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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둥 프로젝트'란 무엇인가?
    그리 멀지 않은 옛날의 우화 2026. 6. 29. 10:10

     

    단둥(丹東)은 중국 랴오닝성에 위치한 도시로, 록강을 사이에 두고 북한 신의주시와 마주 보는 대표적인 국경도시이다. 신의주는 일제가 한만(韓滿) 연결 철도를 개설하며 본래의 의주를 대신해 성장한 큰 도시이나(그래서 '新의주'다) 단둥에 비하면 비교되지도 않을 정도로 작다. (단둥은 행정구역 면적 기준으로는 신의주보다 약 83배 크며, 시가지 면적으로 비교해도 약 4~5배 더 크다)

     

    단둥은 1965년까지는 안둥(安東)이라 불렸으며 과거 당나라가 고구려를 멸망시킨 뒤 세운 식민통치기관인 안동도호부에서 유래했다. 지명으로 등장한 것은 청나라 시기인 1876년에 안동현이 설치되면서부터이다. 그러나 일제가 만주괴뢰국을 세우며 '동방을 편안하게 지배한다'는 제국주의적 의미로 사용되었다는 것을 구실로 사회주의를 상징하는 붉은 단(丹) 자를 넣어 단둥으로 개칭했다. 이래저래 우리로서는 별로 달갑지 않은 지명이다.

     

     

    단둥역 앞 광장 / 마오쩌뚱의 동상이 서 있다.
    마오쩌뚱 동상
    항미원조 기념관 / 6.25전쟁 때 중공군 참전 기념관이다. 항미원조는 중국이 6.25전쟁을 지칭하는 말이다.
    항미원조 기념탑 모뉴먼트
    압록강변 아파트 단지

     

    압록강 단교는 국경도시 단둥을 상징하는 관광 명소이다. 중국과 한반도를 연결하는 다리로서 1911년 압록강철교라는 이름으로 완성했을 때는 전체 길이 944m로, 선박의 왕래를 돕기 위해 중앙부가 옆으로 90도 회전하는 다리로 유명했다. 이후 6.25전쟁 중인 1950년 11월 8일, 유엔군의 폭격에 의해 중앙부로부터 북한 측까지가 파괴되었고, 이에 압록강 단교(斷橋)라는 이름을 얻었다. 중국에서는 역사 유산으로 보존되고 있으며 바로 옆으로 새 다리인 중조우의교(中朝友誼橋)와 항미원조 기념관이 있다.

     

     

    압록강 단교(오른쪽)와 중조우의교
    관광 명소가 된 압록강 단교

     
    오늘 말하려는 <단둥 프로젝트>라는 책의 서문에도 '중조우의교'라는 다리가 등장한다. 서문은 이 다리를 건너 단둥 시내로 향하는 한 무리의 젊은이들을 설명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마치 첩보영화의 어두침침하고 내밀(內密)한 서막과도 같은 스토리는 다음과 같다. 

     

    중국 랴오닝성 단둥. 북한 신의주와 마주 보는 이 접경 도시에는 두 개의 세계가 공존한다.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한쪽에는 네온사인이 빛나는 중국 도시의 야경이 있고, 다른 쪽에는 어둠 속에 가라앉은 북한 마을의 희미한 불빛이 있다. 두 세계를 잇는 것은 '중조우의교', 혹은 조중우의교라고도 불리는 압록강 철교 하나다. 

     

    2001년 여름, 이 다리를 건너 단둥 시내의 한 사무용 건물로 향하는 젊은이들이 있었다. 북한 신의주에서 온 프로그래머들이었다. 대부분이 김일성종합대학이나 김책공업종합대학을 졸업한 20대 엘리트들이었다. 그들의 노트북에는 코딩 도구들이, 머릿속에는 수학과 알고리즘에 대한 깊은 이해가 담겨 있었다.

     

    그들이 향한 곳은 하나프로그람센터(Hana Program Center)였다. 공식적으로는 남한의 다산 CNS와 북한의 평양정보센터가 공동설립한 IT 합작 기업으로, 김대중 정부의 햇볕 정책이 낳은 남북 협력의 산물이었다. 표면적으로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통신 장비를 연구하며, 평화로운 경제 협력의 새 시대를 열어가는 곳이었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났다. 그 젊은 프로그래머들이 단둥에서 배우고 익힌 것들은, 이제 대한민국 선거 시스템의 심층부와 연결된 구조 안에 자리잡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그들이 함께 개발한 통신장비의 기술은 화웨이를 통해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그리고 그들 중 일부는 대한민국 국가정보원이 공식적으로 "언제라도 선관위 전신망에 침투해 투·개표 조작이 가능하다"고 확인한 사이버 공격 조직의 일원이 되었다는 것이 한·미 정보당국의 판단이다. 

