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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얼? 14만 년 전의 악기 쉰(塤)
    전설 따라 삼백만리 2020. 4. 23. 23:59

     

    앞서, 우리 인류가 사용했던 고대의 악기들을 소개하면서 그중에서도 1997년 7월 슬로베니아 지역에서 발견된 피리 형식의 관악기를 인류 최고(最古)의 악기로 소개한 바 있다.(☞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악기'연대는 무려 6만7천 년 전의 것으로서 이 악기를 연주한 사람은 경이롭게도 네안데르탈인이다. 그런데 중국에서 이보다 7만 년 이상이나 더 오래된 악기가 발견됐다 하여 화제를 모은 적이 있다. 사실일까? 거두절미하고 일단 그 모양새부터 보자.

     

     

    중국이 주장하는 14만년 전의 악기 쉰(塤)

    요즘의 오카리나와 같은 형식의 악기로, 뒤쪽의 구멍은 바람을 불어넣는 주둥이이고 앞쪽에는 아래와 같은 구멍이 있을 것이다. 

     

     

    이 악기의 이름은 쉰(塤), 중국 삼협(三陜)댐 건설 현장 인근인 쓰촨(四川)성 펑제(奉節)현 싱룽둥(興隆洞) 유적지에서 2002년 10월에 발견됐다. 이를 최초로 보도한 매체는 홍콩 봉황 TV 인터넷 뉴스로, 같은 해 12월 22일 지역신문인 충칭상보(重慶商報)를 인용해 보도했다. 그런데 주목할 만한 것은 비단 악기의 연대 뿐이 아니니, 발굴팀장 황안보(黃萬波) 교수는 이 악기를 만들어 사용한 사람은 12만 년~25만 년 전에 살던 펑제인(奉節人)이므로 인류의 아프리카 기원설이 재고돼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의 주장인즉, 아프리카에서 태동한 오스트랄로피테쿠스류(類)의 인류가 아프리카를 나와 중동과 유럽에 정착했다고 하는 시기가 10만 년(~ 4만년) 전인데, 중국에는 12만 년~25만 년 전에 이미 고인(古人)인 펑제인이 살고 있었으므로 인류의 아프리카 기원설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그 근거로서 14만 년 전의 악기 쉰을 들고 있는 것이다.(더 놀라운 것은 이 쉰이라는 악기가 지금도 연주되는 악기라는 것이니 그 대강의 변천사와 모양은 아래와 같다)

     

     

    신쟝에서 발견된 2,700년 전의 쉰 

     

    한대(漢代)의 쉰

     

    쉰이 발견된 쓰촨(四川)성 펑제(奉節)현 싱룽둥(興隆洞) 입구

     

    14억 년 전에 형성된 종유동굴 싱룽둥(興隆洞)

     

    싱룽둥이 위치한 펑제현 구당협(瞿塘峽)

     

    백제성(白帝城)에서 바라본 구당협의 풍광

    백제성은 오나라 정벌에 실패한 유비가 돌아와 숨진 곳이다.('백발 인물열전, 관운장 편')

     

    현대의 쉰

     

    그렇다면 소리는?

     

     

    중국에서 싱룽둥(興隆洞) 유적을 주목하는 이유는 쉰의 발견에 앞선 9월에 20여 점의 구석기시대 석기와 골기(骨器) 및 고대인류 치아 화석을 발견한 때문이다. 이중 치아 화석은 중국과학원과 브리티시 박물관의 연구결과 12~14만 년 전의 인류 화석으로 판명났다. 다만 쉰에 대해서는 정확한 연대 측정 발표를 듣지 못한 것 같은데 14만 년 전의 악기라고 말하고 있으니 약간은 그 진위가 의심된다.

     

    중국의 역사가 유구한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 동양사가 곧 중국사(일본사가 조금 포함된)를 말한다는 것도 상식과 같은 일이니 동양사를 전공했다고 하면 중국사를 공부했다고 생각하지 말레이지아사나 인도네시아사 등을 떠올리는 사람은 없다. 중국사와 한국사의 유대와 상호영향력 같은 것도 역사를 아는 사람이면 불가분의 관계로서 인식한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중국사에 대해 조금씩 흥미를 잃기 시작했다. 중국의 동북공정이 시작된 2000년 대 초만 해도 그렇지 않았는데 중국이 개방됨과 함께 쉽게 접하게 된 중국인들(조선족을 포함한)과의 만남이 있은 후부터 중국은 물론 중국사까지 싫어지기 시작했다. 이유는 물어보나마나, 저들의 강한 국수주의 때문이다. 우리는 역사적으로 중국과 상호영향력 관계에 있었다고 생각하고 있고, 앞으로도 호혜평등의 관계를 지향하나 저들은 과거에도 자신들이 일방적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믿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러하길 바라고 있다. 

     

    부부간에도 친구간에도 혹은 타인이라 할지라도 서로 존중하지 않고 배려하지 않으면 누구든 믿음으로부터 멀어진다. 그것이 학문의 세계라고 다를손가. 언제부턴가 중국은 힘을 내세워 과거의 역사를 지배하려 하고 있고 향후로도 패권을 추구하려 하고 있다. 시진핑 주석이 지난 2017년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4월 6-7일)에서 '한국은 사실 중국의 일부였다(Korea actually used to be a part of China)'고 했던 발언은 그 속내를 드러낸 것으로 보아도 무방하다.

     

    쉰을 얘기하다 말이 길어졌는데, 예전에는 그것이 인류 최고의 악기임을 반색하고 믿었을 것이고 어쩌면 같은 동양인으로서 자부심 같은 것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구라의 냄새부터 맡으려드니 저들의 지나친 국수주의에 이미 쩔었다고나 할까...... (솔직히 발굴되었다고 하는 아래의 쉰까지도 모두 가라로 여겨진다/한가지 더 솔직한 말을 하자면 이제는 중국사를 '지피지기'의 마음으로 접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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