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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C와 AD를 나눌 것이라는 코로나 19
    신 신통기(新 神統記) 2020. 4. 2. 06:14


    BC와 AD에 대해서는 이미 오래전 '성서와 UFO - 예수는 언제 태어났는가(I)'에서 설명을 마쳤다. 축약하면 다음과 같다.


    모두가 알고 있는 대로 BC와 AD는 편년체 역사 서술에서 기원전과 기원후를 나누는 라틴어 약어 표기법이다. 조금 자세히 설명하자면 BC는 'Before Christ'(비포 크리스트) 즉 '예수 탄생 전', AD는 'Anno Domoni'(아노 도미니) 즉 '주(님)의 해'로, 인류의 모든 역사가 예수의 탄생 전후로 나뉜다는 기독교적 사고가 물씬한 연대 표기법이라 할 수 있다.


    이 같은 표기법을 처음 쓴 사람은 6세기 로마 대수도원의 원장이자 스콜라 철학자였던 디오니시우스 엑시구스(Dionysius Exiguus, 470-530)로 알려져 있는데, 그때가 중세 기독교의 극성기이니 딴은 그 같은 표기법도 이해가 갈 일이다.(디오니시우스의 의도는 예수 탄생 전인 'Before Christ'는 역사적으로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함이었다고 한다)


    엑시구스가 이런 연대 표기법을 만들게 된 건 526년 동로마 황제였던 유스티니아누스 대제(大帝, 재위 526-565)로부터 당시 사용되던 로마식 달력(AUC력,* 즉 로마시의 설립을 원년으로하는 달력) 대신에 예수 탄생을 원년으로 하는 기독교식 달력을 만들라는 지시를 받았기 때문이었다. 이에 엑시구스는 당시 예수의 탄생 연대로 통용되던 AUC 754년을 서기 1년으로 하는 표기법의 달력을 제작해 공표하게 된 것이었다.


    * ab urbe condita, 즉 '로마시 설립을 기원으로서'의 의미이다.



    유스티니아누스 대제의 모자이크 상


    디오니시우스 엑시구스의 모자이크 상


    유스티니아누스 대제 시절의 동로마제국 영토.

    로마 대수도원장이었던 엑시구스가 동로마황제의 명을 받들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설명된다. 

     

    BC와 AD의 Timeline



    그런데 따지고 보자면 사실 예수는 기원 0년에 태어났어야 옳다. 그래야 기원 전후를 나누는 확실한 기준점이 되기 때문이다. 허나 당시 서양에는 0의 개념이 없었기 때문에* 예수 탄생을 AD 1년에 올렸는데, 엑시구스는 그러면서 한 가지 커다란 실수를 했다. 아우구스투스 황제가 옥타비아누스라는 이름으로 통치하던 4년의 기간**을 계산에 넣지 않은 것이었다.


    * 0의 개념은 알고 있었으나 존재를 중요시 여기는 그리스 자연철학의 영향으로 0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한다.

    ** 옥타비아누스가 악티움 해전에서 승리한 BC 31년부터 원로원에서 아우구스투스의 칭호를 받은 BC 27년까지.


    그리하여 지금은 BC 4년이 예수의 탄생 연도로 자리잡게 된 것인데, 그나마 그것도 옳은 계산법이 아님을 '예수는 언제 태어났는가' 시리즈에서 자세히 설명한 바 있다. 하지만 그것이 옳든 그르든 간에 지금의 편년체 역사 기술에서는 BC와 AD가 전세계의 공통 표기법으로 쓰이고 있다.(헤지라* 622년을 원년으로 삼는 이슬람국가들과, 부처님의 열반일을 기원으로 삼는 불교국가, 기타 일왕의 등극일에 제정된 연호를 기원으로 햇수를 매기는 일본은 제외된다)


    * 이슬람 국가에서는 헤지라(Hegira), 즉 선지자 무함마드가 박해를 받아 메카에서 메니나로 옮겨간 이른바 성천(聖遷)일을 기원으로 한 이슬람력(히즈라력)을 사용한다.


    하지만 BC와 AD는 앞서 말했듯 그 용어 자체가 철저히 기독교적이므로 최근의 추세는 비종교적 용어인 BCE(Before Common Era)*와 CE(Common Era)**로 옮겨가고 있다. 같은 개념으로서 중국에서는 공력(公曆, 공력기원의 준말) 전후나 공원(公元) 전후가 사용된다. 한국 기독교에서는 BC와 AD를 주전(主前), 주후(主後)로 읽고 표기하는데 물론 바람직한 경우는 아니다.


    * '비포 커먼 이라', 즉 '세계 공통력 이전'이란 뜻이고, ** '커먼 이라'는 '세계 공통력'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최근 BC와 AD의 새로운 표기법이 등장했다.  Before Corona와 After Disease, 즉 세상은 코로나 전과 코로나 후로 나뉠 것이라는 뜻이니 곧 대변혁의 시대가 도래하리라는 얘기다. 과거의 예를 들자면 중세기 유럽을 휩쓸었던 흑사병은 농노제를 해체시켜 중세사회를 붕괴시킴과 함께 새로운 시민사회의 문을 열었다. 노동력이 귀해져 임금이 오르자 농노와 농민들은 도시로 몰려들었고, 농장의 농민들은 자영농의 길로 들어섰으며, 이에 그들의 발언권도 같이 신장된 결과였다. 


    미국은 제1차세계대전 중에 발생한 팬데믹 스페인 독감의 가장 큰 피해국이자 수혜국이 되었다. 미국민의 피해가 컸던 것은 시카고가 진원지라는 점도 있었지만,(다른 주장도 있다) 전쟁 중 미군이 스페인 독감이 횡횡하던 유럽 전선에 대거 투입되었고, 이들이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 집단 감염을 일으키며 대규모의 사망자가 발생했기 때문이었다. 이에 인력이 부족하게 된 미국사회는 가장 많은 노동력을 필요로 했던 경·중공업 쪽에 컨베이어 벨트 시스템 등의 자동화 설비를 증강하게 되었던 바, 1차세계대전이후 유럽과의 차이를 크게 벌리며 초강대국으로서의 독주를 시작하게 되었던 것이다.


    금번 코로나 사태가 세계의 경제와 문화를 어떻게 변화시킬는지는 모르겠지만 한가지는 분명해보인다. 과거 흑사병에 무력했던 신(神)과, 앞다퉈 먼저 도망갔던 성직자들에 대한 불신이 결국은 종교개혁을 불러왔듯, 코로나 19에 무기력했던 신에 대한 실망감이 어떤 식으로라도 표출되리라는 것이다. 특히, 무기력했을 뿐 아니라 오히려 돈의 유혹에 끌려 감염의 매개체가 되기를 자처했던 한국 교회는 머잖아 거대한 공동화(空洞化) 현상에 직면하리라 본다. 교회가 얼마나 공중보건에 역행하고 퇴행적인 행보를 보였는가를 모든 국민이 똑똑히 지켜본 까닭이며, 신자들 사이에서도 이에 대한 반성이 반드시 뒤따를 것이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이 아이가 살 내일에는 제발 모든 것이 지나가 있기길.

     

     

    아디오스 코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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