     

    씨앗은 2001년 단둥에서 심어졌다. 그리고 조용히, 아무도 모르게, 20년 이상 자라나 뻗어나갔다. 

     

    이 책은 하나의 단순한 질문에서 출발했다. 왜 대한민국 국가정보원은 2013년 10월 10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시스템에 대해 '북한 등 외부세력이 언제라도 투·개표 조작이 가능한 상태'라고 공식 발표했을까? 이 발표의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 무게를 실감해야 한다. 국가 최고 정보기관이, 국가 선거를 관리하는 헌법기관의 전산 시스템이 외부에서 조작될 수 있다고 공식 확인한 것이다. 민주주의의 근간인 선거의 무결성이 기술적으로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이 어떻게 가능한 일인가, 우연한 보안 실수인가, 아니면 오랜 세월에 걸쳐 형성된 구조의 필연적 결과인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우리는 역사를 거슬러 올라야 했다. 2023년 국정원의 발표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2001년 단둥에서 시작된 긴 이야기의 한 토막이었다. 분명히 밝혀 주어야 할 것이 있다. 이 책은 특정 개인이나 기업을 공격하거나 비방하기 위해 쓰이지 않았다. 이 책의 목적은 오직 하나다. 대한민국 선거 시스템의 보안 취약점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를 추적하고, 그 구조적 위험을 공론화하며, 민주주의의 근간인 공정한 선거를 수호하기 위한 구체적 개선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다. 

     

    역사에는 총성이 울리지 않는 전쟁이 있다. 선전 포고도 없고, 전선도 없으며, 승패를 선언하는 의례도 없다. 그러나 전쟁은 실재하며, 그 결과는 수백만 명, 그 이상의 사람들의 삶을 바꾼다. 이것을 현대 안보 전략가들은 하이브리드 전쟁(Hybrid Warfare)이라고 부른다. 

     

    하이브리드 전쟁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 중 하나는 선거 개입이다. 적국의 민주주의 절치를 내부에서 흔드는 것이다. 군사력을 사용하지 않고도, 외부에서 그 나라의 지도자를 교체할 수 있다. 원하는 방향으로 국정 운영을 유도할 수 있다. 동맹을 이간시키고, 군사 기지를 철수시키며, 국가 전략을 바꿀 수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민주주의적 선택'이라는 외피 속에서 이루어진다. 국민이 스스로 선택한 결과처럼 보이기 때문에, 외부 개입의 흔적을 찾아내기도, 증명하기도 극히 어렵다. 

     

    이 책은 이 총성 없는 전쟁의 구체적인 매커니즘을 해부하려는 시도다. 추상적인 음모론이 아니라, 실재로 존재하는 시술적 취약점, 공개된 보안분석보고서, 그리고 공식 기관의 발표들을 통해 그 구조를 추적한다. 확인된 사실은 사실로 서술하고, 의혹으로 남은 것은 의혹으로 표현하며, 추론이 필요한 곳에서는 그것이 어떤 사실에서 파생된 추론임을 명확히 밝힌다.  

     

    이 서문을 쓴 사람은 책의 공동 저자인 로이 킴으로, 아직 그가 말한 서문은 끝나지 않았다. 물론 본문도 남아 있다. 하지만 이 책이 신간이며 스포일러의 문제도 있을 듯해 이만 줄이려 한다. 그래도 저자의 뜻은 어지간히 전달되었으리라 본다. 소개가 늦었지만 <단둥 프로젝트>는 김미영·로이킴이 공동 집필하여 2026년 6월 15일에 출간된 책으로, 군사력을 직접 사용하지 않고 선거 개입, 여론 조작, 정보과학기술 등을 활용해 적국의 민주주의 체제를 내부에서 흔드는 21세기 하이브리드 전쟁의 메커니즘을 다루고 있다. 한마디로 중국의 대한민국 선거 개입을 다룬 내용이다.

     

    차제에 하이브리드 전쟁에 대해 설명하자면, 이 새로운 이름의 전쟁은 2007년 미국의 군사 전략가 프랭크 호프만(Frank Hoffman)이 처음 제시한 개념으로 군사적인 재래식 무기뿐만 아니라 사이버 공격, 여론 조작, 경제 제재, 심리전 등 비군사적 수단을 복합적으로 동원하여 평시와 전시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드는 현대적 전쟁 양상을 가리킨다.

