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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월절과 부활절
    신 신통기(新 神統記) 2019. 10. 10. 00:04


    얼마 전 길을 가다가 교회 홍보 전단지를 받았다. 길에서 나눠주는 전단지는 뭐든 잘 받는 타입이라 아무 생각없이 받아들었는데, 슬쩍 보니 앞에는 '하나님의 인(印) 유월절'이라고 써 있었고, 뒤에는 '유월절을 지키러 오십시오! 하나님의 마지막 인(印)인 유월절을 지켜 마지막 재앙을 면하십시오!'라고 써 있었다. 그 순간 잠깐 이상했다. 이미 유월절이 지나도 한참 지났기에.....(유월절은 부활절과 엇비슷한 시기이니 필시 4월이었으리라) 그래서 그걸 나눠주는 사람에게 물으려는 생각도 잠시 해봤으나 알 턱이 없을 것 같았다.(9월에 유월절 전단지를 나눠주는 사람이니....)

     




    그래서 그걸 전철 역까지 들고와 열차가 올 때까지 내용을 읽게 되었는데, 내가 알고 있는 것과는 많이 달랐다. 무엇보다 유월절은 유대인의 명절이지 기독교인들의 명절이 될 수는 없음에도, 그리고 그것은 이미 오래 전 기독교에서는 폐지된 축일임에도 여지껏 살아 있다는 것이 일견 신기했는데, 이에 대해서는 앞서의 포스팅이 있으므로 일단 그것을 그대로 옮겨보겠다.(☜ '예수 죽음의 비밀 - 그는 언제 죽었나?') 참고로 말하면 지금 세계에서 유월절 행사를 갖는 사람은 이스라엘의 소수민족인 사마리아인이 유일하다.(☞ '착한 사마리아인 법' 이야기 III')


    유월절 전날의 만찬에서 예수는 제자들 중의 한 사람에 의해 자신이 팔릴 것을 예언하는데, 그날 밤 정말로 유대 성직자들의 무리에 붙들려 대사장 안네스의 집으로 끌려가게 된다. 그리고 그 다음 날 아침, 예수는 빌라도의 법정에서 사형을 언도받고 골고다 언덕에서 십자가 형을 당해 죽는다. 즉 니산 달(1월) 14일인 유월절 날에 죽은 것이다. 반면 요한복음에서는 만찬 직후 빌라도의 법정에서 사형 판결을 받고 십자가 형을 당하는데, 그날이 1월 13일로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예수께서 신 포도주를 받으신 후에 이르시되 다 이루었다 하시고 머리를 숙이니 영혼이 떠나가시니라) 이 날은 준비일이라. 유대인들은 그 안식일이 큰 날이므로 그 안식일에 시체들을 십자가에 두지 아니하려 하여 빌라도에게 그들의 다리를 꺾어 시체를 치워 달라 하니 군인들이 가서 예수와 함께 못 박힌 첫째 사람과 또 그 다른 사람의 다리를 꺾고, 예수께 이르러서는 이미 죽으신 것을 보고 다리를 꺾지 아니하고, 그 중 한 군인이 창으로 옆구리를 찌르니 곧 피와 물이 나오더라.(요한복음 19:30-34)


    즉 요한복음 속의 예수는 유월절 하루 전인 13일 날(금요일) 죽었음으니,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불길한 날 '13일의 금요일'은 이를 근거로 만들어진 말이다. 참고로 유월절(Pascha, Passover)은 과거 히브리 노예들의 출애급(出埃及: 이집트를 탈출함) 전야(니산 달 13일)에 있었던 여호와의 응징이 양의 피를 바른 히브리인들의 집은 유월(踰越, pass over)한 것을 기념하는 유대인의 전통 축제인데, 훗날 예수의 처형이 유월절에 행해졌으므로 칼케돈 공의회(☞ 창세기의 수수께끼 단어 '우리', 그 비밀의 열쇠를 찾아서 III )에서 이를 폐지하고 비슷한 날짜인 부활절을 명절로 대체시켰다.


    ~ 천주교에서는 유월절을 과월절(過越節)로 표기하는데, 낱말만 다를 뿐 똑 같이 '넘어간다'는 의미이다. 성서에서 유월절을 무교절과 혼용해서 쓰는 이유는 유대인들이 이날 유월절에 무교병(無酵餠, 효모를 넣지 않은빵)을 먹는 관습에서 기인된 것으로 보인다. 히브리인들은 급히 이집트를 탈출하는 바람에 효모를 넣어 구운 빵을 만들 짬이 없었던 것인데, 유대인들은 조상들의 어려움을 되새기고자 유월절 날에는 효모를 넣지 않은 딱딱한 빵을 먹었다.



