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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모 안테세소르(Homo antecessor) 훑어보기
    잘 알려지지 않은 흥미로운 역사 이야기 2020. 4. 5. 23:59


    호모 안테르소르(Homo antecessor)의 안테르소르는 라틴어로서, 영어로는 explorer(탐험가)나 pioneer(개척자)로 번역된다. 그외 early settler(이른 정착민)라고도 번역되는데, 사실 이것이 안테르소르라는 이름을 갖게 된 이유일 터이다. 이 화석들이 당시 유럽 대륙에 발견된 가장 오래된 인류의 뼈이기 때문이다.


    호모 안테르소르는 과거에는 별도의 종으로 생각하지 않고 호모 하이델베르겐시스의 아종(亞種)으로 여기기도 했으나 지금은 약 120만 년 전에서 80만 년 전 사이 유럽에서 살던 인류의 조상으로 생각하고 있다. 호모 안테르소르는 특이하게도 1962년 스페인 부르고스(Burgos) 시 철도 건설 현장에서 다량의 화석이 노출되며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이후 부르고스 시 아타푸에르카(Atapuerca)에서는 1976년을 기점으로 다시 몇 차례의 발굴이 있었고 그때도 역시 호모 안테르소르의의 화석이 수급되었던 바, 1997년 유네스코은 이 지역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하였다.(최초 발견지에는 박물관이 들어섰고 아타푸에르카에서는 지금도 발굴이 진행되고 있다)



    아타푸에르카에서 발굴된 호모 안테세소르의 뼈


    호모 안테세소르의 두개골(ATD6-69)

    아타푸에르카 그란 돌리나(Gran Dolina) 지역에서 발견된 10세 소년의 두개골이다.


    아타푸에르카의 위치

    유명한 '산티아고 순례길'에 있어 가끔 순례객들이 이곳에 있는 부르고스 인류진화 박물관을 방문한 글을 인터넷에 올리는데, 코로나 19의 여파로 지금은 '산티아고 순례길'에 아예 사람이 없다고.


    부르고스 인류진화 박물관


    부르고스 인류진화 박물관에 재현된 호모 안테세소르



    부르고스 아타푸에르카 시마 델  엘레판테(Sima del Elefante) 발굴 현장



    아타푸에르카에서 발굴된 뼈들은 최소 78만 년 전의 것들로서, 최소 여섯 명 이상의 80여 개 화석이 나왔다. 특히 2008년 발굴된 어금니와 앞니가 있는 턱뼈(ATE9-1)는 20~25세 사이 호미니드의 것으로서, 이 턱뼈와 함께 발견된 잘 발라진 포유류의 뼈, 그리고 마찬가지로 잘 발라진 인골은 이들 호모 안테르소르를 선사시대의 대표적 식인종으로 치부하게 만들었다.(이 주장은 아직도 유효하다)




    ATE9-1



    호모 안테르소르의 화석은 북아프리카 알제리에서도 발견됐고 오스트레일리아에서도 발견되어 유럽 뿐 아니라 지구상 매우 폭 넓은 지역에 분포돼 살고 있던 것이 증명됐다. 두개골을 비롯한 완벽한 화석이 발견되지 않았다 뿐이지 그들이 낯설어야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들은 육식을 위주로 하였으며 신장은 180~190cm, 체중은 90kg으로 장대한 체구를 가졌던 것으로 추정된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발굴된 호모 안테세소르의 턱뼈


    진화의 가지

    일반적으로 호모 안테세소르는 호모 에르가스터와 호모 하이델베르겐시스 간의 연결고리로 여겨지며, 소수 의견으로 유럽에서 60만년전부터 25만년전까지 생존했던 하이델베르겐시스와 같은 종이라는 설도 존재한다.



    내가 호모 안테세소르에 대해 짧게나마 글을 쓴 것은 지난 4월 2일 덴마크 코펜하겐 대학교에서 호모 안테세소르에 대한 놀라운 연구 결과를 <네이처>지에 발표한 까닭이다. 코펜하겐 대학 연구팀은 호모 안테세소르의 화석인 AT6-69의 어금니 법랑질에서 추출한 고대 단백질의 염기서열을 '고대 단백질 유전정보학'(palaeoproteomics)으로 분석한 결과 안테세소르인이 현생 인류와 네안데르탈인, 데니소바인의 마지막 공통조상이라는 점을 밝혀낸 것이었다.


    연구팀의 카펠리니 부교수는 "DNA는 시간이 흐르면서 화학적으로 분해돼 지금까지는 약 40만년 이전으로 넘어서지 못했다"면서 "이제는 질량분석으로 단백질을 분석하는 고대 단백질 유전정보학 접근법으로 이런 한계를 넘어설 수 있게 됐다"고 했다. 단백질 서열은 DNA 서열보다 더 오랜 시간 흔적을 남겨 이를 이용한 서열 해독이 가능하게 되었다는 얘기다.


    AT6-69는 1994년 스페인 북부 그란 돌리나 동굴 유적의 TD6 층에서 발굴된 인류 화석으로, 외형적 특성상 현생 인류와 네안데르탈인의 마지막 공통 조상으로 여겨졌지만 전후관계가 불분명했다. 그런데 이 80만 년 전의 인류 화석에서 처음으로 유전자 정보가 추출돼 현생 인류와 네안데르탈인, 데니소바인(☞ '데니소바인 완전정복')의 마지막 공통 조상을 확인하는 성과를 거두게 된 것이었다. 즉 아래와 같은 '진화의 가지'가 비로소 완성되어지게 되었음이다.



    호모 안테세소르의 위치


    호모 안테세소르의 화석 AT6-69



    이같은 '고대 단백질 유전정보학'이라는 메소드는 앞으로 고대 인류 화석의 연구에 획기적인 변혁을 가져올 것이라 기대되는데, 개인적으로는 중국 주구점(周口店)에서 발견된 상동인(上洞人, Upper  cave man ☞ ' 사라진 북경원인')에 대한 탐구가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상동인은 중국 화북지방에서 발견되었음에도 원중국인과는 연결고리가 없는 호모 사피엔스의 화석이다.


    우리 한국인은 조상 숭배 사상이 유난한 민족이지만, 정작 그 조상이 누구인지 모르는 아이러니를 안고 있다. 현재 한반도 인근에서 발견된 고대인의 인골은 1993~7년 사이 주구점 위쪽 동굴에서 발견된 상동인과, 1973년 러시아 블라디보스톡 인근 프리모레 지역의 '악마의 문(Devil's Gate)' 동굴에서 발견된 신석기인(9,000~7,000년) 화석 뿐이다.




    '악마의 문' 동굴과 위치


    '악마의 문' 동굴에서 발견된 해골


    * 2편으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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