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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 X와 도지코인거꾸로 읽는 천문학개론 2021. 5. 10. 01:29
21세기의 기인 일론 머스크는 100만 명의 화성 도시를 만들겠다는 꿈을 가지고 2002년 6월, 민간 우주항공기업인 스페이스 X를 설립하였다. 일론 머스크에 대해서는 먼저 전기 자동차 테슬라가 떠오르지만 스페이스 X는 테슬라보다 2년 먼저 창업했고, 또 테슬라가 단순한 자본 투자인데 비해 스페이스 X는 자신이 직접 CEO를 맡고 기술 개발을 했다. 스페이스 X는 2007년 직원이 6000명으로 불어나는 괄목할만한 성장이 이루더니 작년 5월 31일 유인 관광우주선인 크루드래건을 쏘아 올렸다.
그리고 지난 5월 5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코바치카 발사장에서 시제품 '스타 쉽 SN15를 이륙시켜 약 10km 고도까지 올린 후 다시 성공적으로 수직 착륙시키는 데 성공했다. 스페이스 X는 지난해 12월부터 4개 모델 SN8, SN9, SN10, SN11을 시험발사했지만 번번히 실패했었다. SN8과 SN9는 착륙과정 중 폭발했으며, 올해 3월 3일 발사한 SN10도 착륙까지 순탄한 듯했지만 8분 만에 폭발해 결과적으로는 실패였다. 그런데 그 실패를 딛고 엊그제 드디어 성공한 것이었다.
1971년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태어난 머스크는 이미 12살 때 스스로 익힌 컴퓨터 프로그래밍으로써 블래스터(Blastar)라는 가상공간 게임을 만들어내기도 한 천재인데,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에서 장학금을 받으며 경제학과 물리학을 공부했고, 1995년 재료과학과 물리학의 스탠퍼드 박사 과정을 등록했다가 이틀 만에 자퇴하고 실리콘 밸리로 이주했다. 때마침 불어닥친 WWW(월드 와이드 웹)의 물결에 명운을 걸기로 한 것이었다.
1995년 일론 머스크는 동생 킴벌 머스크와 함께 지역정보 제공회사인 Zip2을 창업해 뉴욕 타임스와 같은 글로벌 신문사에 정보를 공급하는 일을 시작으로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사업을 벌이는가 싶더니 이내 온라인으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X.com, 컴퓨터 제조업체 컴팩(페이팔) 등을 창업하였고, 그 회사들을 키워 되파는 방법으로 거금을 손에 쥐었다. 그리고 이때 장만한 자본금으로써 꿈의 기업 스페이스 X를 창업하게 된다.
일론 머스크가 스페이스 X를 설립하면서 세운 목표 중 하나는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거둔다는 경제학의 논리를 우주선 개발에 도입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우주선 개발비용을 최대 10분의 1까지 줄이겠다는 야심 찬 시도를 하였다. 그 방법은 가장 많은 에너지가 소요되는 로켓의 1단 부스터를 재활용하자는 것이었고 2015년에 이 실험에 성공하였다. 일론 머스크의 다음 목표는 앞서 말한 100만 명 규모의 화성 도시 건설이다. 그것이 이루기 위해서는 그 우주도시와 지구를 왕래할 수직이착륙이 가능한 로켓이 필요할 터, 그 첫 단추가 엊그제 꿰어진 셈이었다.
