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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맬컴 엑스와 유색인 예수
    신 신통기(新 神統記) 2020. 9. 20. 20:30

     

    지난 5월 미국에서 일어난 흑인 조지 플로이드의 사망 사건 이후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세계적 쓰나미를 두 차례에 걸쳐 주목했다. 그리고 우리는 그 쓰나미를 통해 이제껏 벨기에의 중흥 군주로써의 성가만이 주목되던 벨기에 국왕 레오폴 2세(Leopold II, 1835-1909)가 금세기 최고의 악마였음을 알게 되었고,(☞ '지상 최고의 악마 레오폴 2세와 벨기에 초코릿') 그밖에도 뜻밖의 인물이 인종차별주의자라는 불명예로서 그 동상이 단죄되는 광경을 보게 되었다. 다시 열거하자면,

     

    영국의 자선사업가 에드워드 콜스턴은 그의 부가 대규모 노예무역을 통해 축적되었다는 이유로, 신대륙을 최초로 발견했던 크리스토퍼 콜럼부스는 최초의 노예무역상이었다는 이유로, 조지 워싱톤 미국 초대 대통령, 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은 노예를 둔 농장주였다는 이유로, 노예를 해방시킨 링컨 대통령은 그것이 정치적 도구에 불과했다는 이유로, 그리고 미국을 세계 최강국으로 만들었다는 평을 듣는 26대 시어도어 루즈벨트 대통령(1858-1919)의 동상 역시 인종차별의 이유로써 철거되었다.

     

     

    시어도어 루즈벨트 대통령의 동상

    뉴욕 맨해튼 자연사박물관에 있는 제26대 대통령 시어도어 루즈벨트 동상도 80년 만에 철거되었다. 1940년 미국 유명 조각가 제임스 프레이저가 기증한 이 동상은 흑인과 아메리카원주민이 노예처럼 시립(侍立)한 탓에 제국주의와 인종차별 사상이 반영된 작품이라는 비난을 받아왔다. 

     

     

    예일대학 설립자 엘리후 예일, 인터뷰에서 백인우월주의를 표명했던 영화배우 존 웨인, 영국 유학시절 아프리카 흑인을 차별하고 검둥이 발언을 한 인도의 독립운동가  마하트마 간디, 노예를 굽어보는 '돈키호테'의 작가 세르반테스의 동상도 수난을 당했고, 미국 국가를 작사한 프란시스 스콧 키의 동상도 노예를 두었다는 이유로 공격당했다.(☞ '신명기에 나타난 여호와의 콜스턴 뺨치는 인종차별주의')

     

    그같은 인종차별 반대시위가 확산되면서 이번에 또 다시 전혀 생각지 못한 인물에게 불똥이 튀었다. 다름아닌 예수로서, 차제에 백인 형상으로 고정된 예수상도 바로잡자는 소리가 터져나왔던 것이다. 그 중에서 가장 목소리를 키우는 사람은 미국의 인권운동가 숀 킹으로, 그는 지난 달 23일 자신의 SNS를 통해 "유럽계 백인 형상을 한 예수도 백인우월주의의 상징"이라며 이에 대한 파괴를 주장하고 나섰다.

     

    숀 킹은 '흑인생명도 중요하다'(Black Lives Matter) 운동을 이끄는 대표적 좌파운동가 가운데 한 사람으로, 이번에 그는 "성서에서 예수 가족이 숨고 섞이고자 한 곳이 어딘 줄 아느냐. 그곳은 유럽 땅이 아닌 아닌 이집트"라며 성서의 내용에 충실하기 위해서라도 백인 예수상을 끌어내려야 한다고 적었다. 나아가 킹은 "예수상 뿐만 아니라 그의 유럽 어머니(성모 마리아)와 가족, 친지들을 담은 모든 벽화나 스테인드글라스도 파괴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숀 킹의 트위터 내용 

     

     