     

    하이브리드 전쟁은 정규전과 비정규전의 이분법적 틀을 넘어 국가 시스템 전체를 흔드는 것이 특징이다. 이 전쟁의 공격법은 선전포고 같은 것도 없이 평시 상태에서 교묘하게 공격을 감행하므로, 국제법적 대응이나 공식적인 군사 반격 타이밍을 잡기가 매우 어렵다. 이들은 전사(戰士)로써 정규군뿐만 아니라 민간 해커 조직, 테러 단체, 국가의 지원을 받는 분리주의 세력 등 비국가 행위자가 전면에 나서며, 물리적인 영토 점령보다 상대국 국민의 인지(Cognition)를 혼란에 빠뜨리고 여론을 분열시켜 내부에서 스스로 무너지도록 유도한다.

     

    대표적으로 주요 국가기관 시스템, 금융망, 전력망을 해킹해 마비시키는 사이버전 및 GPS 교란 등이 이에 속하며, 소셜 미디어(SNS)와 미디어 콘텐츠를 활용해 허위 사실을 유포하고 여론을 왜곡하는 것도 전형적인 방법이다. 사실 우리나라도 몇 차례 당해, 속된 말로 털린 적이 있는데, 현재 전쟁 중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과정에 앞서서도 러시아의 사이버 공격이 횡횡했다. 중국과 대만의 하이브리드 전은 오래전부터 진행 중이니, 디지털 강국인 대만이 선거 형태를 '당일투표 수개표'의 형식으로 바꾼 이유도 그 때문이다. 

     

    최근 올림픽공원에 모인 많은 시민들이 '당일수표 수개표'를 외치는 것도 지금의  하이브리드 전쟁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그런데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컴퓨터를 복수 전공했다는 이준석 의원은 한사코 대한민국의 선거 부정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나는 세간에서 제기되는 이준석의 학력위조설을 믿지 않지만 이럴 때는 정말로 미국에서 컴퓨터에 관해 공부한 사람이 맞는가 의심되지 않을 수 없다. 아래 그림은 올림픽공원에 게시된 흔한 벽보 중의 하나인데, 일반 학생들도 이와 같이 인지하고 있는 것을 하버드대학 컴퓨터 전공자가 의심하지 않는다는 것이 정말로 이상하지 않는가 말이다.

     

     

    올림픽공원 입구의 벽보 / 전 중앙선관 위원장 노태악을 사형장으로 빨리 보내라는호소문 위에 중국 화웨이 서버와 선관위 서버가 연결돼 있음을 욕하는 그림이 그려져 있다. <단둥 프로젝트>에는 이에 관한 내용도 실려 있다.
    ' 2001년 8월 하나프로그람센터 시무식'

     

    번외의 이야기지만 위 사진은 <단둥 프로젝트> 본문에 삽입된 것으로, '2001년 8월 하나프로그람센터 시무식'이라는 설명이 붙어 있다. 그런데 나는 같은 사진과 내용을 '우체국과 사람들'이라는 우정사업본부 홈페이지에서 본 적이 있다. 바로 아래의 사진이다. 그래서 소름이 쫙 끼쳤다. 

     

     

    하나프로그람센터 개소식 / 북한측 개발·교육인력 40여명과 평양정보쎈터 최주식 총사장, 포항공대 박찬모 대학원장 등 남북 관계자 50여 명이 참석했다.

     

    우리가 흔히 의심하는 사전 투표함에 누군가 기표된 투표용지를 마음 놓고 집어넣을 수 있는 곳, 마음 놓고 수개표 조작을 할 수 있는 곳이 우체국이다. 우체국을 관할하는 우정사업본부는 한국노총 소속으로 한국노총은 이미 노조 위원장 선거에서 '특정 후보 강요'와 자신이 기표한 투표지 인증샷 등의 등의 방법으로써 부정선거를 자행했다는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또 얼마 전에는 현직 우정(郵政) 노조위원장이 업무상 횡령, 청탁금지법 위반 등 혐의를 받아 소관 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해임 조치된 바 있는 도덕성 바닥의 단체이기도 하다. 그런데 지난 제21대 대통령 선거 재외국민 투표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가 승리한 유일한 곳은 경남 의령군이다. 재외국민은 모두 이재명을 지지했다는 소리인데, 말도 안 되는 이런 결과는 지난 부정선거 토론 때도 화두로 등장한 바 있다. 

     

    당시 결론이 없던 그 문제가 비로소 윤곽이 잡히기 시작한다. 물론 지금은 의혹의 수준이지만, 대한민국은 지금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틀어 광범위한 선거 부정이 횡횡하고 있는 듯한데, <단둥 프로젝트>라는 책은 바로 그에 관한 의문들을  짚어주고 있다.

     

     

    * II편으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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