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새로 나온 투탕카멘 왕의 얼굴
    잘 알려지지 않은 흥미로운 역사 이야기 2019. 8. 3. 07:03


    크리스티 경매에 나온 투탕카멘의 두상(높이 28.5cm)



    지난 달 4일(2019. 7. 4) 런던 크리스티 경매에서 거래된 투탕카멘의 갈색 규암 두상이 지금껏 화제가 되고 있다. 이집트 정부의 집요한 반환 요청 때문인데, 이번만큼은 확실한 결과를 얻어내려는지 매우 강경해, 소송이 제기됐다는 후문이다. 크리스티 측은 여전히 '이 유물은 카르낙 내의 무트 신전이나 헬리오폴리스의 아몬 신전에서 출토됐으리라 짐작되는 것으로서(연대 미상) 독일인 컬렉터에 의해 정식으로 거래가 요청된 합법적인 예술품'이라는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이집트 정부의 주장은 다르다. 칼리드 알 에나니 이집트 고고부 장관은 이 두상이 1970년 카르낙 사원에서 도난당한 장물임에도 크리스티 경매소 측이 비양심적인 방법으로서 합법적인 거래를 도모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하지만 크리스티 측은, 유물이 그동안 꽁꽁 숨겨졌던 것이 아니고 독일 왕가의 빌헬름 폰 탁시스가 소유하고 있다가 1970년 오스트리아 컬렉터에 넘어갔는데, 1985년 다시 독일의 컬렉터 하인츠 헤르체르의 손에 들어갔던 것이 이번 경매에 부쳐졌다는 해명을 내놓았다.(소유주를 증명하라는 요구에 크리스티 측이 밝힌 내용)


    이에 앞서 이집트 정부는 크리스티와 유네스코에 경매 중단을 강력히 요구했고, 이집트 주재 영국 대사 타릭 아델을 불러 확실한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행사를 연기해줄 것(을 영국 정부가 크리스티에게 압박해줄 것)을 요구했으나 경매는 예정대로 강행됐다. 세계의 관심과 논란 속에 진행된 경매에서 두상은 470만 파운드(약 69억원)에 낙찰됐다.(크리스티 측에서는 낙찰자의 요구에 따라 신상을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결과에 대해 이집트 고고부 장관이었던 자히 하와스는 '이집트 고고학상 최악의 날'이라 분개하며 세계 언론의 우호적 동참을 호소했다.



                                                        

    투탕카멘의 두상에 음영을 넣으면, 더욱 생각 깊어 뵈는 얼굴로 변한다.



    ~ 투탕카멘(Tutankhamen, 재위 BC 1336-1327)의 본래 이름은 '투트(image)+앙크(living)+아멘', 즉 '살아 있는 신의 모습'이다. 그 자신이 신을 표방한 것이 아니라 신하들에 의해 만들어진 이름이었다. 그의 아버지 아크나톤이 붙여준 이름은 '살아 있는 아톤 신'이란 의미의 '투탕카톤'(Tutankhaton)이었다. 아크나톤은 자신의 치세에 유일신 아톤만을 섬기는 종교개혁을 단행해 새로운 태양신 아톤, 그리고 그와 동격인 파라오만을 신으로 섬기게끔 만들었다. 그러나 아크나톤과 스멘크카레가 죽고 어린 왕이 즉위하자 구(舊) 태양신 라(Ra)를 비롯한 여러 잡신을 모시는 제관들의 세력이 다시 발호하기 시작했던 바, 투탕카톤도 그저 보통의 신 투탕카멘으로 격하됐다. 위 투탕카멘의 두상은 어린 왕이 겪어야 했을 시대적 고뇌를 말해주는 듯하다.