    이와 비슷한 주장을 한 사람이 먼저 있었다. 그의 이름은 맬컴 엑스(Malcolm X, 1925-1965). 1925년 5월 19일 미국 네브라스카에서 침례교를 믿는 가정에서 태어났으며 자신도 어려서부터 교회에 다녔다. 하지만 아버지와 삼촌이 백인지상주의 단체인 KKK(쿠 클럭스 클랜)단에게 가혹행위를 당하고,(부친 얼 리틀은 결국 KKK단의 타살로 의심되는 사고로 죽는다) 그의 가족들도  KKK단의 린치를 피해 위스톤신주 밀워키로 이사하면서 기독교 신앙에 회의를 품기 시작했다. 자신의 성서 엑소더스(Exodus) 속에는 강제 노역으로 고생하는 히브리 노예를 해방시키고 자유의 나라를 주는 하나님이 있었지만, 현실에서는 늘 백인 예수가 백인을 부유하게 하며 더러운 백인 사회를 지지하고 있었다.

     

     

    덴젤 워싱턴 주연의 영화 <말콤 엑스>

     

     

    그는 처음에는 성서에 써 있는대로 "그리스도는 흑인(유색인)"이라고 외쳤다. 예수는 2000년 전 팔레스타인 땅에서 중동인 부모로부터 태어났던 바, 적어도 백인일 리는 없었다. 하지만 메아리는 없었으니, 흑인은 그저 노예일 뿐이고 그 노예는 성서의 노아 시대부터 정당화되고 있었다. 성서 속에도 노예는 주권이 없었고 강제노동과 억압에 시달리는 존재였으니,* 저 극악한 KKK단이 표방하는 것 역시 성서 제일사상과 기독교 지상주의였다.  KKK단의 창시자인 윌리엄 J 시몬스는 의사이자 감리교 목사였고, 독실한 기독교도이자 KKK단원임을 자처한 자가 텍사즈주 상원의원에 당선되었다. (맬컴 엑스가 밀워키에 정착할 무렵) 캘리포니아주를 비롯한 5개주에서 KKK단을 지지하는 주지사가 배출되었으며 콜로라도를 비롯한 여러 주에서 KKK단이 지방의회를 장악했다.

     

     * 창9:16, 출21:2, 레25:44, 신5:7–8, 롬13:1–5, 디3:1, 2:9, 빌레몬서 전체, 벧전 2:13–18, 골3:22, 고전 7:21–22, 엡6:5

     

     

     

     

     

    기독교 신앙으로 무장한 KKK단

     

     

    절망한 맬컴 엑스는 폭력으로 저항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교도소 내에서도 기독교에 적대적 태도를 견지했던 바, '사탄'이라는 별명으로 불렸다.(그는 그 별명을 즐겼고, 사탄도 알아야 한다며 교도소 내에서 상당한 독서를 했는데 감방의 소등 이후로는 달빛에 책을 읽었다고 한다) 그리고 기독교에 대한 대안으로 이슬람 단체인 '네이션 오브 이슬람'에게 가입하고, 출소 후 이 단체의 일원으로서 '흑인 인류 정통론'을 내세우며 열렬한 활동을 펼쳤다.(그는 이 무렵 '맬컴 리틀'이라는 본명을 버리고 '알 수 없다'는 뜻의 X를 성으로 사용하였다. "내 진짜 조상인 아프리카 원주민의 성을 알 수 없기에 미지를 뜻하는 엑스를 내 성으로 삼는다. 더 이상 내 선조를 노예로 부리던 백인 주인의 성 '리틀'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것이 개명의 변이었다)

     

    그는 점차 유명해졌고, 가멜 압델 나세르 이집트 대통령을 비롯한 아프리카 여러 나라 지도자의 초청을 받기도 했다. 멜컴 엑스의 활동 기간 내내 예수는 백인을 부유하게 도와주고 아프리카를 피괴하는 데 힘을 실어준 존재였으며, 흑인을 노예로 만들고 흑인 처녀가 성폭행을 당해도 방관하는 자였다. 맬컴 엑스는 달변의 연설가로 1955년까지 지속적으로 네이션 오브 이슬람을 확대시켰으나, 이슬람의 포교보다 인권해방과 인종차별 철폐를 우선하였던 바, 결국은 노선의 차이로서 네이션 오브 이슬람과 갈라서게 된다. 그리고 그것이 앙금이 되었으니 1965년 2월 21일, 뉴욕 맨해튼에서의 연설 준비 도중 네이션 오브 이슬람 단원들이 발사한 21발의 총을 맞고 절명한다. 그의 나이 겨우 마흔 살 때였다. 

