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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군 여중사의 자살 - 루크레티아의 죽음에 로마가 분노했듯 분노하자
    우리역사 비운의 현장을 가다 2021. 6. 5. 08:48

     

    공군으로 복무하던 여군 중사가 혼인신고 당일, 죽음의 영상을 남기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로 이해 지금 세상이 떠들썩하다. 사건을 정리하면 대강 이렇다.  


     

    ◆ 지난 3월 어느 날, 위의 여중사는 직속상관인 장모 중사로부터 회식 참석의 명령을 받음. 여중사는 좀 께름칙했으나 직속상관인 관계로 어쩔 수 없이 참석함.(군대를 다녀온 사람은 다 안다. 직속상관이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 게다가 그 새끼는 평소에도 성격이 지랄같은 놈이었던지라.....

     

    ◆ 그런데 막상 가보니 단체회식이 아닌 그 장모 중사가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의 개업식이었음. 즉 장모 중사는 다른 흑심으로 그를 불러낸 것인데, 아니나 다를까, 돌아오는 길에 여중사는 차 뒷좌석에서 몹쓸 짓을 당함.(운전병도 있었는데 그는 아무 것도 못 보았다고 진술했다 함. 눈멀고 귀먼 놈이 운전은 어떻게 했는지.... 이 비겁한 운전병도 처벌이 예상됨) 

     

     

     

    ◆ 게다가 그 중사 놈은 성추행 후 "신고할테면 해보라"며 비아냥댔다는데..... 전에도 여중사가 비슷한 일을 신고한 적이 있으나 윗선의 처리가 부실했으므로 간뎅이가 더욱 커진 것으로 사려됨. 이번에도 신고받은 중간 간부 놈은 상부에 보고할 생각은 않고 술자리로 불러내 "살면서 한번쯤 겪을 수 있는 일"이라고 했고, 또 다른 간부 놈은 "없던 일로 하자"했으며, 노모라는 상사 놈은 "사건이 커지면 모두가 피해 보니 다시는 상부에 보고하지 말라"고 씨부렸다 함. 

     

     

     

    ◆ 뿐만 아니라 여중사 약혼자에까지 찾아가 "좋게 좋게 처리하자"며 회유함.(약혼자는 당당히, 당신들의 행동은 2차 가해이며 용서치 않을 것이라고 경고함)

     

    ◆ 이로 인해 여중사는 급성 스트레스 등으로 인한 정신과 치료를 받았으며 이와 병행해 상부에 진정을 넣었고 군 감찰부에서는 변호인을 선임해줌. 그런데 이 변호사 놈은 일처리에 전혀 성의가 없었고 따라서 진척도 전혀 없었던 바,(상세는 속통 터지므로 생략함) 여중사는 성상담센터에 호소하게 됨. 그 와중에도 가해자 중사 놈의 회유와 협박이 지속되었다고 함.

     

    ◆ 참다못한 여중사는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이메일을 성상담센터에 보내게 되고 그제야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부대에서는 타 비행단으로 전출을 보냄. 그런데 이 과정에서 서류를 어떻게 꾸몄는지 '관심병사'로 분류되었고, 이에 상응하는 괴롭힘이 지속되자 전입 나흘 만에(혼인 신고를 한 날) 아래와 같이 이유를 밝히고 스스로 생을 마감함.(피해자는 지난 21일 휴대전화 녹화 버튼을 누르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는데, 그에 앞서 크게 울먹이는 모습도 영상에 담겼다고 함) 

     

     

     

    ◆ 그럼에도 해당 부대와 공군에서는 사건을  덮기에 급급하였으니, '단순변사'로 처리하고 보고도 안 하다가 유가족의 진정으로 마침내 사건의 전모가 밝혀짐.(그 과정에서 다른 상관 놈의 성폭행 사실도 드러남)

     

    ◆ 여중사의 유가족은 위 가해자 처벌과는 별개로 청와대 청원을 통해 "타 부대로 전속한 이후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최고 지휘관과 말단 간부까지 성폭력 피해자인 제 딸에게 피해자 보호 프로그램인 메뉴얼을 적용하지 않았다. 오히려 정식절차라는 핑계로 엄청난 압박과 스트레스를 가한 책임자 모두를 조사해 처벌해 달라"고 소원했다고 함. 

