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고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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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의 풀작가의 고향 2022. 3. 26. 01:40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풀'은 작년에 탄생 100년을 맞는 김수영(1921~1968)의 사후에 발표된 그의 마지막 시이다. 그래서 그런지 '풀'은 자주 조명되며 시험문제로도 단골로 출제된다. 그러면서 한결같이 말하는 것이, 풀은 억압받는 민중을 상징하고, 바람은 그 민중을 억압하고 굴복시키려는 부당한 권력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자유로운 감상이라면 상관없겠지만 만일 시험문제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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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원 이광수의 마지막 삶작가의 고향 2021. 5. 23. 01:09
내가 춘원(春園)의 문학을 처음 접한 건 책이 아니라 영화로였다. 그 1976년 영화 을 지금도 기억한다. 특히 주인공 최석(남궁원 분)이 눈 덮인 시베리아 평원(사실은 일본 홋카이도였지만)을 헤매다 얼어 죽는 장면이 또렸한데, 고등학교 때 본 그 영화를 여태껏 기억하는 것은 아마도 정임(한유정 분) 역을 했던 배우가 나의 첫사랑이었기 때문이리라. 그러다 그 첫사랑의 열병은 1978년 영화 의 여주인공 배우 이화시에게로 슬그머니 옮겨간다. 춘원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인 은 김기영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1978년도 영화인데, 얼마전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거머쥔 윤여정 선생이 헌사를 아끼지 않았던 바로 그 감독이다. 연출력까지는 인지되지 않았겠지만 아닌 게 아니라 뛰어난 영상미는 기억에 담겨 있으니 까치밥 매..