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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착한 사마리아인 법' 이야기(IV)
    신 신통기(新 神統記) 2019. 7. 23. 07:53


    지금까지 '착한 사마리아인 법'에 관한 내용과 그에 관한 성서의 기록을 살펴보았다. 따라서 이제 남은 건 어떻게 행하느냐의 문제인데, 그것이 과히 쉽지만은 않다. 그 행함에 있어서의 걸림돌은 무엇보다 '평가 우려'다. 이 '평가 우려'는 앞서 말한 '방관자 효과'의 원인이기도 한 것인데, 자신의 잘못된 판단으로 우스운 꼴을 당하거나 혹은 상황이 더 악화됨을 염려해 선뜻 상황 속으로 뛰어들지 못함을 말함이다. 즉 '평가 우려'는 문자 그대로 '그럴 경우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하는 우려로서, 보다 쉽게 말하자면 '그러다 나만 바보되는 게 아닐까'하는 걱정이다.


    또 다른 걸림돌은 당연히 '위험'이다. 화재 현장에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사람을 위해 불 속에 뛰어드는 일, 물에 빠져 허우적대는 사람을 보고 물 속으로 뛰어드는 일, 혹은 조폭들에게 구타당하는 사람을 위해 그 싸움 속으로 뛰어드는 일 등은 매우 위험한 행동이다. 먼저 말하거니와, 실제로 이와 같은 일은 하지 않는 게 현명하다. 그 결과가 좋게 나타나는 예가 거의 없었기 때문으로, 따라서 이와 같은 일은 하지 않는다고 뭐라 하는 사람은 특별히 없다. 다만 자책감이 뒤따르는 게 문제인데, 119나 112로의 빠른 신고 전화 한통은 그 자책감을 충분히 상쇄시킬 수 있다. 현장에는 뛰어들지 말되 그냥 지나치지는 말자는 얘기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겠으나 우리나라의 '착한 사마리인 법'에는 '구조 불이행'에 대한 처벌 조항이 없다. 그래서인지는 모르지만 불의에 침묵하는 경우가 없지 않다. 반면 유럽 대부분의 국가는 처벌 조항을 두고 있는데, 이중 프랑스가 '5년 이하 징역'으로 가장 엄하다. '착한 사마리인 법'을 거론할 때 많이 오르내리리는 것이 1977년에 프랑스 알마 광장 지하 터널 안에서 일어난 다이애나 황태자 비의 사망 사건일 텐데, 당시 현장에 있던 파파라치는 '구조 불이행'의 죄로 피소됐다. 사고 직전까지 그녀를 뒤쫓던 파파라치는 다이애나의 차량 충돌시 그녀를 구할 시간적 여유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사진 찍기에 바빴고, 다이애나는 결국 현장에서 목숨을 잃었다.


    ~ 다이애나 황태자 비의 사망 사건은 세계의 모든 언론이 '그 해 10대 사건'으로 꼽은 큰 사건이었고, 파파라치에 관한 재판 또한 내내 이슈가 되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후일담에 대해서는 별다른 보도가 없었다. 먼 나라의 이야기인 까닭도 있겠지만 법 체계가 달라서이기도 했다.




    다이애나 황태자비 사망 보도 기사와 사고 현장 사진. 파파라치의 추적에 속도를 높인 차량이 터널 기둥을 들이박았다.  



    올해 4월, 미녀 배우 스칼렛 요한슨은 다이애나 사망 사건을 거론하며 파파라치와의 전쟁을 선언하기도 했다.



    물론 이러한 처벌 조항이 있다면 '착한 사마리아 법'은 좀 더 취지에 가까워질 것이다. 법이 두려워서라도 선(善)함에 다가갈지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법 이전의 정의인데, 다만 앞에서 말한 우리나라 법의 단서조항, 즉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5조 2항'의 '사망에 대한 형사책임은 감면한다'는 여전히 걸린다. 법조항을 상기하자면 다음과 같다. "응급처치가 필요한 사람에게 응급처지를 제공하여 발생한 손해와 사상에 대하여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는 경우 그 행위자는 민·형사상의 책임을 지지 아니하며 사망에 대한 형사책임은 감면한다."


