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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짜 성물(聖物) '토리노 수의'의 재등장
    신 신통기(新 神統記) 2020. 4. 28. 06:14

     

    예수가 죽었을 때 그의 시신을 덮었다는 일명 '토리노의 수의'(Shroud of Turino 혹은  Holy Shroud)가 4월 11일 공개됐다.(한국시간 12일 0시) 이번 일이 화제가 됨은 지난 100년 동안 대중에게는 단 여섯 차례만 선보인 까닭인데, 이번에는 특히 소유자인 토리노 대교구가 '코로나 바이러스 퇴치 기원을 위한 특별 온라인 공개'라는 타이틀을 붙여 더욱 관심이 집중되었다. 이에 공개 발표부터 각국의 매스컴을 타게 되었으니, 그중 KBS가 전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사실 말로만 들었지 나도 그동안  '토리노의 수의'를 관심을 가지고 본 적이 없다.(다만 그것이 완전한 가짜라는 소문은 듣고 있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좀 자세히 보려 그 광경을 시청했는데, 카메라는 장시간 동안 수의를 비추어 주었고 이에 오랫동안 그것을 지켜보았지만, 아무리 자세히 보아도 소문의 형상(예수의 모습이 드러나 있다는)과는 거리가 있었다. 

     

     

    2015년 공개됐던 '토리노의 수의'

    2015년 6월, 프란체스코 교황이 토리노를 방문했을 때의 사진이다. 카톨릭에서는 길이 4.34m, 너비 1.12m의 이 천 속에 예수가 부활할 때까지 뉘어졌다고 믿고 있다.

     

    동영상에서는 '토리노의 수의'를 보다 확실히 살필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자세히 보아도 소문의 형상은 찾기 힘들다.(미사를 집전하는 사람은 이탈리아 토리노 대주교인 체사레 노실리아 신부이다)

      

     

    진위를 분석하기에 앞서 그 역사를 잠시 더듬어 보자면, 이 '토리노의 수의'가 화제가 된 건 십자군 전쟁에 참전했던 조프루이 드 사르네이(Geoffroi de Charnay)라는 프랑스 리레이 지방의 영주가 1354년 예루살렘으로부터 수의를 가지고 귀국하면서부터였다.(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조프루이 본인 주장이다) 그 후 수의는 1389년 처음 공개되었는데, 이를 본 트루아의 주교는 그것을 단박에 가품으로 판정 내렸다. 오래된 아마포에 물감으로 색칠을 한 가짜라는 것이었는데, 그는 더 나아가 그 색칠을 한 화가가 가품임을 증언했다고까지 했다.

     

    수의는 1453년 조프루아의 손녀 마르그리트(Marguerite)가 이탈리아 명문 귀족가문인 사보이 가(家)로 시집올 때 혼수로 묻어오면서부터 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16세기 들어 종교개혁의 열풍이 불어오자 교황은 구교회의 권위를 뒷받침해줄 성물(聖物)이 간절한 마당이었는데, 때마침 사보이 공국(公國) 움베르토 1세 소유의 수의가 등장하였다.

     

    교황 율리우스 2세는 주저없이 그 리넨 천을 Holy Shroud, 즉 성수의(聖壽衣)로 지정하였고, 토리노에 정도(定都)한 사보이 가문은 그곳 산 조반니 비타스타 성당(San Giovanni Battista in torino)에 수의를 기탁했다.(1578년) 이후 입소문을 타고 세계의 순례자들을 몰려들었고 헌금함에는 산더미처럼 돈이 쌓였다.(콜린 윌슨 <풀리지 않는 세계의 불가사의>) 

     

     

    토리노의 산 조반니 비타스타 성당

     

     

    이 리넨 천에는 무슨 형태를 의미하는지 전혀 알 수 없는 두 개의 형상(각각 누운 예수의 좌우 옆 면이라 주장되는)이 나타나 있고, 그 가운데 예수라고 주장되는 남자 형상이 희미하게 보인다. 이 수의가 진짜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이 형상들로부터 머리 위의 가시 자국, 채찍을 맞아 생긴 등의 찢긴 상처, 어깨 위 타박상, 기타 피자국의 흔적 등을 찾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다만 그것을 위 사진이나 동영상으로는 확인하기 힘들고, 아래의 네거티브 필름에는 그 형태가 자못 뚜렷한 바, 일단 그것을 구경해보자.

     

    ~ 1984년 영국인 사진작가 커티스 후버는 NASA 연구팀과의 8년 간의 공동연구 끝에 이 인영(人影)이 30세에서 45세 사이의 키 181cm, 체중 77kg의 큰육질의 남자라고 판명했고,(우연찮게도 성서와 일치되는 부분이 있었다) 이 연구를 바탕으로 토리노 대학의 티너 제우리 교수와 부르노 발바리스 교수는 수의의 남자가 예수와 동일인이 아닐 확률은 2250억 분의 1이라고 발표했다. 이 숫자는 예수 탄생 전에 존재했던 지구상의 인간의 수를 추정해 말한 것으로 가짜일 확률이 지극히 드물다는 자신감의 표명이었다. 

