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데니소바인(Denisovan) 완전정복
    잘 알려지지 않은 흥미로운 역사 이야기 2020. 4. 3. 23:58


    네안데르탈인은 30만년 전에 출현해 4만년 전에 출현한 호모 사피엔스와 적어도 1만년을 공존했다. 하지만 그들은 멸종했고 '슬기로운 사람' 호모 사피엔스들은 살아 남아 우리 인류의 조상이 되었다. 그래서 네안데르탈인의 멸종 원인에 대해서 많은 사람이 궁금해하는데 그에 대한 여러 가설들은 앞서 '네안데르탈인의 슬픈 죽음 (I),  (II)'에서 정리했던 바, 재삼 거론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그런데 그들과 공존했던 또 다른 종류의 인간들이 있었다. 그들이 오늘의 주인공 데니소바인(Denisovan)이다. 






    보다시피 데니소바인은 위 '인류 진화의 가지 그림'에 나타나 있지 않다. 그의 두개골은 필시 호모 하이델베르겐시스의 위 쯤에 위치해 있어야 하는데, 없다. 쪽수의 싸움에서 밀린 듯도 하지만 그들의 뼈가 발견되는 지역을 보면 그런 것 같지는 않다. 네안데르탈인처럼 많이 발견되지는 않았지만 그들의 뼈는 유럽과 아시아, 멀리는 멜라네시아에서까지 발견된다. 그런데 왜 그들은 진화의 곁가지에도 존재하지 않는걸까? 대략 짐작되는 이유는 두 가지로, 그 첫째는 데니소바인이 유럽인의 조상이 아니기 때문이고, 두번 째는 여지껏 제대로 된 해골이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럽인이 아닌 자들에 대한 차별, 즉 백인이 아닌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은 원시인이라고 다를 게 없다. 정확히 말하자면 차별이라기보다는 무관심이다. 그렇다면 그들에 대한 관심은 최초의 뼈가 발견된 러시아나 중국에서 기울어야 했는데 미처 인프라가 조성되지 않았음인지 별다른 진척이 없었다. 1980년 중국 란주에서 선사시대의 뼈 조각이 발견되었음에도 그것이 데니소바인의 것이라고 밝혀진 건 2016년에 이르러서였다. 란주 대학의 DNA 분석에 따른 결과였는데,(그것도 독일 막스프랑크 인류진화연구소의 도움으로) 그들의 수준이 짐작되는 대목이다.



    데니소바인?


    그 수수께끼의 시작


    2008년 7월, 러시아 데니소바 동굴에서 6~7세 소녀의 작은 손가락 뼈 하나가 발견됨으로써 데니소바인의 존재가 밝혀지기 했다.



    이어 같은 장소에서 성인의 어금니 한 개와,(위 아래 사진의 치아는 같은 것임)


    성인의 정강이 뼈 일부도 발견되었다.

    이상은 41,000년 전의 것으로 확인됐으나 데니소바인의 기원은 30만년 전까지 올라간다.


    데니소바 동굴 전경

     

    데니소바인이 발견된 러시아 알타이 산맥 초르니이 아누이(Chorniy Anui)의 동굴이다. 데니소바라는 이름은 18세기 '데니스'라고 하는 러시아정교회의 성직자가 이 동굴에서 수도생활을 한 데서 유래됐다.  

     

    데니소바 동굴의 지층

    동굴 안은 오랜 세월을 거친 약 6m의 두께의 흙이 22개 지층을 이루며 켜켜이 쌓여있다. 데니소바인은 2m 밑 11번 째 층에서  발견됐다.


    데니소바 동굴 발굴 장면

    이 동굴은 30년 째 발굴 중이다. 알타이족(우리 민족이 속한)의 기원이 발견될까 하는 기대가 서려 있다. 부근 동굴군에서는 네안데르탈인의 화석도 발견됐다.


    데니소바 동굴에서 수습된 중요 유물

    하지만 이것이 데니소바인의 것이라는 증거는 없다.(후기 구석기인들이 유물에 가까운 이것들을 데니소바인이 썼다고 하기에는....)


    위 사진 화살표 유물의 용도(놀라워라!)


    데니소바 동굴의 위치(위쪽)

    아래 지점은 데니소바인의 하악골이 발견된 감숙성 란주의 바이쉬야 카르스트 동굴

    중국 란주에서 발견된 데니소바인의 하악골

    16만년 전의 것으로 지금까지 발견된 데니소바인의 뼈 중 가장 오래된 것이다.


    같은 하악골

    이 오른쪽 아래턱 뼈는 1980년 란주 바이쉬야의 카르스트 동굴에서 한 수도승에 의해 발견되었으며 이후 티벳불교 사원에 보관되다 란주 대학으로 옮겨졌다. 2016년 독일 막스프랑크 연구소의 도움으로 데니소바인의 DNA가 추출되었고 그 결과가 2019년 <네이처>지에 발표됐다. 



    하악골이 발견된 동굴


    하악골이 발견된 지점


    그곳 동굴에서 가끔 뭐가 발견되는 까닭


    데니소바인의 후예?

    티벳인이 데니소바인의 후예이며 고산증에 강한 그들의 특성이 조상의 유전자로부터 비롯됐다는 주장도 있다. 위의 하악골이 3,280m 지점에서 발견된 데 근거를 둔 주장이다.



