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양도와 서격렬비도 영해기점표탐라의 재발견 2021. 10. 27. 22:54
육지에 도로원표가 있다면 바다에는 영해기점표가 있다. 도로원표는 도로의 기점(起點) ·종점 또는 경과지를 표시한 것으로 서울의 경우 일제에 의해 설치된 도로원표가 흔히 광화문비각으로 불려지는 칭경비념비각 앞에 놓였다가 1997년 세종로 파출소 앞 도로에 새로 설치되었다. 이 표석을 기준으로 서울~부산, 서울~인천, 서울~광주 등, 서울과 전국 주요 도시 사이의 거리가 결정되는 것인데, 제주시의 경우는 제주시청 앞 거리, 눈에 잘 띄는 곳에 원표가 세워져 있다. 거기 써 있는 바에 따르면 서울~제주 간의 거리는 453km이다.
영해기점표는 관할해역 설정을 위한 기준점으로, 전국에 설정된 영해기점(Terrestrial Sea Base Point)을 연결한 영해기선을 근간으로 하여 12해리의 영해,(나라의 주권이 미치는 바다) 접속수역,* EEZ,** 대륙붕 등이 결정된다. 즉, 영해기점은 바다와 관련돼 나라의 주권이 미치는 범위를 결정짓는 출발선인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부속 도서 23개 지점에 영해기점이 설정돼 있는데, 제주도의 경우는 우도 옆 비양도(한림읍 비양도가 아님)에 영해기점표가 설치돼 있다.
* 접속수역(Contiguous zone)은 영해에 접속해 있는 수역으로서, 영해기준선으로부터 24해리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그 영토 및 영해상의 관세·재정·출입국관리·보건·위생관계 규칙위반을 예방하거나 처벌하기 위하여 필요한 국가통제권을 행사하는 수역이다.
** 배타적 경제 수역(Exclusive Economic Zone)으로 불리는 곳으로 해양법에 관한 국제연합 협약(UNCLOS)에 근거해 설정된 경제적 주권이 미치는 수역을 가리킨다. 통상 자국의 연안으로부터 200해리(약 370km) 범위로서 자원탐사와 개발 등에 관한 권리를 가지나 환경보존의 의무도 진다.
비양도는 우도에 속한 작은 섬(8,800평)으로 지금은 우도 연평리와 연결되는 다리가 놓여져 뭍처럼 여겨지는 곳이다. 그래서인지 잘 알려지지 않아 심지어는 제주도 사람조차 비양도하면 서쪽 한림읍에 있는 섬만 생각한다.(즉 제주도에는 비양도가 두 곳이다) 그러니 그곳에 영해기점표가 설치돼 있다는 사실을 모름은 어쩌면 당연한 노릇이다. 그 영해기점표는 제주도 인근의 영해와 접속수역을 결정짓는 매우 중요한 표석임에도.....
비양도에 못지 않게 주목해야 될 곳이 서해의 격렬비열도이다. 격렬비열도는 충남 태안군 신진도항(안흥항)에서 55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충남 최서단의 섬으로, 중국 산둥반도와는 270km 거리의 중국에서 가장 가까운 우리나라 섬이다. 격렬비열도는 북격렬비도·서격렬비도·동격렬비도의 큰 섬 3개와 부속 도서 9개로 구성돼 있는데, 그중 가장 서쪽에 있어 영해기점표가 설치돼 있는 서격렬비도라는 무인도가 최근 문제가 되었다. 이 섬을 한 중국인이 매입하려 했기 때문이다.
중국인의 매입 시도는 서격렬비도가 사유지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물론 성사되지는 않았으나 그것이 현실이 되어 중국령으로 바뀌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우선 위에서 말한 12해리의 영해, 접속수역, EEZ 등이 모두 무너지게 되어 해양영토가 크게 축소될 뿐 아니라 기타 여러 가지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중국이 그곳에 미사일 기지 설치 같은 노골적인 도발은 않겠지만 점유 자체로도 한국에는 커다란 위협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만일 전쟁이라도 벌어진다면....?
2014년 실제로 소유주와 중국인 사이에서의 거래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으니, 소유주는 처음에 20억을 주인이 불렀는데 중국 측에서 너무 비싸다며 16억을 다시 불러서 주인이 팔지 않았다고 한다. 아무튼 이에 놀란 당국에서는 서격렬비도에 대한 국유화를 시도하였으나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고, 대신 서격렬비도를 포함한 서해 8개 무인도를 외국인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해 예방 조치를 취했다. 아울러 섬 자체를 국가관리연안항으로 예비 지정하였던 바, 이르면 내년부터 시행된다고 한다.
'탐라의 재발견'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만덕과 조광현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0) 2021.10.30 제주 산지천 석인상의 정체는? (0) 2021.10.29 몽골의 제주 지배 100년 (0) 2021.10.25 외동 수정사 터와 삼별초의 흔적 (0) 2021.10.24 김정(金淨)의 '이조화명도' (0) 2021.0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