    여기서 말하고 싶은 것은 예수가 죽은 날은 보다시피 니산 달, 즉 음력 1월이라는 사실이다. 따라서 유월절과 훗날의 부활절도 당연히 음력 1월에 있었을 터인데, 그것들이 3~4월로 몰빵이 된 건 순전히 325년 니케아 공의회(☞ '삼위일체의 진실 - 황제가 만든 신 예수')에서의 결과이다. 즉 서방교회와 동방교회의 서로 다른 셈법을 공의회에서 통일시킨 것으로서 그 결정은 이후로 지금까지 잘 지켜졌다.(그런데 451년 칼케돈 공의회에서 결정된 유월절 폐지 조항이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언제 되살아났는지 정말 궁금하다)


    ~ 칼케돈 공의회의 결정 사항 중 가장 중요한 점은 이 회의의 결론이 예수 그리스도가 누구인지에 대한 최종 입장이라는 것이고, 그것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후 로마 카톨릭과 동방정교회의 대부분이 이를 수용했고, 훗날의 개신교 역시 한 점의 수정 없이 그대로 받아들였다.(다만 당시의 일부 동방교회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으니, 이른바 꼽트교라 불리는 이집트와 에디오피아 정교회가 칼케돈 신조에 불복해 동방정교회를 탈퇴했다) 


    말이 나왔으니 한 마디 더하자면, 기독교의 명절 가운데 가장 의미 있는 날 중의 하나인 부활절은 앞서 말한 크리스마스와 마찬가지로 이교도의 명절을 가져온 것이다.(☞ '크리스마스의 진실') 이것은 부활절(Easter), 즉 이스터의 뜻으로도 알 수 있는 바, 이스터는 앵글로 색슨 족이 숭배하는 봄과 다산(多産)의 여신 이스터(Eostre)에서 비롯됐다. 그 이스터는 독일어 오스테르(Oster)에서 나왔는데, 이는 독일 북부에 살고 있던 앙겔른(Angeln)과 작센(Sachsen) 족이 잉글랜드로 이주하여 앵글로 색슨이 된 까닭에 숭배하던 신의 이름도 변경된 케이스이다.(하지만 그 본질은 그대로이다)


    이스터와 오스테르의 축일은 모두 춘분으로, 봄의 정령인 그들이 태동하는 춘분이 부활절로 탄생한 것이다. 이는 영국 교회가 원주민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편이었을 것으로 여겨지는데, 사실 이는 이스터 여신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중동 지방의 신, 아스타로스(Astaroth = 이쉬타르) 등의 축일과도 겹치며, 나아가 노르만의 이스트레(Eastre), 그리스 로마 신화의 가이아(Gaia), 아프로디테, 비너스의 축일과도 합치된다.



    이스터는 누구인가? 

    그녀는 그리스 신화의 가이아(우라노스의 아내)이자, 아스타로스(바빌론의 신 이쉬타르)이자 아르테미스이자, 비너스이자, 아프로디테의 역할을 지닌 앵글로 색슨 족의 최고의 여신이다.


    "부활절은 원래 앗시리아와 바빌로니아의 다산과 성(性)의 여신 이쉬타르의 축일이었다. 콘스탄티누스 황제는 그날이 기독교의 예수를 대표하도록 만들었지만 그 뿌리는 이스터 여신이다."


    "이쉬타르는 봄에 죽음에서 부활한 바빌로니아의 다산의 여신이다. 그녀는 앵글로색슨에서는 이스터, 노르웨이에서는 이스트레, 히브리어로는 애쉬토레스, 그리스어로는 아스타르테로 불렸다."



    부활절은 음력을 기준으로 제정되었으므로 매년 그 날짜가 달라진다. 초기 교회는 유월절을 기준으로 부활절을 지켰던 바, 별 문제가 없었으나(예수는 유월절 이틀 후에 죽었으므로) 기원후 4세기에 들어와서는 각 지역 지방신의 축일이 끼어들며 복잡해지기 시작했는데, 여기에 날짜 계산법이 다른 동방(교회)과 서방(교회)이 충돌했다. 이에 이른바 '부활절 논쟁'*이 불붙게 되었고, 결국은 니케아 공의회에서 '춘분 후 첫 번째 보름달이 뜬 다음날의 일요일'로 결정되었다. 하지만 그날 예수가 부활하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 동방교회에서는 Paschal controversies, 서방교회에서는 Easter controversy라고 부른다.

     


    이스터 섬의 모아이

    1722년 부활절 날 이곳을 발견한 네덜란드 야코르 로헤벤 제독은 이 섬의 이름을 이스터라 명명했다.


    사람 없는 섬에 널린 모아이들을 보고 무척 놀랐을 것 같다.



    사정이 이러한즉 유월절 예배에 나오라며 전단지를 나눠주는 사람을 탓하기도 계면쩍다. 하지만 니케아 공의회에서 정한 '성부·성자 동질론'이나 부활절 날짜는 철두철미하게 지키면서 칼케돈 공의회에서 폐지된 유월절을 그대로 붙잡고 있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내 눈에는 그 같은 축일이 하루라도 더 있어야 헌금을 뜯어낼 수 있다는 얄팍한 수작으로밖에 보이지 않으니 오죽하면 그 날짜조차 지키지 않은 채 길거리에 나섰겠는가? 이상한 교단, 이상한 교회가 하도 많은 세상이라 그 정체를 알고 싶지도 않고, 그저 철지난 유월절이 역겨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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