     

     

    '토리노의 수의' 음화(부분)

     

     

    이에 기독교에서는 이 아마포에 예수의 모습이 모사되었다고 철석같이 더욱 믿게 되었다. 어떻게 그렇게 될 수 있을까? 답은 기적적으로, 혹은 성령의 힘으로이다. 그래서 성물인 것이다. 그런데 성물도 세월이 가면 빛이 바라는 것인지 예전의 사진에서는 음화의 힘을 빌리지 않더라도 예수의 형상을 찾을 수 있었으나 세월이 가며 그 형상이 점점 흐려져갔다. 비단 그것이 아니라도 수의는 공개 이래로 진위 여부에 시달려왔던 바, 1988년 4월 21일 드디어 3개국 유명대학에서 진위 감정을 위한 연대측정이 실시되었다.

     

    연대측정에 참가한 대학은 영국 옥스포드 대학, 미국 애리조나 주립대학교, 스위스 취리히 폴리테크닉 대학교로, 이 학교 연구팀은 각각 수의에서 떼어낸 가로 1cm, 세로 약 5.7cm의 시료에 방사성 탄소동위원소 분석법을 동원했다. 이 방법은지구상에 존재하는 가장 정확하고 보편적인 연대측정법으로, 교황청에서 이 측정에 임한 것은 성물이 진짜라는 믿음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결과는 가짜라는 판명이 나왔다. 그 측정값은 실망스럽게도 1260~1390년이었다.

     

     

    '토리노의 수의'가 가짜임이 밝혀지는 순간

    1988년 10월 13일, 3개 대학 대표자들의 공동발표장 칠판에 수의의 제작연대가 적혀 있다.(아래 브리티시 박물관을 배경으로 이들 3명이 득의의 포즈를 취했다)

     

     

     

    '토리노의 수의'가 가짜임을 보도한 신문 

     

     

    결론인즉, '토리노의 수의'가 처음 세상에 처음 공개될 쯤 만들어진 천에 단사(丹砂) 성분의 옅은 물감으로 그림이 그려졌다는 것이었으니, 세월이 지남에 색깔이 날아가고 변색이 됨은 당연한 노릇이었다.(게다가 이것을 고대의 물건으로 보이기 위한 고의적 술수까지 추정되었다) 이에 로마 카톨릭에서도 별 수 없이 성물이 가짜라는 선언을 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와 같이 공식적으로 폐기된 성물을 코로나 19 사태에 즈음해 새삼 공개했던 바, 무슨 영문인지 벙벙할 따름이다.

     

    이후 2009년 이탈리아 법의학자 마테오 보리니가 법의학적 기법을 사용해 '토리노 수의'의 얼룩과 핏자국의 형성 과정을 사뮬레이션해본 적이 있는데, T자형, Y자형 등 예수가 어떠한 형태의 십자가에 못이 박혔다 하더라도 수의의 핏자국과 얼룩을 만들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기도 했다. 아울러 파비아 대학의 화학자 루이지 갈라스첼리 박사 등이 값싼 재료와 일주일 간의 순한 과정을 통해 위의 '토리노 수의'와 거의 같은 모양의 물건을 만들어내 더 이상 진품 논란이 불거지지 않게 쐐기를았다.

     

     

    수의의 실제 길이(4.34 X 1.12m)

     

    언제 찍은 것인지 확실치 않으나 이 사진 속에서는 예수의 형상을 찾을 수 있다. 

     

    2015년 공개됐던 수의

    하지만 21세기 들어 세 차례 공개됐던 수의에서는 예수의 모습이 거의 사라졌으며 천 자체도 심하게 바랬다.

     

     

    이로써 '토리노의 수의'는 조작임이 확실히 밝혀졌는데, 한 가지 더 웃기는 사실은 일부 기독교인들이 이를 승복하지 않고 계속 성령의 힘으로 만들어진 성물임을 주장하고 있는 일이다. 그들의 말인즉, 교황청에서 이를 따로 면밀히 분석해본 결과 혈흔의 혈액이 AB형임과 염색체의 수가 23개임을 밝혀 냈다는 것이다. 그 23개 염색체의 근거인즉, 일반 사람들은 46개이지만 마리아는 처녀생식을 했으므로 부계의 유전자를 받은 바가 없어 23개 뿐이라는 것이었다.

     

    이렇게 우기는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이 과학적인 주장을 하고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이들은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한다. 

     

    "인간이 원숭이에서 진화했다 하면 지금도 원숭이가 진화해 인간이 돼야 하는데, 왜 그러지 않는가?"

     

    뜻인즉, 성서에 써 있는 창조론이 합당하다는 것이다. 전에도 말했지만, 이런 사람들에게는 '그들은 뿌리는 같았으나 약 600만 년 전 쯤에 가지가 분리되어 인간, 침팬지, 보노보가 각각 진화의 길을 달리하게 되었다'는 설명이 아무런 소용이 없다.

     

    하지만 그래도 설명은 해주어야 한다. 생물은 부모로부터 XY, XX 각각 한 쌍의 염색체(상동염색체)를 받아 짝수의 염색체를 갖게 되는데, 만일 변이로써 홀수를 받게 되면 다운증후군과 같은 증상이 나타나게 되며, 설사 성령의 힘으로 23개의 염색체를 가진 사람이 태어난다 해도 마리아의 XX 염색체만 가지고 있으므로 남자의 성징을 나타낼 수 없다는 사실을.(그래도 받아들이지 않겠다면 이 또한 어쩔 수 없다)

     

    그런데 정말로 궁금하다. 카톨릭에서는 폐기된 가짜 성물을 왜 공개했을까? 그들은 진실로 그 가짜 성물이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방지나 퇴치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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