     

    현재 30만이 넘은 청와대 청원
    사건 발생 석달만에 구속되는 장모 중사
    정신 나간 총장도 결국 짤렸으나 퇴임만이 능사가 아니다. 처벌받아야 한다.

     

    이상이 어제까지의 과정이다. 앞으로 이 사건의 처리가 어떻게 될지 우리 모두가 눈을 크게 뜨고 지켜볼 일인데, 어울리는 글인지는 모르겠으나 차제에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루크리스의 능욕(The Rape of Lucrece)>이라는 시를 소개하고자 한다. 셰익스피어가 이탈리아 지방에 떠돌던 루크레티아(Lucretia)라는 여인의 설화를  시로 쓴 것으로, 그 대강의 스토리는 다음과 같다. 

     

    타르퀴니우스 왕은 어느 날 이웃 국가 아르데이아를 공격하기 위해 아들 섹투스와 함께 출정한다. 아르데이아 공격 중 이들은 엉뚱하게도 마누라 자랑이 시작됐고 그러다 누구의 아내가 가장 정숙한지를 따지게 됐다. 그러자 자기 아내의 정숙함에 확신을 가진 콜라티누스는 각자 로마로 돌아가 아내들이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보고 오자고 제안하는데, 과연 그의 아내 루크레티아는 그러하였다. 다른 사람들의 부인들이 한결같이 술에 취해  흥청대고 있는 반면, 콜라티누스의 아내 루크레티아는 정숙하게 가정을 지키며 옷감을 짜고 있었던 것이었다. 

     

    섹투스 왕자는 루크레티아의 그 정숙한 아름다움에 마음을 빼앗긴다. 그리하여 콜라티누스가 전장으로 되돌아간 며칠 뒤 몰래 진중을 나와 루크레티아의 집을 찾는다. 루크레티아는 남편의 친구이자 왕자인 그를 정중히 대접했으나 목적이 딴 데 있었던 섹투스는 그녀를 겁탈한다. 반항하면 너와 하인을 죽이고 둘이 간통해 죽였다고 소문을 내겠다는 협박을 통해서였다.  

     

    루크레티아는 곧바로 자결을 결심하나 혹시 어떤 오명이 씌워질까 결심을 번복하고 자신의 아버지와 남편에게 편지를 띄워 집으로 오게 한다. 그리고 그들과 남편의 친구 부르투스가 모인 자리에서 자신이 능욕당한 사실을 알리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그들은 복수를 맹세하고 봉기하였고 그 소문을 들은 로마인들이 합세했다. 그리하여 결국 타르퀴니우스 왕은 권좌에서 쫓겨나고 섹투스 왕자는 처형되었는데, 이를 계기로 로마는 왕정이 폐지되고 두 명의 집정관이 이끄는 공화정이 수립된다.

     

     

    에루아르도 곤잘레스의 '루크레티아의 죽음'
    프라고나르의 '루크레티아의 죽음'
     앙리 핀타의 '루크레티아 죽음 후의 부르투스의 맹세'
    다미 캄페니의 '사망한 루크레티아'

     

    이때 루크레티아의 유언을 셰익스피어는 다음 같이 썼다. 

     

    "당신은 나에게 명예로운 맹세를 해주세요. 내가 당한 이 부당함을 신속하게 되갚겠다고. 왜냐하면 그 복수는 귀중하고 정당하며, 맹세코 기사들이 해야 할 불쌍한 여인의 넋을 달래주는 일이기도 하니까요."

     

     (Shall plight your honourable faiths to me, With swift pursuit to 'venge this wrong of mine;For 'tis a meritorious fair design To chase injustice with revengeful arms: Knights by their oaths should right poor ladies' harms.)

     

    여중사가 느꼈을 절망감의 깊이를 어찌 헤아릴 수 있겠는가? 그러나 그가 자신의 죽음을 영상으로 남긴 이유는 헤아릴 수 있을 같다. 필시 자신의 희생을 기억해달라는 뜻일 게다. 그렇지만 이 같은 희생은 재발될 소지가 다분하다. 그것을 막기 위한 방법은 단 한가지, 루크레시아의 죽음에 로마가 분노한 만큼 분노해야 된다. 그래야만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는다.  

     

    이중사의 빈소가 마련된 성남 육군수도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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