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톈원1호-중국이 하늘에 물을 때 한국은 눈치만 살폈다거꾸로 읽는 천문학개론 2021. 5. 17. 00:54
2017년, 한석규, 최민식 주연의 '천문, 하늘에 묻는다'는 영화가 있었다. 세종대왕과 장영실의 천문관찰 의지를 담은 작품인데, 여기서 '천문'은 천문학의 '천문(天文)'이 아니라 '하늘에 묻는다'는 의미의 '천문'(天問)으로 그것은 그대로 제목이 되었다. '우리도 하늘에 물을 수 있다'는 허진호 감독의 의지를 담은 것인데, 그와 같은 의지가 투영되었음인지 영화에서 가장 인상에 남는 대목도 명나라를 두려워해 우리 스스로 간의대를 철거하는 광경이었다. 당시의 '천문'인즉 오직 천자의 나라인 중국에서만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런 현실이 21세기에 재현되었다. 어제 15일, 중국의 첫 화성 무인 탐사선 '톈원 1호'가 10개월의 여정 끝에 화성 착륙에 성공한 것이다. 지금까지 화성 착륙에 성공한 나라는 미국과 소련뿐으로 영국, 유럽 천문 연합(ESA), 일본 등이 실패를 했고 중국도 지난 2017년 실패를 한 적이 있다.(발사 후 대기권까지는 진입했으나 그 직후 추락했다) 중국 국가항천국은 이번 성공으로 미국 NASA와 대등한 우주 기술력을 과시하게 됐다는 평가인데, 그 화성 탐사선 톈원을 한문으로 쓰면 天問이 된다.
작년 7월 23일 발사된 톈원 1호는 지난 2월 화성 궤도에 진입했으며 궤도를 돌며 기회를 살피다 발사 열 달 만인 5월 15일 오전 7시 18분(현지시각) 화성 땅을 밟았다. 달과 달리 화성에는 대기가 존재해 탐사가 쉽지 않은 바, 실제로 인류는 이제까지 45차례 화성 탐사 시도를 했으나 이중 성공률은 50%에도 미치지 못했다. 말한 대로 화성 착륙에 성공한 국가도 미국과 구소련뿐이었다.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화성에 궤도선을 보낸 사례로는 ESA, 인도의 선례가 있으며 아랍에미리트도 중국에 앞섰지만, 화성 표면에 탐사 로보를 착륙시킨 예는 1971년 구소련의 마르스 3호와, 1976년 바이킹 1호와 2호를 필두로 9번의 착륙에 성공한 미국밖에 없었다.(하지만 소련의 마르스 3호는 제대로 된 정보를 보내오지 못했으며 착륙 2분 뒤 곧바로 망가져 버렸기 때문에 톈원 1호의 착륙은 인류 역사상 두 번째라고 볼 수도 있다)
화성에도 대기(大氣)가 존재한다. 하지만 밀도가 지구의 1% 정도로 옅어 착륙 과정에서 낙하산만으로는 제대로 속도를 떨어뜨릴 수가 없다. 그러므로 착륙에 있어서는 낙하산과 역추진 로켓 분사를 병용한 복잡한 감속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 또 화성 중력은 지구의 3분의 1 수준이지만 달과 비교해선 2배에 달해 감속하는 데 상당한 에너지가 필요하다. 까닭에 전문가들은 화성 착륙을 위해서는 대기권에 돌입해 낙하산을 펴고, 지표 근처에선 역추진 로켓을 분사하는 난도 높은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지적한다.
또 외신은 화성은 달보다 훨씬 멀리 떨어져 있어 통신하는데도 편도 10분 이상 걸리기 때문에 탐사선에 문제가 생겨도 지구에서 원격으로 지원하기 힘들다며 그런 배경에서 올 2월 화성에 탐사선을 착륙시킨 미국 항공우주국(NASA)도 화성대기권 돌입에서 착륙까지를 '공포의 7분간'이라고 표현했다고 전했다. 그만큼 어렵다는 얘기다. (※ NASA도 착륙에 있어 낙하산과 역추진 로켓 분사를 이용했다 ☞ '퍼서비어런스 화성 착륙과 아폴로 우주선 달착륙 비교')
중국 국가항천국은 이 어려운 착륙을 성공시켰다. 15일 오전 4시쯤 궤도선에서 분리된 착륙선은 낙하산으로써 1차로 속도를 줄인 후 역추진 로켓을 이용해 화성 착륙을 시도하였고 9분 후 표면에 안착하였다. 지상 125km의 대기권 상공에서부터 시작된 '공포의 9분'이었다. 이에 마토가와 야스노리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 명예교수는 "중국의 우주탐사 기술은 매우 높은 수준에 올랐다고 말할 수 있다"며, 중국 국가항천국이 위의 세 가지 미션을 동시에 수행하는 것은 "기존 상식에서 벗어난 대단한 일"이라고 평가했다는 아사히신문의 전언(傳言)이다.
