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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능력과 신앙, 그 믿음의 허실(I)ㅡ인트로듀스
    신 신통기(新 神統記) 2021. 10. 4. 13:18

     

    지난 1일(2021. 10. 01) 유력 일간지 2곳에 실린 어떤 교회의 전면광고가 인터넷 각 포털 뉴스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그 교회의 목사는 이미 폭력행위처벌법상의 특수폭행죄 등으로 기소돼 대법원에서 징역 7년의 판결을 받고 수감 중인데, 사회적 비난이 잠잠해지자 다시 활동을 시작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당해 교회의 목사는 SBS '그것이 알고 싶다' 프로그램을 통해 그 만행이 두 차례 고발되면서 세인들을 경악시킨 바 있다. 거기에서 보여준 '타작마당'이란 이름의 신도 폭행은 가히 충격적이었으니 목사가 신도들의 뺨을 사정없이 갈겨댔을 뿐 아니라 '타작기계'라 불리는 사람한테 일방적으로 무차별 폭행을 당하는 의식도 방영되었고, 심지어는 엄마가 딸의 따귀를 때리고, 딸이 엄마의 따귀를 때리는 패륜적인 장면도 있었다. 몸속의 마귀를 추방한다는 나름대로의 성서 해석에 기인한 악행이었다. 

     

    그 외도 차마 열거하기도 힘든, 상상을 초월하는 여러 죄를 저지른 그는 2018년 인천국제공항에서 교인들과 함께 체포되어 특수폭행, 공동상해, 폭행, 중감금, 특수감금, 사기, 상법위반, 아동복지법위반, 교사죄 등으로 7년형을 선고받았다. 그 구속된 목사의 사조직과 같은 교회가 다시 기지개를 켜는 것 같아 심히 걱정이다.

     

    이에 경고를 목소리를 내고 싶은 마음 간절하나, 앞서 특정 목사를 비방했다며 티스토리에서 제재를 받은 바 있기에 더 이상의 언급은 피하기로 하겠다. (신고가 들어왔다고는 하나 그 공공연한 죄상을 거론한 것이 왜 제재의 대상이 됐는지 지금도 알 수 없다. 그 목사는 15년 징역형을 선고을 받고 현재 복역 중이다) 사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도 그들의 죄상이 아니라 왜 그런 일이 벌어지는가, 하는 연유를 따지고 싶기에.....

     

     

    "매일 3시간씩 매질, 살려주세요."/중앙일보 

     

    그런데 이쯤되면 피해자도 문제가 있지 않나 여겨진다. 대체 그 사람들은 무엇을 기대해 재산을 사취당하고 폭력을 당하고 강제격리를 당하고 노동착취를 당하고, 또 그러면서도 왜 신앙을 놓지 못하는가? 선뜻 이해하기 힘들겠지만 종교에의 믿음, 즉 신앙은 마치 초능력을 기대하는 인간심리와도 같다. 초월자가 행했다는 그 기적을 기대하는 것이다. 하지만 결론도 같다. 신앙이든 초능력이든 어떤 신통력도 발휘할 수 없다. 

     

    작년 10월(2020. 10. 23) 제임스 랜디(James Randi)라는 사람이 별세했다. 1928년 캐나다에서 태어난 그는 평생을 마술가로 지냈는데, 여러 기발한 마술들을 선보인 까닭에 본명인 랜들 제임스 해밀턴 즈윙(Randall James Hamilton)보다는 디 어메이징 랜디(The Amazing Randi)라는 예명으로 불렸다. 그는 특히 밀폐된 공간에서 탈출하거나 고공에 거꾸로 매달렸다가 귀환하는 탈출 묘기가 전문이었다. 

     

     

    어메이징 랜디

     

    우리는 랜디에 대해 대부분 알지 못하나 어느 정도 어느 정도 연세가 있는 분은 이스라엘의 마술가 유리 겔러에 대해서는 대부분이 알고 있을 것이다. 숟가락 구부리기 염력으로 유명한 그는 1980년대 우리나라도 방문해 황인용 아나운서가 사회를 본 특별 프로그램에서 독심술 등을 선보이고 숟가락을 구부러뜨렸다. 또 자신의 염력을 전달해 숟가락을 부러뜨리게 만들어주겠노라며 대한민국 온 국민의 밥상 위 숟가락을 문지르게 만들었다. 

     

     

    바로 이 사람!

     

    랜디는 그것이 사기임을 밝혀냈다. 유리 겔러는 랜디를 명예훼손으로 고소까지 했지만 정작 랜디 앞에서는 단 한 개의 숟가락도 구부리지 못했다. 그런데 이게 웬걸? 랜디는 여러 개의 숟가락을 부러뜨렸다. 어떻게 유리 겔러는 못했고, 랜디는 가능했을까? 해답은 형상기억합금이었다. 랜디는 열이 가해지면 휘거나 부러지는 특수소재로 만든 숟가락을 사용했고, 유리 겔러에게는 일반 스테인리스 스틸로 만든 것을 주었던 바, 유리 겔러가 휘지 못함은 당연지사였다. 

