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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한 폐렴 찜쪄먹을 역대급 전염병(I) - 유럽 흑사병
    잘 알려지지 않은 흥미로운 역사 이야기 2020. 2. 3. 00:30

     

    중국 우한(武漢)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세계를 공포 속에 몰아넣고 있다. 신종(혹은 변종) 바이러스를 소재로 한 영화는 공포를 창출하기에는 안성맞춤이라 정말로 셀 수 없이 많은 영화들이 선보였는데, 그와 같은 영화에서나 볼 법한 장면들이 연일 실사(實寫)로 브라운관을 강타한다.(믿을 바는 못되겠지만서도 자꾸만 눈이 가는 우한시장 유튜브 동영상은 진짜 끔찍하다. 각종 희귀 야생동물을 넘어 사람의 시신이 주렁주렁 매달린 인육 시장도 아무렇지 않게 소개된다)


    우한시장 동물 상인들은 자신들이 식용으로 팔던 야생동물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발병 숙주라는 사실을 강력히 부정하고 있으나, 그간 문명사회를 괴롭혀왔던 특유의 감염증은 대부분 동물집단에서 인간집단으로 이행된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알고 있는 흔한 감염증은 가축을 괴롭히는 몇 가지 질병과 뚜렷한 연관성을 띠고 있는 바, 이를테면 홍역은 우역(牛疫)이나 개의 디스템퍼(distemper)*와, 천연두는 우두 및 기타 동물 감염증과 관계가 있고, 인플루엔자는 사람과 돼지 둘 다 걸린다.


    * 강아지가 잘 걸리는 설사 · 폐렴 증상의 급성 전염병



    우한 시장 몬도가네

    ·

    코로나 바이러스의 원인으로 추정되는 박쥐 고기와 야생동물 가격표


    "내가 이 장사 30년짼데 지금껏 아무 이상 없었어요!"

    이렇게 강변하던 상인들도 지금은 모두 마스크를 쓰고 숨었다.


    으~. 이건 여기까지만 올라겠음!



    권위 있는 연구서적을 인용해 소개한 <전염병의 세계사>에서 찾아볼 수 있는 인간과 가축이 함께 걸리는 질병의 수는 다음과 같이 많았다.


       가금류

             26

       쥐, 생쥐

             32

       말

             35

       돼지

             42

       양, 염소

             46

       소               

             50

       개

             65



    하나의 질병이 사람과 여러 동물을 동시에 감염시키기도 하므로 이 수에는 중복되는 것도 있다. 또 어떤 질병은 드물게 발생하지만 또 어떤 질병은 흔하기 때문에 다양한 질병을 나열하는 것이 별 의미가 없기도 하다. 문제는 이상의 질병은 치료가 가능하나 지금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치료가 될는지 어쩔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위의 표에서 보여지듯 인간과 동물의 친밀도가 높을수록 공유되는 감염증이 증가돼 왔고, 또 그래서 한편으로는 그에 대한 치료도 기타 동물 감염증에 비해 상대적으로 쉬웠던 것이다.



    문제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209-nCoV)

    병원균의 형태가 왕관(라틴어로 코로나)의 모양과 비슷한 까닭에 코로나 바이러스로 명명됐다. 과일박쥐에서 분리한 코로나 바이러스(HKU9-1)와 유전정보를 비교분석한 결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와의 유사성이 발견됐다. 209-nCoV의 원인균이 HKU9-1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일단 낯설다. 그래서 백신 개발이 더딜 수밖에 없는 것인데, 다만 한 가지 다행스러운 점은 감열율에 비해 치사율은 낮은 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바이러스 전염병은 그 전개가 어떻게 될 지 모르는 게 특징이다. 2015년의 메르스처럼 거짓말처럼 왔다가 거짓말처럼 사라질 수도 있고, 과거의 어떤 경우처럼 숙주를 옮겨가며 변종 바이러스와 함께 급속도로 번질수도 있다.(가장 최악의 시나리오임)




    과거 메르스의 경우

    2012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처음 발견된 메르스 바이러스의 경우도 박쥐(이집트 무덤박쥐)로부터 낙타에게 옮겨져 퍼지기 시작했다. 전세계 2,500여 명이 감염되었으며 이중 35%가 사망한 치사율 높은 바이러스였다.



    아무튼 이 급한 마당에 과거 창궐했던 바이러스 전염병을 되짚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도 싶지만, 혹시라도 도움이 될까 하여 역사적 사례를 사건과 더불어 열거해볼까 한다. 그런데 아래 사진처럼 1700년 이후 지금까지 중국 각지에서 발생한 전염병만 해도 두 쪽이 넘어 가는 바, 연재을 피할 수 없겠는데, 조회수가 낮을 경우 지체없이 중단하려 한다.





    조금 다른 얘기가 되겠지만, 과거 칭기스칸의 서방 원정이라는 미증유의 대사건을 대하며 의아스러웠던 점은 그 추운 날씨에 어떻게 그와 같은 거병(擧兵)이 가능했을까 하는 것이었다.(추운 날씨에는 대개 몸이 오그라지고 활동 의지도 사라지는 게 일반적이므로) 알아보니 당시 세계가 이상고온 현상을 보여 몽골 역시 1˚C 이상 기온이 올랐다는 것인데, 그러다보니 유라시아 스텝지대의 페스트균 보균생물인 설치류 역시 활발히 설치게 되었다. 이 설치류들은 몽골군의 짐꾸러미 속에서 하루 평균 160km를 달려 유럽까지 갔다.