    따라서 응급처지 등에 대한 행동에는 용기와 아울러 정확한 지식이 요구된다. 그리고 상당한 자기 희생이 요구된다. 이를테면 아래와 같은 심폐소생술에 있어서는 한번 시작하면 다음에 이를 때까지 멈추지 않아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 대상자가 소생할 때까지.

    ― 응급구조원이 도착할 때까지.

    ― 너무 지쳐 더는 할 수 없을 때까지.

    ― 사고현장이 위험하여 지속할 수 없을 때까지.



    가장 먼저 119에 신고하는 게 중요!


    그 다음 요령은


    1. 환자를 평평한 곳에 눕힌 뒤 흉골(가슴뼈)의 절반 부위(양 젖꼭지의 중앙)를 5~6cm 깊이로 압박한다.(이때 양팔을 쭉 펴 팔이 환자의 몸과 수직이 되게 한 후 체중을 싣는다)


    2. 계속 누르는게 아니라 한번 누른 후 손바닥을 살짝 들어 가슴을 이완시켜줘야 하는데, 이 동작을 1분에 100회 정도의 속도로 강하고 빠르게 실시한다.


    3. 가슴압박 30회가 끝나면 인공호흡을 2회 시행한 후 다시 가슴압박을 하는 게 원칙이나 인공호흡이 꺼려질 경우(보통 그러하기도 하거니와 그 방법도 사실 쉽지 않다) 119 대원이 올 때까지 지속적으로 가슴압박을 실시한다.(※한국소방안전원 자료에 따른 심폐소생술임)


    어찌됐든 지체없이 실시하는 것이 중요!!

    심정지가 발생하면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시간이 채 5분이 안 된다. 골든타임 4분이 지나면 뇌손상이 오고, 5분이 넘으면 사망률이 급격히 높아진다.


     다시 강조. 무한반복!!



    이와 같은 심폐소생술이 요구되는 일 외에도 많은 위급사항이 있을 테지만 어떠한 경우라도 필요한 것은 차별없는 마음가짐과 용기다. 나는 예수가 착한 사마리아인의 일화에서 말하려 했던 것이 바로 이것이라고 생각한다. 앞서 내가 질타한 여타의 핑계나 변명 따위는 필요 없는 것이다. 그 같은 성직자라면 더더욱 지체없는 행동이 필요할 터, (물론 설정이지만) 아래와 같이 쓰러진 사람을 스쳐지나가는 목사님과 빈사의 유대인을 스쳐지나간 대제사장과 레위인은 과연 무엇이 다르겠는가? 



    난 설교 시간이 늦어서....

     


    누군가 말했다. 악마가 유일하게 원하는 건 정의에 대한 침묵이라고. 이건 악마가 정의를 두려워 하고 있다는 말이 되는데, 반대로 침묵을 한다면 악마와 손을 잡는 것과도 진배없다. 그 순간 만큼은 자신은 악마가 된 것이다. 위에서 말한 남의 '평가 우려' 따위는 하등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악마의 속삭임일지 모른다. 특히 매양 악마, 사탄을 미워 부르짖는 신앙인은 경전 뒤에 숨어서는 안 된다. 아무리 알레고리칼한 해석을 좋아하는 그들이지만 성서의 착한 사마리아인의 일화에 있어서는 다른 어떠한 해석을 달 필요가 없다. 그저 예수가 말한 그대로 행하면 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 대목을 다시 한번 옮긴다.  


       네 생각에는 이 세 사람 중에 누가 강도 만난 자의 이웃이 되겠느냐.

         이르되, 자비를 베푼 자니이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가서 너도 이와 같이 하라 하시니라.


     * 그림 및 사진의 출처: google jp. 




    작은 용기를 말하려 했는데 갑자기 큰 용기가 생각나는 건 뭐지?(1989년 천안문 사태 때 홀로 탱크를 막아선 무명 청년. 처형되었다는 소문도 있었으나 그렇지는 않고 여지껏 복역 중이라고 한다)


    2019년 7월 8일, UN 인권이사회에서 홍콩의 인권 상황과 중국을 회원국에서 퇴출시킬 것을 호소하는 홍콩 가수 데니스 호


    그는 앞으로도 이와 같은 외침을 지속할 거라고.....(이 친구는 무사할러나....?)


      - en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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