앞서 '슈퍼문과 창어 4호'를 쓰며 중국 달탐사선 창어 4호의 달 착륙과 탐사 로보 옥토 2호의 활약에 한없는 부러움을 표시했는데, 그로부터 얼마 되지 않는 오늘, 중국의 화성 탐사선 톈원 1호에 대해 쓰려니 마음 한구석이 불편하기 그지없다. 중국의 우주굴기를 시샘해서 하는 말이 아니라 이 같은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아르테미스 프로젝트(Artemis Project)'에 한국이 초대받지 못했기에 하는 말이다.
'아르테미스 계획'은 미국이 280억달러(약 32조원)를 투입해 추진하는 달 탐사를 비롯한 전방위 우주 개발 계획이다. 이 계획에 일본, 호주 등 미국 핵심 동맹 7국이 파트너로 참여하는데, 일본은 동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초대받았다.(2020년 10월, 이미 미국이 주도하는 '달을 비롯한 우주 자원 소유와 이용 등에 관한 규범'을 정한 '아르테미스 합의'가 있었지만 이때도 한국은 제외되었다. 참고로 아르테미스 합의에 참여한 나라는 미국, 일본, 캐나다, 영국, 이탈리아, 호주, 룩셈부르크, 아랍에미리트 등 8개국이다)
'아르테미스 계획'의 1차 목표는 달 궤도에 우주정거장 '루나 게이트웨이'(Luna Gateway)를 건설하고 2028년까지 달에 유인 기지를 설치하는 것인데, 한국이 국제 협력을 기대할 수 있는 이 같은 프로젝트에서 배제된 것은 미국이 한국을 믿을 수 없는 나라로 규정했다는 뜻이다. 여기서 '믿을 수 없다'는 것이 기술력이 아님은 두 말할 나위 없으니, 미국은 바이든 정부에 들어서도 미국·일본·호주·인도의 4국 연합체인 쿼드(Quad)에서 한국을 배제했다.(같이 하자고 해도 듣지 않을 게 뻔하니 아예 말도 꺼내지 않은 듯/반면 쿼드의 일원인 일본과 호주의 역할은 자연히 더 강조됐다)
쿼드와 더불어 미 의회는 과학·기술의 혁신과 인프라 투자도 중시했다. 반도체, 5세대(5G) 이동통신, 인공지능, 생명공학, 광케이블 등 핵심 기술 분야에서 중국의 위협에 대해 인식을 같이하는 국가들끼리 뭉치겠다는 것인데, 여기서도 한국은 패싱 되었다. 그밖에 첨단 기술을 이용해 대중을 감시하고 억압하는 중국의 '디지털 독재'에 맞서는 '디지털 기술 무역 동맹'의 구성을 계획 중인데, 유럽연합(EU), 일본, 대만,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가 대상자로 거론되고 한국은 제외되었다.(향후 다른 '적절한 나라'가 포함될 수 있다는 단서가 붙긴 했지만)
걱정스러운 점은 미국은 이제 한국에 참여 의사를 타진하지도 않는다는 것인데, 그보다 더욱 걱정되는 점은 그러므로 해서 중국으로부터 얻는 것이 없다는 사실이다. 이는 조선시대, 중국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 우리 스스로 간의대를 철거하고 천문관측기구를 폐기한 일과 진배없으니, 결국 우리의 '눈치보기 작전'은(작전이라고 할 가치도 없겠지만) 경제·외교력뿐 아니라 국방력과 과학기술력까지도 크게 떨어뜨리게 될 것이 뻔하다.
* 이 글을 쓰고 나서 얼마 후 한미 정상회담이 열렸다.(현지시각 5월 21일) 그리고 회담 결과, 그간 수없이 강조했고 고대하던 미사일 사거리 제한이 풀렸다. 이제 전력무기 차원을 넘어 우주 발사 로켓 개발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된 것인데, 그간 중국을 자극하지 않으려 사거리를 제한했던(800km) 미국의 전략이 중국의 군사력 팽창을 견제하는 쪽으로 선회하며 이 같이 좋은 결과를 얻게 된 것 같다. 이에 대한 화답인지 그간 질색했던 대만(해협)을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언급했는데, 나로서는 문재인 정부의 배짱에 조금은 감탄했다.
당연히 중국은 크게 반발했으니 "불장난하지 말라"는 원색적인 표현까지 해대며 불쾌감을 표현했다. 사드 사태와 같은 경제보복까지 이어질지 어쩔지는 모르겠지만 '괜찮을 것'이라 예상했던 문재인 정부로서는 곤혹스럽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그러자 미국이 선물 보따리를 하나 더 풀었다. 그간 우리의 참여에 냉담하던 '아르테미스 계획'에 한국의 초대를 확정한 것이니, 정상회담 전까지도 NASA와의 최종 조율을 빌미로 확정을 미루던 '아르테미스 계획'에의 한국 참여를 전격적으로 승인했던 것이다.(5월 27일) 어찌 됐든 이제 한국도 달 탐사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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