     

     

    <가디안>에 소개된 맬컴 X

     

    마틴 루터 킹 주니어와 만나는 맬컴 엑스(1964년 3월 26일)

     

    <라이프>가 보도한 피격 사진

     

     

    지금 다시 바람이 불기 시작한 유색인 예수에의 주장, 그것이 과연 가능할까? 숀 킹은 자신의 주장에 덧붙여 "백인 예수는 거짓말일 뿐더러 흑인의 신앙을 제한하려는 백인우월주의 도구로 이용되고 있다"며 백인 예수상 파괴의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지만 이에 반대하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대표적으로는 자칭 미국 보수기독교도이자 트럼프 대통령의 법률고문인 제나 엘리스 선임고문이 "킹의 주장은 기독교 자체를 흔들려는 의도"라며 반박했다.

     

    엘리스는 덧붙여 "나는 미국의 전통적 기독교 사상을 지니고 있는 자신이 자랑스럽다. 누군가 나를 공격하려 들어도 나의 신앙은 단단한 바위처럼 결코 무너지거나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했는데, 나아가 미국 보수당 연합 맷 슐랩 의장은 트위터를 통해 “만약 교회를 흔들고자 한다면 죽은 우리의 손에서 우리의 예수상과 마리아상을 캐내야 할 것"이라며 보수기독교의 수호의지를 강하게 피력했다.

     

    엘리스의 반응에 대해 킹은 "그녀는 단순히 흰색을 옹호하는 것", "백인은 백인 예수가 필요할 뿐이다"라고 재반박했는데, 영국 성공회의 저스틴 웰비 캔터베리 대주교는 이 같은 반박을 옹호해 "예수를 백인으로만 묘사하는 것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다른 나라의 성공회 교회에 가보면 '백인 예수'는 없다. 흑인, 중국인, 중동인 등으로 묘사된 예수가 정확한 표현이다"라고 말했다. 예수의 모습을 자신들의 인종에 따라 묘사하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럽다는 주장이다.(다분히 성공회적인 주장이다)

     

    그런데 이것이 정말로 현실이 될 수 있을까? 아마도 힘들 것이다. 백인 예수는 유럽을 중심으로 성장한 기독교의 산물로서 오랜 시간 고착화되었던 바, 쉽게 타파될 수 없는 노릇이다. 이는 미국 기독교의 영향을 받은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일 것이니,(게다가 우리 민족 역시 인종차별이 심한 종족이다) 아무리 그것이 옳다 해도 아래 워너 샐먼의 그림 대신 맨체스터 대학에서 복원한 예수 그림을 선호하는 기독교인은 없을 것이다. 만일 백인으로 묘사된 예수상을 인종차별의 산물로 여겨 모두 치워야 한다면 필시 큰 반발이 따르리라 본다. 그만큼 우리의 사고가 경도돼 있다는 뜻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서양인 예수의 얼굴

     

    맨체스터 대학 리처드 니브 교수가 복원한 예수의 얼굴

    2005년 BBC가 발표한 예수의 얼굴(영국 맨체스터 대학 연구팀이 예루살렘 근방에서 출토된 1세기 유대인의 인골 수천 구의 평균적 특징을 찾아내 복원한)은 가히 충격적으로, 한 마디로 말하면 영락없는 소 도둑놈이나 말 도둑놈이다. 키도 당시 사람의 평균인 155cm로 추정했다. 만일 이 그림을 예수의 초상으로서 교회에 내건다면 그 즉시로 교인의 반은 떨어져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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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스페르츠의 단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