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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문과 창어 4호
    거꾸로 읽는 천문학개론 2021. 5. 3. 00:02

     

    지난 4월 27일은 슈퍼문이 예고됐던 날이다. 그래서 멋진 달 사진 한 장을 남기려  마음먹었으공교롭게도 당일의 일기예보에는 10시쯤 비가 잡혀 있었다. 그날 내가 사는 구리시에는 비는 오지 않았다. 하지만 날은 잔뜩 흐려 있어 달을 볼 수는 없을 것 같았는데 역시 그러했다. 그럼에도 늦게까지 하늘을 올려 보았다. 가끔은 '찬 기파랑가'(讚耆婆郞歌)에서 처럼 걷히는 구름 사이로 나타나는 달을 보는 행운을 맞기도 하는 까닭이었다. 그럴 때의 달은 정말로 환상적인데 만일 그것이 슈퍼문이라면 얼마나 더 환타스틱할까.....

     

     

    4월 27일 슈퍼문

     

    그래서 달을 보았을까? 유감스럽게도 그렇지 못했으니 심하게 흐렸던 날씨 자체가 끝내 개지 않았다. 위의 사진은 다음날 NASA가 제공한 미국의 슈퍼문을 캡처한 것이다.^^ 그렇게라도 섭섭한 마음을 달랬던 것인데 내친김에 그날 지구촌 곳곳의 슈퍼문을 둘러보았다.

     

     

    필리핀 케손시티

     

    싱가폴의 슈퍼문 - 지구에서 357,615km 떨어진 곳에 뜬 99.9% 크기의 슈퍼문이라는 설명이 달렸다. 

     

    독일 드레스덴

     

    쿠바 하바나

     

    캐나다 엘버트 주 로키산맥 

     

    미국 로드 아일랜드 주 제임스타운

     

    영국 웨일스 카디프시티

     

    미국 메샤츄세스 주 살렘

     

    미국 텍사스 주 달라스

     

    캐나다 브리시티 컬럼비아 주 스티브스턴

     

    키프로스 니코시아

     

    영국 솔즈버리 스톤헨지

     

    뉴욕

     

    알바니아 티라나

     

    시드니

     

     파리

     

    런던

     

    리오데자네이로

     

    이스탄불

     

    아테네

     

    카이로

     

      로마

     

    슈퍼문(super moon)은 어느 날의 특별한 현상을 나타내는 달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지구와의 근지점에 있을 때의 달을 말한다. 근래에 달이 가장 근지점에 접근한 때는 2016년 11월 14일로, 이 날의 달은 따로 '초(Hyper) 슈퍼문'이라 불린다. 그 달은 지구 중심에서 356,511 km 떨어져 있었는데 달과 지구의 평균 거리는 384,400 km이니 무려 27,890 km를 좁힌 셈이다.(이날 달이 더 크게 보인 이유는 달이 지구에 가장 가깝게 접근하는 날인 동시에 태양-지구-달이 순서대로 한 직선 위에 놓이는 ‘망·望’의 시각적 효과도 있었다고 한다)

     

    한국천문연구원의 말로는 하이퍼 슈퍼문은 1948년 이래 가장 근접한 것이며 2034년까지는 그와 같은 근접거리의 슈퍼문이 없을 것이라 하는데, 2016년 그해 그날 우연찮게 그 하이퍼 슈퍼문을 볼 수 있었다. 서울 강변역에서 용인까지 내려가는 직행버스 안에서 내내. 내가 달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아마도 그때부터일 것이니 그만큼 임팩트가 강했던 그때의 기억이다.  

     

    아무튼 그날 차장 밖으로 보이는 달이 얼마나 크고 밝게 빛나던지 경외감을 느낄 정도였는데 만일 그게 블러드 문(blood moon)이었다면 정말로 무서웠을 것 같다. 블러드 문은 월식 때 달이 지구의 그림자에 가려져 붉게 보이는 현상을 말하나 기상현상에 따라 나타나는 붉은 달이 그리 불리기도 하는지 지난달 27일의 슈퍼문을 블러드문, 혹은 슈퍼 핑크문이라 표기한 외신도 볼 수 있었다. 