     

    결국 유리 겔러는 자신이 초능력자가 아님을 고백하고 이후로는 그저 마술사로 행세했다. 랜디는 이후로도 많은 초능력자의 허구를 밝혀내 초능력자 사냥꾼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는데, 1986년 피터 포포프라는 유명한 초능력 목사(그는 예수처럼 상대방의 정체와 심리상태를 알아맞히고 질병을 치료했다)의 거짓 또한 밝혀내 다시금 명성을 얻었다. 피터 포포프는 자신이 사기꾼이라는 사실을 고백하는 수순 대신 잠적의 길을 택했다.(그래도 감방 갔다 와 다시 목회하는 우리나라 목사님들보다는 낫다)

     

     

    최근에는 이 일로 뉴스를 탔다. ㅋㅋ
    몰락한 목사 피터 포포프
    어딜, 나를 속이겠다고? 

     

    랜디는 1988년 2월, 호세 알바레스라는 미국의 한 평범한 남자에게 몇 개의 트릭만을 가르친 후 영적 존재와 교감할 수 있는 심령술사처럼 위장해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했다. 그는 호주의 한 지방 방송국 쇼에 출현해 영적 존재와 대화하고, 미래를 예언하고, 병을 고치는 모습을 보여준 후 일약 스타가 되어 저 유명한 오페라 하우스 무대에까지 서게 됐다. 그리고 이번에도 수많은 관객들을 넋을 빼앗았는데 생전 처음 보는 사람의 과거를 맞추는 것쯤은 일도 아니었다. 

     

    그런데 호세 알바레스의 신드롬이 절정에 이르렀을 무렵, 그와 랜디가 방송국에 함께 나타났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모든 것이 트릭이요, 거대한 대국민 실험극임을 밝혔다. 그가 사람들의 마음을 읽은 것은 콜드 리딩이라고 하는 패턴이 정해져 있는 커뮤니케이션 기법을 활용한 것이며,(어쩌면 마술이라고도 할 수 있는) 바넘(Barnum)의 효과를 발전시킨 것이었다.(바넘 효과는 다음에 설명하겠다) 그는 자신들이 속인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는 신의 영매나 신의 대리자를 사칭한 위인에게 속는 사람들이 얼마나 멍청한가를 보여주려 했던 것이 아니라, 사람은 누구나 너무나 쉽게 속을 수 있음을 보여주려는 것이었다. 우리는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생물임에도 가끔은 그걸 잊고 소화된 정보만을 찾는다. 누군가 섭취하고 소화된 정보, 누구나 쉽게 풀어쓴 정보가 받아들이기 편하기 때문이다. 그런 식으로 평생 살아간다면 당신도 언젠가는 이용당하기 십상이다."

     

    랜디는 15세 때 자신이 다니던 미션스쿨에서 목사가 행하는 강신술(降神術)의 허구성을 단박에 꿰뚫었다. IQ 168의 명석한 두뇌와 순수함이 결합된 결과였겠는데, 그는 이것을 보고 경찰서에 전화를 걸어 사기죄로 신고했다. 하지만 그는 오히려 경찰서로 불려 가 4일간의 구류를 살아야 했다. 교회의 신성한 집회를 방해했다는 교회 사람들의 청원이 진실과 순수를 누른 것이었다. 그는 이듬해 결국 학교를 자퇴하였고 이후 마술사의 길을 걸었는데, 특히 극한상황에서의 탈출 마술이 유명했다. 거짓은 가끔 사람들의 눈을 속이나 진실이 아님을 몸소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1976년, 랜디는 천문학자 칼 세이건, SF소설가 아이작 아시모프 등과 함께 '회의적 조사 위원회'(Committee for Skeptical Inquiry·CSI)’를 설립해 초능력이나 불가사의를 과학적으로 반증하는 활동을 했다. (※ CSI에는 코스모스의 저자 칼 세이건, 로봇 3원칙을 만든 아이작 아시모프, <이기적 유전자> <만들어진 신>의 저자 리처드 도킨스, 제임스 왓슨과 함께 DNA 이중나선 구조를 밝혀낸 프랜시스 크릭 등이 멤버로 있다)

     

    그리고 1996년에 맥아더 재단에서 받은 조성금을 기반으로 제임스 랜디 교육재단을 설립해, 자신의 초능력을 정해진 과학적 조건하에 증명하는 사람에게 100만 달러를 지급하는 '100만불 초능력 첼린지 게임'($1million Paranormal Challenge)을 운영했다. 2015년 게임이 종료될 때까지 별별 특기를 가진 1000여 명이 도전했지만 그것이 초능력임을 증명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100만불 초능력 첼린지 게임의 한 장면 

    궁금하신 분은 클릭!

     

    19세기 말 미국의 사업가이자 쇼맨이었던 바넘(Phineas Barnum)은 원래 미국 전역을 순회하던 서커스단의 단원이었다. 그러다 그는 자신의 쇼에 사람들이 쉽게 넘어가는 것을 알고 초능력자로 변신하기로 마음먹었다. 이후 그는 관람객들의 성격을 알아맞히는 초능력자로서 이름을 떨쳤다. 처음에는 바넘을 비판하던 사람들도 그를 상대하고 나서는 오히려 그의 추종자가 되었다.

     

    바넘은 그만큼 신통력이 있었고, 그 능력이 미국에 알려지며 유명인사로써 많은 돈과 사람들을 끌어모았다. 그의 아성은 20세기에 들어서도 무너지지 않았다. 그러다 1948년 포러(Bertram R. Forer, 1914-2000)라는 심리학자가 출현하면서부터 아성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 2편 '초능력과 신앙, 그 믿음의 허실(II) ㅡ 바넘 효과'로 이어짐.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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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스페르츠의 단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