 신분, 재산, 종교, 성별 등에 관계없이 모든 시민에게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하며, 통치자나 권력자도 일반 시민과 똑같은 법의 지배를 받아야 한다. 즉 사회 구성원은 모두가 법적으로 동등한 대우를 받아야 함에도 오직 이재명만이 '법 앞의 평등'을 벗어난 1등 국민으로서 과거를 묻지 못하게 만드는 특별 대우를 받으려 하고 있다. 대체 그 이유가 무엇인가? 

     

    오래전 소설가 이승우가 '과거를 묻지 마세요'라는 노래에 대해 쓴 다음과 같은 기고문을 본 기억이 있어 찾아봤다. 이재명이 대통령이 되기 한참 전에 쓴 글이니 이재명 재판과는 전혀 무관할 터이겠지만, 지금 이 시점에 있어서는 이보다 유관한 글도 없어 보인다.  

     

    "잊고 싶거나 지우고 싶은 사연을 가진 사람이 과거에 대해 질문받는 것을 좋아할 리 없다. 불행하거나 수치스러운 과거를 되새기고 싶은 사람은 없다. 시대가 달라졌다고 해서 과거를 묻지 말라는 문장이 갖는 호소력이 감소한 것도 아니다. 개인의 권리와 사생활 보호가 강조되면서 오히려 과거 불문의 주장은 더 강화된 면이 있다. 누구에게나 드러내고 싶지 않은 과거가 있다. 그런 과거를 누가 추궁당하고 싶겠는가. 그러니까 타인의 과거를 묻지 않는 것은 예의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물어야 하는 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가령 은폐된 과거의 상처를 드러내는 것은 심리 치료의 기본이다. 어떤 과거는 밀봉되는데, 밀봉될 뿐 죽지 않는다. 죽지 않는다는 건 살아 있다는 것이다. 과거의 상처는 밀봉된 채 살아서 그 사람을 만든다. 일그러지게 하고 구부러지게 한다. 괴물로 변해 그 사람을 해치는 예도 흔하다. 그런 경우 과거는 치료를 위해 떠올라야 한다. 떠올리기 위해 물어져야 한다.

    과거를 물어야 하는 영역이 또 있다. 대선 주자들의 오래전 일이 발굴되고 소환되는 작금의 대선 경선전을 보면서 그들이 '과거를 묻지 말라'는 호소를 얼마나 하고 싶을까 생각했다. 우리는 그 사람이 누구인지 알기 위해 그 사람의 과거를 묻는다. 과거가 그 사람을 이해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는 생각 때문이다. 이 생각을 그르다고 할 수 없다. 심지어 우리는 누군가를 이해하기 위해 그 사람의 고향과 조상까지 묻곤 한다. 국민의 선택을 받기 원하는 사람은 자기가 누구인지 정직하게 알려야 하는데,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자기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드러내야 한다.


    그러나 '당신이 과거에 무슨 일을 했는가?'가 이 물음의 진짜 의도는 아니다. 그가 과거에 한 일이 아니라 과거에 그가 한 그 일에 대한 대답이 현재 그 사람이 누구인지를 말한다. 과거에 대한 물음에 답하는 것은 지금 그가 누구인지 대답하는 것이다. 그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알기 위해서가 아니라 지금 '어떤 사람인지' 알기 위해 우리는 그의 과거를 묻는다. 그러므로 한 나라의 최고지도자가 되려는 이들은 과거를 묻지 말라고 요구할 권리가 없다. 과거를 묻지 말라는 건 과거의 입을 막는 것이다. 과거의 입을 막으면 현재를 들을 수가 없다. 그 사람이 누구인지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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