     

     

     뉴욕의 슈퍼 핑크문 
    블러드문은 과학적 사실과는 무관하게 인류 역사에서 불길한 징조로 여겨져 왔다. 사진은 4월 26일의 슈퍼문 

     

    블루 문(blue moon)은 이와는 별개의 개념으로 한 달에 보름달이 두 번 뜨는 현상에서(양력 기준) 두 번째로 뜬 달을 가리킨다. 달의 색깔과는 무관하다. 슈퍼 문은 보통 때의 보름달보다 평균 15% 정도 크다 하는데 시각적으로 느끼는 체감 비율은 그보다 훨씬 크다. 어찌 됐든 경탄스럽다. 앞서 말했듯 달과 지구의 평균 거리는 38만4400 km인 바, 이번 슈퍼문은 그 거리를 2만6785 km 당긴 셈이다. 

     

    슈퍼 블러드 문(super blue moon)은 슈퍼문+개기월식+블러드문이 한 시각에 이루어지는 현상을 지칭하는 것으로 2018일 1월 31일, 150년 만의 슈퍼 블러드문이 있었다. 그때도 나는 일기가 나빠 슈퍼 블러드문을 관찰할 수 없었는데 인터넷에서는 그것을 보았다고 하는 한국 사람들도 심심찮으니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내가 날짜를 착각한 건가....?) 

     

     

    2018일 1월 31일, 아테네의 슈퍼 블러드문 
    2018일 1월 31일, 이스탄불의 슈퍼 블러드문 

     

    그런데 27일 슈퍼 문이 있은 다음날 마이클 콜린스가 타계했다. 1969년 7월 21일, 미 항공우주국(NASA) 소속으로 달 탐사선 아폴로 11호를 타고 닐 암스트롱, 버드 올드린과 함께 달에 갔던 바로 그 사람이다. 하지만 그는 맡은 바 임무가 사령선 컬럼비아호의 운행이었으므로 다른 두 우주인과 달리 달 표면에 내리지 못하고 달 주위를 선회해야 했다. 

     

    까닭에 그에게는 '잊힌 우주비행사', '기억하지 않는 세 번째 우주인'이라는 수식어가 붙었지만, 그는 인류 최초로 달의 뒷면을 본 사람이 되었다.(당시 궤도비행을 하던 사령선이 달의 뒷면으로 들어갔을 때 지구와의 교신이 끊겼고, 그 48분간 달의 뒷면을 바라보며 고독 상태에 빠졌다고 하는 콜린스의 절체절명의 절대고독을 앞서 '지구 뒤편으로 사라진 마이클 콜린스 & 인저뉴어티의 비행'에서 언급한 적 있다) 

     

     

    마이클 콜린스에 관한 책
    아폴로 11호 우주인. 좌로부터 닐 암스트롱, 마이클 콜린스, 버즈 올드린

     

    상식적인 얘기지만 우리가 달의 뒷면을 볼 수 없는 이유는 달이 1회 공전하는 동안 지구는 정확히 1회 자전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달과 지구는 서로의 앞면만을 보며 운행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기에 인류는 지구에서 살아온 수십만 년 동안 달의 뒷면을 볼 수 없었던 것이며, 까닭에 마이클 콜린스는 인류 최초로 달의 뒷면을 직접 본 사나이로 남게 되었던 것이다.(인류가 사진으로나마 처음 달의 뒷면을 보게 된 것은 1959년 소련의 루나 3호가 달을 돌며 그 뒷면 사진을 전송했을 때라고 한다)

     

     

    달의 뒷면 사진
    루나 3호 
    루나 3호는 위 사진을 전송하고 얼마 후 달과 충돌해 사망했다.   