    ~ 투탕카멘의 치세는 짧았고 그가 죽은 나이는 18살이었다. 따라서 그의 치적도 이렇다 할만한 게 없으나 그는 고대 이집트 왕국의 어느 왕 못지 않게 유명하다. 누구나 다 아는대로 그것은 1922년, 하워드 카터가 도굴하지 않은 그의 무덤을 발굴한 때문이니 그곳에서는 그의 미이라에 씌워진 저 유명한 황금마스크를 비롯한 다량의 유물들이 무더기로 쏟아져나왔다. 지금껏 발견된 것 중 유일하게 도굴되지 않은 이집트 왕의 완전한 무덤이었다.*(☞ '사라진 성궤의 행방 I')

    *문장이 조금 이상하다. 예전에는 쓰던 처녀분(處女墳)이라는 표현이 가장 적절한데, 요즘 이 말은 여성비하 단어로 몰려 아예 사라져버린지라..... 아무튼 투탕카멘의 무덤에 대해서는'사라진 성궤의 행방'에 몇 자 끄적인 게 있다. 



                                        

    카이로 박물관에 전시된 투탕카멘의 황금마스크

       But

    (예전 한국에 왔던 건 쩔었음. 이집트 정부에서 인정한 공식 레플리카라는데 진짜 허접하더라. 레플리카도 레벨이 있나 싶었음)



    그런데 갑자기 '이 두상이 투탕카멘의 것이 맞긴 맞나?' 하는 의심이 들어 현재 뉴욕 메트로폴리턴 박물관에 전시된 투탕카멘의 대리석 두상과 비교해보았다. 약간의 나이 차이가 느껴지기는 하나 두 두상은 너무도 닮은 꼴이어서 의심은 곧바로 걷혀졌다. 아래 메트로폴리턴 박물관의 두상은 룩소르 카르낙 신전에서 수습된 것으로, '파란색 면류관'으로 불리는 공식 왕관인 케프레쉬(Khepresh)를 쓰고 있는 점, 그리고 아톤 신으로 추정되는 신의 손이 두상에 살짝 얹혀져 있는 점을 보아 투탕카멘의 즉위식 조각상에서 탈락한 유물로 추정된다. 말하자면 아래의 대리석 두상은 최고의 아톤 신 '투탕카톤'으로 등극했을 때이고, 위의 규암 두상은 아톤 신에서 격하된 보통 신 '투탕카멘' 때의 것일는지도 모르겠다. 

     






    영화 '십계'에서 케프레쉬를 쓴 율 부린너



    아무튼 이 귀중한 유물을 공식적으로 빼앗기게 된  이집트 측에서는 7월 8일, '유물 본국송환 위한 이집트 국가위원회'(The Egyptian National Committee for Antiquities Repatriation)를 소집해 '크리스티 경매소 측이 유물이 합법적인 방법으로 이집트를 떠났다는 확실한 자료도 없이 비전문가적인 방법으로 거래를 달성했다'는 비난 성명을 냈다. 아울러 이집트 고고학부는 인터폴에 이 두상 및 함께 거래된 32점의 출처 조사를 의뢰함과 동시에 영국 유수의 로펌을 선정해 크리스티 경매소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겠다 발표하고, 앞으로의 양국 문화교류 또한 험난해질 것임을 경고했다.


    하지만 크리스티 경매소 측의 반응은 냉담하다. 이 두상의 존재는 그동안 잘 알려져 왔으며 문서화되기도 한 것인데, 이제껏 가만히 있다가 왜 배 떠난 뒤 소리 지르느냐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자신들은 이미 최초의 소유자였던 빌헬름의 아들과 조카딸로부터 유물이 불법적으로 수집된 것이 아니라는 증거자료를 확보했다는 말을 덧붙였다. 여하튼 소송이 어떻게 진행될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일이다.





    룩소르 카르낙 신전

    길이 1.8km 너비 800m에 이르는 카르낙 신전은 특정신을 모신 곳이 아니라 태양신과 월신을 비롯한 여러 신이 합사된 컴플렉스 템플이다. 위의 두상들은 모두 이곳 카르낙에서 수습된 유물로 보인다.(화살표는 그저 사람과 크기 비교해보시라는 의미임 *^^*)


     * 그림 및 사진의 출처: google jp.

    댓글

아하스페르츠의 단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