    이러고 저러고 설명할 것 없이 아래 소개한 일련의 그림들을 보면 데니소바인이 왜 그동안 관심 밖에 머물러야 했는지가 대번에 설명된다.(백문이 불여일견이니 한번 보고 시작하자. 조금 서글프지만 현실이니 어쩔 수 없다) 



    데니소바인의 이동


    데니소바인의 유전자가 가장 많이 발현된 지역 멜라네시아. 멜라네시아인 유전자의 4~6%를 차지한다.

     

    멜라네시아인 뿐 아니라 호주 대륙 원주민에게서도 데니소바인의 유전자가 발견된다. 


    멜라네시아인의 모습


    장신구를 좋아하는 멜라네시아인의 취향도 데니소바인의 유전자인지 모른다는 주장도 있다. 데니소바 동굴에서 다량으로 발견된 장신구의 일부를 데니소바인의 것으로 추정한 결과다. 



    그러던 중 2018년 8월, <네이처>에 획기적인 논문이 하나 실렸다. 독일 막스 프랑크 연구팀이 2008년 러시아 데니소바 동굴에서 발견된 데니소바인 소녀 손가락 뼈 화석을 데니소바인과 네안데르탈인의 1 대 1 혼혈 화석으로 결론 짓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것이었다. 이는 새로운 연구법인 유전자 발현패턴(DNA methylation)을 이용해 분석한 결과로서, 데니소바인의 유전자를 42.3%, 네안데르탈인 유전자를 38.6% 가지고 있었다. 비율이 거의 같다는 것은 이 소녀가 이종교배 1세대에 해당함을 말해주는 것이었다.

     

    그 뼈가 데니소바인과 네안데르탈인 이종교배 1세대의 것이라는 사실은 사람들을 경악시켰다. 그런데 이보다도 놀라운 것은 이 소녀의 데니소바인 아버지의 DNA 속에서도 네안데르탈인의 DNA가 미약하게 발현되었다는 사실이었다. 이것은 아버지의 먼 조상 중에서 네안데르탈인과의 교합이 있었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것으로서, 이는 이 소녀의 조상 중에서 종을 초월한 이종간의 교합이 최소한 두 번은 이루어졌다는 증명이었다. 그리고 이것은 당시 데니소바인과 네안데르탈인의 교배가 자연스러운 일이었음을 말해주는 증거이기도 했다.

     

    잠시 화제를 바꾸자면, 유발 하라리는 자신의 저서 <사피엔스>에서 호모 사피엔스와 네안데르탈인의 교배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그러나 경멸하듯 점쳤다. 크로마뇽인 같은 세련된 현생인류가 미개한 네안데르탈인에게 눈을 돌리는 일은 없었겠지만 드물게는 눈이 낮은 녀석이 네안데르탈인을 택해 섹스를 했을 수도 있었다는 것이다.

    "사피엔스와 네안데르탈인이 번식 가능한 후손을 낳는 일은 드물게나마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들 집단이 합병한 것은 아니고 일부 운 좋은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가 사피엔스 특급에 편승한 것이었다. 우리 사피엔스가 과거 언젠가 다른 종의 동물과 성관계를 하고 아이를 낳을 수 있었다는 생각은 심란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짜릿하기도 하다."


    이와 같은 발언은 어쩌면 유발 하라리의 백인 우월주의 사상의 발현일지도 모른다. 추억 속 개그의 한 대목처럼, 크로마뇽인과 같은 우월한 인종과 상대하게 된 걸 무한한 영광으로 알라는 것이다. 나아가 유발 하라리는 네안데르탈인을 마치 동물 취급하고 있다. 그런데 데니소바인과 네안데르탈인은 자연스럽게 교배를 했던 것이다. 유발 하라리는 '끼리끼리'라며 킥킥댈지 모르겠다.(하지만 현실은 현실이니, 열등한 종자들 사이에서 출생한 2세는 뒤떨어지고, 결국은 도태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렇게 말하면 나도 인종차별주의자가 될는지 모르겠지만)



    안영미: "우리 땐 상상도 못했어. 영광인줄 알아, 이것들아."


    하라리: "제가 할 말을 안영미 씨가 다 했네요."


    헐리웃 스타 나탈리 포트만과의 대화

    나탈리: "여자는 왜 CEO가 드물까요?"

    하라리: "여자는 남자보다 힘이 약하잖아요."

    하라리의 논리는 언제나 힘으로 귀결된다. 그의 저변에는 늘 힘의 우위를 보이는 백인우월주의의 논리가 깔려 있다.



    내가 데니소바인에 대해 글을 쓴 이유는 어제, 약 80만년 전 고인류 화석에서 처음으로 유전자 정보가 추출돼 현생 인류와 네안데르탈인, 데니소바인의 마지막 공통 조상을 확인하는 성과를 거뒀다는 뉴스를 보았기 때문이다. (과학저널 <네이처>의 발표를 보도한 연합뉴스) 그래서 일단은 데니소바에 대해 털어 본 것이니, 그들의 조상이라는 '호모 안테세소르'(Homo antecessor) 역시 우리가 잘 모르는 녀석이기 때문이었다.(이제 하나는 알았으니 다음에는 호모 안테세소르에 대해 털어보자)



    호모 안테세소르의 화석


    호모 안테세소르, 너는 또 누구니?


    과학 잡지 <셀(Cell)>의표지 모델이 된 데니소바 소녀. 이스라엘 연구팀이 복원한 얼굴이다.





    러시아 저널에서 데니소바인의 후예라고 올린 사진들(왠지 그럴 듯하다 ^^)


    * 2편으로 이어짐

    댓글

아하스페르츠의 단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