그 고도가 10km건, 100km건 머스크는 매우 위대한 시도를 한 것이었으니, 그의 첫발은 "이것은 한 사람에게는 단지 조그만 한 발짝에 불과하지만, 우리 인류에게는 하나의 큰 도약이다(That's one small step for a man, one giant leap for mankind)"라고 한 암스트롱의 첫발에 뒤지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그가 스타쉽 실험을 할 때 은근히 '잘하면 화성에서 죽을 수 있는 기회가 올지도 모른다. 나는 실험적이라도 그런 기회가 주어진다면 기꺼이 나머지 생과 그 기회를 맞바꿀 용의가 있다며 혼자 흥분해 왔다.(실제로 머스크는 화성 여행 초기에는 상당수의 탑승자가 죽을 수 있다는 발언을 했다)
하지만 나는 얼마 전 그 망상을 접었다. 2021년 2월 8일, 일론 머스크의 또 다른 회사 테슬라가 15억 달러 상당의 비트코인을 매수했다는 소식이 밝히면서(일론 머스크는 그에 앞서 비트코인으로 테슬라 차량을 구매할 수 있다는 트윗을 올리며 군불을 땠다) 많은 가상화폐 투자자들을 현혹시켰는데, 아닌 게 아니라 그들이 따라 투자한 덕에 비트코인의 가격은 급등했다. 일론 머스크는 이때 어떻게 했을까? 물어보는 놈이 병신일 터, 그는 당연히 고점에서 자신의 비트코인 2억7200만 달러 어치를 내다 팔았고 1억100만 달러의 차익을 실현했다.(결과적으로 그는 15억 달러를 28억 달러로 불린 것으로 드러났다)
알고도 당할 수밖에 없는 처지의 소액투자자들은 난리가 났고, '일론 머스크=쌩양아치 사기꾼'의 소리가 높아졌다. 지난 4월 말 테슬라가 발표한 1분기 실적을 살펴보면, 테슬라는 순이익으로 4억3800만 달러(약 4900억 원)를 기록하며 7분기 연속 흑자를 이어갔는데, 이중 1억100만 달러(약 1122억원)는 비트코인을 팔아 번 돈이었다. 즉 테슬라는 전체 순익의 약 25% 가량이 비트코인을 처분해 거둔 수익이니 자동차를 팔아 번 수익보다 훨씬 짭짤했던 셈이다.(그럼에도 테슬라 측은 "우리가 비트코인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했을 뿐"이라는 개소리를 해댔다)
비난이 높아지자 일론 머스크는 "나는 먹튀가 아니다. 나는 비트코인을 하나도 팔지 않았으며 비트코인의 현금 유동성을 증명하기 위해 테슬라가 보유하고 있는 비트코인의 10%를 판 것일 뿐"이라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해댔는데, 그는 5월 들어 진짜 개소리를 했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 "달을 향해 짖는 개" 그림과 함께 "도지코인을 달 위에 놓을 것"이라고 글을 올리며 도지코인이라는 암호화폐를 띄웠는데, 그때까지도 도지코인은 장난 삼아 만들어진 문자 그대로의 '개코인'이었다.
솔직히 암호화폐는 워낙에 도깨비 같은 것이라 '도지코인' 거래에 대한 옳고 그름을 논하고 자시고 할 것도 없지만, 실제적으로 개도 안 물어갈 코인을 일론 머스크는 개 같이 긁어모았는지 슬슬 연막을 피우더니 다시 트위터에 "The Dogefather , SNL May 8"이라는 글을 올리며 도지코인을 또 한번 급등시켰다. 미국 NBC방송을 대표하는 코미디쇼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SNL)의 진행자로 5월 8일 나설 예정의 자신을 '도지파더'라며 도지코인과의 연관성을 부각한 것이었다.
어차피 돈 놓고 돈 먹기의 코인 판세이고, "○○주는 진짜 우량주"라며 친구를 꼬시고는 주가가 오르면 자신은 슬쩍 팔아치우는 일이 오히려 상식이 된 세상에서 따로 일론 머스크만 비난할 일도 아닌 듯하지만, 어제 그의 행동은 가히 쓰레기다. 문제의 5월 8일 SNL에 출연한 머스크가 "도지코인은 사기"라고 농담을 던진 것이었다. 그 발언 후 도지코인의 가격은 급락했다.(또 뭔가 응큼한 수작이 숨어 있는 게 분명하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SNL 진행자로 출연한 머스크는 "도지코인이 뭐냐"는 질문에 "통화의 미래, 세계를 장악할 멈출 수 없는 금융 수단"이라고 답했다. 이어 '도지코인이 사기(hustle)냐'고 묻자, 머스크는 "그래, 사기다"라며 농담조로 맞받았다. 다음날인 9일 도지코인 가격은 전날보다 40% 급락하며 0.44달러까지 거래됐다. 도지코인은 전날 약 0.70달러에 거래를 시작했으며 SNL 방송이 시작하기 직전에는 머스크 출연 기대감에 0.66달러에 거래됐다고 한다.
나아가 머스크는 "내가 트위터에 가끔 이상한 말을 하거나 글을 올리는 것을 알지만, 그것이 내 뇌가 작동하는 방식이다"라는 농담을 보탰다. 그러면서 "(내 트윗으로) 기분을 상한 사람들에게는 내가 전기자동차를 재창조하고, 로켓에 사람들을 태워 화성에 보낼 (위대한)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다"라고 자화자찬했다는데, 이쯤 되면 그는 정말로 뇌가 이상하게 작동하는 미친놈이다. 그런 놈을 믿고 어떻게 화성에 가겠는가? 아니, 그런 도덕성에 편승해 화성에 간들 뭐하겠는가? 그냥 지구에서 죽고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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