    울란바토르의 겨울

    맹추위에 가축들이 얼어죽었다. 물론 겨울의 경우이고 최난월인 7월 평균 기온은 16.9도로 서늘하다.(중앙일보 사진)



    1347년부터 1351년까지의 짧은 기간 동안 유럽 인구 2천만 명을 사망시킨 그 유명한 중세 흑사병을 퍼뜨린 쥐들이 유라시아 스텝지대의 것인지에 대해서는 지금도 의견이 분분하다. 그런데 1331년 중국 허베이(河北) 성에서 무서운 전염병이 돌았다. 열 명 중 아홉 명은 죽었다는 치사율 높은 전염병이었다. 그리고 그 2년 사이, 중국 8개 지방에서 전염병이 창궐해 인구의 3분의 2가 죽었다.


    종합해보면 1346년을 기점으로 유럽을 휩쓸었던 페스트 및 중국 전염병의 숙주가 스텝의 쥐였을지 모른다는 가정이 가능한데, 시기적으로 몽골군의 중국 정벌(1213~1279) 및 이후의 유럽 원정과도 얼추 맞물린다. 아울러 1200년경 1억 2,300만 명이었던 중국의 인구가 1393년에는 6,500만 명으로 격감했다는 역사적 사실도 몽골족의 포악성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정리하자면, 몽골 스텝지대의 혈거성 설치류들은 기온의 상승으로 번식 등의 활동이 활발해졌고, 역시 활발해진 몽골군의 정벌작전과 더불어 1331년 중국 허베이성에 침투하게 되었다. 페스트균을 가진 이들 쥐들은 이후 중국 남부지방까지 퍼졌으며, 또한 아시아 대륙을 횡단하여 유럽에까지 침투하게 된 것이었다. 이와 같은 가설을 강력하게 증명해준 것이 1338~1339년 중앙아시아 이시크클(키르기즈스탄 동북부 주)에서 발생했던 전염병의 흔적이었다.


    ~ 그곳을 근거로 활동한 네스토리우스교(☞ 창세기의 수수께끼 단어 '우리', 그 비밀의 열쇠를 찾아서 III) 상인 집단의 유골을 발굴했던 러시아 연구팀은 이들의 사인을 선페스트로 결론 내린 바도 있거니와, 1346년 크림반도에 대한 몽골군의 공격 이후 발생한 전염병이 유럽 흑사병의 시작이었다는 통일된 연구 결과도 나온지 오래다.(크로아티아의 달마치아 해안, 혹은 베네치아 항구가 유럽 흑사병의 관문이었다는 설도 있다)


    유럽 흑사병은 몽골군의 크림반도 공격 이후부터는 쥐벼룩에 의한 전염보다 호흡기 전염으로 퍼져나갔던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폐페스트에 의한 치사율은 벼룩에 물려 감염된 선페스트보다도 높아(거의 100%/1921년 만주의 예로 미루어/선페스트의 치사율은 30~90%로 다양하다) 유럽 흑사병의 사망율을 제고시키는 결정적인 원인으로 작용했다. 이 전염병은 즈음하여 흑사(黑死, Black Death)병이라는 이름을 얻었는데, 선페스트이건 폐페스트이건 감염자는 모두 몸이 새까맣게 되어 죽는 까닭이었다. 


    흑사병은 1665년 런던의 대유행을 마지막으로 북서유럽에서 물러났지만, 지중해 동부나 러시아에서는 19세기까지 위력을 발휘했다. 북서유럽에서 페스트가 물러나게 된 이유는 분분해서 이렇다 할 학설이 없다. 런던의 경우는 1666년의 대화재가 페스트를 몰아냈다는 속설이 맞을 수도 있겠지만,(1666년의 대화재 이후 초가지붕이 기와로 대체되면서부터 쥐의 서식 공간이 줄어들며 감염의 기회 또한 줄어들게 되었다는) 다른 서유럽 도시에서는 원인 제공을 한 별다른 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동안 페스트균의 변종이 발생해 감염율을 떨어뜨렸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떨어진다.(다만 그동안 강해진 인간의 면역력이 어느 정도의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그 답은 감염을 최소화시키려는 유럽인들의 눈물겨운 노력이 아닐는지....? 예를 들자면, 페스트 감염이 의심되는 항구로부터 도착한 배는 모두 격리된 장소에 닻을 내리고 40일 동안 육지와 접촉할 수 없게 하는 조치 등은 요즘의 검역·방제활동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40일을 뜻하는 쿼런티조르니는 오늘날 격리 검역을 뜻하는 쿼런틴 quarantine의 어원이 됐다) 쥐는 화물이나 여행자의 소지품에 묻어오기도 하지만, 놀랍게도 대부분은 닻줄을 타고 상륙한다. 

                                      

                                    

     



    이와 같은 노력은 가시적인 효과를 보았으며, 반면 검역을 게을리한 스페인 북부 지방은 1596~1602년 페스트로 인해 50만 명이 사망했다. 무려 3세기 동안이나 유럽 사회를 공포에 빠뜨렸던 이 무서운 흑사병은 17세기 후반 유럽에서 물러났고, 1943년 항생제가 만들어진 이후 사소한 질병으로 전락되었지만 아직까지 인류 역사상 가장 가혹했던 전염병으로 기억되고 있다. 그동안 유럽 인구는 적어도 30%(약 7,500만 명)가 사라졌던 바, 지금 영국, 체코, 포르투칼 등지의 뼈 성당(church of bones)에 전시된 뼈들이 바로 그때 사망한 사람의 것이다.(유라시아 대륙 전체에선 7500만~2억 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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