     

    좌우지간 우리가 만월에서 볼 수 있는 것은 비스듬히 선 채 방아를 찧고 있는 토끼의 모습으로, 17세기 망원경을 통해 달세계를 자세히 관찰한 갈릴레이가 보았던 것도 앞면이요, 1948년 천문관찰의 신기원을 열었던 팔로마산 천문대 5m 직경의 세계 최대 헤일망원경을 통해 볼 수 있는 것도 결국은 앞면이었다. 그리고 1969년 7월 21일 아폴로 11호가 착륙한 곳도 앞면에 위치한 '고요의 바다'였다.(물론 달에는 바다가 없으나 갈릴레이가 달을 관측했을 때 '바다가 있다'고 한, 틀렸지만 위대했던 탐구정신을 기렸다)  

     

    그 뒷면에 2019년 1월 3일 세계 최초로 중국의 무인 탐사선 창어 4호(嫦娥四號)가 상륙했다. 이후 여러 가지 실험을 진행했는데 그중에는 탐사로봇(로버) 광밍(光明)을 이용해 중국 대학생들이 보낸 여러 식물을 심는 실험도 있었다고 한다. 그냥 무턱대고 심는 게 아니라 달 토양 위에 온실을 만들어 적정 조건을 맞춘 뒤 감자, 애기장대 등의 식물을 키우는 시도를 한 것이다. 중력이 거의 없는 달 환경에서 식물이 자랄 수 있는 지를 실험한 것인데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식물을 키운 적은 있지만 달에서는 처음으로 시도된 일이었다. 

     

     

    창어 4호가 착륙한 본 카르만 크레이터
    창어 4호

     

    발사된 창어 3호. 창어 4호에 앞서 2013년 12월 14일, 중국은 창어 3호를 달 표면 착륙시켜 탐사 로봇 위투(옥토끼) 1호를 풀었다. 

     

    창어 4호의 로보 위투(玉兎) 2호는 달의 생성에 관한 중요한 증거도 채취했다. 그동안 상상으로만 무성했던 달의 생성 기원을 밝혀줄 수 있는 중요한 발견으로, 아래의 휘석은 달에도 지구처럼 맨틀이 존재할 것이라는 달의 생성 및 원시 상태, 나아가 여타 행성의 생성까지도 밝힐 수 있는 중요한 성과로 인정받고 있다. 우리로서는 마냥 부럽기만 한 일인데, 우리가 그저 부러워하는 동안 중국은 다시 창어 5호를 쏘아 올렸고, 2020년 12월 17일 오전 1시 59분(베이징 시간) 창어 5호의 귀환 캡슐이 또 다른 달 표면 샘플을 싣고 중국 북부 네이멍구 자치구의 초원지대로 귀환했다.

     

    로보 위투 2호가 채석한 휘석. 위투는 달 표면을 돌아다니며 관측 데이터를 모았는데 그중에 휘석과 감람석도 있었다. 휘석과 감람석은 지구 맨틀 마그마에서도 나오는 광물로 철과 마그네슘 성분이 많은 게 특징이다. 지구 맨틀 성분과 유사한 성분의 광물을 달 표면에서 확인한 것이다. 
    위투 2호. 위투는 100% 중국산이라는데 우리가 아는 중국산과는 개념이 다르다. 
    발사된 창어 4호
    달 속의 토끼

     

    중국의 창어, 즉 상아(嫦娥)는 서왕모의 불사약을 가지고 달로 달아났다는 전설을 지닌 달의 여신으로 우리의 달나라 선녀님과 비슷한 존재이다. 옥토끼란 뜻의 로보 위투에 대해서는 더 설명할 것도 없다. 창어 4호가 보여준 달의 뒷면이나 위투의 활약상은 취에차오(鹊桥)라는 이름의 위성을 통해 전송되었는데, 우리말로는 오작교이다.

     

    중국은 창어 발사 전후로, 달에서 채집한 모든 자료를 세계 과학자들과 공유할 것이라는 자신감 넘치는 발표를 하였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 과학자들을 초빙했다는 소식은 없다. 우리의 과학자들도 굳이 저들의 노력에 숟가락만 들고 달려들 생각은 없을 테지만, 저 달 속의 토끼가 저들은 살아 뛰는 반면 우리는 아직까지도 전설인 현실은 서글프다. 우리의 아이들에게 우리가 해줄 수 있는 일은 고작 그 전설을 부정하는 것 정도다. 

     

    "달 속에 토끼는 진짜가 아니라 달 지형의 고도차 때문에 그렇게 보이는 거이예요. 달에서 밝고 하얗게 보이는 부분은 고도가 높은 부분이고 검게 보이는 토끼는 낮은 곳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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